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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여성 CEO 65인] 조서윤 다원디자인 회장 

공간미학의 미다스 

실력으로 무장한 디자이너 그룹이 오피스, 호텔 등 내부 구석구석에 손을 댈 때마다 그곳은 특별한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국내 인테리어디자인 업계를 이끌고 있는 다원디자인의 이야기다. 1990년대부터 국내 인테리어디자인 업계를 리드하고 있는 다원디자인의 조서윤 회장을 만나 창업 스토리부터 여성 기업가로서의 장·단점, 멈추지 않는 그의 도전에 대해 들어봤다.

“최근 오피스 인테리어의 트렌드는 버라이어티죠. 과거 기능적인 면이 강조된 격자형 개인 집무 공간과 회의실이 전부였다면, 최근 오피스 인테리어는 창의성, 협업,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하도록 다양한 콘셉트로 공간을 설계합니다.”

업무 공간은 단순히 ‘일하는 곳’ 개념에서 벗어나 최근 스마트오피스를 추구한다. 공유 공간의 개념으로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포커스존, 리프레시할 수 있는 퍼블릭존, 트렌디한 카페처럼 활발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라운지 등으로 구성된다. 공간이 바뀌면 일하는 방식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SK건설,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기업의 스마트오피스가 다원디자인의 공간철학을 실현한 곳이다.

다원디자인은 1995년 조서윤(59) 회장이 창업한 인테리어디자인 기업으로 국내 인테리어디자인 업계의 역사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벌 기업들의 국내 오피스를 디자인·시공했으며, 국내 주요 대기업, 컨설팅펌, 대형 IT기업들의 사무 공간이 다원디자인의 손을 거쳤다. 더불어 JW 메리어트, 포시즌스, 파라다이스시티 등 주요 호텔의 인테리어도 다원디자인이 참여했다.

2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창업의 계기를 들여다보면 조 회장의 가족 등 주위 인물들의 지원과 격려가 뒷받침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균관대 화학과를 다니던 조 회장은 어느 날 “미국에서는 인테리어디자인이 매우 활성화되어 있다”는 학과 교수님의 말을 흘려듣지 않았다. 당시 국내에서는 인테리어디자인이라는 개념조차 확립되어 있지 않았고 국내 대학에서 전공으로 개설되지도 않았을 때였다. 조 회장은 졸업 후 곧바로 유학길에 올라 미국 오하이오대학교와 플로리다주립대 대학원에서 인테리어디자인 석사과정까지 마쳤다. 귀국 후 현대건설에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인테리어 도면을 매일 집에 가져와 밤늦게까지 작업을 했어요. 의사인 오빠들이 이런 나를 보며 직접 비즈니스를 해보라고 권유했습니다. ‘우물을 파려면 빨리 시작해야 기회가 많다’는 게 오빠들의 조언이었어요. 그때만 해도 국내 인테리어디자인 시장이 이렇게까지 성장하리라고 전망한 것은 아니었지만, 내 일을 주도적으로 해나가고 싶다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어요.”

1995년 7월 조 회장은 직원 3명으로 다원디자인을 설립했다. 신생기업으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갈 무렵 IMF 외환위기가 닥쳤다. 이러한 토네이도급 외부 환경 변화는 위기라기보다 오히려 기회가 됐다. 당시 외국계 기업이 공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하면서 HSBC, 알리안츠 등 글로벌 금융기업의 오피스 디자인을 수주했다.

“작은 국내 회사가 외국계 기업의 공사를 수주할 수 있었던 것은 순수하게 실력 덕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외국계 기업은 회사 규모, 실적보다는 우리의 실력과 콘셉트, 아이디어를 공정하게 평가했습니다.”

조 회장은 지금도 당시 수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맡던 회사가 갑자기 수십억 단위의 공사를 하는 회사로 점핑하는 환희의 순간을 잊지 못한다. 그녀는 “지난 24년간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준공하는 일련의 과정을 지나면서 하루하루가 드라마 같았다”고 회상했다.

