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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조트업계 혁신 코드 이만규 아난티 대표 

“숫자 탐욕을 버리자 차별화가 시작됐다” 

다른 사업자들이 눈여겨보지 않았던 지형에 층수 낮은 리조트를 세웠다. 객실 수에 욕심내는 대신 대형 서점과 정원을 들였다. 규모 경쟁에 빠진 리조트업계에서 쉽지 않은 일이지만 연간 객실점유율은 평균 80%를 웃돈다. 이만규 대표가 ‘아난티’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만들어가는 전략이다.

▎이만규 아난티 대표는 인터뷰 내내 겸손한 모습이었다. CEO의 판단과 성과를 앞세우기보다 ‘같이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거대 담론이나 거창한 비전 대신 ‘진정성’을 강조했다.
국내 호텔&리조트 업계에서 아난티는 독특한 성공 사례로 꼽힌다. 롯데, 대명, 한화 등 대기업과 경쟁 속에서 과감한 입지 선정, 넉넉한 공간 조성, 고객 중심 콘텐트 개발로 차별화에 성공한 것. 2006년 국내 최초 리조트인 경남 ‘아난티 남해’에서 경기도 가평의 회원제 리조트 ‘아난티 펜트하우스 서울’, 서울 청담동에 오픈한 여성 회원 전용 라운지 ‘아난티 클럽 청담’까지 ‘국내 최초’ 타이틀도 여럿이다. 2017년 7월 부산 기장에 오픈한 ‘아난티 코브’ 역시 특급 호텔과 회원제 리조트를 결합한 국내 첫 사례로, 부산 관광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됐다.

지난 7월 아난티 코브에서 만난 이만규 아난티 대표(49)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도 필요하지만 해외 리조트와 견줄 만한 시설과 서비스를 갖추어 해외로 나가는 내국인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난티는 고객이 소중한 시간을 어떤 공간에서 보낼 것인가를 고민한다. 객실, 매장 등 숫자에 대한 욕심을 버리자 새로운 것이 보였고, 이것이 차별화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여행레저업계는 향후 국내 리조트 시장에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여행객을 내수로 이끄는 과정에서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리조트와 그렇지 못한 리조트 사이에 격차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차별화된 운영 개발과 서비스를 앞세워 브랜드 파워를 키우고 있는 아난티가 주목받는 이유다. 이 대표는 “우리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을 지향한다. 리조트 시설을 넘어 아난티 브랜드로 어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공 자기복제’ 않는 게 차별화 비결


올여름에도 아난티 코브의 인기는 뜨거웠다.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에서 줄곧 상위에 올랐고, 주변 호텔보다 높은 가격임에도 성수기에 만실을 기록했다. 부산 변두리 기장의 작은 어촌은 리조트 오픈 2년 만에 가장 핫한 곳이 되었다. “부산 관광을 위해 아난티 코브에 가는 게 아니라 아난티 코브에 가기 위해 부산을 찾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연중 평균 객실점유율은 80% 정도. 지난해 120만 명이 방문하고 연회 행사는 670건이 넘었다.

해운대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아난티 코브는 1㎞가 넘는 해안가를 따라 회원제 리조트 아난티 펜트하우스(90채), 프라이빗 레지던스(128채)와 아난티가 위탁운영을 맡긴 호텔 힐튼부산(310실)이 나란히 들어선 복합리조트 단지다. 연면적은 63빌딩보다 넓은 17만8000㎡(5만4000평)로, 단일 휴양시설 중 국내 최대 규모다. ‘코브(Cove)’는 ‘작은 만’을 의미한다.

아난티 코브의 특징은 다양한 콘텐트 공간이다. 이 대표는 “대형 서점이자 복합문화공간인 이터널 저니, 부산 앞바다의 풍경과 연결된 인피니티풀, 바닷가 산책길, 특색 있는 숍들이 아난티 코브를 명소로 만들었다”며 “특히 이터널 저니에서는 각 분야 명사들의 북토크, 심야책방, 키즈 클래스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객실이나 매장을 더 들일 수 있지만 과감하게 투숙객과 지역 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내놓았다는 설명이다.

아난티의 매출은 2014년 472억원에서 지난해 1622억원으로 3배 이상 성장했다. 같은 기간 EBITDA(영업이익+감가상각)도 119억원에서 375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보통 리조트 기업은 등기분양 시 매출이 일시적으로 올랐다가 그 외에는 저조한 데 반해 아난티는 운영매출이 분양매출을 넘어서면서 선순환 구조에 들어섰다.

