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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의 저주’ 부동산 증여 해결법 

 

정부가 내년부터 부동산에 세금을 더 매길 참이다. 보유해도 증여해도 붙는 세금이 더 늘어난다고 하니 절세를 위해 증여 시기를 앞당기려는 자산가가 많다. 하지만 이들이 진짜 무서워하는 건 자식들을 옭아맬지도 모를 ‘로또의 저주’다.

부동산에 붙는 세금이 점점 늘고 있다. 특히 올해 부동산 기준시가가 많이 오르면서 보유세 문제가 상담 화두로 떠올랐다. 서울만 보면 공동주택가격이 평균 14% 넘게 올랐다. 재산세뿐 아니라 종부세 부담도 더해졌다. 당장 보유세 부담부터 커지니 증여를 고민하는 자산가도 부쩍 늘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절세를 위해 증여하려니 2020년부터 달라지는 규제가 걸린다. 상속·증여하는 부동산의 평가 기준이 기존 기준시가에서 감정평가 가격으로 변경되기 때문이다. 증여받은 후 양도하면 세 부담은 좀 줄겠지만, 증여를 목적으로 한다면 그 시기를 앞당기는 게 차라리 낫다.

세금보다 더 무서운 ‘로또의 저주’

얘기가 나온 김에 대체 세 부담이 얼마나 늘어나는지부터 따져보자.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내년부터 상속·증여세를 계산할 때 비주거용 부동산부터 평가 기준을 기준시가에서 감정평가한 가격, 즉 시가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보통 비주거용 부동산의 실거래 가격을 100이라 치면 기준시가는 50~70% 정도 되는데, 감정평가를 반영하면 70~90% 값으로 뛴다. 과표구간에 따라 좀 다르긴 하지만 기준시가 24억원짜리로 평가받는 실거래가 40억원짜리 빌딩이 36억원짜리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상업용 빌딩이 ‘부의 대물림’으로 지목된 것이다. 현실적인 문제가 또 있다. 비주거용 부동산은 아파트와 달리 위치나 모양 등에 따라 가치가 다를 수밖에 없다. 일률적인 시가를 적용하기가 매우 어렵다. 도로 인접 여부나 임차 수입에 따라 건물값이 두세 배 차이가 나기도 한다. 규제상 보충적 평가방법, 즉 통상 기준시가에 따라 재산평가를 해왔다. 토지는 개별공시지가, 주택은 국토부의 개별주택공시가격과 공동주택공시가격, 오피스텔과 상업용 건물 등은 국세청 산정·고시가격을 적용했다.

이게 바뀐다. 올해 초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비주거용 부동산을 감정평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정부도 내년 예산에 국세청의 감정평가 비용으로 24억원을 책정한 상황이다. 어차피 증여할 생각이 있다면 올해 증여하는 게 절세 측면에서 유리하다.

하지만 부동산은 단순히 증여계약을 한 후 등기를 넘겨줬다고 끝이 아니다. 미래 상속인들 간 관계, 수증자가 세금을 부담할 수 있는지, 대출이 필요하다면 얼마나 어떻게 팔아야 하는지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고민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재산관리 문제다. 절세하겠다고 너무 어리거나 관리 능력이 없는 자녀에게 무턱대고 재산을 증여했다간 독이 된다. 최악의 경우 사회초년생 자녀에게 갑자기 규모가 큰 부동산을 물려준다면 관리를 못해 지킬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른바 ‘로또의 저주’다. 생각지도 않았던 관리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염려해 증여 후 재산관리 수단으로 신탁을 활용하려는 자산가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 상담했던 두 가지 사례를 보자.

빌딩을 아들에게 증여하려는 어머니

김선미(가명·70)씨는 서울 소재 주택과 빌딩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서울 부동산 가격이 뛰자 증여를 고민 중이다. 증여를 하자니 몇 가지 고민에 빠졌다. 수증자로 생각하고 있는 아들이 직장인이라 증여세 부담 능력이 버겁다 보니 증여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절세하려고 증여해도 아들이 부동산을 잘 지켜낼 수 있겠느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부쩍 직장생활이 고달프다며 사업을 하고 싶다는 얘기를 자주 했다.

오피스텔 명의를 손자 앞으로 해주고 싶은 할머니

김사랑(가명·78)씨는 3남매를 모두 잘 키우고 홀로 살고 있다. 두 자녀가 해외에서 살다 보니 손자를 볼 기회가 많지 않다. 그나마 자주 얼굴 볼 수 있는 친손자가 그 아쉬움을 달래준다. 그런데 아들도 손자 교육비가 만만치 않게 드는 모양이다. 손자가 평소 유학 가고 싶단 말을 자주 해 마음이 쓰인다. 그래서 손자 명의로 작은 오피스텔 하나를 증여하고자 한다. 혹시나 처분하게 돼도 손자 교육비로 썼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하지만 아들 내외가 이사 다니며 목돈이 필요할 때 오피스텔을 처분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두 사람 모두 신탁으로 재산관리 문제를 해결했다. 먼저 사업하겠다는 아들에게 증여를 고민했던 김선미씨는 자녀 앞으로 부동산을 증여하면서 신탁계약을 전제했다. 자녀가 임의로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담보를 제공해 재산을 날릴 일은 사전에 막을 수 있게 됐다. 손자에게 오피스텔을 증여하고자 했던 김사랑씨도 신탁을 활용했다. 친권자인 부모가 맘대로 오피스텔을 처분하지 못하게 됐다. 물론 증여한 재산이 손자가 성장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은 변함없다.

- 배정식 KEB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센터장

201910호 (2019.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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