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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신탁 부동산 소유권 

 

지난 6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른바 ‘명의신탁 부동산’의 소유권이 명의자가 아니라 원소유자에게 있다는 기존 판례를 유지했다. 이 때문에 소유권과 관련해서 “내가 실소유자니 땅을 돌려달라”는 요구나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는 부동산 실소유자와 부동산 명의자가 다른 사안에서 실소유자가 명의자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에서 실소유자에게 소유권이 있다고 재차 판시한 바 있다. 보통 부동산이 누구 소유인지는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보고 판단한다.

그러나 등기부상 명의자와 실질 소유자가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의도적으로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즉, 부동산의 실질 소유자가 본인 명의로 등기를 해놓는 것이 아니라 타인 명의로 부동산을 등기해놓는 경우다. 이러한 부동산을 보통 차명부동산이라고 하고 실소유자와 등기명의자가 부동산을 차명으로 등기해놓기로 하는 약정을 부동산명의신탁약정이라고 한다.

부동산명의자가 아니면 실소유자라고 하더라도 제 3자와 거래 또는 본인의 소유권을 주장할 때 불편을 겪게 되는데도 타인 명의를 빌려 등기하는 이유는 뭘까? 외부에서 실질소유자를 알 수가 없고 채권자로부터 재산을 숨기거나 탈세가 쉽기 때문일 수 있다. 이러한 명의신탁약정은 당사자 간의 의사 합치만 있으면 비밀리에 가능하다. 이처럼 명의신탁행위는 당사자 간 비밀리에 행해지는데도 당사자, 특히 등기명의자가 변심하거나 등기명의자에 대한 세무조사 시 명의신탁재산임이 드러나 분쟁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은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해 투기, 탈세, 탈법 행위 등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이다. 이 법은 부동산 실소유자와 등기명의자를 불일치되도록 하는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물권변동을 금지하며 이를 위반하는 행위는 무효라고 명시하고 있다. 판례는 부동산실명법상 명의신탁약정뿐만 아니라 이에 더하여 명의신탁약정을 전제로 한 또 다른 약정도 무효로 본다. 예를 들어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향후 부동산 소유 명의를 이전하기로 하는 약정, 본등기 실행으로 부동산을 돌려받기로 하고 명의신탁자 명의로 마친 가등기, 명의신탁자가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보전을 위해 제3자 명의로 마친 가등기는 모두 무효라고 본다.

이에 따라 실소유자 입장에서는 명의신탁약정과 이전등기가 무효임을 이유로 언제든지 등기명의자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할 수 있다. 최근 대법원전원합의체 판례도 부동산 실소유자가 본인 소유 부동산의 등기명의를 타인에게 신탁하여 이전한 사안에서 명의신탁이 부동산실명법 위반이라고 하더라도 반환이 금지되는 것으로는 볼 수 없기 때문에 명의신탁자인 실소유자의 등기이전청구를 인정한 바 있다.

다만 명의신탁약정 등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등기부상 명의자가 그 부동산의 소유자로 추정되기 때문에 등기명의자가 부동산은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우 실소유자가 입증책임을 지게 된다. 즉, 등기명의자의 등기는 명의신탁약정으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무효이고, 부동산은 자신의 소유라는 점을 입증해야 소유권을 되찾을 수 있다. 물론 이 경우도 등기명의자가 이미 제3자에게 부동산을 처분했다면 부동산을 찾기 힘들 수 있다.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등기는 무효가 원칙이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선의의 거래상대방 보호를 위하여 부동산 물권을 취득하기 위한 계약에서 명의수탁자가 어느 한쪽 당사자가 되고 상대방 당사자는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명의신탁약정이 무효더라도 그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는 유효라고 본다. 이 경우 소유자는 명의신탁약정이 무효임을 이유로 자신이 부담한 매매대금은 등기명의자를 상대로 한 부당이득반환청구가 가능하고, 등기명의자는 유효한 등기를 취득하게 된다. 실제 거래에서는 매도인 입장에서 매수인이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수탁자로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인지 모르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는 유효하다. 대신 명의신탁자가 명의신탁약정이 무효임을 이유로 부동산소유권을 반환해달라고 할 수 없게 된다. 마찬가지로 명의수탁자가 임의로 자신의 등기명의를 명의신탁자에게 이전하고자 하더라도 명의신탁약정이 무효임을 원인으로 하여 이전할 수는 없고 증여나 매매 등 법률행위를 통하여 이전할 수밖에 없다.

소유권회복 측면에서 보면 위와 같이 명의신탁에 따른 등기가 유효로 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실소유자 입장에서 차명부동산이 명의신탁된 것임을 입증하면 소유권을 반환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사법상 소유권을 회복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부동산실명법상 과징금 부과와 형사처벌 규정이다. 부동산실명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과징금이 부과된다. 과징금은 명의신탁약정을 한 명의신탁자에게 부과되며 부과하는 날 기준으로 해당 부동산 가액의 100분의 30에 해당하는 금액 범위에서 부과된다. 명의신탁기간이 길고 부동산평가액이 클수록 과징금은 최대 100분의 30까지 부과할 수 있다.

소유권의 경우 부과 시 기준시가의 최대 30%까지 과징금으로 낼 수 있다. 과징금을 내지 않으면 이행강제금도 부과된다. 다만 부동산명의신탁 후 명의신탁자가 사망하고 그 이후 명의신탁관계가 밝혀진 경우라면 상속인에게 과징금 등이 부과되지 않을 수 있다. 참고로 현재 이에 대하여 상속인에게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법개정 안건이 제출돼 있다.

다음으로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하는 경우 명의신탁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을, 명의수탁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현행법상 종중, 배우자 및 종교단체를 제외하고 부동산명의신탁을 하는 경우 이에 대한 소유권을 찾아오기도 힘든 게 현실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행정상 제재나 형사처벌 규정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명의신탁약정을 통한 부동산 취득은 주의해야 한다. 부동산명의신탁이 이미 이루어졌다면 많은 경우 소유자임을 입증할 수 있는지, 과징금은 얼마나 부과되는지, 형사처벌의 공소시효는 경과됐는지 또는 증여로 처리하는 것이 유리한지 등을 고려하여 소유권회복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 곽종규 KB국민은행 IPS본부 WM투자본부 변호사

201909호 (2019.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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