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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52인의 신년 에세이(7) 이범권·존 리·권기찬·이영관·조상욱 

 

이범권 선진 총괄사장 | 새로운 도전


축산은 정직하다. 제대로 먹이고 기르면 맛있는 제품이 나오고, 그렇지 않으면 그대로 품질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나타난다. 많은 축산인이 노력해 일궈낸 우리 축산물 품질 발전은 자랑스럽다. 하지만 국내에서 벗어나 세계로 눈을 돌리면 글로벌 축산 선진국과 그곳의 기업들은 언제나 한 발 앞서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적인 축산 선진국, 글로벌 축산기업의 명성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다. 전통을 지키면서도 늘 새로운 혁신과 도전을 거듭한 결과다.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선진은 1973년 설립 이후 늘 ‘새로운 도전’을 추구해왔다.

국내 최초의 한국형 종돈 개발, 국내 최초의 브랜드 돈육 ‘선진포크’ 론칭 등 유달리 많은 ‘국내 최초’ 기록이 바로 그 성과다. 지금도 도전이라는 단어는 선진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아이덴티티다.

2020년에도 어김없이 선진은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첫 번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춘 ICT 기반의 스마트 축산의 본격 도입, 확산이다. 물론 농장마다 ‘운영 비법’이 있겠지만, 아무래도 수작업 비중이 높기에 업무 효율성, 제품의 균일성 유지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를 시스템화했을 때 기대되는 비용과 관리 효율의 개선은 우리 축산업의 미래에 큰 경쟁력이 될 것이다.

두 번째는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건강한 축산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현재 국내 축산물은 글로벌 수준의 안전과 위생적인 생산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우리 축산업에 대한 불신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이러한 시각을 개선할 수 있게 좋은 환경을 홍보하여 한국 축산식품의 우수함을 인정받는 것도 바로 축산인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궁극적으로 선진이 추구하는 목표는 ‘건강한 축산식품을 소비자가 즐기는 것’이다. 2020년을 위한 새로운 비전과 다양한 사업계획이 있지만, 누구나 믿을 수 있는 식품을 만들겠다는 신념은 설립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절대적 명제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이루기 힘든 과제지만, 앞서 말했듯이 축산은 정직하다. 지금까지와 같이 힘껏 달려간다면 분명 보상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아, 나의 2020년 버킷 리스트? ‘32년 원 컴퍼니 맨’의 소망은 항상 ‘새로운 선진’이다. 선진이 목표를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 한, 내 삶도 언제나 함께 달리고 있을 테니까.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 금융 소설 쓰기


일생에서 하고 싶은 일이 많지만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 금융 관련 소설책을 출간하는 것이다. 그동안 『왜 주식인가』 『,엄마, 주식 사주세요』를 출판했다. 그리고 새로운 책을 준비하고 있는데 2020년 1월에 출판하려고 한다. 이미 출판했거나 출판 예정인 책은 주식에 투자하거나 부를 축적하기 위한 방법론에 관한 것이라면 마지막으로 도전하고 싶은 것은 실제 일어나지 않았지만 충분히 일어날 법한 금융 소설을 쓰는 것이 내 소망이다.

자신의 전문 분야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써서 성공한 사람들이 꽤 있다. 특히 성공한 사람으로는 존 그리샴(John Grisham)을 꼽을 수 있다. 존 그리샴은 미국의 미시시피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며 법정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재판 과정을 겪었다. 그는 여러 차례 인터뷰에서 소설을 쓸 영감도 법정에서 얻었다고 밝힌 바 있다. 누구나 알다시피 존 그리샴은 법정소설로 엄청나게 성공했다. 결국 변호사 생활을 접었고, 소설가로 완전 변신하게 된다. 누구나 딱딱하고 어렵다고 느낄 수 있는, 법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소재로도 스릴 넘치고 재미있는 소설이 나올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금융 분야에도 이처럼 재미있는 소재가 많다고 생각한다. 이미 한국에서도 금융을 소재로 한 영화 [국가부도의 날], [블랙머니], [돈] 등이 흥행에도 성공하지 않았는가. 금융전문가가 아니면 절대 알 수 없는 디테일(detail)을 토대로 스릴과 감동이 넘치는 소설을 쓰는 게 내 버킷 리스트 중에 하나다.

