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박은주의 '세계의 컬렉터'] WILLIAM LIM 

예술과 건축의 불가분의 관계 

3월, 7회를 맞는 홍콩 바젤아트페어를 앞두고 M+ Museum이 같은 시기에 개관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M+ Museum은 스위스 컬렉터 울리 시그(Uli Sigg)가 홍콩 정부에 개인 소장품 1500점을 기증한 후 국제 공모전에서 당선된 스위스 건축가 헤르조그와 드뫼롱(Herzog & de Meuron)이 설계했다. 2001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대표작은 테이트 모던과 비트라하우스 등이다. 40만㎡ 규모 부지에 28억 달러를 들여 홍콩 서구룡문화지구에 우뚝 서게 될 박물관은 개관 전부터 예술 애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William LIM © Photo by Terry Tam.
컬렉터와 건축가의 밀접한 관계는 수 세기 전부터 이어오고 있다. 20세기에는 대표적으로 마티스, 피카소, 세잔 등 작품을 소장했던 미국인 스타인 가족과 스위스 컬렉터 라 로슈(Raoul Albert La Roche), 프랑스 사부아(Savoye) 부부의 의뢰를 받아 그들의 개인 빌라를 완공했던 르 코르뷔지에가 떠오른다. 21세기 건축가 프랑크 게리는 루이비통 재단을 완공해 베르나 아르노 회장의 평생의 꿈을 이루어주었고, 안도 다다오도 프랑수아피노 회장의 원대한 포부를 푼타델라도가나, 팔라초 그라지, 프랑수아 피노 재단 등을 통해 펼치고 있다.

수집가들에게 컬렉션은 그들이 생존하고 있는 동시대의 세계를 이해하는 그들만의 방식이다. 이런 관점에서 수집가들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은 통찰해야 하는 현실의 문제들과 징후들에 대한 증상이나 입장을 표현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자신의 소장품을 동시대 건축가들이 완성한 공간에서 감상하려는 욕구는 그들에게는 지극히 당연하다. 왜냐하면 그 수집가들이 선택한 건축가들도 같은 비전을 갖고 있거나 오히려 더 광범하고 예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몇몇 건축가는 그들 스스로 아트 컬렉션을 열정적으로 이어나가기도 한다. 건축가이자 컬렉터인 영국의 존 손 경(Sir John Soane, 1753~1827)이 대표적이다.


▎Lam Tung Pang, The Huge Mountain, 2011, Ink, Charcoal, pencil, acrylic andimage-transferred on plywood, 300×500㎝ © photographer Lam Tung Pang.
해마다 10만 명이 넘는 관람자를 맞는 존 손 경의 소장품을 공개하는 Sir John Soane’s Museum은 원래는 링컨즈 인 필드(Lincoln’s Inn Fields)에 자리했던 그의 집이었다. 존 손 경은 당시 가장 진보적인 건축가였다. 그는 평생 동안 수많은 여행을 하며 친구들과 전문가들을 만나 윌리엄 호가스(William Hogarth)와 터너(Turner) 등의 페인팅을 포함해 그리스, 로마, 고대 이집트의 유물들, 중국 도자기들을 수집했다. 그 밖에도 그의 취향과 관심을 보여주는 방대한 양의 드로잉, 시계, 가구, 보석 등이 있다. 생전에 그는 이미 자신의 수집품이 교육적으로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는 훌륭한 소재가 되길 바랐다. 결국 1833년 존 손 경은 영국 의회와 협약해 ‘아마추어, 회화, 조각, 건축가의 이익을 위해’ 모든 소장품과 건축물을 전시하는 공공 박물관으로 개관했다. 최근 영국 의회는 건물 일부를 복원하고 전시 갤러리와 행사장의 탄력성 있는 공간을 재창조하기 위해 700만 파운드(약 102억원)를 들여 대형 프로젝트를 마쳤다. 18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그의 소장품과 건축물은 대중에게 끊임없는 영감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갤러리 타워를 예상한 설계


