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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S&C의 기묘한 변신 

 

김영문 기자
일감 몰아주기로 공정위 지적을 받아온 한화S&C는 쪼개고 합쳐 한화시스템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여전히 총수 일가의 간접지배 아니냐는 눈총이 따갑다. 더불어 한화시스템이 상장을 준비하면서 간접지배 의혹을 받는 에이치솔루션은 한화 승계전략의 핵심 키로 부상하고 있다.

‘방산과 정보기술(IT)의 만남.’ 언뜻 어색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지난해 한화가 ‘일감 몰아주기(사익 편취)’ 논란에서 벗어나고자 벌인 계열사 합병 조치였다. 올해 5월 31일 방산업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분 100%를 가진 한화시스템과 한화그룹 내 시스템통합(SI) 업무를 도맡는 한화S&C가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의결했다. 이후 2개월간 진행된 통합 과정을 거쳐 8월 1일 한화시스템을 사명으로 하는 합병법인이 공식 출범했다. 양사 간 합병 비율은 주식 수를 고려한 주식 가치 비율인 1:0.8901(한화시스템:한화S&C)로 설정했다. 통합된 한화시스템의 ‘시스템 부문’은 장시권 대표이사, ‘ICT(정보통신기술) 부문’은 김경한 대표이사가 각자 경영을 맡는 형태다.

한화S&C 쪼개고 합쳐 한화시스템 출범


당시 한화 측은 합병 조치를 “사업부서의 효율성 제고와 ㈜한화의 역할 강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합병을 단행한 배경엔 일감 몰아주기를 몰아내겠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압박이 더 짙게 깔려 있다. 한화S&C가 일감 몰아주기의 온상으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한화S&C가 전면에 내세운 SI 사업은 그룹 내 IT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지 보수하는 업이 주다. 상당수 한국 대기업이 보안 등의 이유로 계열사 SI 업체를 두고 그룹 관리에 활용해왔다. 한화S&C는 한화그룹 계열사들의 IT 부문과 시스템 통합 사업을 담당하면서 내부거래로 몸집을 불려왔다.

실제 한화S&C의 매출은 2016년 기준 매출(3641억 원)의 70% 이상이 내부거래에서 나왔다. 지난해에도 내부거래 비중은 80%에 육박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선 총수 일가가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비상장사는 내부거래를 통해 연 200억원 혹은 전체 매출의 12% 이상을 올리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으로 보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레이더, 전자광학장비, 감시정찰, 전술통신, 전투지휘체계 등 국내 방산전자 분야를 독식하다시피 하는 기업이다. 통합법인 ‘한화시스템’ 측은 상호 강점을 접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단기적으로는 시스템 부문의 레이더 및 센서 개발 역량과 ICT 부문의 시스템 통합 역량을 결합하겠다는 계획까지 구체적으로 세웠다.

특히 합병의 주축인 한화S&C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주식 전부를 가진 곳이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해 한화는 한화S&C를 에이치솔루션과 한화 S&C로 물적분할했다. 에이치솔루션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50%)와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25%), 삼남 김동선 씨(25%)가 다시금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S&C에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표적이 된 전산사업 부문 지분 44.64%를 스틱인베스트먼트에 팔아버렸다. 결국 3형제가 지분 100%를 가졌던 한화S&C 지분구조는 ‘김동관 등 3형제→에이치솔루션→한화S&C(스틱인베스트먼트 44%)’로 변경됐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총수 일가가 직접 지분을 소유한 계열사에 한정하므로 표면적으론 규제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조삼모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공정위도 기존 한화S&C의 물적분할 조치는 총수 일가의 직접지배가 간접지배로 바뀌었을 뿐이라며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적용 여부에 대한 판단은 유보했었다. 그리고 5월 말까지 추가로 조처할 거라고 했지만, 지금까지 이렇다 할 발표는 없다. 업계에선 일단 합병법인에 대한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14.5%로 낮아진 것은 분명하기에 현행법 외에 추가 조치를 내놓는 게 공정위 입장에서 부담이라고 본다. 익명을 원한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조치가 단순히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려는 꼼수로 보이기도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규제 방향에 재계가 따르고 있다는 의견도 많아 명확한 규제 근거를 마련하고 다시금 문제를 짚어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간접지배’라는 논평을 내놓자 에이치솔루션도 앞으로 합병법인 지분 14.5%마저 전량 해소하겠다고 한 발 물러서기도 했다.

에이치솔루션 통한 간접지배 의혹 일어


물론 지분 청산 계획을 구체화한 건 아니다. 오히려 한화그룹은 한화시스템을 2020년까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실제 9월 여의도 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시스템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을 대표 상장주관사로 선정했다. 더불어 한화시스템의 지분 52.9%를 보유한 최대주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부각됐다. 그래도 시장은 여전히 한화시스템의 기업공개(IPO)에 주목하는 이유로 에이치솔루션을 꼽는다. 예전 한화S&C처럼 김동관 등 3형제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시스템이 상장하면 기업가치만 최소 조 단위에 이를 것으로 보는데 무엇보다 상장사가 되면 현행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상 지분율 기준도 30%로 늘어난다.

한화시스템이 상장에 성공하면 달라지는 게 또 있다. 지분을 가진 에이치솔루션의 기업가치도 확연히 커지고, 그룹 승계 과정에서 마스터키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란 분석까지 더해진다. 익명을 원한 증권업계 한 임원은 “증권업계에선 한화시스템이 상장되면 에이치솔루션의 기업가치가 오르고,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는 그룹 핵심인 지주사 한화 지분을 확보하는 연결고리로 쓸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한화가 3형제가 보유한 한화 주식은 8% 미만으로 김승연 회장이 보유한 한화 지분 22.65%를 상속받으려면 최대 50%를 상속세로 내야 한다. 에이치솔루션은 주식 스와프 형태로 지주사 한화와 합쳐 상속세 부담을 줄여주고, 3형제 지분을 높이는 키가 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에이치솔루션이 상장가에 지분을 완전히 털어내 자금으로 활용하거나 되레 한화시스템의 지분을 30%까지 높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지분을 늘리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한화시스템의 최대주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분이 50% 넘어서기에 에이치솔루션에 일정 지분을 통으로 매각해도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다. ‘구주매출’ 방식으로, 대주주나 일반 주주 등 기존 주주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주식 지분 중 일부를 공개적으로 파는 방법이다. 2002년까지 금융감독원이 일부 공기업을 제외하고는 금지한 기업공개 방식이었으나 2003년 시장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규제가 풀렸다. 거래소 상장 규정상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계열사)의 구주매출 공모 참여에는 별다른 제한도 없다. 특히 특정 양수자를 정해 처분해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어 에이치솔루션이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구주 매출로 지분을 넘겨받은 후 다시 시장에 매각해 차익을 거둔다 해도 합법이다.

구주매출에 참여할 수 있는 자금도 충분하다. 2017년 12월 결산 기준으로 에이치솔루션의 자산 총액은 3조5648억원이 넘는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4047억 원을 상회하고, 이익잉여금만 1조원 이상이다. 게다가 100% 지분을 가진 한화에너지까지 기업공개에 나서면 자금력은 더 커진다.

에이치솔루션이 지주사 한화 밑 중간 지주사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한화와의 합병이 실제 진행되면 한화라는 지주사가 완전체가 되는 동시에 승계작업도 한 번에 마무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공정위도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상장사 규제 대상 기준을 총수 일가 지분율 20%로 강화하고, 간접지배도 문제 삼을 수 있는 방안을 개정법안에 담으려 하고 있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201811호 (2018.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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