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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스커피 전성기’ 이끄는 김유진 대표 

“업의 기본 지키면 기업가치는 상승한다” 

할리스커피가 달라졌다. 4년 새 매출이 두 배 늘고, 매장 수가 30% 증가하면서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커피시장 포화에 대비해 5년 전부터 진행한 프로젝트가 빛을 보면서다. 30대 김유진 대표가 ‘빨간 왕관’ 할리스커피 브랜드를 강화하고 있다.

▎김유진 할리스커피 대표는 차분하면서도 자신감이 넘쳤다. 할리스커피 브랜드에 대한 애정도 상당했다.
할리스커피는 국내 최초의 테이크아웃 에스프레소 커피전문점으로 1998년 서울 강남역에 첫 매장을 오픈했다. 그러나 2000년 중반 이후 스타벅스 등 외국 커피 브랜드와 투썸플레이스 등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게다가 맛도 공간도 차별화에 실패하면서 ‘중급 브랜드’ 이미지로 전락했다.

그랬던 할리스커피가 최근 몇 년 새 확 달라졌다. ‘빨간 왕관’ 로고를 앞세운 할리스 매장은 도심 주요 상권에서 가장 눈에 띄는 카페가 됐다. 2014년 803억원이던 본사 매출은 2018년 1549억원으로 급성장했고, 매장 수도 같은 기간 408개에서 538개로 30% 넘게 늘었다. 국내 커피 토종 브랜드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의미 있는 성장이다.

할리스커피의 전성기는 사모펀드 IMM PE(프라이빗에쿼티) 출신인 김유진(38) 대표가 이끌고 있다. 그는 2017년 초 취임 후 로고와 매장 콘셉트를 바꾸고 대규모 로스팅 공장을 완공했다. 8월 초 할리스커피 광화문 센터포인트점에서 만난 김 대표는 “자금력 있는 사모펀드의 강점을 십분 활용해 과감하게 인프라 투자에 나선 덕분”이라며 “커피시장 포화에 대비해 5년 전부터 진행하고 있는 ‘H-MAP 프로젝트’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할리스의 첫 글자를 딴 H-MAP 프로젝트는 원두부터 매장까지 자체적인 360도 커피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할리스커피의 경영전략이다.

프로젝트 1. 커피전문점 본업 ‘커피 맛’에 투자하라


김유진 대표는 2013년 국내 사모펀드 IMM PE가 할리스커피 인수를 준비하던 당시 투자운용전문역으로 인수 실무를 담당했다. 그는 “당시에도 커피시장이 포화 상태라는 말이 있었지만 연 20%씩 성장하고 있었다. 경쟁은 치열했지만 고성장 시장에 대한 투자를 긍정적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브랜드의 부침 속에서 성장하는 기업은 존재했고, 할리스커피가 그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취임 후 김 대표가 주목한 것은 ‘커피전문점 본업에 대한 투자’였다. 커피시장의 양적 팽창이 질적 성장으로 돌아설 것이라 예측하고 ‘커피 맛’에 집중한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100억원을 투자해 지난해 12월 경기도 파주에 준공한 ‘커피클럽 로스팅센터’다. 경기 용인·기흥 공장에 이어 자체 로스팅 공장을 확장 이전한 것. 국내 커피시장의 맹주인 스타벅스도 한국에 로스터리를 두지 않은 상황에서 과감한 투자였다.

김 대표는 “투자금액도 크고 어떤 성과가 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고민이 많았다. 그러나 이미 운영하는 로스팅 공장의 생산능력이 한계에 이르러 공장을 더 지을 것인지, 외주 생산을 할 것인지 선택해야 했다”고 말했다. “내부 논의 결과 ‘우리의 핵심역량은 커피’라는 통일된 목소리가 나왔어요. 핵심 경쟁력의 근원인 로스팅 센터를 보유하지 않으면 지속적 성장이 어렵다고 보았죠. 초기 고정비 지출도 고려했지만 장기적으로 제조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을 선택했어요.”

