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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노후 준비, 그렇게 심각한가?
‘돈‛ 좋아하지만 숨기는 문화 바꿔야금융교육에선 어떤 얘기를 강조하나?크게 세 가지다. ▶창업자 정신 ▶리스크 인식 ▶오픈 마인드다. 먼저 창업자 정신을 오해하는 이가 많다. 막연히 스타트업을 차리란 소리가 아니다. 스타트업은 왜 차리나. 돈을 벌기 위해서다. 결국 돈을 벌고 싶어 하고, 돈을 벌기 위해 창업도 취업도 하는 진실을 우린 숨긴다. 그걸 드러내야 한다. 두 번째는 투자 리스크를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시장과 세상은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오르내림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받아들여야 한다. 오늘 펀드에 가입해서 내년에 노후 준비를 끝 낼 수 없다. 마지막으로 오픈 마인드가 중요하다. 아직도 한국 회사는 유리천장 같은 편견이 많다. 메리츠에서 ‘더우먼펀드’를 만든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더우먼펀드’, 최근 젠더 이슈가 민감하게 떠오르지 않나?그런 뜻이 아니다. 한국에선 젠더 이슈를 정치적이나 대결 구도로만 본다. 다양한 인종이 사는 미국에서 젠더 이슈는 사회가 분화되는 걸 유연하게 묶어가는 구심점 역할을 하기도 한다. 미국하면 마치 뭔가 열려있는 사회로 보기 십상인데 상당히 보수적인 나라다. 여성 인력 문제에 포커스를 두기보다 남녀 차별 없이 누구나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업이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 해외에선 1990년대부터 이사회 내 여성 비중을 기준으로 투자하는 펀드가 꽤 있다. 굳이 통계를 인용하자면 MSCI(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도 이사회 내 여성 비율이 높은 기업은 자기자본이익률(ROE) 평균이 10.1%로, 그렇지 않은 경우(7.4%)보다 2.7%포인트 더 높았다고 봤다.미국과 한국을 단순히 비교하기엔 무리아닌가?분명 두 문화는 다르다. 그리고 미국 문화에 대한 오해도 많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 젊은이들은 막연히 꿈꾼다. 스타트업을 차리고 얼마든지 실패해도 일어설 수 있고, 고급 외제 승용차를 사고, 해외여행을 언제든 떠날 수 있다고 말이다.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미국 젊은이가 창업에 적극적인 건 실패해도 돼서가 아니라 돈을 버는 게 중요하다고 믿기때문이다. 부는 시기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처지를 객관화한 후부터 쟁취해야 하는 대상이다. 이를 속물이라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게 다르다. 물론 제도도 앞서 있다. 미국의 경우 정부가 ‘401K(확정기여형 기업연금제도)’ 제도 등으로 돈을 묶어둬 중산층이 돈을 벌었고 입지는 더 탄탄해졌다.‘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자는 얘기인가?전혀 아니다. 강연 다닐 때마다 하루에 카페에서 커피 사 먹을 돈으로 펀드에 넣으라고 하면 죄다 이렇게 묻는다. ‘소확행’에 그쳐야 하냐고. 바보 같은 말이다. 당장 부자가 아니면 돈을 모아 부자가 될 생각을 하자는 마인드는 극히 오해한 거다. 시장에 답은 나와 있다. 흔히 말하는 재벌은 자본가다. 자본으로 돈을 벌었고, 쌓았다. 단지 일반인은 그 규모가 작을 뿐 주식 투자란 방법은 잘못된 게 아니다.교육에 나선 후 인상 깊은 사례도 있었겠다.있다. 학부모 상담사례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두 가구 모두 사교육비 지출로 부부싸움을 매일 밥 먹듯 하는 가정이었다. 자녀가 성적을 그만큼 올리지도 못했다. 이들에게 종이에 숫자를 적어가며 사례를 말해줬다. 한국·미국 수능에서 만점을 받아 명문대에 갔다 치자. 이들이 다시금 사회가 선망하는 직업으로 돈을 많이 벌 확률이 얼마인지 대략적으로 따져봤다. 당연한 얘기일 것 같지만, 이를 듣고 사교육을 중단한 가정이 꽤 많다. ‘공부=돈’이 아니다. 진로를 선택할 때 분명 선택의 폭은 넓혀주지만 공부가 삶의 목적 그 자체가 될 순 없다.투자전략보다 철학과 당위만 앞선다는 의견도 있다.메리츠는 상위 10%가 모두 가져가는 자본이득을 나머지 90%도 누리게 하고 싶다. 막연한 꿈이 아니다. 지난해 워런 버핏과 더불어 가치투자계의 거물로 꼽히는 필 데이비슨이 이끄는 아메리칸 센추리 인베스트먼트 임원이 회사를 찾았다. 주니어 펀드를 보고 찾아왔다. 80년 전 미국에 생긴 칠드런(children) 펀드를 만든 주역이기도 했다. 가입자들은 모두 노후에 큰 수익을 거뒀다. 그는 한국도 이런 펀드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단순히 회사 수익보다 사회 안전망 구축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며 그 스피릿(spirit, 정신)을 잃지 말라는 격려까지 하고 갔다. 그날 처음 본 인연이었다. 투자전략은 이제 상향 평준화됐다. 한국 기업은 이미 세계적이고 그들은 또 다른 혁신을 위해 밤낮없이 뛰고 있다. 그들을 믿고 주식에 투자해 같이 커나가면 그만이다.한국 제도나 규제도 많이 변해야 하지 않나?그렇다. 일단 미국처럼 정부가 나서서 만드는 ‘401K(확정기여형 기업연금제도)’가 있어야 한다. 회사에 입사하면 자동으로 가입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런 제도를 많이 참고해야 한다. 그리고 또 퇴직연금의 관리 주체가 정부가 아니라 자산운용사로 바뀌어야 한다. 원금보장형이란 개념도 버려야 한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지금의 한국 연금시장은 사실상 멈춘 상태다.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종잣돈을 모아라. 남의 눈을 의식해 무리해가며 외제차를 사고, 해외여행을 다닌다고 삶이 윤택해지는 게 아니다. 그렇게 모은 ‘종잣돈’은 많은 이가 겪는 ‘가난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다고 본다. 우리 주요 고객은 고액자산가들이 아닌 학생·직장인 등으로 매달 소액을 적립식으로 붓는다. 직판으로 판매사 운용수수료도 없애 운용보수를 1% 미만으로 낮추기도 했다. 60세 이후 80세까지 20년 이상을 노후기간으로 잡고 단순계산해도 필요한 돈이 15억원 정도다. 자식도 자리 잡으려면 금전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현실이다. 종잣돈은 그만큼 중요하고, 노후준비는 그렇게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