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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 중견기업 2세 기업인 좌담회 

“변화에 적응해야 살아남고, 살아남기 위해 스타트업과 손잡았다” 

부산=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사진 김현동 기자
부산·울산·경남을 대표하는 중견기업 2세 4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제조업 불황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동남권 벨트 대표 기업 2세들이 스타트업과 손잡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희망을 진솔하게 이야기했다.

▎지난 2월 12일 부산 선보공업에서 부울경을 대표하는 중견기업 2세 기업인 4명이 참여한 좌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박민준 기성전선 대표, 선보공업 2세 최영찬 라이트하우스 컴바인인베스트 대표, 박용진 오토닉스 대표, 강현석 현대공업 대표.
포브스코리아는 강현석(46) 현대공업 대표, 박민준(43) 기성전선 대표, 박용진(39) 오토닉스 대표, 최영찬(39) 라이트하우스컴바인인베스트(라이트하우스) 대표 등 부·울·경을 대표하는 제조 중견기업의 2세 경영자 4명을 초청해 좌담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KDB-중견기업 오픈이노베이션펀드’에 투자해 스타트업과 협업을 모색 중인 중견기업 2세들이다.

자동차용 시트패드, 헤드레스트 등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현대공업은 고 강호 창업자가 1969년 설립한 현대공업사를 전신으로 한다. 올해로 업력만 50년이 되는 울산을 대표하는 중견기업이다. 1997년 아들 강현석 대표가 현대공업에 입사하면서 가업승계를 준비했다. 2007년 현대공업 사장에 취임하면서 2세 경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강 대표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현대공업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4년 연결기준 매출 1804억원, 2017년 연결기준 매출 1766억 원을 기록했다.

1972년 박성용 회장이 부산에서 설립한 기성전선은 47년 동안 각종 절연선 및 케이블 제품 개발, 제조에 집중하고 있다. 교수를 꿈꾸면서 국책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던 아들 박민준 대표는 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9년 전 기성전선에 합류하면서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2016년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2세 경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취임 첫해인 2016년 매출 446억원을 올렸고 이듬해엔 499억원으로 끌어올려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고 박환기 회장이 1977년 설립한 국제전자는 현재의 오토닉스로 이어지고 있다. 오토닉스는 센서와 제어기기를 주력으로 하는 산업 자동화 부품 관련 제조 기업이다. 2010년 박 회장의 아들 박용진 대표가 오토닉스에 합류했다. 불의의 사고로 고인이 된 아버지를 이어 2015년 3월 오토닉스 사장에 취임하면서 2세 경영이 시작됐다. 오토닉스는 2015년 매출 1208억원을 기록했고, 2017년에는 1494억원으로 성장했다. 박 대표는 짧은 시간에 오토닉스를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매년 매출액의 12% 이상을 R&D에 투자할 정도로 기술력이 뛰어난 강소기업으로 꼽힌다.

포브스코리아는 이번 좌담회에서 제조업을 영위하는 지역 중견기업이 겪고 있는 위기의 본질, 자체적인 혁신이 어려운 이유, 스타트업과의 협업 과정과 성과 등을 들었다. 좌담회는 지난 2월 12일 부산 선보공업 회의실에서 오후 5시부터 3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좌담회가 끝난 뒤 박민준 기성전선 대표는 “이 자리에 있는 3명의 대표와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지만 그동안 알지 못했던 각자의 사연을 이번 좌담회에서 듣게 됐다”면서 “언론에 나오는 게 부담스러웠는데, 다른 분들과 고민을 공유하면서 힐링이 된 것 같다”며 웃었다.

제조업 무너지고 관광도시로 변하고 있는 부·울·경


▎박민준 기성전선 대표.
사회: 먼저 좌담회에 참석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지역 중견기업이 손잡고 펀드를 만들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모델은 한국에서 처음 있는 일입니다. 먼저 오늘 좌담회에 참석하신 분들은 최영찬 대표가 매달 진행하고 있는 ‘라운드테이블’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강현석: 한마디로 지역 제조 기업이 무척 어렵기 때문입니다. 제조 기업 대표들은 모두 절박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세상은 워낙 빠르게 변하는데, 중견기업은 이를 따라가기가 무척 어렵기 때문입니다. 매일 현장인 공장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라운드테이블 같은 모임에 참여해야만 새로운 기술의 흐름을 알게 됩니다. 또 다른 이유는 어떤 스타트업과 함께하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입니다.

