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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43인의 신년 에세이] 나의 화두Ⅶ 

 

공간의 가치 | 조창환 더홈 회장


다변화되는 시대에 부합하는 가구를 찾기 위해 나는 늘 세계의 흐름과 변화에 주목한다. 가구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그 시대를 반영하는 하나의 지표라고 생각한다. 1980년대는 새로운 자재와 진보한 기술로 기계에 의한 대량 생산, 보급이 가능해진 가구 혁명기였다. 이 시대의 가구는 기계로 만든 인위적인 직선 라인과 어두운 색감이 주를 이루었고, 권위주의적인 문화를 반영하듯이 크고 장중한 느낌의 과시적인 스타일이 지배적이었다.

2000년대 후반에 들어오면서 점차 가구당 인원수는 줄고 1~2인 소규모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 가구당 인원수가 평균 2.5명으로 감소했고 1인 가구 비중이 27%에 이르면서 점차 주거 공간도 소형 평수를 선호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로 좁아진 거주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작은 사이즈의 가구들을 찾고 있다. 또 가볍고 쉽게 이동할 수 있으며 나만의 스타일로 연출할 수 있는 모듈형 가구도 인기다.

이제 집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나와 내 가족이 편안하고 쾌적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나의 취향이 담긴 공간이어야 한다. 곡선형과 밝은 색상 등 개성 있는 가구로 내 공간을 안락하게 채우고자 하며, 자신이 만족하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제품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은 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맞이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고급 가구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나는 이러한 ‘가치 소비’ 성향의 소비 패턴에 주목한다. 나뚜찌, 돌레란 외에 새로운 북유럽 브랜드를 선보일 계획이며, 더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유통 영역을 확대해 고객의 선택권을 넓혀주고자 한다. 앞으로도 새로운 니즈에 재빠르게 반응하고 시대가 원하는 조화로운 주거문화를 선도하기 위한 나의 노력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모두의 봄날 | 반원익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교 교수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 상황이 국가비상사태에 준한다고 경고했다.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장 교수는 뮈르달 상을 수상한 진보적 경제학자다. 유명한 학자의 걱정을 끌어댈 필요도 없다. 이 겨울이 어느 해보다 혹독하다는 징후는 도처에 널렸다. 온전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의 우울한 어깨에서, 차갑게 식어버린 공장 굴뚝의 검은 그을음에서, 하얗게 덮인 눈 위에서 삶과 죽음을 고민하는 수많은 가장의 깊은 주름을 외면하기 어렵다. 위기가 아닌 적이 있었느냐고 묻는다면, 그래서 이대로 좋다는 건가 정색하고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사람살이의 구석구석은 때로 경제적 수치보다 많은 것을 전한다.

4차 산업혁명은 일상을 힘겹게 이어가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추상적인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주력산업의 붕괴 앞에서 새로운 희망을 꿈꾸자고 제안하는 일은 버겁다. 하지만 걷지 않고 길을 낼 수는 없고, 모든 첫걸음에서 미래는 출발한다. 파시즘의 창궐을 피하다 스페인 국경에서 자살한 발터 벤야민은 첫발을 떼지 못하는 모든 진보의 허황함을 한탄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4차 산업 기술 역량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처져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누군가는 횃불에 불을 붙여야 하고, 그 곁에 있는 누군가는 신발 끈을 조여야 한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의 지구 점령은 무언가를 ‘함께’할 수 있는 능력에서 말미암았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대한민국의 심장을 다시 힘차게 뛰게 해야 한다. 모두의 미래가 걸렸다.

