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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째 이어온 티백 제조 강소기업의 비결 

 

비글로 가문은 저가 시장으로 남아 있는 차 산업의 품질을 높이고자 3대째 노력 중이다. 한 편의 가족 드라마 같은 그들의 이야기를 취재했다.
신디 비글로(59)는 자사의 얼그레이 티백을 뜯어서 안에 들어 있는 어둡고 검은 잎들을 하얀 냅킨 위에 쏟았다. 칼라브리안 베르가못 향이 감돌았다. 다음으로 훨씬 규모가 큰 경쟁사의 티백 두 개를 더 뜯어서 내용물을 쏟았다. 한쪽에는 하얀 합성 향 물질이 들어 있었고, 다른 하나에는 내용물을 채우기 위해 쓴맛이 나는 옅은 갈색의 차나무 줄기까지 들어 있었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죠. ‘저 낡고 진부한 제품 라인 좀 봐. 정말 쿨하지 않고 시대에 뒤떨어졌군.’ 그러면 저는 ‘아니, 잠깐만요!’ 이렇게 말하죠.” 비글로의 말이다. “우리는 제품에 모든 것을 쏟아붓습니다. 모든 것을요.”

비글로 가문은 대다수 가족기업이 꿈만 꾸는 일을 해냈다. 가업을 1대에서 2대로, 2대에서 3대로 물려주는 일이다. 신디는 3대에 해당한다.

그 비결은 전통을 고수한 데 있다. 신디의 할머니가 1945년 부엌에서 시그니처 차인 콘스탄트 코멘트를 만들 때 사용한 레시피를 아직도 고수한다. 신디의 아버지 데이비드는 1959년 할머니로부터 가업을 물려받아 45년 동안 경영하며 우편으로 주문을 받던 틈새 브랜드를 식료품점의 대표 상품으로 바꿔놓았다. 데이비드의 두 딸 중 막내인 신디는 노스웨스턴대학에서 MBA를 취득하고 1986년 가업에 합류했다. 회계 부서에서 시작해 20년 동안 회사 생활을 해왔다.

그렇다고 비글로 일가의 사업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두 후계자 모두 세대교체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데이비드의 경우가 그랬다. 또 대량생산과 합병, 저비용에 목을 메는 120억 달러 규모 업계를 따라잡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코네티컷주 페어필드에 자리 잡은 비글로 티는 다른 모든 포브스 강소기업과 마찬가지로 성장보다 내실에 가치를 두었고, 신디가 2005년 경영권을 잡은 이후 연 매출을 2억 달러로 2배나 높였다.

신디는 “아마 처음 몇 년 동안은 아버지가 자신이 경영자로 가장 적임자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때로는 윗세대가 강압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자기 방식을 따라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이다. 그건 겉으로는 그럴듯해 보여도 결국 파멸에 이르는 길”이라고 말했다.

회사에서 신디의 경력이 쌓일수록 반발도 커져갔다. 한번은 신디가 명절 기념 차 라인을 제안했지만 데이비드는 호박 스파이스나 에그노그 같은 맛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다음에는 천연 식재료 매장에 진출할 기회가 찾아왔지만 데이비드는 매대에 제품을 올려놓고 소비자의 주의를 끄는 데 비용을 더 들이고 싶어 하지 않았다. 이런 긴장은 수년이나 계속됐고, 신디가 가족회의를 소집해 79세가 된 아버지를 자리에서 물러나게 할 때까지 정리되지 않았다. 신디는 “모든 것은 가족을 위해서지만, 그게 올바르게 이뤄지기까지는 아주 많은 대화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비글로는 3개 공장에서 매년 150가지 맛에 달하는 티백 20억 개를 제조한다. 비글로는 대다수 경쟁사와 달리 찻잎을 잘게 자르고 찢어서 말아내는 CTC 건조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훨씬 산업적인 이 제조 방식은 공식적으로 ‘먼지’로 분류된다. 또 대다수 경쟁사가 높은 비용 때문에 더는 스리랑카에서 찻잎을 들여오지 않지만, 비글로는 지금도 오랫동안 거래해온 판매상들로부터 오직 고산지대 농장에서 나온 찻잎만 구입한다. 이런 찻잎의 향이 더 선명하다.

비글로 및 그 경쟁사와 함께 일하고 있는 숙련된 식물학자 리처드 엔티코트는 “비글로는 협상을 과하게 하지 않는다. 파트너들도 성공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는 협상 대부분은 가격이 전부”라고 말했다.

비글로는 코네티컷주에 베네피트 기업으로 등록되어 있다. 근로자와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업만이 베네피트 기업으로 등록된다. 연 매출을 기반으로 모든 공장 근로자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고 3개 공장의 에너지원을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관행을 오래 지속한 덕분에 올해에는 베네피트 기업으로 국가 인증서까지 받았다.

비글로는 유니레버가 주도하는 업계의 합병 트렌드까지 거스르고 있다. 유니레버는 립턴, 퓨어리프, 푸카를 합병하고 2017년에는 스타벅스로부터 타조를 3억8400만 달러에 인수했다. 매출 상위 차 회사 가운데 유일한 독립 기업으로 남아 있는 비글로는 훨씬 비싼 값에 팔릴 것이다. 신디는 “사모펀드 업체와 상장 기업들로부터 최소 일주일에 한 번은 연락을 받는다”며 “현재까지는 모든 제안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90대에 접어든 데이비드와 그의 아내 유니스가 딸과 레시피를 공유한 것은 불과 5년 전의 일이다. 신디도 언젠가 이 레시피를 가업을 이어받을 자신의 두 20대 자녀와 공유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이 기업을 절대 팔지 않는 이유는 이겁니다.” 데이비드는 말했다. “매각한 첫날 경영진이 콘스탄트 코멘트 티백을 뜯어서 오렌지 껍질 조각 수를 세어보고는 이러겠죠. ‘조각이 15개나 들어 있잖아. 말도 안 돼. 10개면 충분해.’”

[박스기사] 상대적인 실패

미국에는 550만 개 가족기업이 있지만 오래된 기업은 드물다. 가족기업 소유주 중 88%는 가업을 자녀 또는 손주에게 물려주기를 원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대개 피투성이로 끝난다.

2대까지 생존하는 가족기업의 비율 - 30%

3대까지 생존하는 비율 - 12%

4대까지 생존하는 비율 - 3%

※ 자료 가족기업협회

- CHLOE SORVINO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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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호 (2019.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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