박민준: 강 대표 말대로 전통 제조업은 신기술을 접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기업 대표가 가만히 앉아 있으면 시대의 변화를 따라갈 수 없습니다. 라운드테이블은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나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는 데다, 우리가 어떤 스타트업과 손잡으면 좋을까를 고민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박용진: 2015년 3월 대표에 취임했으니 이제 4년 차가 됐네요. 3년 정도 기업을 경영해보니 이미 세상은 중견기업 홀로 뭔가에 도전하기 어렵게 변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스타트업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는 신생 기업입니다. 스타트업의 장점과 중견기업의 노하우와 기술이 만난다면 새로운 혁신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회: 부·울·경이 어렵다는 분석이 많은데, 이는 조선과 자동차로 대표되는 이 지역의 산업이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실제 위기가 어느 정도입니까?

박민준: 단지 부·울·경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제조업이 기반인 경기도 안산시 같은 곳도 굉장히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부·울·경의 위기가 주목받는 이유는 한동안 이곳이 급속하게 발전해왔기 때문입니다. 부산에서 마린시트 프로젝트(부산 수영만 매립지에 조성된 주거 중심의 신도시. 부산의 부촌 중 한 곳)가 가능했고, 울산이 광역시가 된 것도 빠른 성장 덕분이었죠. 그런데 부·울·경을 지탱했던 조선·자동차 산업이 어려워지니까 좋은 인재들이 모두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부·울·경은 이제 제조 기반의 도시가 아니라 관광도시로 변하고 있는 듯합니다.

한때 부·울·경은 한국 제조업의 25%, 수출의 24%를 차지했던 지역이다. 흔히 말하는 한국의 부자 지역으로 꼽혔던 곳이다. 하지만 조선, 자동차, 부품 제조 등 기반 산업이 흔들리면서 이 지역의 호황기는 추억이 됐다. 지난해 11월 통계청이 발표한 ‘지역경제동향’을 보면 지난해 3분기 경남의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3.7% 감소했고, 부산도 15.9%나 떨어졌다. 부·울·경 전체적으로 보면 19.4%나 하락했다.

부·울·경의 위기는 또 다른 수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동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3분기 부산·울산·경남 지역 경제동향’ 고용률 자료에 따르면 전국 고용률은 61.1%인데, 부산은 55.4%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 하락했다. 울산은 58.6%, 경남이 62.1%를 기록했다. 경남의 고용률이 높은 이유는 공공서비스, 농업 및 어업 등에서 고용이 늘어난 덕분이다. 실업률도 다른 지역에 비해 높다. 2018년 3분기 전국 실업률은 3.8%였지만, 부산은 4.1%, 울산은 4.9%로 전국 실업률을 넘어섰다.

그런데도 지역 중견기업들은 제조업의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동력을 찾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18년 벤처기업정밀실태조사’에 따르면 벤처기업은 수도권(서울·인천·경기, 47.7%)과 대전지역(대전·세종·충청·강원, 24.3%)에 72%가 포진해 있다. 지역 중견기업은 벤처생태계에서 지리적으로 소외되어 있다. 2017년 말 자료에 따르면 벤처캐피털의 지역별 투자액은 서울(1조2720억원)과 인천·경기(5310억원)가 전체 투자액 2조3803억원 중 75.8%를 차지한다. 지역 중견기업이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는 것이다.

지역 중견기업 자체 혁신이 어려운 이유


▎강현석 현대공업 대표.
사회: 부·울·경의 제조 기업들이 공동으로 스타트업 투자에 나선 것은 제조업의 위기와 함께 이를 극복한 내부 혁신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박용진: 박민준 대표 말대로 인재가 부족한 게 가장 큰 어려움인 것 같습니다. 오토닉스는 공장 자동화 분야 기업이기 때문에 데이터, 통신, 인공지능 등 최신 기술을 도입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런 인력을 뽑고 싶어도 대부분 수도권에 있다는 것입니다. 부산에서만 사업을 하면 정보력도 뒤떨어집니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 마곡에 R&D 센터를 짓고 있습니다. 부산과 송도 등에 흩어져 있는 기술개발 인력을 한곳에 모아 시너지 효과를 내려고 합니다.

강현석: 마곡에 R&D 센터를 준비하고 있군요.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네요.

박용진: 내년에 완공 예정인데 지하 3층, 지하 9층 규모 건물입니다. 50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제가 대표에 취임한 이후 가장 큰 투자입니다. 반대가 많았는데, 도전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강현석: 박용진 대표의 말처럼 지역 중견기업은 지금까지 일해온 방식을 버려야 할 때입니다. 저도 그 점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현대공업은 그동안 좋은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성을 향상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런데 사회 패러다임이 바뀌어 제조 기반 기업도 아이디어와 IT를 결합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그런 도전을 하려면 인재가 필요한데, 인재를 찾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또 지역 중견기업은 현실적으로 자체 혁신을 하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수 있는 여력이 없습니다. 현대공업은 자동차 부품을 제조하는 기업인데, 그동안 우리의 업에만 집중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보려고 임직원과 머리를 맞대보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독특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습니다. 일례로 베개 사업에 도전을 해봤는데 잘 안 됐습니다. 우리가 그쪽 시장을 잘 모르고, 업의 형태가 다르니까요.