대한민국 재도약의 희망은 중견기업이다. 매출의 15%, 수출의 17%, 고용의 6%, 우리 경제에서 전체 기업의 0.1%에 불과한 중견기업이 감당하는 몫은 잠시 잊어도 좋다. 4차 산업혁명의 승패는 숫자에서 갈리지 않는다. 이전보다 더 적극적인 도전과 민첩한 변화 없이 몸집만으로 선두에 설 수는 없다. 그래서 중견기업이라고 해야 더 정확하다. 4차 산업혁명을 주창한 클라우스 슈바프도 ‘민첩한 물고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견기업이 바이오·헬스, 항공·드론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분야의 수출을 주도하게 된 요인은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와 유연성이다. 대기업과 같은 자본력이나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없이, 오랜 시간 동안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에 끼이거나 눌린 채 이뤄낸 성과다. 정도전, 루터, 크롬웰, 로베스피에르, 레닌이 그랬다. 혁명은 이런 사람들이 만든다.

중견기업은 해법이지만 해답은 아니다. 기업의 활력은 국민의 풍요와 모든 세대의 고른 행복으로 이어져야 한다. 마침내 그 날을 꿈꿔야 한다. 비합리적인 이념과 관습의 잣대로 서로를 짓누르는 행태를 지양하고 함께 신명 나는 공간을 일궈내야 한다. 국민 삶의 터전이자 장기적인 국가 안정성의 토대인 경제를 이끄는 기업과 사회의 불신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기업가정신을 높이고 사회 전반의 혁신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겨울이 지나면 반드시 봄은 올 테지만, 그 봄의 온기를 더하는 일은 사람의 몫이다.

글로벌 무대 | 이한주 스파크랩·베스핀글로벌 대표


2018년을 가장 뜨겁게 달군 단어가 있다면 단연 4차 산업혁명, 즉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이다. 올해는 지난해에 이어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의 속도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레거시 IT의 대표 주자였던 IBM과 HP, 오라클은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의 속도에 적응하지 못하다가 이제는 아무리 애를 써도 도저히 격차를 따라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은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아직 도약대에 서 있지만 지난 2년간 베스핀글로벌의 길이 실마리를 제시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글로벌 B2B 엔터프라이즈 IT 시장에서 존재감이 제로인 이 믿을 수 없는 현실을 깨고 싶어서 도전을 시작했다. SAP, 시스코 ,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들이 엔터프라이즈 IT로 전 세계인이 사용하는 기술을 만들어내고 시장을 석권했듯이 경쟁력 있는 기술이라면 얼마든지 글로벌 무대에서 승부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이미 AWS와 마이크로소프트 애저가 선점한 클라우드 자체보다는 거기에서 파생되는 클라우드 매니지드 서비스에 집중해서 일종의 틈새 산업을 파고들었다. 그 결과 우리는 이미 중국 거대기업 230개 기업의 클라우드 운영사업을 수주하면서 아시아에서 가장 주목받는 클라우드 매지니드 서비스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이 가속화되면서 전 세계 엔터프라이즈 IT 산업 규모는 2000조원에서 4000조원으로 비약적으로 성장세에 있다. 특히 클라우드 매니지드 서비스 시장은 무려 100조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는데 이는 AWS와 마이크로소프트 애저로 대변되는 클라우드 시장과 맞먹는 규모다. 이런 흐름에 따라 지난해 5월 포브스가 발표한 가장 혁신적인 기업 1~3위로 ServiceNow, Workday, Salesforce.com 등 클라우드 매니지드 서비스 기업이 선정됐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기업들이 탐내는 IT 인재들이 있고 외국어가 통용되고 상당한 경쟁력을 가진 소프트웨어 기업들을 갖고 있다. 방향성과 추진력만 갖춘다면 얼마든지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세계의 기업들이 사용할 수 있는 엔터프라이즈 IT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새해에는 한국의 빛나는 IT 기업들이 대기업 SI의 그늘에서 벗어나서 글로벌 시장으로 용감하게 내딛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우리도 중국을 넘어 아시아, 세계 무대로 두려움 없이 나갈 것이다.

