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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장수기업의 성공 DNA 

 

미국의 SC존슨·할리데이비슨, 중국의 장쇼우췐, 프랑스의 미쉐린. 모두 100년 이상 세월을 이겨낸 기업이다. 회사 제품이 좋아서였겠지만, 나름의 창업 이념과 핵심 가치를 지켜온 덕분에 견뎌냈으리라.

최근 방문한 한 기업의 벽에는 100년 달력이 걸려 있었다. 그 회사가 창업한 1984년부터 2084년까지 100년을 기록해놓은 달력으로, 창업자의 100년 기업에 대한 열망을 전 직원들과 공유하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세대교체를 앞두고 100년 기업을 모토로 하는 기업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100년 기업이 되기 위한 가장 큰 조건은 무엇일까? 그 비결을 해외 장수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기업이 3대를 넘어 생존하는 비율이 불과 4%밖에 되지 않음에도 200년 이상 생존하는 기업들이 있다. 그러면 이들은 어떻게 200년 이상 생존할 수 있었을까? 미국 브라이언트대학의 윌리엄 오하라 교수는 장수기업의 공통점을 말하면서 “장수기업들은 시간이 지나고 기업이 커나가도 처음 가졌던 경영이념과 삶의 본질을 잊지 않는다. 자신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기준으로 원칙을 세우고, 과업 하나하나에 적용해온 가풍에 있다”라고 했다. 전 세계적으로 200년 이상된 가족기업 경영자들의 친목모임인 레 제노키앙(The Henokiens) 회원들도 ‘창업 초기부터 계승된 핵심 가치와 기업 이념을 지켜온 것’을 가장 중요한 장수비결로 꼽았다. 그렇다면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가치’라는 게 대체 무엇일까? 가장 많이 꼽힌 가치는 ‘품질’이었다. 그다음으로 많이 꼽힌 가치는 ‘근면’과 ‘정직’이다. 그 밖에도 다양한 핵심 가치가 언급됐다. 분류해보면 크게 3가지다.

첫째, 가족의 화합과 결속에 기여하는 가치다. 존경, 충성, 정직, 명성 등이 있다. 둘째, 기업의 지속적 생존에 기여하는 가치다. 기업가정신, 근면, 최고 지향, 품질, 혁신 등이 있다. 셋째, 세대 간 계승하고자 하는 가치다. 스튜어드십, 책임감, 사회적 책임, 투명성 등이 있다.

200년 가족기업은 수익에 집착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수익성이란 사업을 영위해나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결과일 뿐, 목표가 아니다. 중요시하는 가치에 따라 행동한다. 가족의 가치가 자연스럽게 자녀들에게 전달된다. 또 기업에서도 창업 초부터 계승된 가치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므로, 핵심 가치는 가족문화를 넘어 기업 문화로 이어진다. 세계적인 장수기업에는 공통적으로 다음 4가지 가치가 포함되어 있다.

1. 인간존중: 직원이 행복해야 기업이 성장한다

장수기업들은 직원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직원들에게 더 많이 투자할수록 기업이 더 좋아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기업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라기 보다 진심으로 직원들을 위한다. 그래서 장수기업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충성심이 높고 자부심도 강하다.

100년 넘게 ‘회사 직원을 가족처럼 소중히 여긴다’는 창업자의 경영 철학을 지켜온 기업으로 SC존슨이 있다. 이들이 생산한 에프킬라, 지퍼락, 페브리즈는 어느 가정에서나 하나쯤 가지고 있는 생활용품이다. 미국 위스콘신주에서 마룻바닥 왁스 회사로 시작해서 현재 전 세계 60여 개국 지사, 직원 1만2000명을 둔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창업자인 새뮤얼 존슨은 직원의 복지를 향상하고 사회봉사활동을 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그는 창업 초기부터 수익금 일부를 직원에게 나눠주었고, 수입의 10%를 지역사회에 기부했다.

SC존슨은 가족회사다. 회사 로고에도 가족기업(A Family Company)이라고 새겨 넣었다. 회사 홈페이지 첫 화면에서는 “1886년부터 가족기업으로 운영되는 SC존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SC존슨은 아직까지도 비상장회사로 남아 있다. 그 이유도 경영 철학을 지키기 위해서다.

2. 장인정신: 상품이 아니라 명품을 만든다

장수기업들은 최고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하며, 늘 변치 않는 품질을 추구한다. 200년 기업 모임인 레 제노키앙 회원들이 중요한 핵심 가치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품질이다. 품질에 대한 집념은 장인정신을 만든다. 눈앞의 이익에 집착하기보다는 일을 제대로 해내려고 하고, 이를 위해 때로 많은 희생을 감수하기도 한다. 제품의 품질에 자신들의 도덕성이나 윤리성이 반영된다고 여길 만큼 품질기준이 엄격하다.

오로지 가위 하나로 300년 이상 생존해온 기업이 있다. 중국의 장쇼우췐이다. 1663년 창업한 이래 가위 하나로 340년 역사를 이어온 가위 명가 장쇼우췐에는 대대로 내려오는 기업의 핵심 이념이 있다. 바로 ‘량강정제’다. 이는 ‘좋은 재료의 바탕 위에 정교한 솜씨를 더하라’는 의미다. 장쇼우췐 가위는 황실 진상품을 거쳐 현재 중국의 주요 행사에서는 오직 이 가위만 쓰일 정도로 명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장인정신은 좋은 재료를 구하려는 노력에서부터 시작된다. 직원들은 좋은 강철을 구하기 위해 여러 강철회사를 방문해 강도, 순도까지 꼼꼼히 검사하는 것은 물론, 기준에 모자라면 가차 없이 퇴짜를 놓는다. 총 72가지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가위 하나가 탄생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가위는 무뎌지지 않고 10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최고 품질의 가위가 된다. 일상생활용부터 전문가용 가위까지 120여 종을 생산하는데, 장인이 수작업으로 만든 가위는 한 개에 90만원을 호가한다. 마오쩌둥이 장쇼 우췐 같은 기업은 만년을 가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3. 변화와 혁신 : 100년이 지나도 늙지 않는 기업

『히든 챔피언』의 저자 헤르만 지몬은 탁월하고 지속적인 혁신 없이는 미래 시장은 물론 현재 시장에서조차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한다. 혁신이란 기술과 제품에 한정되지 않고 사업의 모든 측면을 포함한다. 장수기업은 공정의 혁신, 유통, 판매, 마케팅의 혁신을 통해 성장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생존한다.

