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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한국가스공사 상임감사위원 

‘청렴’은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 

법과 제도는 정치 안정과 경제 발전을 위한 필요조건이기는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미국 스탠퍼드대 정치경제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저서 『트러스트(TRUST)』에서 한 국가의 번영은 그 사회의 신뢰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고 했다. 이는 한국이 고신뢰사회, 즉 선진국 반열에 오르려면 공공부문에 청렴 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상훈 한국가스공사 상임감사위원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

▎이상훈 위원은 비위행위 예방뿐만 아니라 경영진의 방만경영 견제 및 회사 발전안 제안과 같은 경영컨설팅 역할도 본인의 책무로 끌어들였다.
“공직자의 청렴은 공직윤리 차원을 넘어 국가 경쟁력을 결정하며, 부패는 국민 모두에게 막대한 비용 손실을 가져옵니다. 부패가 만연한 국가는 국제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국가청렴도와 국민소득의 상관관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상훈 한국가스공사 상임감사위원의 논리는 간단명료하다. 한국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기 위해 공공·민간 전 분야에 걸쳐 아직 남아 있는 비효율적이고 불공정한 관행 및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하고 투명하지 못한 조직운영이 부패의 단초가 되고 부패는 국가 경쟁력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누구나 상식적, 윤리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당연한 이야기로 들리지만, 현실은 의식과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청렴 문화의 실질적 확산을 유도할 것인가라는 문제로 귀결된다. 이 위원이 청렴 문화 전도사로 나서 조직원들의 마음가짐을 바꾸고 시스템적으로 청렴을 권장 혹은 감독하는 그의 역할이 빛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그의 청렴 이니셔티브는 조직을 변화시키고 더 나아가 혁신을 만들어내는 성과로 이어지는 경이로운 경험을 만들어냈다.

그가 한국가스공사 상임감사위원으로 활동하게 된 배경에는 2014~2016년 공사 일부 직원들의 조직적 대형 비리가 감사원 감사에서 밝혀진 사건이 있다. 이 사건으로 인해 가스공사의 경영 철학이 훼손되고 조직문화는 침체됐었다. 기관 신뢰도가 추락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조직 내 패배주의가 심각한 문제였다. 공사는 총체적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 2017년 상임감사 공모를 실시했고 2010~2012년 한국전기안전공사 상임감사로 활약했던 이 위원이 15대 1의 경쟁을 뚫고 구원투수 역할을 맡게 됐다. 이 위원은 이미 한국전기안전공사 재직 시절 직접 고안한 ‘준감사인 제도’로 기획재정부 차관 주재 우수감사 사례발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실적이 있어 적격이라고 판단됐다.

이 위원은 한국가스공사에서 부패방지 청렴혁신 정책을 수립하고 윤리의식을 대내외에 전파하고자 청렴 리더십 확산에 나섰다. 기존 취약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일부 진행되던 청렴·윤리 교육을 전사적, 대외적으로 확대했다. 국내외 공사 직원, 협력업체 직원, 나아가 지역공동체에 이르기까지 3500여 명의 이해관계자들에게 다양한 부패 및 감사 실사례를 공유하며 청렴·윤리의 내재화 과정을 이끌었다. 이 위원은 “사업장을 돌며 직위와 상관없이 티타임을 함께하며 ‘왜 청렴한 조직으로 거듭나야 하는가’에 대해 소통하고 의견을 청취하는 시간을 갖고 직원들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복무기강 회복을 위해 상임감사 직속으로 부부장검사 출신의 외부 인재를 영입하여 전문 감찰기구인 기동감찰단을 설치했다. 또 익명 공익제보 시스템인 레드휘슬(Red-Whistle)을 설치해 직장 내 성추행, 갑질문화, 채용비리 등 일체의 비위행위와 관련된 내부 제보를 활성화해 근무환경 개선과 청렴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과거에는 일반적이던 사소한 행위도 비리행위가 될 수 있어요. 외부업자로부터 받은 작은 감사 표시, 축하 화환도 모두 부정청탁금지법에 저촉될 수 있죠.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이 있듯이 작은 행위를 단절하는 것이 큰 부정행위를 막습니다. 어디까지 성의 표시로 볼 것인지가 애매한데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오히려 판단을 위한 고민을 줄여 편리할 수 있습니다.”


한국가스공사의 감사시스템은 임직원뿐 아니라 외부업체도 참여할 수 있으며 상벌이 뚜렷한 것이 특징이다. 즉 비리 신고에 대해서는 감사실 징계위원회가 사안에 따라 해임까지 결정하는 반면 공익신고에 대해서는 포상한다.

한국가스공사는 공공기관 최초로 채용비리 척결을 위한 프로세스인 채용전형감사관리시스템(KOHAS)을 구축했다. 또 구매비리 예방을 위해 국가계약법상 기존 2000만원 이하 수의계약방식을 금액에 상관없이 모든 구매에 전자입찰을 의무화한 것도 최초다. 금액이 크고 전문성이 요구되는 IT·전기·전자 물품은 조달청을 통해 구매하도록 했다. 그리고 사무실 내 잦은 이동으로 관리가 부실했던 비품관리에도 관리단위 및 위치정보 등을 개선한 비품관리시스템을 재정립했다.

특히 2019년부터 외부회계감사인 선임 절차의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해 상임감사의 선임권한을 외부 회계전문가 다수로 구성된 위원회에 위임하고 외부 압력이 개입하지 않도록 했다.

“우리 사회는 지속적으로 청탁금지법 제정, 행동강령 강화, 채용비리 척결 등 청렴도와 신뢰도를 제고하려는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공직 부패 관련 뉴스는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어요. 부패 방지 및 척결을 위해 더욱 강도 높고 효과적인 방안과 청렴·윤리의식 확대 노력을 심층적으로 논의하고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도출해 실천으로 이어가려는 노력이 더 필요합니다.”

이 위원은 비위행위 예방뿐만 아니라 경영진의 방만경영 견제 및 회사 발전안 제안과 같은 경영컨설팅 역할도 본인의 책무로 끌어들였다. 그는 전국 5000㎞에 달하는 한국가스공사 가스배관 관로 순찰에 드론 도입을 제안해 약 300억원의 예산 절감을 이뤄냈다. 이는 산업부 산하 공기업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 외 이 위원은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의 방류둑 간소화, 제주 LNG 인수기지 공기식 기화기 성능 개선, LNG 벙커링 사업부 신설 등 여러 경영 제언으로 공사의 원가 절감을 포함한 경영효율화에 일익한 것을 보람으로 느낀다.

그는 특히 청렴 문화가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더욱 기업경쟁력으로 귀결된다고 말한다. “패쇄적·수직적 조직문화에서는 창의력이 발휘될 수 없기 때문”이라며 “투명하고 평등한 조직문화에서만 창의적인 발상과 시도가 나올 수 있고 노력의 혜택이 본인에게 돌아가는 분위기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퇴임 후에도 청렴 문화 확산과 사회 갈등 해소를 위한 국민운동을 지속할 계획이다. 더불어 치열한 경쟁에 지친 청년들을 위해 꿈과 희망을 전파하는 리더십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 대구=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 ·사진 김현동 기자

201908호 (2019.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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