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을 전후해 중국에 신흥 부자 계층이 늘어나면서 수집가들이 젊어지고 있다. 특히 2010년부터는 중국 현대미술에 관심을 쏟는 영 컬렉터들이 확연히 증가했다. 총 조우는 이 세대를 이끌어가는 대표적인 컬렉터다.
▎베르나르 프리츠(Bernard Frize)의 작품 앞에 선 총 조우. / 사진:Copyright of all image / Zhou Cho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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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nt to be a guide.”미술시장에서 중국 골동품을 찾으려는 수집가들은 수 세기 전부터 존재했었다. 파리도 예외는 아니다. 오페라 하우스에서 멀지 않는 곳에 있는 드루오 경매장에서는 일주일에 수십 개 경매가 성사된다. 그중 중국 골동품 경매 때는 적지 않은 중국인이 드나들며 꼼꼼히 그 가치와 진위를 스스로 가린다. 프랑스 경매인들보다 더 풍부한 실력을 지닌 중국 수집가들도 간혹 보인다. 2000년을 전후해 중국 수집가들은 수집 영역을 넓혀갔고 중국 경제 성장으로 신흥 부자 계층이 늘어나면서 수집가들의 연령은 더욱 젊어지고 있다. 특히 2010년을 넘어서면서 중국 현대미술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영 컬렉터들이 확연히 증가했다. 그리고 그들의 행적은 개인 수집의 영역을 넘어 중국 미술계와 국제 미술계에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며 매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2014년 라 트리뷴(La Tribune)의 조사에 따르면 아트 컬렉터의 평균 연령은 59세였다. 그중 40세 이상이 90%를 차지했으며 31~40세가 8%, 30세 미만이 2%였다. 그러나 소셜네트워크의 생활화에 따라 컬렉터들의 평균 연령은 갈수록 젊어지고 있다. 미술시장에서 간혹 의혹을 받았던 원작증명, 작품 이미지와 실제 작품의 갭 등, 문제들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었다. 보험과 운송 등의 절차도 숙련된 전문가들 덕분에 더욱 간소화됐다. 21세기는 인터넷 덕분에 노트북앞에서 클릭 한 번으로 쉽게 작품을 구입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고 예술은 경험이 충분하지 않은 영 컬렉터들도 어렵지 않게 도전해볼 만한 영역이 됐다.중국 현대미술시장 전문가이며 포브스 아시아 기자인 알렉산드르 에레라(Alexandre Errera)는 [Three Influential Figures From The Art World] 기사에서 중국 영 컬렉터들의 수집 과정을 알렸다. 그는 K11 파운데이션 창립자인 아드리안 청(Adrian Cheng, 38), 상하이의 국제 아트 페어 ART021 공동 창립자이며 Cc 파운데이션 창립자인 데이비드 샤우(David Chau, 32)의 뒤를 추적하는 중국인 영 컬렉터 3명을 선정했다.
▎R: Yayoi Kusama, Forever Forever Love, 2008, Acrylic on Canvas / L: Ni Youyu, Three Drawers, 2010~2014, Mixed Media on Canvas,67.5×200㎝ / L: He Xiangyu, Lemon Flavor Series Sketch, 2016, Pencil and acrylic on canvas, 60×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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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켈리 잉(Kelly Ying), 린 한(Lin Han), 총 조우(Chong Zhou)인데, 이들은 모두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야심을 지녔다. 이 세대의 수집 형태는 전 세대의 수집과 비교하면 과정이 다르다. 소셜네트워크와 인터넷을 활용한 합리적인 접근 방식으로 수많은 정보를 단시간에 습득한다. 그들은 이 정보들을 분석하고 이해한 후에 수집하는 디지털 세대들의 방식을 즐기고 있다.세계적인 미술전문매체 아트넷도 [12 Young Art Collectors to Watch in 2016] 자료에서 떠오르는 미술계의 영 스타 컬렉터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었다. 12명 중 부모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컬렉터를 소개했다. 그중 엠마 홀(Emma Hall)은 안젤름 키퍼, 게오르그 바젤리츠, 요셉 보이스 등을 소장한 컬렉터 부모와 같은 수집의 길을 선택했다. 파비올라 베라카사 베크만(Fabiola Beracasa Beckman)은 허스트(Hearst)사의 후손인 빅토리아 허스트의 딸이다. 허스트는 36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하는 다양한 미디어, 정보 및 서비스 분야의 리더기업이다. 파비올라는 영화제작자이며 호울(Hole) 갤러리의 공동 오너로 부모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샤민 파라메스워란(Sharmin Parameswaran)은 컬렉터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쿠알라룸푸르에 2012년에 Interpr8 art space를 개관해 말레이시아와 동남아시아 작가들의 대규모 컬렉션을 전시하고 있다.
