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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에서 열린 ‘소셜 밸류 세션’ 지상 중계 

“소셜 밸류, 기업의 이익과 사회적 영향력을 함께 증가시킨다” 

다보스(스위스)=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 기간 중 특별한 세션이 마련됐다. SK와 보스턴컨설팅그룹이 함께 주최한 ‘소셜 밸류’ 세션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한 소셜 밸류의 현재와 미래를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SK와 보스턴컨설팅 그룹이 함께 주최한 소셜 밸류 세션에 세계적인 석학과 글로벌 기업인들이 참여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왼쪽부터) 조 케이저 지멘스 대표, 최태원 SK그룹 회장, 케빈 루 파트너스그룹 아시아 회장, 조지 세라핌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 / 사진: SK 그룹
“(스위스 다보스에서) ‘소셜 밸류’에 관해 패널 토론을 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소셜 밸류에 대한) 전통이 시작된 것이고, 토론장은 점점 더 커지고 관객들의 참여도 늘어날 것이다.”

한스 파울 뷔르크너(Hans-Paul Bürkner) 보스턴컨설팅그룹(BCG) 회장의 말이다. 지난 1월 24일(현지 시간) 스위스 다보스에 있는 슈타이겐베르그 그랜드 호텔 벨베데레의 한 회의실에서 독특한 토론회가 열렸다. 다보스포럼 기간에는 다양한 주제의 토론회가 열리지만, 뷔르크너 회장의 말대로 ‘기업의 소셜 밸류’에 대한 토론회가 열린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마련된 50여 석이 모두 채워질 정도로 주목받은 특별한 세션이었다. “기업이 생존하고 혁신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이익과 함께 소셜 밸류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주장을 전문가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였다. 본지가 1시간 30분 동안 열린 ‘소셜 밸류 세션’을 지상 중계하는 이유다. ‘소셜 밸류(Social Value)’는 보통 ‘사회적 가치’로 해석할 수 있다. 최 회장은 소셜 밸류를 좀 더 폭넓은 의미로 사용하기 때문에 소셜 밸류를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한다.

이번 세션은 SK와 보스턴컨설팅그룹이 함께 개최했다. 최태원 회장과 조지 세라핌(George Serafeim)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 케빈 루(Kevin Lu) 파트너스 그룹 아시아 회장, 조 케이서(Joe Kaeser) 지멘스 대표가 패널로 참석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소셜 임팩트 분야의 글로벌 리더를 맡고 있는 웬디 우즈(Wendy Woods)가 패널 토론 진행을 맡았다. 최 회장은 패널 토론에서 SK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소셜 밸류 프로젝트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최 회장이 몇 년 전부터 주장했던 소셜 밸류가 구체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소셜 밸류 세션은 뷔르크너 보스턴컨설팅그룹 회장의 축사로 시작됐다. 패널의 의견 중 중요한 내용을 정리해 지면에 게재한다.

세라핌 교수, 기업의 사회적 역할 강조

뷔르크너 회장은 최 회장이 주장하는 기업의 소셜 밸류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몇 년 전부터 여러 분야에서 기업의 사회적 영향(societal impact of companies)을 연구하고 있고, 성과를 지켜보고 있다”면서 “사회적인 영향력이 높은 기업은 소비재나 헬스케어 등의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뷔르크너 회장의 축사가 끝난 후 조지 세라핌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가 연단에 서서 20여 분 동안 강연했다. 세라핌 교수는 MBA 과정에서 ‘자본주의의 재구성(Reimagining Capitalism)’이라는 과정을 가르치고 있다. 그의 연구 저서는 60여 개 국가에서 발행됐고, 소셜 사이언스 리서치 네트워크는 그를 세계 1만2000명 경영 관련 저자 중 가장 인기 있는 20명 중 한 사람으로 선정했다. 세라핌 교수는 ESG 투자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전문가로 꼽힌다. ESG 투자란 환경(Environment)·사회책임(Social Responsibility)·지배구조(Governance) 규범을 준수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전략이다. 최태원 회장이 강조하는 소셜 밸류와 일맥상통하는 투자 전략이다.