다원디자인은 업계에서 심플하고 모던하면서도 기능성을 잘 살린 인테리어를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자가 “아무래도 여성 대표 특유의 섬세함이 성공의 비결이 아닌가”라고 묻자, 조 회장은 “결국 책임감이라고 생각한다”며 “남녀의 구분보다는 궁극적으로 디자이너의 강한 책임감이 디테일을 구성해내고 이는 고객사의 만족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다만 “여성 리더가 이끄는 조직의 특성상 수평적 문화와 활발한 의사소통이 강점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여성 기업가로서의 한계가 없지는 않았다고 고백했다. “내가 남자였다면 어땠을까 하고 가끔 생각해요. 아마 매출을 2~3배 더 올렸을 수도 있어요. 남성 기업가들은 비즈니스를 하면서 네트워크 기반으로 성장하는 경향이 있지만 여성들은 그렇지 않은 편이에요. 오직 실력으로만 승부해야 합니다.” 여성으로서 일과 가정의 밸런스에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조 회장은 “나이가 들수록 일과 가정을 다 잘 이끌어가는 여성 기업가를 보면 솔직히 부러워요”라고 말했다.

마이너스 없는 흑자기업 일구다


▎1960년생, 1982년 성균관대 화학과 졸업, 1985년 미 오하이오대학교 인테리어디자인학과 졸업, 1987년 플로리다주립대 대학원 인테리어 디자인학 석사. 1991년 현대건설, 1995년~다원디자인 대표/회장
다원디자인은 여성친화기업이다. 임원 중 20%가 여성으로 구성돼 있고 여성 디자이너도 많다. 조 회장은 “기혼 여성 직원도 많지만 일과 가정을 병립하며 실력과 꼼꼼함을 갖춘 인재들”이라고 자랑스러워했다.

다원디자인은 지난 24년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최근 3년간(2016~2018년) 연 평균 매출성장률 13.73%, 영업이익성장률 30.63%다. 건설업계에서는 외형을 키우기 위해 무리한 수주를 하거나 자금 흐름이 혼탁한 경우가 꽤 있다. “적자를 보는 현장이 있기는 하지만 이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해요. 유동성이 좋지 않을 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무리해서 수주하면 리스크가 커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선별적으로 수주를 결정하되 나의 독단이 아니라 임원진과 함께 심사숙고해서 하죠.”

조 회장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다원디자인은 2016년부터 오피스, 호텔 중심에서 해외 프로젝트, 테마파크, 전시장 등 신규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해외 프로젝트는 조 회장이 공을 가장 많이 들이는 부분이다. 지난 추석 연휴도 필리핀 현장에서 지냈다. 다원디자인은 국내 주요 건설사와 함께 인도, 필리핀, 베트남, 러시아, 사이판, 적도기니 등에서 주택, 호텔, 오피스 등의 인테리어디자인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테마파크나 전시장 디자인 전문 임원을 영입하고 미국 영화사 파라마운트 스튜디오의 영종도 테마파크 사업 등에 참여하고 있다.

또 소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할 JH어소시에이츠, 부동산 개발업체 SDAMC의 자회사도 설립했다. 다원디자인과 2개 자회사는 프로젝트 규모에 따라 사업을 분리하고 신도시의 주상복합, 아파트 개발 공모사업의 시행사로 참여하며 시너지 효과를 추구하고 있다.

조 회장은 탄탄하게 성장시킨 다원디자인의 미래에 대해 “회사의 존속을 보장하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기업과 인수합병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회장에 따르면 실제 그동안 여러 대기업에서 인수합병 제의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동안 후계자를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며 “자녀에게 승계하는 것도 고려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후배 여성 경영인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을 묻자 조 회장은 “첫째, 일도 중요하지만 가정을 잘 지킬 것, 둘째, 자기 자신의 마음이 하는 말을 들을 것”이라고 답했다. 가정은 남녀를 불문하고 가장 중요한 가치임을 잊지 말아야 하며, 의사결정은 스스로가 가진 정의, 합리성, 관용의 기준을 믿고 따르라고 주문했다.

-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사진 김현동 기자

201910호 (2019.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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