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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층 절벽 따라 흘러내리는 장엄한 전통식 리조트 

 

아푸르바 켐핀스키 발리는 인도네시아식 전통 사원에서 영감을 받은 건축양식과 디자인으로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리조트 경험을 선사한다.

▎해변 쪽에서 바라본 아푸르바 켐핀스키 발리 전경. 발리 전통 사원과 계단식 농장을 본따서 가운데에 수로와 계단을 배치해 장엄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휴양지의 리조트는 대체로 비슷하다. 아름다운 최신식 고급 시설, 제복을 멋지게 차려입은 직원들의 훌륭한 서비스, 손님을 태우고 리조트 안을 돌아다니는 버기 자동차, 풀장 옆에 늘어서 있는 선탠 의자와 그 근처 어딘가에 자리한 바까지, 공통되는 요소가 많다. 여러 리조트를 다니다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어디가 어디였는지 헷갈리는 이유다. 머무르고 있을 때야 지상 낙원이 따로 없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고 나서도 그 이름과 지역까지 정확하게 기억에 남는 리조트는 의외로 많지 않다.

그런데 지난 9월 아푸르바 켐핀스키 발리에서 며칠을 지내면서, 나는 이 리조트의 이름과 위치를 결코 잊지 못하리라고 확신했다. 여느 리조트와 달리, 아푸르바 켐핀스키 발리는 리조트 전체에서 이 지역만의 색깔과 개성을 확연하게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리조트업계에서는 현대적인 럭셔리와 현지 전통문화를 적절하게 혼합하는 추세가 점차 나타나고 있는데, 지난 2월 개장한 아푸르바 켐핀스키 발리는 그 경향을 가장 뚜렷하게, 그리고 성공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아푸르바 켐핀스키 발리의 오션 스위트 객실. 객실에서 인도양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며, 저녁때는 아름다운 일몰도 볼 수 있다.
아푸르바 켐핀스키 발리는 발리에서도 가장 한적하고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어 고급 리조트가 즐비한 누사두아 지역에 있다. 응구라 라이 국제공항에서 15분이면 도달하는 거리다. 디럭스 룸, 스위트룸과 빌라 등 총 475개 객실이 있으며 이 중 60%에 전용 플런지 풀이 갖춰져 있다. 절벽에 위치한 객실에서는 창문으로 인도양의 풍경이 한눈에 보이며, 서쪽에 자리해 저녁이면 테라스 침대에 앉아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할 수도 있다. 먹을거리로는 발리에서 유일한 수족관 레스토랑인 코랄부터 일식당 오쿠, 매일 밤 라이브 음악이 펼쳐지는 해변가의 리프 비치 클럽 등 6개 음식점이 마련되어 있어 취향과 분위기에 따라 고를 수 있다.

처음 리조트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손님은 마치 오래된 사원을 연상케 하는 화려한 목조 장식으로 꾸며진 로비를 마주하게 된다. 하늘로 높이 솟구친 지붕과 로비 안을 장식하고 있는 목조 파티션들은 모두 한때 발리에서 번성했던 마자파힛 왕조의 예술 양식에서 가져온 것이다. 길목마다 설치된 조명도 발리 전통 양식을 본땄고, 로비에 있는 소파 역시 발리 공예가들이 발리 전통 직조 방식인 테눈으로 수작업한 직물로 만들어졌다.

이 리조트에서 무엇보다 인상 깊은 것은 건축양식이다. 아푸르바 켐핀스키 발리를 설계한 건축가 부디만 헨드로푸르노모와 인테리어 디자이너 루디 도도는 발리 문화와 주변 환경에서 영감을 받아 이 건물을 설계했다. 독창적인 발리식 건축과 조경 원칙부터 인도네시아식 인테리어 디자인까지, 인도네시아의 유산과 미려한 장인정신이 리조트 전체에 세심하게 반영되어 있다.

아푸르바 켐핀스키 발리는 건물 최상층인 17층에 로비가 있고, 로비를 중심으로 좌우 대칭 구조로 절벽을 따라 맨 아래층과 해변에 이르기까지 객실과 각종 시설이 계단식으로 펼쳐진다. 좌우 대칭 구조의 가운데로는 절벽을 따라 물이 흘러내리며, 그 양옆으로 250개 계단이 마련되어 있다. 마치 사원을 연상케 하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이는 이 계단 구조가 발리의 푸라 베사키 사원에서 따온 것임을 감안하면 납득이 된다. 또 이렇게 절벽을 따라 물이 흘러내리는 구조는 발리 전통의 계단식 농장에 사용되는 관개시설인 수박(subak)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아푸르바 켐핀스키 발리의 마케팅 매니저인 요샨나 코롬피스는 “이 리조트 내의 모든 인테리어 장식은 발리 수공예 장인들에게 직접 의뢰해 수작업으로 만들었다”며 “이처럼 발리 전통과 현대적 럭셔리의 조합을 모색한 덕분에 아푸르바 켐핀스키 발리만의 독특한 매력을 연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급 리조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스파 서비스에서도 아푸르바 켐핀스키 발리는 궤를 달리한다. 전통적인 스파 시술법에 고대 자바식 철학을 더했다. 외면과 내면의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뤄야 진정한 아름다움을 얻을 수 있다는 루파삼팟 와히아비안타라(Rupasampat Wahyabiantara) 철학을 바탕으로 손님의 몸과 마음 양면에 평안을 준다.