조지 세라핌 교수는 다양한 그래프를 보여주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기업 경영은 소셜 밸류를 찾아야 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면서 “기업의 사회적 영향을 넓히는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다. 그 방향으로 기업 경영을 전환하려면 새로운 경영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또 “이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많은 장애물과 기득권을 이겨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사회 변화의 중심에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유저,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이 만들어내는 정보의 공유와 글로벌 커뮤니티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국경이라는 장벽을 없앴고, 의사소통의 한계를 이겨냈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로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경영이 투명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2011년부터 2017년까지 글로벌 100대 기업은 사회적 영향력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다”면서 “기업은 사회에서 어떤 경영을 펼쳐야 하는지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 “다양한 연구 결과를 보면 변화하는 기업은 3가지 특징을 보인다”면서 “이사회가 사회적 가치 창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고, 소셜 밸류에 관한 데이터와 정책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라핌 교수는 강연에서 변화된 사회에서 기업이 성과를 높이고 혁신을 하려면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중심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역할을 중심에 놓는 기업이 성과가 높기 때문이다. 세라핌 교수는 “12년 동안 이 분야를 연구하며 많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기업의 사회적 역할은 계속 늘어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다”고 마무리했다.

세라핌 교수의 강연이 끝난 후 최태원 회장이 직접 패널로 나선 ‘소셜 밸류 세션’이 시작됐다. 최 회장은 패널 토론에서 그동안 SK그룹 내에서 시도해온 다양한 도전을 소개했다. 기업의 경영성적을 평가할 때 소셜 밸류 점수를 50% 포함시키는 ‘더블 보텀 라인(Double Bottom Line)’, 사회적 기업의 소셜 밸류를 평가해 현금으로 인센티브를 주는 ‘소셜 프로그레스 크레디트(Social Progress Credit)’, SK그룹의 인프라를 스타트업과 공유하는 공유경제 등이 관심을 받았다. 이후 진행된 패널 토론은 최 회장이 구체화하고 있는 소셜 밸류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최 회장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패널의 발언을 정리했다.

SPC 사회적 기업가에게 도움 줘

진행자: 최태원 회장은 101개 계열사를 둔 SK그룹을 이끌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전자, 화학, 반도체 등이다. 소셜 밸류라는 개념을 경영에 도입한 기업인이다. 더블 보텀 라인을 주도하고 있는데,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뭔가?

최태원: 먼저 내 경험부터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회장이 된 지 20년이 됐다. 회장이 된 후 10년 동안은 철저하게 기업인으로 살았다. 쉽게 말해 나쁜 경영자였다.(웃음) 이후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SK가 그동안 수천억원을 CSR(기업의사회적 책임) 활동에 투자했는데, 성과는 없고 오로지 투자만 했다. 뭔가 잘못됐고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업의 이익뿐만 아니라 소셜 밸류의 가치도 함께 평가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룹 계열사를 평가할 때 기업의 이익과 소셜 밸류를 함께 넣는 ‘더블 보텀 라인’을 떠올렸다. 처음 만들었을 때는 어떤 기준도 없었다. 다만 기업의 운영 방식을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기업은 돈만 버는 곳이 아니다. 기업이 소셜 밸류를 추구하면 이익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먼저 해결해야 하는 게 그룹 구성원과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다음이 투자자와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다. 현재 그룹 계열사들의 성적을 평가할 때 기업 이익과 소셜 밸류를 각각 50%씩 나눠 계산하고 있다. 그룹 구성원과 투자자도 이런 도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더블 보텀 라인은 어느 정도 계열사들이 잘 적응하고 있다고 본다. 우리의 도전은 올해도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다.

진행자: 최 회장이 발표한 그래프를 보면 투자자 50% 이상이 소셜 밸류를 위해서 단기간의 손실을 감수한다고 했다.

케빈 루: 파트너스그룹은 (지난해) ‘PG LIFE’(유엔의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에 초점을 맞춘 투자 전략)를 론칭했다. 100여 년 동안 고민했던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사회적 임팩트를 나누기 위해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산과 인프라를 함께 공유하려는 것이다. 우리의 자산은 시장을 위한 게 아니라 사회를 위한 것이다. 다만 기업의 자산을 이용해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는지가 고민이다. 지금까지 기업이 돈을 어떻게 버느냐만 이야기했지만, 이제는 기업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이야기해야 한다. 기업은 소셜 밸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

조 케이저: 기업의 자산을 사회적 자산으로 이용하는 게 가능한가?

케빈 루: 기업 소유에 관한 철학을 묻는 질문 같다. 소유와 지배에 대한 이야기다. 만약 기업을 소유했다면 가장 좋은 소유권은 무엇일까를 고민해야 한다.

진행자: 최 회장에게 궁금한 게 있다. 소셜 밸류를 어떻게 수치화하고 측정할 수 있나?