수집가 어머니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미술에 관심
▎L: Liu Wei, It looks like Landscape, 2004, Photography, 200×120㎝×6 / R: Bernard Frize, Riamo, 2014, Acrylic on canva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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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에 거주하는 총 조우도 수집가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젊은 컬렉터다. 제약 그룹 회사를 경영하는 가족 사업에도 참여하고 별도로 프라이빗 클럽 ‘마카사(Macasa)’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비지니스 모임 자리로 벽에는 총 조우의 수집품들로 장식되어 있다.총 조우의 어머니는 2001년부터 수집을 시작했다. 현대미술에 매우 앞선 감각을 지닌 어머니는 당시 알려져 있지 않았던 작가들을 만나고 전시를 보러 다녔다. 당시 무명 작가들은 지금 세계 500대 작가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총 조우 역시 선 슌(Sun Xun), 양 용리앙(Yang Yongliang), 가오 레이(Gao Lei), 쉬 지잉(Shi Zhiying) 등 중국의 젊은 작가들에게 관심이 많다. 그 작가들을 지원하고 그들의 성공을 향한 길에 동반해야겠다는 의무감을 느끼는데 이는 총 조우가 코흘리개 시절부터 어머니가 보여준 진정한 수집가의 모습이었다.총 조우는 수집가인 어머니를 따라 10살이 되기 전부터 작가의 아틀리에, 갤러리, 옥션회사들을 방문했다. 어린 소년에게는 엄청난 인내를 요구했던 매우 지루했던 경험이었다. 그러나 그가 12살이 되었을 때 어머니와 함께 푸둥에 있는 갤러리들을 돌아보다가 장샤오강(Zhāng Xiăogāng)의 작품을 보게 되었다. 어린 소년의 눈에 들어온 장샤오강의 작품은 그에게 무언가 답을 찾기조차 묘한 질문들을 던졌다. 스물다섯이 된 지금도 유니폼을 입고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는 인물들의 표정이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을 보면 그때 뭔지 모를 강한 인상을 받은 게 분명하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역사를 좋아했다. 그래서 역사학자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아들에게 뜻밖의 제안을 했다. 역사학이 아닌 예술사를 넓고 깊게 파고들라는 것이었다. 예술사와 역사는 같은 맥락에 놓여 있으며 역사의 한 표현 수단이 곧 예술이라는 의미였다. 그리고 중국인으로서 중국 미술을 이해해서 중국의 전통과 역사를 지키는 것이 또 다른 훌륭한 삶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사실 기원전 문명을 밝히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던 것은 건축물과 골동품, 토기, 벽화, 조각 등이다. 이 모두가 예술 장르에 속한다. 총 조우는 어머니의 선견지명을 인정했다. UCCA에서 예술사를 수학하면서 인생에서 한 번도 겪지 못했던 두 가지 도전을 해야 했다. 한 가지는 예술사 그 자체였고 다른 한 가지는 언어 장벽이었다. 총 조우에게는 삶의 전환점이 되는 시기였다. 영어로 예술사를 배우는 동안 그는 작품을 감상하는 안목과 철학적 삶의 초석을 다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예술과 예술사를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L: Yang Fudong, New Women 3, 2013, Photography, / R: Wang Yin, Flower No.2, 2001, Oil on Canva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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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가의 철저한 숙고 없이 우연히 시작된 예술 작품 구입은 자칫하면 맥락을 잃을 수 있다. 2010년부터 시작된 총 조우의 컬렉션에는 이미 그 중심축이 세워져 있었다. 그는 중국, 한국, 일본 작품에 포커스를 두고 수집했다. 그가 구입한 첫 작품은 쿠사마 야요이(Kusama Yayoi)였다. 그를 아는 주변 사람들은 한결같이 어머니를 닮았다고 한다. 어쩌면 그가 이 작품을 선택한 것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총 조우는 일본 현대미술에 늘 흥미를 가졌다. 쿠사마 외에 요시토모 나라의 작품을 비롯해 고키타 토무(Gokita Tomoo) 등 일본 예술을 향한 열정이 수집품들에 녹아 있다. 중국 작가들 작품으로는 쩡판즈(Zeng Fanzhi), 양푸동(Yang Fudong) 등이 있지만 그가 가장 주목하는 작가들은 1975년생 이후의 젊은 중국 작가들이다. 그는 선 슌(Sun Xun), 시요타(Chiharu Shiota), 공린난(Kong Lingnan)을 눈여겨보길 제안했다.