오만 깨준 ‘공감’ |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후배 창업가를 돕겠다고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로 나선 지 10년이나 됐다. 선배라고, 더 큰 회사를 경영해봤다고, 더 오래 일해봤다고. 후배들에게 뭔가 가르쳐주고 지도할 수 있을 것 같아 덤벼들었다. 이제야 고백하지만, 사실 창업 초기엔 스타트업 경영은 뭔가 다르고 내 자신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걸 깨닫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나도 창업 병아리였던 셈이다. 그저 생존에만 매달렸다. 시간은 흘러 기억은 흐릿해지고 번지면서 왜곡돼 내 주위엔 다소 왜곡된 성공 무용담만 남았다. 후배 창업가에게 도움이 될 리 없었다.

“대표님께 뽕을 맞고 갑니다.” 최근 멘토링을 받고 돌아가는 스타트업 CEO들이 나에게 종종 던지는 말이다. 그간 막혀 있던 문제, 놓치고 있었던 상황, 근본적인 방향에서의 오류를 교정하고 정리하는 과정을 거치면 이들은 그렇게 표현하곤 했다. 그리고 1~2년 후 멘토링 결과가 그 스타트업의 성공으로 이어졌다는 감사 편지를 받기도 했다. 멘토링을 해줘도 실제 투자로 이어지긴 쉽지 않다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지만, 이런 편지를 받을 때면 기쁘고 보람을 느낀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 난 무엇이 달라졌을까. 공감 능력을 얻었다. 초창기 창업가를 도울 수 있다고 믿었을 때는 사실 후배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의 상황과 시각에서 보지 못했고, 멘토링은 내 경험과 지식을 중심으로 진행됐고, 후배들도 같은 상황에 처했으리라 지레 짐작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초기 창업가들이 겪는 상황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멘토 역할을 해달라며 찾아왔지만, 그들에게선 차마 말하기 힘들었던 고민과 열망이 조금씩 느껴졌다. 이때 그들과 공감하면서 진짜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눈이 열린 것 같다.

이젠 ‘알면 공감하고 공감하면 더 안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세상 이치도 비슷하지 않은가. 노인은 청년에 공감하고, 남성은 여성에 공감하고, 기업가는 직장인의 애환에 공감하고, 부모는 자녀에 공감하면 이 사회엔 분열된 미움과 분노보다 사랑이 넘치지 않을까.

‘OVER THE DREAM’ | 손창현 OTD 대표


2018년은 OTD 대표로서도 회사 차원에서도 많은 변화와 새로운 시도가 있었던 유의미한 해였다. 올해로 설립한 지 불과 4년 차인데 운이 좋아 감사하게도 빠른 성장으로 좋은 성과들을 이루고 있다. 손에 꼽을 정도의 구성원과 함께 사업을 시작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불과 1년 만에 임직원 수가 2배 이상 늘어났고, 기존에 주력했던 F&B 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사업을 확장해 선보인 플랫폼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금까지 경험이 전혀 없었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다 보니 여러모로 힘든 부분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미래를 믿고 같이 힘써준 임직원들 덕분에 훌륭한 성과를 이루어낼 수 있었다.

올해는 지난해 받았던 좋은 기운들을 이어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 No.1 리테일 공유 플랫폼으로 도약하고자 끊임없는 변화와 또 다른 시도들을 통해 사업을 다각화하고 공고히 하는 데 주력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OTD가 걸어온 행보를 보면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예측되거나 어떤 측면에서는 무모하다고 우려하는 시선도 많았지만 누구보다 멋지게 잘 선보여왔다고 자부한다. 회사의 규모가 커지고, 가치가 점차 높아지면서 업계에서 주목도 많이 받게 되고 그 영향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훌륭한 성과를 만들어온 인재들이 대거 영입되어 함께하게 됐다. 그래서 좀 더 큰 꿈과 비전을 공유하고 함께 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더 재미있고 의미 있는 프로젝트들을 계획 중이다. 회사 사명의 어원인 ‘OVER THE DISH’를 넘어 ‘OVER THE DREAM’을 만들어낼 수 있는 2019년이 되기를 소망한다.

201901호 (2018.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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