최태원: ‘소셜 프로그레스 크레디트(Social Progress Credit, SPC)’라는 실험을 이야기하고 싶다. 몇 년 전 처음 소셜 벤처 창업가 200여 명을 초대해 그들의 소셜 밸류를 현금으로 계산하게 했다. 그들이 계산한 소셜 밸류를 현금으로 제공한 것이 시작이었다. 당시 그들이 운영하는 기업은 회계 시스템도 없는 경우가 많아서, 그들에게 회계 시스템도 제공했다. 사회적 기업 창업가들은 그들의 목표가 무엇인지, 비전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SPC를 받은 사회적 기업가들은 그들이 어느 정도의 소셜 밸류를 만들고 있는지 알게 됐다. SPC는 사회적 기업을 지속 가능하게 했다. 우리는 사회적 기업이 만들어낸 소셜 밸류의 25%를 현금으로 제공하고 있다. SPC는 사회적 기업가가 활동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평가한다.

진행자: 세라핌 교수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기업가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당신은 이 대화에서 무엇을 느끼는가?

조지 세라핌: 중요한 이야기를 들어서 즐겁다. 기업인들은 불평등 혹은 인공지능이 가져올 도전에 직면한 사회문제 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누가 먼저 나서느냐가 중요하다. 인공지능 시대가 다가올수록 사람들은 더욱 적은 수입을 얻을 것이고, 교육의 질은 나빠질 것이다. 기업은 그들의 자산을 이용해 사람들을 교육하고 다시 기술을 쌓도록 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기업도 새로운 시대의 경쟁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이 공공 분야에서 새롭게 대두될 직업일 것이다. 기업은 이제 사람들에게 더 나은 기회를 만들어주는 데 어떤 효과가 있는지, 그들이 직업을 찾을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도와줄지 등 경영의 원칙을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진행자: 혁신적인 소셜 밸류를 위해 추진하는 또 다른게 있나?

최태원: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기업처럼 SK그룹은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인프라와 자산을 필요한 사람들과 공유하려고 한다. 얼마 전 전국에 설치되어 있는 3500여 개 주유소를 개방했다. 소셜 밸류를 만들고 싶은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주유소를 이용해 뭔가를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경쟁사도 참여했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우체국도 우리와 손잡았다. 우리의 자산이 필요한 사람이나 기업에게 문을 열어줄 것이다. 교육 공간으로 사용하든, 아니면 공공 서비스 공간으로 이용하든 어떤 목적으로도 이용 가능하다. SK텔레콤의 새로운 도전도 이야기하고 싶다. SK텔레콤은 소셜 밸류를 만들어내기 위해 신규 가입자 유치 마케팅 기법을 새롭게 만들었다. 걷는 것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통신 비용을 낮춰주는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차량 이용을 줄일 수 있는 아이디어다. 이런 혁신적인 도전을 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소셜 밸류가) 주류가 되는 것이다.

‘소셜 밸류’ 패널 토론은 다보스에서 처음 시도됐다. 행사장을 가득 채운 참여자들은 최태원 회장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다. SK그룹이 선보이고 있는 소셜 밸류 프로젝트에 관심이 높았기 때문이다. 최태원 회장은 처음으로 시도한 소셜 밸류 세션에서 SK그룹이 선보이고 있는 소셜 밸류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기회를 얻었다.

[박스기사] 소셜 밸류 세션 중에서…

소셜 밸류를 시작하게 된 계기

“회장이 된 지 20년이 됐다. 회장이 된 후 10년 동안은 철저하게 기업인으로 살았다. 쉽게 말해 나쁜 경영자였다. 이후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SK가 그동안 수천억원을 CSR 활동에 투자했는데, 성과는 없고 오로지 투자만 했다. 뭔가 잘못됐고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회적 기업가에게 현금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이유

“몇 년 전 처음 소셜 벤처 창업가 200여 명을 초대해 그들의 소셜 밸류를 현금으로 계산하게 했다. 그들이 계산한 소셜 밸류를 현금으로 제공한 것이 시작이었다. 당시 그들이 운영하는 기업은 회계 시스템도 없는 경우가 많아서, 그들에게 회계 시스템도 제공했다. 사회적 기업 창업가들은 그들의 목표가 무엇인지, 비전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공유 경제 실험에 대하여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기업처럼 SK그룹은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인프라와 자산을 필요한 사람들과 공유하려고 한다. 얼마 전 전국에 설치되어 있는 3500여 개 주유소를 개방했다. 소셜 밸류를 만들고 싶은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주유소를 이용해 뭔가를 해볼 수 있을 것이다.”

201904호 (2019.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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