아푸르바 스파는 고객이 균형과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고대 자바식 치유 전통에 따라 치유 마사지를 제공한다. 마사지 치유법으로는 대표 마사지인 겐딩 아푸르바가 있다. 69가지 허브로 만든 습포제와 미네랄이 풍부한 소금, 다양한 치유 마사지로 고객의 원기를 회복해준다. 또 다른 고대 자바식 치유법인 자바드위파는 에센셜 오일과 활력을 불어넣는 손놀림을 더한 마사지로, 자바인들에겐 안정을 주는 효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아푸르바 스파만의 독특한 특징 중 하나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오랜 세월 전통 치료제로 사용해온 자무(Jamu)다. ‘향신료의 나라’로 잘 알려진 인도네시아의 다양한 천연 향신료를 적절히 배합하여 만든 이 혼합물은 천연 건강 증진제인 동시에 풍부한 맛과 향을 자랑한다. 스파 시술을 받는 고객에게 해당 시술에 맞는 자무 음료가 제공되며, 로비에 있는 바나 6개 음식점에서도 자무를 맛볼 수 있다.

리조트 내에서 펼쳐지는 문화 행사


▎아푸르바 켐핀스키 발리의 스파 시설. 아푸르바 스파는 자바식 전통 치유법에 입각한 스파 시술을 제공한다.
뱅상 귀로네 아푸르바 켐핀스키 발리 총지배인은 “발리는 세계에서 가장 전인적으로 풍요로우며 안목이 있는 여행자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여행지”라며 “우리는 고대의 전통 기술을 바탕으로 개인 맞춤형 치유법을 실시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고객은 이처럼 활력을 주는 경험을 리조트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푸르바 켐핀스키 발리는 인도네시아의 배우 겸 모델이자 발리 왕실의 왕자비인 해피 살마를 명예 고문으로 초빙하여 함께 발리의 문화예술을 널리 알리기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8월 아푸르바 켐핀스키 발리와 해피 살마의 주얼리 브랜드 툴올라는 리조트의 아말라 앤드 키마야 채플에서 툴올라의 새로운 제품 컬렉션을 선보이는 전시회를 열었다. 방문객은 다양한 예술 및 공예 컬렉션을 감상하고 제작 과정에도 일부 참여하는 기회를 얻었다.


▎아푸르바 켐핀스키 발리에는 어린이 전용 수영장과 놀이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또 아푸르바 켐핀스키 발리는 툴올라와 함께 인도네시아 문화예술 유산에 온 생애를 바친 인도네시아 큐레이터와 예술가에게 헌정하는 ‘공예 특별 대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이 특별 대상은 인도네시아의 공예 및 예술계에서 중요한 두 인물인 데사크 뇨만 수아트리와 에드워드 후타바라트에게 돌아갔다. 두 사람의 작품은 전시회에서 다른 많은 예술 작품과 함께 전시됐다. 두 사람 모두 인도네시아의 문화유산을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켜 세계적인 찬사를 받은 이 나라의 대표적 예술가다.

‘다양성 속의 통합’이라는 인도네시아의 믿음을 강조하는 아푸르바 켐핀스키 발리는 인도네시아 예술가 수백 명이 만들어낸 인도네시아 문화예술의 진정한 총체를 차별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인도네시아 장인정신을 향한 이와 같은 찬사는 아푸르바 켐핀스키 발리의 네 개 핵심 이념 가운데 하나인 ‘큐레이션’ 정신에 담겨 있다. 리조트 로비에 자리한 아샤 큐레이티드 부티크 앤드 갤러리에는 해피 살마가 직접 큐레이션한 전통 공예관도 있다. 여느 리조트의 기념품숍과 달리 발리 현지 수공예 장인들이 직접 만든 매력적 제품으로 가득해 기념품 쇼핑에 제격이다.

지난 8월 말에는 발리 예술가들의 공예 작품을 선보이는 예술 주간도 실시했다. 아푸르바 켐핀스키 발리의 예술 고문인 해피 살마는 “이 전시회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다. 오랜 세월 우리와 함께해온 인도네시아의 지혜를 보존하고 존중하기 위한 긴 여정의 일부다. 이런 노력에 아푸르바 켐핀스키 발리와 함께 참여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 앞으로도 인도네시아 문화유산을 널리 알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이기준 객원기자 standardlee@me.com 사진 : 아푸르바 켐핀스키 발리

201912호 (2019.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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