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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스토리 | 전직 대통령 사위로 재계에 화려하게 등장재계 3위 SK그룹은 1953년 적산기업인 선경직물을 인수하면서 시작된다. 최태원 회장의 큰아버지인 고 최종건 회장은 선경을 대기업 반열에 올려놓았다. 1973년 워커힐 호텔 인수에 성공했지만 그해 폐질환으로 별세했다. 당시 선경그룹 사장이었던 친동생 최종현 사장이 회장으로 선임됐다. 고 최종현 회장은 당시 재계에서 보기 드문 해외 유학파 출신이다. 1962년 선경직물에서 기업 활동을 시작한 그는 2대 총수로서 1980년 유공(현 SK이노베이션), 199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등을 인수해 화학·에너지·통신이라는 현 SK그룹의 3각 편대를 완성하며 그룹의 뼈대를 구축했다.1960년생인 최태원 회장은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경제학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유학 시절 만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녀 노소영씨와 1988년 청와대 영빈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해다. 정관계 혼맥의 대표적인 사례이자, 최 회장이 화려하게 재계에 등장하는 장면이다. 결혼 후 1991년 선경 경영기획실 부장으로 SK그룹에 합류하면서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1993년 선경아메리카 이사대우, 1996년 선경 상무이사, 1997년 1월 유공 사업개발팀장 상무이사를 거쳐 1997년 12월부터 SK그룹 종합기획 실장 대표이사 부사장을 맡으면서 전면에 나섰다.최 회장은 1998년 8월 최종현 회장이 별세하면서 부사장을 맡은 지 1년 만에 SK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30대 젊은 나이에 SK그룹 총수에 올랐지만 그를 기다리는 것은 연속된 고난이었다. 2003년 SK글로벌의 1조원대 주식 분식회계 혐의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고, 2013년에도 SK그룹 계열사 출자금 46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4년의 유죄판결을 받고 법정구속되기도 했다.그를 가장 힘들게 한 사건은 2003년 헤지펀드 소버린 자산운영과의 경영권 분쟁이다. 소버린 자산운용이 2003년 3월 SK주식회사의 주식 14.99%를 매입해 1대 주주가 되면서 경영 참여를 요구했다. 소버린은 최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며 그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이 사건을 겪은 후 최 회장은 지배구조 개선을 시도해 그룹의 면모를 바꿔나가면서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았다.
성공과 실패 | 적극적 ‘인수합병’으로 규모 키워“요즘 최태원 회장만큼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기업인도 없을 것이다.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인수할 것은 인수하는 결단이 돋보인다.”(이영달 한국기업가정신기술원 원장) 이 원장의 평가처럼 한국 대기업에서 SK그룹만큼 해외기업 투자와 인수합병에 적극 나서는 기업은 드물었다. SK그룹 DNA가 뭐냐고 물어본다면 정답은 인수합병을 통한 성장이다. 워커힐 호텔 인수(1973년), 대한석유공사 인수(1980년), 한국이동통신 인수(1994년) 등은 SK그룹의 덩치를 크게 키웠다. 물론 그 과정에서 불거진 ‘특혜’ 시비로 몸살을 앓았다.최 회장도 취임 후 M&A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2012년 하이닉스 인수를 시작으로 2015년 1월 전기 발전 기업 당진에코파워(1700억원), 2017년 6월 에틸렌 아크릴산 사업을 펼치는 다우케미칼 EAA 부문(4200억원), 2018년 7월 의약품 생산 기업 미국 암팩(5100억원), 2018년 10월 물리 보안 기업 ADT 캡스(7000억원) 등으로 이어졌다. 2012년 3월부터 10월까지 SK그룹이 M&A에 투자한 금액만 7조3600억원이다.해외 투자도 적극적이었다. 2014년 10월 미국 우드포드 셰일가스전에 4000억원을 투자한 것을 비롯해 미국 TURO(400억원), 미국 유레카 미드스트림(1200억원), 말레이시아 그랩(800억원), 일본 도시바 메모리 부문(4조원) 등 2014년 10월부터 지난 9월까지 총 5조 4400억원이 투입됐다. 최 회장이 추진한 M&A는 현재까지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하이닉스 인수는 ‘신의 한 수’라고 극찬을 받을 정도다.
글로벌 경쟁 | 10년 넘게 진행된 중국 도전은 실패?