이불·서도호·양혜규 등 한국 작가 설치작품들에 감탄
▎Center: Liu Wei, Untitled, 2015, 180×220㎝, Mixed Media on Aluminum Panel / R: Bernard Frize, Ela, 2007, Acrylic on canva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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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조우가 한국 현대미술 장르 중 매우 흥미롭게 생각하는 분야는 설치작품이다. 물론 김환기를 비롯한 단색화 작품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이불, 서도호, 양혜규 등 한국 작가들의 설치작품들에서는 한국 작가들만이 지닌 뛰어난 예술성과 창의력에 감탄했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를 중국 예술 수집가 혹은 아시아 예술 수집가로 한정하지 않는다. 베르나 프리즈, 헤르난 바스 등 그의 컬렉션을 보면 그의 시야와 안목이 다분히 국제적이란 것을 알 수 있듯이 중국과 서구, 혹은 컨템퍼러리와 모던, 전통의 경계를 두지 않는 ‘글로벌 차이니즈 아트 컬렉터’로서 소신 있는 길을 가고자 한다.“Art collecting is 50% of my career”라고 말하는 총 조우는 자신이 운영하는 프라이빗 비즈니스 클럽에서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나머지 시간을 모두 예술에 할애한다. 박물관, 갤러리 전시를 보러 다니고 작가들의 아틀리에를 방문해 그들의 작품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작가들을 더욱 존경하게 된다. 그는 이 존경심과 감동이 수집가의 지갑을 열게 한다고 한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즉흥적으로 작품을 구입한 적이 없다. 그는 국제 페어로는 런던 프리즈, 바젤 아트 페어 등을 다니면서 아시아 내에서는 아트 스테이지 싱가포르, 아트 바젤 홍콩, 상하이 아트 021 등 다양한 페어를 방문한다. 미술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새로 발견한 작가들을 연구하면서 동시에 시간을 두고 전문가들, 갤러리스트들, 작가들과 꾸준히 소통한다. 이렇게 더 넓고 깊이 작가를 연구하는 데 아낌없이 시간을 쓴다. 이 탐구의 시간은 안목을 높이고 수집가의 길을 걷고 있는 스스로에게 확신을 준다. 다만 아쉽게도 아직 그에게는 넓은 공간이 없어서 비디오 작품과 설치작품을 구입하지 못하고 있지만 수집의 길을 걷기 시작한 지 채 10년이 안 된 지금 이미 회화, 사진, 조각, 서체 등 150여 점을 수집했다.총 조우가 존경하는 컬렉터는 울리시그(Uli Sigg)다. 울리시그는 스위스인이지만 중국 역사를 예술이라는 매체를 통해 전 세계에 알린 수집가다. 그는 아무도 중국 작가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할 때부터 중국 작가들의 아틀리에를 방문해 작품을 수집했다. 중국 작가들이 표현한 중국 역사는 중국에 돌아가야 하는다는 초기 소명을 잃지 않은 채 30여 년에 걸쳐 수집한 총 400여 작가의 2600여 점 컬렉션 중 2012년 홍콩에 350여 중국 작가의 1463여 점을 기증했다. 총 조우가 감동하는 부분은 바로 중국 역사를 수십 년에 걸쳐 예술이라는 매체로 마치 고증 자료처럼 수집했다는 점, 아트 컬렉터가 위대한 연구자로서 사회에 공헌하는 또 하나의 방법을 모두에게 제시해주었다는 점이다.
▎Hernan Bas, The 2014 Mr. General Idea Pageant, 2014, Acrylic on linen, 182.9×15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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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시그는 1998년에 중국 현대미술상 CCAA(Chinese Contemporary Art Awards)를 만들어 중국 작가들을 지원했다. 이 상은 중국 작가들에게는 세계를 향한 또 다른 문이 됐다. 총 조우 역시 작가들의 성장을 돕고 사회에 공헌하는 수집가가 되고자 한다. 그가 경매회사와 협력하여 추진했던 자선 행사[Love is Not Rare]가 바로 그런 예다.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홍보하는 좋은 기회이며 이익금은 모두 자선금으로 쓰인다. 물론 개인 아트 프로젝트인 [Art Project CZ]도 총 조우가 노력 끝에 거둔 결실이다. 그는 갤러리, 큐레이터들과 협력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총 조우는 유망한 작가들의 작품을 꽤 많이 소유한 유력한 미술 수집가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리고 수집가로서 자신과 같은 젊은 세대의 가이드가 되어 동일한 신념을 가진 훌륭한 예술가들과 함께 예술의 미래를 탐험하고자 한다.“I want to be a guide, a forerunner in my young generation, to let know the strength and omnipresence of art so that to grow together and to explore together the future of art with brilliant artists who share the same belief.”(Chong Zhou)
※ 박은주는…박은주는 1997년부터 파리에서 거주, 활동하고 있다. 파리의 예술사 국립 에콜(GRETA)에서 예술사를, IESA(LA GRANDE ECOLE DES METIERS DE LA CULTURE ET DU MARCHE DE L’ART)에서 미술시장과 컨템퍼러리 아트를 전공했다. 파리 드루오 경매장(Drouot)과 여러 갤러리에서 현장 경험을 쌓으며 유럽의 저명한 컨설턴트들의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2008년부터 서울과 파리에서 전시 기획자로 활동하는 한편 유럽 예술가들의 에이전트도 겸하고 있다. 2010년부터 아트 프라이스 등 예술 잡지의 저널리스트로서 예술가와 전시 평론을 이어오고 있다. 박은주는 한국과 유럽 컬렉터들의 기호를 살펴 작품을 선별해주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