권기찬 웨어펀 인터내셔널 회장 | 두 가지 질문


내 가슴에 화석이 된 영화 명대사가 있다. 영화 [버킷 리스트]의 두 주인공인 에드워드와 카터가 이집트 피라미드 앞에서 나눈 대사다. 카터가 말한다. “고대 이집트인들에겐 죽음에 관한 아름다운 믿음이 있었어. 영혼이 하늘나라 문 앞에 가면 신이 두 가지 질문을 한대. 그 대답에 따라 천국에 들어갈지 말지가 결정되는 거지. 네 인생에서 기쁨을 찾았는가? 너의 인생이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주었는가?”

이 영화가 상영된 이후 수많은 사람이 그랬듯, 나도 진지하게 ‘버킷 리스트’를 생각하게 됐다. 그중 하나가 ‘책 쓰기’다. 그러다 보니 살면서 만나고 부딪히는 여러 가지 일과 사건이 허투루 지나가지 않고 앞으로 쓸 책의 소재가 되고 에피소드가 되며 제목이 된다.

내 삶의 즐거움 중 하나는 잘츠부르크 음악제, 베로나 오페라 축제 등 매년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음악 축제들을 찾는 것이다. 음악이 살아 숨 쉬는 도시에서 음악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 콘텐트를 만나는 여행들…. 이 행복한 경험을 모아 멀지않은 장래에 ‘클래식 음악여행’에 관한 책을 내고 싶다.

요즘 세태를 보면 기본과 원칙에 어긋나고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결여된 사람들이 너무도 자주 눈에 띈다. 우리 사회의 ‘품격’ 실종을 보면서 ‘우리나라에는 진정한 귀족이 없는가’라는 제목의 책도 써보고 싶다. 주변에 훌륭한 인격과 진정한 귀족의 품격을 지닌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관찰하고 흉내 내보는 것도 나의 즐거움 중 하나다.

골프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홀인원을 하면 3년간 운이 따른다’는 속설이 있다. 실제로 26년 전 홀인원을 한 후 사업이 성장 가도를 달렸던 경험이 있다. ‘홀인원 기록이 행운을 부르는가?’도 예비 저서의 제목이다. 다행히 오랜 기간 골프장에서 홀인원 스폰서를 하면서 홀인원 기록자들의 데이터가 꽤 확보돼 있다. 또 주변 지인들 중에 홀인원 경험이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들과 인터뷰해 홀인원 후 삶과 사업의 변화를 확인해보면 책의 내용이 풍요로워질 듯하다.

카터가 말한 두 가지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네 인생에서 기쁨을 찾았는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하는 삶, 좋아하는 일, 음악 여행 등 소소한 기쁨들은 수시로 찾고 있지만, 내 저서가 출판되어 나오는 순간 또 다른 큰 기쁨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두 번째 질문, “너의 인생이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주었는가?”는 평생의 숙제로 삼아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완성하는 것이 결국 내 평생의 버킷 리스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영관 도레이첨단소재 회장 |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여행과 삶


유독 여행을 좋아해서인지 버킷 리스트 하면 마음속에 여행부터 떠오른다. 크루즈 세계여행, 희망봉과 세렝게티 같은 아프리카 남부 여행, 아이슬란드에서 오로라 보기, 미국 동서횡단, 유명 와이너리에서 와인 맛보기 등 여행하면서 하고 싶은 일이 참 많다.

사업을 하며 여러 나라를 찾았지만 해안선을 따라 일주하는 여행만큼 백미는 없을 듯하다. 아름다운 해안 절벽과 푸른 바다가 있는 해안선 여행은 상상만 해도 청량한 마음에 기분까지 좋아진다. 곳곳에 숨은 맛집을 찾아다니며 미각을 깨우고 명승지를 하나하나 찾아가며 보고 배우는 즐거움까지 더하면 금상첨화리라.

우리나라의 해안 절경을 보고 나면 일본을 찾고 싶다. 최근 얼어붙은 한일 관계로 여행 수요가 주춤하지만, 일본은 어디든 있는 온천, 신선한 생선회와 초밥 등 여행자를 설레게 하는 것이 많다. 사업상 일본을 잘 아는 친구도 많다. 이들과 함께 여행하면서 보고 느끼고 맛본 것들을 정리해 책으로 출간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내가 경험한 여행의 맛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는 것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일 테다.

