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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용 부동산 관리의 뉴 패러다임 

 

윤병훈 KEB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센터 과장
은행권이 단순히 주택담보대출에 주력하던 데서 벗어나 증권사나 부동산신탁 업계처럼 상업용 부동산의 매매·임대차·운영 및 개발 등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상업용 부동산을 물려받은 이들이 관리방법을 몰라 은행 문을 두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 건물을 가지고 있으면 일을 하지 않고도 월세로 먹고살 수 있다는 이유로 요즘 청소년들의 장래 희망 1위가 건물주로 꼽히는 현상을 비꼬는 말이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자산가를 만나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거저 월세를 받는 게 아니구나’, ‘정말 힘들겠다. 차라리 금융상품에 맡기면 편할 텐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특히 임차인과 갈등이 있거나, 건물을 계속 수리해야 하는 경우라면 더 그렇다. 상업용 부동산을 처음 사들여서 관리 방법을 몰라 힘들어하는 경우도 종종 접한다. 앞으로 이런 경우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국내 자산가들의 부동산 비중이 높다. 둘째, 부동산 소유주가 점차 고령화되는 추세다.

실제 하나금융지주가 매년 발표하는 ‘한국 부자보고서’(금융자산 10억원 이상 자산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부동산 자산 비중이 51%나 된다. 상속 및 증여 자산 유형으로 부동산을 활용하겠다는 의향도 44.1%에 달한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장래 인구추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하반기부터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이미 전체의 14%를 넘어섰다. 2025년에는 20%(1157만 9000명)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80세 이상도 2027년에 5%(261만9000명)나 될 수 있다.

자산가도 고령화를 피할 수 없는 셈이다. 더불어 상속 문제도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되고 있다. 더군다나 상속 자산으로 부동산을 활용하겠다는 의사가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부동산 관리 문제는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당장 부동산을 물려받아도 관리해본 적이 없으니 시행착오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매년 은행에 부동산관리신탁을 상담하러 오는 고객도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지난해보다 두 배나 많은 이가 상담창구를 찾았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전문 지식이 부족하다. 상업용 부동산을 관리하려면 세금, 시설점검, 임차인 유치ㆍ관리ㆍ명도, 소방, 보험 등 각종 분야에 지식과 경험이 있어야 한다. 곧바로 증여나 상속이 이뤄진 경우 이 부분을 전혀 몰라 고생을 한다. 세금계산서를 발행한다거나 소유 건물에 대해 어떤 보험에 가입할지 등 아주 기초적인 부분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 큰 문제는 법적인 지식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건물주는 임차인 보호 조항과 임대인에 대한 권리가 어디까지 인정되는지를 규정한 상가임대차보호법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을 잘 모르면 임차인과 잦은 갈등으로 맥이 빠질지도 모른다. 실제 사례도 있다. 건물이 너무 낡아 공실률이 높은데도 임대인이 신축을 피했다. 한 상담 의뢰인은 그 과정에서 기존 임차인에 대한 명도를 어떻게 진행하는지, 몇 년 뒤 완공될 건물에 들어올 임대차 계약자와 어떻게 계약을 맺어야 하는지 등을 물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는다면 이 과정에서 임차인과 분쟁을 피하기 힘들어 보였다. 임차인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스트레스 상당수가 이처럼 법을 잘 몰라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상가임대차보호법만 알아야 하는 게 아니다. 다른 사례를 보자. 갑자기 시아버지의 건강이 악화돼 증여 받은 부동산을 관리하는 며느리 A씨가 있다.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임차인과 관계가 틀어져 힘들어했다. 스프링클러 설치 비용을 부담하는 문제 때문이었다. 결국 임차인이 부담하는 선에서 마무리됐지만 ‘소방시설법’(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관련한 문제였다.

또 다른 문제는 부동산을 관리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부동산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상당한 시간을 쏟아야 한다. 관련법을 공부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현재 건물도 수차례 돌아보며 개선사항을 점검해봐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현장에 가는 짬을 내는 것도 쉽지 않다. 예전과 달리 상업용 부동산이 꽤 짭짤한 수익을 내지 못하는 탓이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물려받았다면 직장을 다니는 경우가 많아 따로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

해법으로 두 가지를 추천한다. 먼저 관리회사에 맡기는 방법이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외국자본이 들어오면서 이들이 투자한 부동산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업체가 등장했다. 대형 오피스를 관리하는 회사(PM)로, 이후 2000년 초반부터 PM에서 AM(자산관리)로 진화했다. 관리회사에 맡기면 법적인 문제나 부동산관리에 필요한 전반적인 업무를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다양한 방안을 가지고 부동산 가치하락을 막는 역할도 관리회사가 해줄 수 있다.

물론 대다수 관리회사가 중소형 부동산보다 대형 사무실 건물에 집중하고 있다. 개인 자산가가 가진 중소형 부동산을 관리하는 노하우는 그만큼 쌓이지 않았고, 시스템도 갖추지 못한 경우가 태반이다. 경험이 너무 없는 관리회사에 맡겨 낭패를 보는 경우도 꽤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신탁관리다. 최근 금융회사가 중소형 빌딩의 관리신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공신력 있는 금융기관이 부동산관리를 맡아 건물주 입장에서는 안심하고 부동산을 맡길 수 있다. 신탁계약으로 대내외적으로 소유권이 신탁사로 이전되기 때문에 금융기관도 적극적으로 위탁자산을 관리할 수 있다. 관리신탁은 시설관리, 임대차관리에 더해 자금관리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임대료 입금과 비용 지급 문제도 신탁사가 알아서 해결한다. 매월 보고서까지 만들어 관리 결과를 소유주에게 보내준다. 최근엔 상속, 대출까지 연계한 서비스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사례도 있다. 서울 소재 재개발 지역으로 유명한 지역에 상업용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자산가 B씨. 전문직인 아들에게 건물을 상속했다. 아들은 바쁜 본업 탓에 몇 년간 부동산에 신경 쓰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40개월 이상 임대료를 연체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그래서 신탁사에 맡기기로 결정했고, 은행은 은행 명의로 임차인 관리에 나섰다. 임대료를 연체한 임차인에겐 즉각 내용증명을 발송해 대응했고, 주변 시세를 파악해 적정한 임대료를 산정했다.

이렇듯 관리신탁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금융기관과 위탁자가 파트너가 돼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일반적인 임차관리부터 신축, 리모델링, 심지어 추가로 금융지원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어서다. 앞으로 고령화가 더 급속도로 진행될 한국에서 부동산관리신탁은 가장 매력적인 금융 서비스로 뜰 것으로 보인다.

- 윤병훈 KEB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센터 과장

201810호 (2018.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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