박민준: 지역 중견기업은 본업에만 집중해도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우리의 강점은 제조 기술이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스타트업과 손잡은 것입니다.

박용진: 오토닉스의 전체 임직원은 해외까지 포함해 1400여 명입니다. 국내에는 800여 명이 근무하는데, 이중 연구원이 180여 명입니다. 꽤 많은 숫자입니다. 클라이언트가 요구하는 기술이 많기 때문에 이를 소화하려면 R&D 인력 비율이 높아야 합니다. 그나마 우리는 연구 인력을 확보해 자체적으로 혁신에 도전하고 있지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의 전자기술을 바이오와 융합하면 새로운 분야에 진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너무 어렵습니다. 바이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이죠. 이런 어려움 때문에 스타트업과 협업해서 기업의 혁신을 추구하려는 것입니다. 물론 스타트업과 협업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닙니다.

강현석: 맞습니다. 스타트업과 협업해 성과를 내려면 상당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우리는 만들기를 잘하고, 스타트업은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스타트업의 장점은 아이디어와 실행력이지만, 이를 사업화하는 데는 약점이 있습니다. 이런 장단점이 있기에 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이 조화를 이뤄야 협업이 가능합니다.

박민준: 스타트업의 기술을 현장에 접목하면 우리에게 너무 과하거나 평범한 기술인 경우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스타트업과의 협업은 지역 중견기업에 좋은 기회를 만들어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최영찬: 박민준 대표님 이야기대로 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의 협업 성과가 곧 나올 것입니다. 올 하반기에는 몇몇 프로젝트에서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대표님들의 이야기처럼 스타트업과 중견기업의 협업을 중간에서 조율하다 보니 그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중견기업 대표와 스타트업 대표 간 융합도 필요하더군요. 여기에 두 기업의 임직원이 한 팀처럼 일할 수 있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사회: 한국에서 처음으로 중견기업연합 펀드를 결성했습니다. 다들 자존심이 센 중견기업 경영자들인데 어떻게 최영찬 대표와 손잡게 됐나요?

강현석: 저는 최 대표가 결성한 엔젤클럽에는 참여하지 않고, 라이트하우스컴바인인베스트 설립 때부터 참여했습니다. 최(영찬) 대표를 잘 알지 못했는데 울산의 한 중견기업 대표가 만나보라고 소개해줬어요. 몇 번 만나보니까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더군요. 최 대표 인상이 무척 좋다는 것도 손잡은 이유입니다.(웃음) 최 대표에 대해 알아보니 당시 몇몇 중견기업 대표와 스터디를 하고 있더군요. 중견기업연합 펀드를 준비 중이라고 해서 고민 끝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사실 저는 2015년부터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보기 위해 모터쇼나 유아용품 전시회 등 다양한 전시회를 찾아다녔습니다. 여러 전시회에 다니면서 느낀 게 있습니다. 모든 전시회 구성이 같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유모차가 있다면 노인들을 위한 보행차가 있는 식입니다. 혁신을 위한 새로운 아이템을 찾는 게 무척 어려웠어요. 그러다가 최영찬 대표를 만났고, 스타트업을 통해서 혁신을 해보는 게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현대자동차도 협력사가 스타트업과 협업하는 것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과 중견기업 장점 잘 어우러져야 성과 나와


▎최영찬 라이트하우스컴바인인베스트 대표.
박용진: 최 대표가 저를 찾아왔습니다. 아무래도 오토닉스의 업이 전자 쪽이다 보니까 스타트업과 협업이 잘 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 같습니다. 최 대표가 펀드 결성 제안을 했을 때 취지가 좋다고 판단했지만 금액이 너무 커서 처음에는 투자를 거절했습니다.(웃음) 다른 대표들도 투자를 결정하는 데 고민을 많이 했을 겁니다. 투자를 결정한 것은 최 대표를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최 대표의 말투나 행동을 보고 믿어도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박민준: 저는 박용진 대표와 오랫동안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박 대표가 중학교 후배거든요. 둘이 만나면 커피 마시면서 2~3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친합니다. 둘이 회사 이야기를 하면 그렇게 시간이 잘 가요.(웃음) 어느 날 박 대표가 최 대표를 소개해줬어요. 대다수의 중견기업 2세는 자신만의 일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최 대표가 그 도전을 하고 있었죠. 최 대표의 행보가 너무 신선했습니다. 기업가의 꿈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고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합류하게 됐습니다. 특히 최 대표의 아버님인 최금식 선보공업 회장은 지역에서 존경받는 기업인입니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 교육받은 아들은 어떤지 궁금했는데 최 대표를 볼 때마다 훌륭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중견기업 2세가 가질 수 있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게 부럽습니다. 최 대표는 말이 아니라 행동과 실천으로 우리를 믿게 했습니다. 그게 최 대표의 장점 같습니다.