모든 측면에서 혁신을 이룬 기업 중 하나가 할리데이비슨(Halley-Davidson)이다. 전 세계 라이더들의 로망, 고객충성도 세계 1위 브랜드로 꼽히는 할리데이비슨의 어떤 매력이 이토록 많은 이를 열광하게 하는 것일까? 할리데이비슨 창업자 윌리엄 할리는 1901년 먼 길을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게 힘들어 자전거에 모터를 달았다. 얼마 후 모터를 단 자전거를 만들면 사업성이 있겠다고 판단하고, 1903년 조그만 엔진 부착형 자전거 회사로 시작해 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1960년대 들어 작고 날렵한 경량급 오토바이를 주종으로 내세운 일본 기업들의 위협에 부딪혀 1969년에는 경영 악화로 AMF에 인수되고 만다. 그러나 이를 보다 못한 경영진 13명이 1981년 개인 돈을 투자해 회사를 독립시켰다. 회생 작업에 돌입한 할리데이비슨은 다시 창업시대 철학으로 돌아가 ‘이볼루션’이란 엔진을 개발한다.

할리데이비슨을 살리기 위해 그들이 맨 처음 한 일은 ‘H.O.G(Harley Owner’s Group)’를 결성해 거리로 나선 것이다. 그들은 직접 가죽재킷을 걸치고, 100년 동안 바꾸지 않은 구식 할리데이비슨 V트윈엔진을 타고 전 세계 랠리에 나섰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첫해 3000명에 불과했던 H.O.G 멤버는 2년 뒤 6만 명을 넘어섰고, 2003년 100주년 행사에는 25만 명이 밀워키 본사에 운집했다. 성과도 놀랍다. 1983년에 비해 2007년 매출은 24배, 이익은 무려 930배나 늘었고 20년간 단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어 2002년에는 포브스가 선정하는 ‘올해의 기업’으로 뽑히기도 했다.

할리데이비슨의 성공의 핵심은 무엇일까? 바로 자신들의 장점을 명확히 파악하고 정체성을 지키는 가운데 혁신의 노력을 마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할리데이비슨의 혁신에는 항상 사람들에게 편리함과 즐거움을 동시에 주고자 했던 창업자들의 이념과 경영 철학이 깃들어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제품뿐 아니라 디자인, 공정, 마케팅, 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이루었다.

4. 고객지향: 최고의 제품과 가치를 제공하라

대다수 장수기업의 경영이념에는 최상의 품질로 소비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지역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가치가 담겨 있다. 품질과 고객가치를 표방하는 가족기업 중 하나가 미쉐린이다. 미쉐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이며, 고객의 편안함과 안전이 모든 것에 우선한다.

미쉐린은 혁신적인 타이어와 이동성을 높이는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엄청난 연구비를 투자한다. 그들은 연간 1억7000만 개가 넘는 타이어를 생산하고 30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세계에 있는 미쉐린 연구개발센터의 하루 테스트 거리는 18억㎞(지구 25바퀴)에 달한다. 하나의 타이어 개발에 연구원 6000명이 10년 동안 연구비 7조8000억원을 투입하기도 한다. ‘안전하며, 오래가고, 연비가 적은 타이어를 생산하라.’ 미쉐린은 120년 동안 그 꿈을 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오토바이에서부터 자동차, 항공기, 마침내 우주선 타이어까지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2006년에는 펑크가 나지 않는 타이어를 발명해서 그해 최고의 발명품에 선정됐다. 2009년에는 타임지가 미쉐린 타이어를 세계 최고의 발명품으로 선정했으며, 같은 해 포브스에서는 앞으로 100년 이상 살아남을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창업정신을 바탕으로 끝없이 기술혁신을 시도한 결과다.

미쉐린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타이어지만 타이어 이름이 아니라 『미슐랭 가이드』로 기억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레스토랑 및 여행 안내지다. 그런데 타이어 회사가 도대체 왜 여행 가이드북과 레스토랑 가이드북을 만들까? 창업자의 정신이 깃든 미쉐린의 사명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이동성을 개선함으로써 사람을 더 자유롭고, 안전하고, 효율적이고, 즐겁게 만드는 것.” 세계적으로 이름난 『미슐랭 가이드』도 창업정신에 깃든 ‘인간을 위한 이동성’에서 나왔다. 1900년 타이어 구매 고객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자동차 여행 안내책자에서 시작한 『미슐랭 가이드』와 식당과 숙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미슐랭 가이드 레드』는 현재 90여 개 국가에 1900만 부 이상 판매되며 세계 미식가들 사이에서 가장 권위 있는 지침서가 됐다.

미쉐린의 성공은 창업자의 경영 철학을 계승하여 세계 최고의 타이어를 만들겠다는 신념과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신념에서 나온 결실이다.

- 김선화 ㈜에프비솔루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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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호 (2019.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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