업계에서는 아난티의 성공 요인으로 차별화를 꼽는다. 업계 타 브랜드와 차별화했을 뿐 아니라 아난티 내에서도 리조트별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 대표는 “그동안 리조트 산업은 더 많은 객실을 확보하는, 한마디로 숫자를 우선시하며 탐욕스러운 면이 두드러졌다. 그 결과 똑같은 모습의 리조트가 양산됐다”며 “하지만 기존 성공 방식을 답습하는 게 오히려 사업의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성공을 자기복제 하지 않는 게 나의 철학”이라고 말했다. 지난 15년간 아난티가 진행한 프로젝트를 보면 고급 리조트의 ‘특별함’이라는 일관성을 지키면서도 어느 하나 똑같지 않다. 2006년 국내 최초로 조성한 리조트 아난티 남해가 세계적인 골프&휴양시설로 주목받았지만 이를 답습한 ‘2호점’은 오픈하지 않았다. 아난티 코브 역시 오픈 이후 2년 동안 인기 상승세이지만 똑같은 리조트를 낼 계획은 없다. 이 대표는 “고객에게 어떤 새로운 경험과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할지를 먼저 고민한다. 시장에서 말하는 효율성과는 거리가 있겠지만 우리가 제안하는 콘텐트에 고객이 만족하면 매출은 자연스레 뒤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CEO 취향이 사업 기준 되어선 안 돼

이 대표는 향후 체인 형태 호텔과 리조트의 경쟁력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붕어빵 제작을 거부한다. 똑같은 리조트를 만드는 데는 열정이 솟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개발하는 사람의 열정이 부족하면 결과물에도 감동이 없잖아요. 리조트를 양산하다 보면 그런 열정이 사라지죠. 그래서 우리는 몇 년 안에 몇 개 리조트를 내겠다는 계획을 세우지 않습니다.”

그는 이를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 비유했다. “영화 [기생충]을 한국에서 찍고, 일본에서 찍고, 미국에서 찍는다고 생각해보세요. 장소와 배우만 다를 뿐이지 같은 영화 아닌가요. 봉준호 감독의 장점은 그의 작품 속에 스타일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누가 보아도 ‘봉준호 영화’임을 알 수 있죠. 우리가 꿈꾸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아난티도 이와 같아요.”

이 대표는 대우그룹 회장 비서실 경영관리팀, 대명개발 이사 등을 거쳐 2004년 아난티(옛 에머슨퍼시픽) 대표가 됐다. 에머슨퍼시픽은 이 대표의 부친인 이중명 회장이 1988년 설립한 회사다. 그는 부친 덕분에 사업 초기 자금을 마련했지만, 이후 사업의 외연과 방향을 크게 확장하면서 ‘성공한 청년 사업가’로 인정받았다. 이 대표는 “그동안 리조트 운영 방식은 고객의 시야나 취향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 변화를 읽기 위해 선입견에서 벗어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아난티 리조트가 들어선 입지를 보면 그의 남다른 혜안이 드러난다. 남해, 기장 등 지역의 ‘재발견’이다. 그는 “숨은 매력이 있지만 알려지지 않은 장소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고객에게 선보이는 것이 우리의 작업”이라고 말했다. 입지 선정 노하우를 묻자 그는 “굉장한 영업 비밀”이라며 웃었다. “말이나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수많은 고려 사항이 있죠. 예를 들어 소설이나 영화를 보았을 때 ‘괜찮네’ 하는 느낌을 어떻게 숫자로 말할 수 있겠어요. 일관된 것은 새로운 마을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겁니다.”

‘親환경·지역·고객’으로 아난티 리브랜딩

트렌드를 읽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느냐고 묻자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사실 다른 호텔이나 동일 업종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리조트는 이래야 한다’는 규정이 생길까 봐 경계하는 것이죠. 특히 제 취향이 사업의 기준이 되지 않도록 객관성을 유지하려 노력합니다. 대신 사람들이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음악을 듣고, 어떤 삶을 살고 싶어 하는지에 관심을 둡니다.”