▎Lee Kit, When I see a facelike you, 2012, acrylic, emulsion paint and inkjetink on acid-free board, acrylic on fabric, readymade objectsYardley, painting: 65×68㎝ hand-painted cloth: 90×70㎝ © photographer Lee Kit
홍콩 건축가 윌리엄 림은 아드리안 청과 함께 홍콩을 대표하는 컬렉터다. 센트럴 갤러리 지구에 있는 고층빌딩, 페더 빌딩과 H Queen’s에는 국제적으로 저명한 대형 갤러리들이 성업 중이다. 두 건물의 다른 점은 페더 빌딩은 기존 건물에 가고시안 갤러리, 사이몬 리 갤러리, 레만 머핀 갤러리, 벤 브라운 갤러리, 펄램 갤러리 등 상업 갤러리들이 점차 모이면서 유명해졌지만 H Queen’s는 윌리엄 림의 세밀한 설계 이후 갤러리와 옥션 회사, 레스토랑, 아트 숍 등이 들어섰다는 점이다. 즉 이미 홍콩이라는 특별한 도시에 맞는 전형적인 갤러리 타워를 예상한 설계였다. 건축가의 아이디어를 빌딩 오너가 적극적으로 수용한 훌륭한 사례다. 그중 Hauser&Wirth, David Zwirner 갤러리처럼 한 갤러리 내에서 2층 구조를 가지는 경우도 예외적으로 준비했다. 갤러리 입장에서는 아래위 층을 나누어 성격을 다르게 전시할 수 있고 관람자 입장에서는 마치 박물관 관람을 하듯이 더 심층적인 관람을 할 수 있어서 효율적이다. 그 밖에 펄램 갤러리, 탕 컨템퍼러리 아트, 화이트 스톤 갤러리, 패이스 갤러리, 갤러리 오라오라와 서울 옥션 하우스가 자리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예술과 라이프스타일이 한 타워 안에서 융합되는 H Queen’s를 설계한 윌리엄 림은 홍콩에서는 완차이 지구에 있는 홍콩 아트센터에 사무실 CL3 Architects를 두고 있고 중국에서는 상하이, 베이징, 선전에 사무실에 있다. 그 밖에 윌리엄 림이 설계한 건축물로는 홍콩 EAST Hotel, 방콕 Gaysorn Plaza 2, 싱가포르 Marina Bay Sands 인테리어 등이다. 자신의 개인 컬렉션을 위한 또 다른 스튜디오는 웡척항에 두고 있다. 해마다 홍콩 바젤아트페어와 협력하여 자신의 공간을 전 세계 컬렉터들에게 공유하고 있는데 전체 컬렉션 중 단 5%만 전시되고 나머지 작품은 수장고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웡척항에는 인더스트리얼 빌딩이 즐비하다. 처음 가보는 사람들은 입구에 화물차 전용 주차장이 대부분이라서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특별한 이곳에서 혼란스러워한다. 윌리엄 림은 웡척항의 발전을 확신하고 있으며 지금도 이미 갤러리 지역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한다. 이미 높아져가는 월세 때문에 새로운 갤러리 타운으로 이주하려는 갤러리들도 있다고 했다.


▎Samson Young, Liquid Borders 1, 2012, Sound installation, score (watercolor and ink on paper)/ (whenshowing as entire serie, graphicalnotation, sound composition,annotated cartography), 11’30” loop (Sound); 32×43×㎝ (setof 3) (Score)the box approximately 145×42×5㎝ © photographer Samson Young.
홍콩에서 홍콩 작가들을 발견할 수 있는 특별한 박물관이나 아트센터는 많지 않다. 대부분 갤러리가 홍콩 작가라기보다는 홍콩 작가들을 포함한 중국 작가들, 국적과 상관없는 실력 있는 작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현지 컬렉터이며 전 세계를 여행하며 건축과 예술을 심층적으로 연구하는 윌리엄 림의 소장품을 본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었다. 그중에는 한국 이불 작가와 양혜규 작가의 작품이 있었는데 다분히 건축적이며 디자인이 뛰어난 작품들이었다. 그는 서울에서 열린 이불 전시에서 대형 작품을 보고 감동받았고 같은 시리즈의 작은 작품을 뉴욕에서 발견해 소장하게 됐다. 윌리엄은 건축가로서 늘 사용하는 건축과 인테리어 자재들이 이불의 작품 속에 모두 드러나 있어 특별히 애정을 갖고 있다. 스튜디오에서 대충 보아도 약 80점이 눈에 들어왔다.

