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과 냉담. 요즘 글로벌 오피스 플랫폼 위워크(WeWork)를 보는 시선은 이렇게 엇갈린다. 창립 9년 만에 전 세계에 425개 지점을 낸 위워크는 오피스 공간 공유를 넘어 위워크 생태계(ecosystem)를 조성하는 데 힘쓴다. 조금 과장해 ‘위워크-이즘(WeWork-ism)’으로도 불린다. 반면 성장세에 비해 적자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위워크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통 큰 투자에도 여전히 확신이 있다. 한국에 온 미겔 맥켈비 위워크 공동창업자가 포브스코리아와 만났다.
▎미겔 맥켈비는 미 오리건대 건축학과, 아메리칸어패럴 해외영업부를 거쳤다. 아담 노이먼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2008년 위워크의 전신인 ‘그린데스크’를 공동 창업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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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만 있었다면 위워크에 더 투자했을 겁니다.”3월 7일 CNBC 인터뷰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오히려 아쉬워했다. 올해 1월 8일(현지시각) 위워크는 소프트뱅크로부터 60억 달러(약 6조8000억원)를 투자받는다고 발표했다. 당초 지난해 16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던 것에 비하면 확연히 줄어든 금액이다. 2017년 위워크 투자에 발을 들인 소프트뱅크는 최근까지 총 1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고, 현재 미국 시장에서 평가받는 시장가치는 470억 달러(약 53조원)가 넘는다.위워크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공유오피스 회사지만, 곳곳에서 터지는 우려의 그림자도 짙다. 투자금액이 대폭 축소된 것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부다비의 비전펀드 투자자들이 제동을 걸어서다. 위워크의 적자도 주요 리스크다. 지난해 8월 2분기 매출만 4억2000억 달러로 전년 대비 2배 가량 증가했지만 적자도 7억2000만달러로 뛰었다. 오피스 시장 규모가 증가하는 한국에서도 비판이 적지 않다. 올해 7월 선릉에 위워크 국내 18번째 지점을 오픈할 계획이지만, 자본력으로 불린 부동산 임대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하지만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여전히 위워크를 ‘제2의 알리바바’라고 확신하고 있다. 손 회장은 위워크의 적자 상태에 “초기 자본 비용(capex: Capital expenditure)이 들어가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사업 초기 적자를 내는 건 페이스북이나 넷플릭스도 마찬가지였다. 고객을 얻거나 혁신에 들어가는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게 아니다. 매거진이나 뉴스의 구독자 수처럼, 직원들과 고객 만족도가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는 위워크의 잠재력으로 따졌을 때 그 가치는 크다.”위워크도 주춤하는 기색이 없다. 위워크는 올해 더 위 컴퍼니(The We Company)로 상표를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더 위 컴퍼니는 지금의 위워크, 공동생활형 주택 디자인인 위리브(WeLive), 뉴욕시에서 초등학교를 운영하는 위그로(WeGrow) 비즈니스로 다각화할 방침이다.지난 2월 28일 위워크 종로타워점에서 만난 위워크 공동 창립자이자 최고문화경영자(CCO·Chief Culture Officer)인 미겔 맥캘비(44)도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우린 위기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며 “어제 CFO가 보여준 지표로는 모두 상승세였다”며 여유롭게 웃었다.
사실 맥켈비의 방한은 위워크의 대규모 글로벌 행사를 위해서였다. 위워크는 서울시와 함께 벤처기업, 비영리단체, 예술인 등 혁신적인 인물을 발굴, 시상하는 ‘서울 크리에이터 어워즈’를 개최했다. 동대문 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행사엔 약 2700명이 몰렸다. 위워크가 수여하는 상금만 7억원이었다. 지금까지 16개 도시를 돌았다. ‘위워크만의 문화’가 느껴지는 독특한 행사다.
▎33층 위워크 종로타워에 처음 방문한 미겔 맥캘비는 “미국 본사는 이런 멋진 전경을 갖지 못했다”며 연신 감탄했다. 위로 높게 개방한 천장은 195㎝ 장신인 미겔에게도 높아 보였다. / 사진:김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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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어워즈는 어떻게 시작했나?크리에이터 어워즈는 창의적이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지원하자는 열망에서 비롯됐다. 창립 당시부터 고민했던 우리 역할이다. 개인을 넘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행위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어워즈 대상은 기업가, 예술가, 회사원 등에 국한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들을 ‘크리에이터’라 부른다. 사업적인 성공을 기리는 행사는 많았지만 다양한 채널로 본인을 표현할 수 있는 장은 아니었다. 몇 년간 크리에이터 어워즈에 대한 아이디어를 논의했고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아담 노이먼이 ‘시작하자’고 운을 뗐다. 3주 뒤 실제로 아이디어 실현에 나섰다.
