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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녀 직접 상속의 기술적 접근 

 

최근 한국 부자들 사이에서 자식 대신 손자녀에게 직접 상속·증여하는 ‘세대생략이전’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세대를 타고 넘으면 증여세는 한 번만 내면 된다. 그래도 할증과세는 30%나 되기에 시세 상승 폭이 크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일 수도 있다. 이 밖에 주의할 점을 정리해봤다.

통계 하나가 화제가 됐다. 지난 10월 국정감사 과정에서 최근 5년간 조부모가 손주에게 직접 재산을 물려주는 ‘세대생략증여’ 사례와 총액이 각각 두 배 이상 늘었다는 내용이 거론됐다. 실제 ‘세대생략이전’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건수로 보면 2013년 4389건에서 2016년 6230건, 지난해에는 8000건대로 2013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증여한 재산 총액도 2013년 7590억원에서 2014년 8194억원, 지난해엔 1조원을 돌파했다. 5년간 증가율은 건수 기준 91.1%, 총액 기준 95.4%나 된다. 거의 두 배나 늘어난 셈이다. 5년간 세대생략증여 건수는 2만8351건이었고, 증여 총액은 4조8439억원에 달했다. 건당 평균 증여액은 1억7085만원에 이른다.

이유가 뭘까. 현행법부터 살펴보자. 민법상 일반적인 상속의 경우 상속인은 배우자와 상속 1순위자인 직계비속이 된다. 따라서 상속에 의한 재산의 무상이전은 조부에서 부에게로, 부에게서 손 세대로 옮겨지면서 이에 따른 상속세 납세의무가 발생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법)은 상속 개시 후 10년 이내에 다시 상속이 개시되는 경우 상속세의 과중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단기 재상속에 대한 세액공제제도를 마련했다.

틈새는 민법에 있다. 바로 민법이 인정하는 유증제도다. 민법은 유언자의 재산처분 자유를 존중해 유증제도를 인정하고 있다. 피상속인인 조부가 자 세대를 건너뛰어 손 세대에게 직접 유증을 하면 손자녀에 상속될 때 상속세를 피할 수 있다.

원래 상증법엔 관련 내용이 없었다. 하지만 1994년부터 상속세 산출세액에 20%를 할증하는 세대생략이전 과세제도를 도입했고, 1997년부터 1세대를 뛰어넘는 변칙적인 상속·증여에 과세를 강화하기 위해 세대를 건너뛴 상속(증여)에 부과하는 할증과세율을 종전 20%에서 30%로 인상했다. 여기에서 직계존비속 간 인지를 판정할 때는 부계와 모계를 모두 포함하므로, 친조부모가 손자, 손녀에게 증여하는 경우뿐 아니라 외조부모가 외손자녀에게 증여할 때도 할증과세가 적용된다.

재산이 일정 범위를 넘거나 손자녀가 미성년자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2016년부터 미성년자가 상속인 또는 수증자인 경우 상속·증여재산 가액이 2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40% 할증을 적용하도록 상증법이 개정됐다(다만, 미성년자 증여에 대한 경과규정. 2016년 1월 1일 이전에 수증자의 부모를 제외한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받은 재산에는 할증과세율 30%를 적용). 동 증여재산가액(20억원)은, 증여재산가액에 해당 증여일 전 10년 이내에 증여받은 증여재산을 포함해 계산해야 한다. 단, 상속인 또는 수유자가 아닌 자가 받은 증여재산은 빠진다. 세대를 건너뛴 상속이나 증여에 할증하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세대생략상속·증여를 해도 할증과세에서 빠지는 경우가 있다. 중간세대가 생존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의로 자녀를 제외하고 직계비속이 증여받는 경우에 적용돼 대습상속이나 증여자의 최근친(最近親)인 직계비속이 사망해 그 사망자의 최근친인 직계비속이 증여받은 경우도 빠진다. 대습상속이란 본래 상속인이 될 직계비속 또는 형제자매가 항속개시 전에 사망하거나 상속결격자가 된 경우 그 직계비속이 사망하거나 결격된 자의 순위에 갈음해 상속인이 되는 제도를 말한다. 이는 상속권을 잃은 상속인의 직계비속과 배우자가 피대습자의 권리를 승계하는 것이 아니고, 자기 고유의 권리로 직접 재산적 지위를 승계한다는 점에서 할증과세가 적용되지 않는다. 증여자의 최근친(最近親)인 직계비속이 사망하여 그 사망자의 최근친인 직계비속이 증여받은 경우 할증과세를 적용하는 것도 같은 취지다.

관련 규정도 최근 신설됐다. 초과배당에 따른 세대 생략에 할증과세를 적용한다는 규정이다. 즉, 최대주주 등이 배당을 전부 또는 일부 포기하거나, 불균등 배당으로 인해 특수관계인이 주식 등에 비해 높은 배당을 받는 경우, 초과배당에 증여세를 과세하는 규정이 2015년 12월 15일 상증법 개정 시 신설돼, 2016년 1월 1일 이후 최초로 증여받는 것부터 적용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초과배당이익을 자녀가 아닌 직계비속이 얻는 경우, 증여세 산출세액에 30%를 가산하는 할증과세 규정이 신설돼 올해 1월 1일 이후 증여분부터 적용되고 있다.

재상속이 있으면 어떻게 될까. 정상상속과 세대생략 상속의 경우 10년 이내 재상속이 있을 때 과세상 효과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선 정상상속의 경우 10년 이내에 재상속이 이루어지면 10~100%의 단기 재상속 세액공제를 적용한다. 반면, 세대생략이전의 경우 이전 후 10년 이내에 재상속이 이루어지더라도, 단기 재상속에 세액공제가 적용될 여지가 없다. 이에 따라 가령 단기 재상속이 1년 내에 이루어지면 정상상속의 상속세 부담액이 세대생략이전의 경우보다 적다. 그러나 단기 재상속 세액공제액은 재상속기간이 늘어날수록 줄기 때문에 양자 간 세부담 차이는 점점 줄어든다. 경우에 따라서 역전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런데 세대생략상속의 경우 상속공제 한도가 줄어들게 되어 상속세액이 커질 것이므로, 단기 재상속 공제 기간의 후반부로 가면 세대생략상속의 이점이 사라질 수도 있다. 따라서 반드시 세무상 어느 쪽이 유리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 김지현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201812호 (2018.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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