이 대표는 새 프로젝트에 공을 들이고 있다. 우선 지난 2018년 12월 착공한 ‘아난티 강남’이다. 120개 전 객실이 테라스를 갖춘 최고급 복층형 스위트룸으로 실내 외 수영장, 사우나, 이터널 저니 등이 부대시설로 들어선다. 아난티 강남 근처에 8층 규모의 공유 오피스 ‘캐비네 드 이터널 저니’도 설계 중이다. 대형 서점 이터널저니의 확장판으로, 창의력을 자극하는 개인 사무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아난티는 최근 리브랜딩 작업에 돌입했다. 리브랜딩 방향은 ‘친환경, 친지역, 친고객’으로, 우선 새로운 CI와 브랜드 컬러를 하반기에 선보일 계획이다. 이 대표는 “이미 친환경 목표는 아난티 코브에서 시작됐다. 아난티 코브 객실엔 에어컨이 없다. 여름엔 찬물이 천장에서 돌아가고 겨울에는 온수가 바닥을 돈다. 모두 지열을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8월부터 전 객실에 공급한 고체 타입 어메니티 ‘캐비네 드 쁘아쏭’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표는 “국내 리조트에서 매년 60만 개 이상 사용되는 어메니티용 플라스틱 용기를 줄이면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플라스틱 포장을 완전히 배제했다”고 말했다.

부산 오시리아 관광단지 내 ‘빌라쥬 드 아난티’ 사업은 이 대표의 새로운 도전이다. 그는 “도시 인프라부터 천혜의 자연환경까지 관광도시 부산이 가진 가치와 잠재력은 상당히 뛰어나다”며 “해외에 나갈 필요 없이 국내에서 2박 3일 정도 편히 쉬면서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리조트로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난티의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구축 과정

1. 2006년 10월 아난티 남해 오픈


▶ 국내 최초로 ‘리조트’ 개념 도입
▶ 스위트룸 150개, 프라이빗 빌라 20개, 골프장(18홀)

2. 2008년 5월 아난티 금강산 오픈


▶ 골프장(18홀), 프라이빗 온천 갖춘 리조트 빌라
▶ 2008년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휴장

3. 2010년 5월 아난티 클럽 서울 재오픈


▶ 골프장(27홀), 야외 수영장, 라켓클럽, 연회장
▶ 2012년 뉴욕타임스 선정 ‘한국의 3대 골프장’

4. 2016년 3월 아난티 펜트하우스 서울 오픈


▶ 100년령 잣나무 숲에 펜트하우스 76채 건설
▶ 야외수영장, 산책로, 피트니스, 노천탕

5. 2016년 12월 아난티 클럽 청담 오픈


▶ 아난티 여성 회원 전용 복합문화공간
▶ 다양한 클래스, 소규모 파티, 브랜드 론칭쇼

6. 2017년 7월 아난티 코브 오픈


▶ 힐튼 부산, 아난티 펜트하우스, 프라이빗 레지던스
▶ 아난티 타운, 워터 하우스, 대형 서점, 공연장

7. 2018년 12월 아난티 강남 착공


▶ 프라이버시 강조한 복층형 호텔&레지던스 120실
▶ 대형 서점, 실내외 수영장, 브런치 레스토랑

8. 2019년 현재 캐비네 드 이터널 저니 설계 중

▶ 서울 강남에 공유 오피스 사업 계획
▶ 식음료, 휴식, 업무 가능한 개인 비즈니스 공간

[박스기사] 부산 관광지도 바꿀 ‘빌라쥬 드 아난티’ 프로젝트


▎부산 기장에 들어설 ‘빌라쥬 드 아난티’ 조감도.
아난티 컨소시엄은 지난해 말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동부산) 관광단지 1·2용지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아난티 코브 인근에 5413억원을 투자해 복합 리조트와 관광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약 16만㎡ 대지에 총 300실 규모의 리조트가 들어서며 2022년 오픈 예정이다. 개발 콘셉트는 ‘바닷가의 한남동과 도산 공원’이다. 한남동처럼 한적하고 프라이빗한 집이 모인 마을과 도산공원처럼 남다른 라이프스타일을 누릴 수 있는 거리와 공간을 의미한다. 문화 아카데미, 서점, 갤러리, 공연장, 공방 등을 배치한 문화 벨트가 주요 콘텐트다.

빌라쥬 드 아난티 설계 계획을 보면 대지 면적은 아난티 코브의 배 이상이지만 객실 수는 아난티 코브의 절반 수준이다. 객실 500개까지 허용되지만 300개만 넣기로 했다. 반대로 녹지 비율은 기준인 30%보다 훨씬 높은 45%로 잡았다. 이 대표는 “우리가 첫 번째 목표를 매출로 잡았다면 건축 디자인, 단지 구도, 객실 수 등에서 많이 달랐을 것”이라며 “고객에게 어떤 즐거움을 드릴지 고민하다 보니 잔디광장, 산책로, 문화 공연 시설 등이 늘었다”고 말했다.

- 부산=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사진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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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호 (2019.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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