강현석: 지역 중견기업 대표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여기까지 온 것은 최 대표 덕분입니다. 상상만 했던 것을 현실로 만들어낸 실행력이 최 대표의 장점입니다. 제가 상상했던 것 이상입니다. 저는 국내 스타트업과 협업을 하고자 투자했는데, 최 대표는 또 다른 도전으로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해외 스타트업과의 협업이 그렇습니다. 최 대표가 해외에 사무실을 내고 해외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것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최영찬: 과찬입니다.(웃음) 저는 오히려 우리 대표님들을 보면서 많이 놀라고 있습니다. 중견기업을 경영하는 분들이라서 그런지 짧은 시간에 사람을 파악하거나 공장에 가서 짧은 시간에 본질을 통찰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해주는 조언 한마디 한마디가 무척 소중합니다. 대표님들이 저를 칭찬했지만 제가 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제가 부족한 부분을 대표님들이 채워주고 있습니다. 지역 중견기업이 수십억원을 투자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를 믿고 맡겼다는 점에서 책임감이 무척 큽니다. 대표님들의 사업에 시너지 효과를 줄 수 있는 것을 고민하다가 해외에서 기회를 찾은 것입니다. 제 역할은 스타트업과 중견기업이 협업해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사회: 모임을 결성하는 것도 어렵지만, 운용은 더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바쁜 경영자들의 모임은 특히 더 힘든 법인데, 부·울·경 2세 경영인들의 모임이 이렇게 잘되는 이유는 뭘까요?

강현석: 최 대표가 중심을 잘 잡고 있다는 점이 중견기업연합이 지속되는 동력입니다. 다들 자존심이 강한 중견기업 대표자가 15명이나 모여 있지만, 최 대표 덕분에 선택하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없습니다.

박민준: 강 대표님 이야기대로 다른 경영자 모임이 이렇게 잘 진행되는 예가 없습니다. 우리가 주목을 받는 이유도 그런 점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우리의 노력이 다른 지역의 중견기업 대표들에게 좋은 사례로 전달됐으면 합니다.

최영찬: 펀드를 결성하고 라이트하우스를 운영할 때 외부의 우려가 많았습니다. 인정받는 중견기업 2·3세 15명이 모였으니 각자의 주장만 나올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었죠. 그런데 외부에서 생각한 단점이 실제로는 장점이었습니다. 다들 각 분야의 전문가이다 보니 협업을 고민하는 스타트업에 대한 평가가 정확하거든요. 각자의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서로 인정해주니까 스타트업 투자를 결정할 때 잡음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서로를 믿는 신뢰감이 기본으로 있으니까 가능한 일이죠.

박민준: 중견기업연합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서로에 대한 신뢰는 최 대표가 만들었습니다. 최 대표는 자신에 대한 신뢰감을 스스로 만들고 보여줬어요. 박용진 대표도 중견기업연합에 참여한 대표들이 융합되도록 잘 챙겼습니다. 동갑내기인 최 대표와 박 대표가 서로 신뢰하는 파트너로서 열심히 일하니까 다른 대표들도 믿고 맡기는 것 같습니다.


▎박용진 오토닉스 대표.
최영찬: 중견기업 오픈이노베이션펀드에 참여할 중견기업 2·3세를 선정할 때도 확고한 기준이 있었습니다. 기업이 튼튼해야 하고, 진취적인 마인드와 좋은 인성을 가진 대표에게만 함께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런 기준이 없으면 중견기업연합이 잘 운영되기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사회: 긴 시간 고생하셨습니다. 올해 목표를 듣고 싶습니다.

박민준: 3년 후면 기성전선 설립 50주년이 됩니다. 우리 임직원에게 앞으로 3년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벤처기업으로 시작했고 이만큼 성장했지만 앞으로 공룡 화석이 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빅 컴퍼니(Big Company)’보다 ‘굿 컴퍼니(Good Company)’를 만들고 싶습니다.

강현석: 올해 안에 스타트업과 협업해서 성과를 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품화가 진행되는 프로젝트를 만들 계획입니다. 그런 노력이 현대공업을 변화시키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박용진: 그동안 다양한 투자를 해왔는데 올해 결실을 얻었으면 합니다. 내년에는 마곡 R&D 센터가 완공됩니다. 경기가 좋지 않지만 매년 매출 12% 이상을 R&D에 투자하지 않으면 오토닉스의 미래가 없습니다. 올해는 오토닉스의 내실을 다지고 다양한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최영찬: 중견기업연합 펀드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울·경 중견기업을 위해서라도 스타트업과의 협업에서 성과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만일 성과가 좋다면 외부 환경과 상관없이 지역 중견기업이 자체적인 혁신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1903호 (2019.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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