비전 | 장치산업 위주 체질 바꾸는 게 숙제최 회장의 비전은 ‘Deep Change(근본적인 혁신)’와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다. “혁신적인 변화를 할 것이냐, 천천히 사라질 것이냐”는 게 최 회장의 취임 일성이었다. 그럼에도 그룹의 외형이 여전히 장치산업, 즉 하드웨어에 치중되어 있다는 한계는 변함이 없다. SK그룹이 비록 미래 성장동력으로 바이오, 모빌리티, LNG를 꼽고 있지만 다른 대기업만큼 과감하고 혁신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 LG, 현대차 등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하는 대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인공지능, 빅데이터, 자율주행 등 소프트웨어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SK그룹의 행보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 통신사인 SK텔레콤이 소프트웨어에 집중하지만 무게중심은 여전히 내수 시장에 두고 있다.한편 최 회장은 ‘사회적 기업’이라는 담론을 강조해왔다. 자신이 직접 쓴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이라는 책에서 “사회적 기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해줄 수 있다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아주 유효한 방법이라는 것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2016년 말에는 그룹이 추구해야 할 주요 목표 중 하나로 ‘SKMS(SK Management System)’를 명시하기도 했다. 2017년에는 계열사 정관에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목표가 추가됐다.기업의 사회적 가치 지향을 비판하는 이들은 드물다. 다만 최 회장이 사회적 가치에만 매몰되면 기업이 본래 추구해야 할 이익 창출이 더욱 더뎌지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배구조 | 최신원 회장의 계열분리와 이혼소송전문가들에게 “SK그룹과 최태원 회장의 리스크가 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대다수가 사촌 형제의 계열분리 이슈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건을 든다. 창업주 고 최종건 회장의 둘째 아들인 최신원 SK 네트웍스 회장과 막내인 최창원 SK 케미칼 부회장의 계열 분리는 언젠가는 해결해야 할 문제다. 최창원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화학 분야는 현재 SK 디스커버리라는 중간지주회사 아래 SK케미칼·SK가스·SK D&D 등 관계사를 두고 있다. 언제든 계열분리를 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준비가 잘되어 있다. SK 관계자는 “계열분리를 하는 게 기업에 더 도움이 되는지, 효과가 있는지를 검토한 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의 사촌 형 최신원 회장은 창업주인 아버지가 사업을 시작한 선경직물을 모태로 하는 종합상사 SK네트웍스에 애정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직 지분상으로 분리할만한 여건을 만들지 못한 상황이다.최 회장이 해결해야 할 또 다른 문제는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이혼소송 건이다. 비록 사적인 일이지만 재계는 이혼소송 결과 생길 수 있는 SK그룹 지배구조의 변화에 주목한다. 이혼소송 중 재산분할 논의가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노태우 정부 시절 M&A가 이뤄진 탓에 노 관장이 SK텔레콤의 일정 부분을 요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지만, SK 관계자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박스기사] 최태원 회장의 말·말·말“더 이상 SK주식회사가 정유사업으로만 먹고사는 데는 한계가 있다. 변화해야 살 수 있다.” (1998년 SK주식회사 대표이사 회장 취임사)“하이닉스 인수는 인수 기업과 피인수 기업 간의 시너지 효과라는 차원을 넘어 국가 기간산업인 반도체 기업을 성공시켜야 하는 막중한 책임도 있다. 현재 반도체 시황이 어렵지만 하이닉스의 우수한 기술력과 SK의 강한 기업문화로 합심해 글로벌 성공 스토리를 만들고 국가 경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해야 한다.”(2011년 11월 하이닉스 주식 매매계약 체결을 앞두고)“향후 10년 안에 우리나라 사회적 기업 경제규모를 GDP의 3% 수준으로 키우고, 이를 위해 사회적 기업 10만 개를 육성하자. 이렇게 되면 사회적 기업들의 혁신이 우리 사회 전체로 퍼져 나갈 것이다.”(2017년 6월 사회적 기업 국제포럼 기조연설 중)“SK가 지난 20년간 그룹 이익이 200배 성장하는 성과를 올렸지만 여전히 ‘올드비즈니스’를 열심히 운영하거나 개선하는 수준에 안주하고 있다. 미래 생존이 불확실한 서든 데스(Sudden Death) 시대에서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딥 체인지(Deep Change)가 반드시 필요하다.” (2018년 1월 2일 신년사 중)“기업들이 주주, 고객 등 직접적 이해관계자를 위한 경제적 가치 외에 일반 대중, 시민단체, 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위한 사회적 가치도 만들어내야만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다.”(2018년 4월 보아오포럼 연설 중)
[박스기사] SK그룹의 핵심 경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