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쓰레기나 못 쓰는 유아용품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한 커스터마이징 작업. 우주를 표현한 이 공간은 아이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Cosmic Cavern, 2018 Dimensions dependent on the space, ⓒKenny Scharf 2018, Image courtesy the artist and Honor Fraser Gallery, Photo LOTTE Museum / 사진:롯데뮤지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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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란 표정의 대형 피규어가 반기고 클럽을 연상하게 하는 미러볼 조명이 흥을 돋운다. 핑크색 뭉게구름으로 표현한 테이블, 도넛과 핫도그는 우주선이 돼서 그림 밖으로 튀어나올 듯하다. 로봇청소기가 무표정한 눈빛으로 전시장 바닥을 유유히 지나간다. 태극기를 익살스럽게 표현한 거대한 벽화는 작가가 한국에 와서 직접 그렸다. 키스 해링의 친구이자 팝아트의 거장 케니 샤프(Kenny Scharf)의 전시다. 롯데뮤지엄은 케니 샤프 기획전을 아시아 최대 규모로 열었다. 2월 11일 찾은 롯데뮤지엄은 평일인데도 꽤 많은 관람객으로 붐볐다. 강렬하고 밝은 색깔이 즐거운 음악과 어우러져 놀이공원에 온 듯한 느낌이다. 1320㎡(400여 평) 규모 전시관을 시원시원하게 채운 케니 샤프의 작품 100여 점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화 속 공간에 와 있는 듯 즐거운 상상력을 자극한다. 지난해 10월엔 케니 샤프가 롯데월드타워 광장에서 직접 SUV 차량에 아트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행사도 진행했다.
2018년 1월 개관한 롯데뮤지엄의 목표는 적중했다. 바로 ‘대중에게 친근한 컨템퍼러리 미술관’이다. 롯데뮤지엄은 일반인들에게 자칫 난해하고 어려울 수 있는 세계 현대미술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탄생했다. 1320㎡ 규모로 설립된 롯데뮤지엄은 수준 높은 전시와 관객 친화 프로그램을 새로운 시각으로 접목했다.
▎입구에서 만날 수 있는 ‘실버팩토리’. 아트숍과 석촌호수 전경이 보이는 카페가 있다. / 사진:롯데뮤지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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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눈에 띄는 건 위치다. 글로벌 유통 그룹답게 소비자들을 겨냥한 동선 전략도 돋보인다. 제2롯데월드타워 7층에 자리한 롯데뮤지엄은 롯데월드몰 스카이 전망대를 가까이에 두고 있고, 고급 식당가와도 호흡을 같이한다. 롯데백화점과 연결돼 있어 소비자들의 접근성도 좋다. 전체 채광으로 석촌호수 전경이 보이는 카페와 팝업스토어로 입구부터 밝은 분위기를 이끈다.전시관이 추구하는 가치는 ‘재미’다. 롯데뮤지엄은 예술의 위엄이나 권위를 과감히 벗어 던지는 데 주력한다. 1년간 세계 미술사에 획을 그은 거장들의 전시도 넓은 전시 공간과 관람객 체험으로 전 연령층의 오감을 만족시켰다. 빛을 예술로 승화한 미니멀리즘의 거장 댄 플래빈(Dan Flavin)을 시작으로, 현대 초상 회화의 스타일을 정립한 알렉스 카츠(Alex Katz),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 공상과학만화 캐릭터를 예술로 만든 케니 샤프의 전시로 이어졌다. 모두 예술과 대중성을 결합했다. 전시 작품 옆 QR코드, 체험 형 작품 등 전시 기획에 새로운 기법을 도입했다.
재미는 관람 후에도 이어진다. 미술관에서 즐기는 파티인 [뮤지엄나이트]는 정적인 미술관에서 공연과 파티 문화를 제공한다. 전시 작품 콘셉트에 따라 힙합, 피아노 연주, 플라멩코 댄스 등 다양한 공연으로 젊은 관람객의 취향을 충족했다. 패션, 음악, 건축 등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작품을 해설하는 특별 도슨트를 신설해 누구나 자신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감상할 수 있다는 발상을 실현했다.
▎롯데 뮤지엄 로비. 풍선 인형 안에 들어갈 수 있도록 제작했다. / 사진:롯데뮤지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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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뮤지엄은 오는 4월 프라다의 아트디렉터 활동으로 화제를 부른 젊은 작가 제임스 진의 [제임스 진, 끝없는 여정]을 개최한다. 이번엔 세계 최대 규모다. 다양한 시도를 멈추지 않는 기획력을 자랑하는 롯데뮤지엄이 어떤 이벤트로 관람객을 맞이할지 기대된다.-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