한국의 ‘크리에이터’들에겐 어떤 특별함이 있다고 생각하나?한국에선 놀라운 에너지가 느껴진다. 한국 크리에이터 어워즈에는 역대 가장 많은 지원자가 몰렸다. 한국인에겐 성공을 향한 열망이 가득하고,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기업가정신도 있다.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성공 사례가 있나?지난 1월 LA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들은 병원에서 사용하는 의료장비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실용적인 솔루션을 제시했다. 환자 건강과 의사들 업무환경을 개선하는 아이디어였다.
최고문화경영자(CCO)란 독특한 직함을 갖고 있다. 역할은 무엇인가?애초부터 아담과 나는 스타일은 다르지만 멤버들이 위워크에서 어떤 경험으로 일해야 하는지, 일할 때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같았다. 아담은 비즈니스 쪽에 난 위워크의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이벤트나 문화에 초점을 맞췄다. 원래부터 난 인간의 경험이나 복잡한 조건에 호기심이 있었는데 주변 환경보다 우위에 있는 것들이었다. 그 질문이 내겐 ‘문화란 무엇일까’였다. 우리를 둘러싼 에너지나 분위기, 심리 등을 잘 이해하고 싶었다. 난 영감을 얻기 위해 두 가지 방식으로 일한다. 책이든 팟캐스트든 최대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이해하려 한다. 또 하나는 위워크 멤버들, 직원들, 혁신적인 회사의 리더들과 함께 일하면서 얻는다. 이들과 촘촘한 네트워크를 잇는 역할을 한다.
성과는 어떻게 드러나나?세계 각지에서 위워크 본사에 와서 ‘우리회사는 이런 분위기가 없는데 위워크는 어떻게 가능한가?’라고 질문한다. 위워크에서 느낄 수 있는 문화는 누군가에겐 마법과도 같을 것이다. 내 역할은 이런 마법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멤버들에게 같은 경험으로 돌려주는 것이다. 개방적이고, 창의적이고 협업할 수 있는 위워크만의 에너지를 받도록 말이다.
▎위워크 선릉2호점. / 사진:위워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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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건축사무소에서도 일했다고 들었다. 그 경력이 도움이 됐나?실제 건축사무소에서 일한 기간은 매우 짧았지만 디자인 분야에선 대략 20년 정도 경험을 쌓았다. 적어도 내가 다닌 건축학과는 빌딩 내부에 대해서 많이 가르쳐주지 않았다. 외관이 멋진 빌딩을 어떻게 짓느냐에 집중했다. 질문하는 법은 도움이 됐다. 창문이 아주 작은 지하로 이어진 사무실을 지나면서 어떻게 저런 곳에서 일을 하지? 공간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 인간이 일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은 무엇일까 등 배운 건 있다. 문제해결 능력도 배웠다. 지금 비즈니스에 도움을 주는 것 같다.
‘더 위 컴퍼니’로 출범한다. 라이프스타일까지 디자인하는 회사로 변모하고 있다.우리는 업무공간뿐 아니라 주거, 교육, 운동, 건강 등 다양한 방식으로 비전을 실현하고자 한다.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하다 보니 그동안 다른 영역에 손댈 여유가 없었다. 다만 위리브와 위그로는 지난 몇 년간 경험을 쌓아왔고, 위워크 설립 당시부터 세웠던 계획이다. 우리의 비전은 시작부터 지금까지 동일했다. 이건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가 여기저기에 일을 벌린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창업 당시부터 계획한 걸 실천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우리 계획들이 최근 들어 더 많이 보도되고 있을 뿐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위워크 본사. / 사진:위워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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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업체들이 증가하는 와중에도 많은 이가 위워크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디자인이나 기술 차별점이 있나?고객들이나 직원들은 왜 기업이 존재하고, 목적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어 하는데, 위워크는 그 ‘왜’를 케어한다. 경쟁자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위워크 멤버들의 의식을 개선하고 영감을 주는 데 집중하면서 네트워크를 도와주는 게 내 일이다.