파주 공장의 연간 로스팅 규모는 1700톤으로, 에스프레소 기준 약 1억 잔을 생산할 수 있다. 현재 가동률은 60%로, 할리스커피 매장 수가 빠르게 늘고 있어서 풀가동이 머지않았다는 설명이다. 다른 커피전문점 물량을 생산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김 대표는 “커피 품질을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로스팅 1개월 이내, 원두 개봉 1주일 이내, 원두 분쇄 1시간 이내 공급이라는 ‘111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할리스커피가 업계 최초로 도입했던 사내 아카데미 운영도 강화했다. 김 대표는 “매장을 예쁘게 꾸며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어느 정도 감각이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수백 개 매장을 운영하려면 매뉴얼 등 많은 인프라가 따라주어야 한다. 교육이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최근엔 직원들이 모바일로 동영상 강의를 수강할 수 있도록 ‘할리스쿨’ 앱을 개발했다. 그는 “고객은 브랜드가 갖고 있는 이미지를 소비한다. 그러나 기본기인 커피 맛이 떨어지면 브랜드는 쉽게 무너진다. 기본기가 흔들려 리스크에 직면한 브랜드를 우리는 수없이 보아왔다”고 말했다.

‘사이드 메뉴 개발에도 적극 나섰다. 커피숍에서 혼자 식사하는 ‘혼밥족’을 겨냥한 것으로 ‘에그마요’, ‘스파이시 시푸드리조또’ 등이 인기다. 할리스커피는 지난 3년간 100여 종에 이르는 베이커리와 식사 메뉴를 개발했다. ‘할리스에 가면 풍성한 먹을거리가 있어’라는 인식을 심어주겠다는 목표다.

프로젝트 2. 핵심 지역에 직영점 늘려 브랜드를 알려라


▎할리스커피는 지역 특성에 따라 다양한 콘셉트의 매장을 오픈했다. 송도 센트럴파크에 자리한 ‘인천 한옥마을점’은 나무의 따뜻한 느낌을 살리고 천과 조명 등 소품으로 완성한 한옥 스타일 매장이다. ‘대전 도안DT점’은 금강으로 흘러드는 갑천을 배후에 둔 매장으로, 통유리 너머로 흐르는 갑천과 활짝 핀 벚꽃 전경이 펼쳐진다. 서핑 명소인 송정해수욕장이 내려다보이는 ‘부산 송정점’은 탁 트인 루프탑 덕에 관광 명소로 부상했다.
주요 상권에 할리스커피를 입점시켜 브랜드 노출을 극대화한 것도 주요한 전략이었다. 할리스커피는 종로거리의 터줏대감으로 인식됐던 맥도날드 자리에 건물 전체를 직영점으로 만들어 오픈했다. 직영 100호점인 이태원점을 리뉴얼 오픈했고, 신사역에서 가로수길로 들어가는 입구에 자리한 건물을 통째로 임대해 할리스커피로 바꿨다. 부산 광안리점, 대전 도안DT점, 인천 한옥마을점 등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 명소에도 랜드마크가 될 만한 대형 매장을 열었다.

김 대표는 “사실 예전에는 스타벅스나 투썸이 선점한 상권에는 출점할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그러나 이젠 자신감이 생겨 제대로 승부하려고 진출한다”고 말했다. 직영점을 통한 브랜드 제고는 가맹점에도 낙수효과를 주었고, 동시에 대형 매장 운영에서 얻은 노하우를 가맹점과 공유하는 선순환구조로 나타났다. 현재 할리스커피는 가맹과 직영의 비율을 4:1로 유지하고 있다.