아시아와 서양 작가들의 컨템퍼러리 작품 외에도 시대와 문명을 달리하는 고가구들과 골동품들이 섞여 있었다. 그는 갤러리와 아틀리에에서 구입한 작품들과 여행 중 구입한 오브제들을 함께 전시하는 독특함을 보여주었는데 이는 예술의 범위는 경계와 제한이 없다는 그의 사고를 담았다. 80여 점 작품 속에 윌리엄의 작품이 곳곳에 전시되어 있어 흥미로웠다. 그는 자신이 소장한 몇 작품의 해석을 자신이 스스로 제작한 작품으로 대응했다. 특히 나무 책상 위에 오브제들과 그 오브제를 그려 넣은 Artist’s Table에서 그가 건축가로서 데생에 매우 뛰어난 실력을 가졌다는 것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윌리엄 림은 어린 시절부터 드로잉과 늘 함께했다. 말레이시아에서 많은 프로젝트를 개발했던 아버지는 문짝을 스케치하거나 건축적인 디테일을 그리는 기술을 연마시키며 아들을 건축가의 길로 이끌었다. 후에 건축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은 미국의 코넬 대학에서 건축가로 필수적인 영역인 사진을 빠르게 익혀 드로잉과 사진은 윌리엄에게 마치 화가의 붓과 팔레트 역할을 했다.

소장품으로 건축가들에게 영감 불어넣어


▎H Queen’s. exterior view from stanley street © Cl3 Architects limited
학업을 마치고 진정한 세상에 들어가 작업하고 가정을 꾸리면서 예술과 건축의 연결고리를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그런 와중에 그가 발견한 사실은 그에게 건축을 의뢰했던 개발자들은 모두 예술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보스턴 디자인 센터 프로젝트를 마쳤을 때 그들이 로댕의 조각을 설치하는 것을 보고 예술과 건축이 불가분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림을 그릴 때의 섬세한 감성과 그리고 본다는 그의 취미는 그를 예술적으로 성숙하게 했다. 성인이 된 지금도 여행을 가면 건축물과 함께 늘 그 나라 그 지방의 갤러리, 박물관, 아트센터를 둘러본다. 그것은 그의 눈앞에 보이는 것 안에 드러나지 않은 내면의 세계를 보는 것과 같았다. 윌리엄 림에게 홍콩은 매우 매력 있는 국제적 도시다. 유리로 된 초대형 고층건물 뒷길에는 골동품 시장, 영국 식민지 시대부터 존재하는 작은 찻집, 한 평 남짓한 이용실, 역사 깊은 사찰 등이 있다. 이 도시는 벼룩시장이 모여 있는 파리 클리낭크루 지역과 딴판이다. 홍콩은 특별한 세금 환경뿐 아니라 국제적인 무역도시이며 중국과 탄력 있는 정치로 자유를 만끽하며 생활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스스로 중국이라고 하면서도 중국과 다른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William liM studio © Cl3 Architects limited Photo by nirut Benjabanpot
윌리엄은 르 코르뷔지에의 기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그 안에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을 창조하고 있다. 르 코르뷔지에가 공간에 조화를 이루는 색을 부여했듯이 윌리엄도 그 공간에 가장 효율적인 색을 선택하는 데 늘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그의 소장품들은 건축가에게 매일매일 새로운 영감을 부여해주고 있다. H Queen’s는 예술과 건축을 결합하려는 윌리엄의 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윌리엄은 수상작 건축 프로젝트를 설립하고, 아트 컬렉션을 확장하면서 홍콩의 젊은 작가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 박은주는… 박은주는 1997년부터 파리에서 거주, 활동하고 있다. 파리의 예술사 국립 에콜(GRETA)에서 예술사를, IESA(LA GRANDE ECOLE DES METIERS DE LA CULTURE ET DU MARCHE DE L’ART)에서 미술시장과 컨템퍼러리 아트를 전공했다. 파리 드루오 경매장(Drouot)과 여러 갤러리에서 현장 경험을 쌓으며 유럽의 저명한 컨설턴트들의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2008년부터 서울과 파리에서 전시 기획자로 활동하는 한편 유럽 예술가들의 에이전트도 겸하고 있다. 2010년부터 아트 프라이스 등 예술 잡지의 저널리스트로서 예술가와 전시 평론을 이어오고 있다. 박은주는 한국과 유럽 컬렉터들의 기호를 살펴 작품을 선별해주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201903호 (2019.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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