최근 위워크의 위기라는 지적은 어떻게 보나?재밌다. 어제 CFO가 미팅 때 보여준 자료상 지금까지 모든 게 성장세였다.(웃음) 물론 성장하는 비즈니스에 도전은 항상 따른다. 하지만 전반적인 트렌드는 위워크에 긍정적이다. 물론 두 명이 시작한 스타트업이 전 세계 수천 명 직원이 일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도전이 있었겠나. 하지만 난 그걸 위기라 생각해보지 않았다.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믿는다. 팀 멤버들에게도 늘 말한다. 나쁜 일만 보고 있으면 시간 낭비다. 오히려 그 도전에서 배우라고 말한다. 그런 태도면 사실상 위기는 없다. 다 강해질 수 있는 기회일 뿐이다.
▎위워크 종로타워. / 사진:위워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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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IPO(기업공개)를 목표로 점포 확장에 무리하게 나서면서 적자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IPO를 목표로 위워크가 달려왔다면 지금까지 여정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위워크는 커뮤니티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 나아가 도시에 미치는 영향에 집중한다. 위워크 경제효과 리포트(WeWork Economic Impact Report)에 따르면, 런던 위워크 멤버의 81%가 업무 효율성 향상에 위워크 도움이 있었다고 답변했고, 위워크에 입주한 이후 평균적으로 매출이 34% 증가했다고 답했다. 런던 위워크 멤버 1명당 1.1개 일자리가 간접적 및 유도 소비로 창출된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 시카고, LA의 경우 직간접적인 지출의 영향으로 위워크 멤버 1만명당 1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는데, 경영 컨설팅, 법률 서비스, 부동산과 같은 고성장 산업에서 창출되는 일자리 수를 훨씬 능가하는 수준이다. 위워크는 뉴욕 내에서만 도시 전체 GDP의 약 2%에 이르는 167억 달러를 창출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운영이 잘되고 있는지 의구심도 있다.운영은 매우 잘되고 있다.(웃음) 위워크는 우리가 제공하는 플랫폼과 커뮤니티가 일과 도시의 미래라고 믿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확장할 계획이다.
한국과 미국 문화는 다르다. 본사 매뉴얼대로 하면서 지역 니즈를 충분히 수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에는 어떻게 생각하나?우리가 각 나라의 시장에 진입할 때 지역 파트너, 멤버들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우린 진짜 사람들이 대면하고 소통하는 곳이기 때문에 커뮤니티와 멤버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을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형식은 없고 믿고 맡겨서 자생하도록 한다. 계속 적응은 하고 있다. 매슈 샴파인(Matthew Shampine) 위워크 코리아 대표도 멋지게 잘해주고 있다. 내가 봤을 때 본사에서 하는 것보다 지역화에 자유를 주는 게 낫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아야 실험도 할 수 있으니까.
한국에 진출할 때 한국 시장에 대한 평가는 어땠나?우린 전략과 기회를 함께 보는데, 많은 지표가 신생 기업이나 스타트업의 성장을 말하고 있었고 창의와 혁신을 보았다. 한국이 가진 에너지나 문화, 사회적으로 많은 지표가 꼭 대기업에서 일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충분한 지원 체계가 있어 보이진 않았다. 순수하게 그 평가로 진출했다.
삼성, LG, 롯데 등 대기업도 위워크에 입주해 있다. 위워크에는 대기업으로 찾아가는 서비스도 있는데.2017년 론칭한 ‘파워드 바이 위(Powered by We)’는 위워크가 대기업에 가서 디자인·기술·문화를 직접 이식하는 프로그램이다. 사실 맨 처음 타깃으로 설정한 것은 소규모 비즈니스였다. 대기업에 비해 소규모 업체들에게 딱 맞는 업무 환경 솔루션이 없었기 때문이다. 곧 대기업들도 좋은 업무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고민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현재 전 세계 위워크 멤버 중 30%가 대기업이다.
규제가 많은 한국 시장 전망은?한국 시장에 대해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들었어도 ‘규제 때문에 무언가를 못 하고 있다’는 말은 못 들어봤다. 장애물이 있기는 하겠지만 확실한 건 위워크가 한국에서 빨리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샴파인 대표도 말했지만, 한국은 동북아 경제 중심지이기 때문에 위워크를 통해 현지에 진출하려는 다국적 기업들이 한국에서 사업하기가 좋은 거점이 된다.
앞으로의 계획은?우리 목표는 위워크 멤버들이 더 즐거운 환경에서 업무하고 커뮤니티 안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매일 주자는 목표는 절대 바뀌지 않을 거다. 일하는 공간, 교육, 건강 등 이 모든 건 위워크 에너지를 연결하는 채널에 불과하다. 모든 채널을 늘리고 에너지를 확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