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건 지구상에서 이제 막 전통적인 은행 문화를 접하는 인류가 25억 명이나 된다는 점이다.
얼마 전 경제학자인 친구와 커피를 마시다 ‘뱅크(Bank) 4.0’이란 단어를 들었다. 2년 전 3.0 얘기를 들었는데 벌써 『BANK 4.0』이란 책이 나왔다고 한다. 미국 금융평론가인 브렛 킹(Brett King)이 썼는데 요점은 앞으로 점포를 내세운 은행은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미 IT의 발달로 임베디드 뱅킹(Imbeded Banking)은 현실화됐다.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은 선진국에서는 이제 스마트폰으로 모든 금융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아이러니도 존재한다. 뱅크 4.0에 가장 근접한 국가는 중국이다. 전통적인 은행 문화가 확산되기 전 인터넷뱅킹과 알리페이 등 전자화폐를 정부 차원에서 보급해 성공했다.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은 있지만 미국은 이 분야에서 세계 40위권 전후로 평가받고 있다. 은행은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고 각종 규제는 변화를 더디게 만들기 때문이다.그런데 충격적인 건 지구상에서 이제 막 전통적인 은행 문화를 접하는 인류가 25억 명이나 된다는 점이다. 물론 10억 명이 넘는 인류는 여전히 은행이 뭔지 모르고 태어나고 죽는다. 이를 ‘문명 양극화’라고 부르기로 하자. ‘문명’이란 단어는 당연히 종합적인 의미를 지닌다. 인류 문명은 지금도 다양한 분야에서 속도를 높여 점차 양극으로 치닫고 있다. 인터넷과 모바일 문화가 그렇고 선진국과 개도국의 경제력도 더 벌어지고 있다. 이념 문제도 마찬가지다. 민주주의 국가는 국민 한 명의 생명과 가치를 더욱 존중하는 쪽으로 법을 개정하면서까지 민주주의를 발달시키고 있다. 반면 독재국가는 더욱 통제를 강화하고 인권을 억압하는 쪽으로 정부의 힘을 쏟고 있다. 돌이켜 보면 지금도 존재하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반인류적 행위의 밑바탕에는 종교의 양극화를 꿈꿨던 과거 ‘종교 제국주의’가 숨어 있다. 미중 경제전쟁도 중국과 미국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양극화가 원인이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인류 문명의 시작으로 본다면 인류 역사는 겨우 6000년이 지났다. 문제는 문명의 양극화는 진행되는데 지구촌은 교통과 경제의 발달로 갈수록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비행기로 한두 시간 거리에 있는 어떤 나라가 자신이 속한 국가나 조직과 지나치게 다른 ‘어떤 격차’를 가지고 있다면 이는 잠재적인 시한폭탄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은행 문화는 현재 가장 양극화로 치닫는 산업 중 하나다. 불과 50여 년 만에 개도국 국민에서 선진국 국민이 된 한국 사람 입장에서 보면 다양한 방면에서 ‘등 돌리고 멀어지기만 하는 양극화’는 시한폭탄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