BI(브랜드 정체성) 강화도 할리스커피 성장에 한몫했다. 인테리어와 매장 내 매뉴얼을 전체적으로 점검하고 이를 재정립한 것. 김 대표는 “취임 후 얼마 동안 매장에 근무했는데 토종 브랜드여서인지 매뉴얼이 약하고 그나마도 통일되지 않았다. 매뉴얼이 없으면 시간과 비용이 허투루 쓰인다. 그래서 체계화된 매뉴얼과 프로세스를 만드는 데 공을 들였다”며 “이젠 멀리서 빨강 출입문만 보아도 ‘아 할리스커피가 있구나’ 할 정도로 통일된 BI를 갖추었다”고 자평했다. 앞으로 할리스커피 제품과 연계된 키워드 마케팅에 주력할 생각이다.

소비자 접점도 대폭 늘렸다. 빨강 크라운 심벌을 심플하게 적용한 고객용 MD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고객 약 1만 명이 참여하는 할리스커피페스티벌을 매년 개최한다. 멤버십 RED 고객을 대상으로 커피 브루잉 아카데미 클래스도 운영하고 있다.

매장 콘셉트를 지역 특성에 맞게 꾸민 것은 ‘신의 한 수’였다. 학원가 상권 등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지역의 매장에는 1인용 테이블과 분리형 좌석을 대폭 늘렸고, 사무실 밀집 지역 매장에는 회의용 원형 테이블을 준비했다. 30~40대가 많이 사는 아파트 상권에는 카페 안에 ‘키즈존’을 만들었다. 김 대표는 “지난 6월엔 부산 달맞이고개 매장 테라스엔 반려동물도 입장할 수 있도록 펫 프렌들리 존을 만들었다. 인근 아파트와 빌라촌 주민의 수요를 고려한 것”이라며 “특화된 매장에 장시간 머무는 고객들 덕분에 사이드 메뉴 판매 등 객단가도 상승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시장과 소비자의 변화 속도는 따라잡기가 힘들 정도다. 그래서 투자 결정을 내리는 과정의 효율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할리스커피의 모든 투자 논의는 개발팀과 운영팀으로 구성된 투자심의위원회에서 진행한다. IMM PE와는 연내 신규 진출 매장 목표 등 큰 사업 계획만 공유하고 세부적인 전략은 투자심의위원회 몫이다. 김 대표는 “기존에 대표나 담당임원의 결정으로 매장을 오픈했다면 이젠 공동 의사결정과정을 거치고 있다. 수익분석, 상품분석 과정을 거쳐 양질의 결론을 도출한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3. 지속적인 투자로 트렌드 빠르게 분석, 대응

김 대표는 공학을 전공하고 금융계에 뛰어든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카이스트 컴퓨터과학과와 서울대 경영대학원을 나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전략컨설턴트로 근무한 뒤 2009년 국내 대표 사모펀드인 IMM PE에 합류했다. 그는 “할리스커피에는 이미 외식업 전문가가 많다. 이종업종에 있었던 경험이 시각을 달리하고 내부에 자극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대표 취임 전 할리스커피를 직접 투자심사 했는데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것’이 있을까? 김 대표는 “전문역 당시 예측했던 매장 진출 속도는 확실히 빗나갔다”고 털어놓았다. “할리스커피 인수 당시 국내 토종 커피 브랜드가 매장 800개를 정점으로 고꾸라지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매장 확대에 부정적 인식이 컸죠. 하지만 지금 매장 1000개 이상을 운영하고 있는 브랜드가 상당해요. 모두 매장 확장에 빠르게 투자했던 기업들입니다.”

사모펀드는 인수·합병 이후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재매각을 통해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 ‘본업’이다. 시장에서는 곧 IMM PE가 할리스커피 매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는 “‘언제나’이면서 ‘아직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건전한 투자자가 나타나면 협의할 문제지만 IMM이 먼저 매각에 나설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커피시장은 계속 확대되고 있습니다. 소비도 여전하고, 사이드 메뉴를 개발하면서 객단가도 높아지고 있죠. 또 10대가 빠르게 유입하면서 고객층도 상당히 넓어졌어요. 지속적인 투자로 이런 트렌드를 빠르게 분석하고 대응하는 기업이 고성장의 수혜를 볼 것입니다.”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201909호 (2019.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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