골프도 빼놓을 수 없는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다. 업무로 항상 바쁜 일정이지만 출장이나 휴가를 가면 해당 지역의 좋은 골프장에 꼭 들르려고 노력한다. 세계 100대 골프장이라고 불리는 곳을 다 찾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입장이 불가능한 프라이빗 골프장도 많기 때문에 반만이라도 갈 수 있으면 성공이라 생각한다. 한 곳 한 곳 찾을 때마다 골프 실력도 늘길 바란다.

1973년에 회사생활을 시작해 임원이 되기까지 20년이 걸렸고 그 후 사장까지 6년, 대표이사로 20년을 보내는 등 46년 동안 현직에 몸담고 있다. 경상북도 구미는 신입사원 시절부터 1999년까지 26년을 지낸 곳이다. 젊은 시절 수많은 추억과 함께 고생한 동료들이 있는 곳이 바로 구미다. 아이들도 모두 구미에서 자랐다. 대표이사가 되고 서울로 올라오면서 구미를 떠났지만 내겐 영원히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여행과는 결이 다르지만 구미 금오산과 낙동강, 공단이 잘 보이는 곳에서 1년 정도만이라도 다시 터를 잡고 싶다. 길게는 30년 이상 같이 일했던 동료, 친구들과 술 한잔 기울이면서 추억을 나누고 싶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주위를 돌아보지 못했던 스스로를 반성하면서 말이다.

평생 반려자인 아내의 버킷 리스트 1번은 서울 근교 조용한 곳에 제2의 휴식처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그 꿈은 이미 이루어졌지만, 처음 집을 지을 때 설렘과 완공 후 얻은 기쁨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아이들과 동료, 친구들이 이곳에서 좀 더 자주 모이길 바란다. 풍성한 대화와 맛있는 식사를 함께하길 바란다. 현역에서 은퇴하기 전에 더 자주 만나길 바란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자주 만나는 것이 요즘 새로 추가된 나의 버킷 리스트다.

조상욱 시스코 시스템즈 코리아 고문 | 위즈덤 스타트업


Y2K(밀레니엄 버그)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새로운 밀레니엄으로 들뜬 새해를 맞이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20년이 됐다. 개인적으로는 혈기 왕성한 성년에서 반백으로 변한 머리색을 지닌 노년의 초입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또 많은 기업이 2010년대 초에 ‘비전 2020’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매진했던 과정이 생생하다.

3년 전 ‘고령화시대에 아직도 열정을 가지고 10년을 더 도전하자’, ‘나의 인생을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는 중심에 놓자’, ‘인공지능, 빅데이터, IoT, 클라우드, 블록체인 등 첨단기술은 전공선택이 아니라 교양필수다’라며 시작한 새로운 도전의 여정이 이제 본격화됐다. 50대 말에 한 후배와 창업을 하게 된 것이다. 시니어 스타트업(Senior Start-up)이라고 했더니 그 후배가 위즈덤 스타트업(Wisdom Start-up)이라고 한다. 패기와 창의적 아이디어로 시작하는 청년창업과 창업이라는 점은 같지만 경험에 기반한 연륜의 지혜가 있다는 점에서 위즈덤 스타트업이라는 것이다.

이전에 가끔 신입 또는 주니어 컨설턴트 채용 면접에서 ‘인류 역사의 진보를 믿는가?’라고 물어보고 ‘역사, 철학을 공부하고 대하소설을 읽어라’라고 얘기해주었는데, 작지만 내 삶도 세상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창업에 나섰다.

50대 후반까지 대학 입학부터 지난 40여 년간 참 다양한 인생 역정을 겪었다. 공급망관리(SCM), 프로세스 혁신으로 세계 최고 수준에도 이르렀었고 오랫동안 조직의 리더로서 나름대로 역할을 해왔다. 스크라치(골프에서 핸디캡 적용 없이 하는 경기)에서 창업하며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는다. 스타트업의 이름은 디지털 전환으로 가는 여정에서 누구나 참여하고 협업을 만들어가는 개방형 장이라는 뜻으로 오픈 플레이그라운드(Open Playground)라고 지었다.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일을 서로 존중하며 재미있게 하는 행복한 직장’을 만들자고 담담하게 다짐해본다. ‘우리나라 글로벌 리딩 기업의 스마트한 임원으로부터 존경받는 프로페셔널’이 구성원인 회사를 만들자고 생각해본다.

이 외에 버킷 리스트에 올린 소소한 것으로 ‘2027년 전국노래자랑에 출전하여 인기상 타기’, ‘10년 도전 후 농촌으로 가서 내가 먹을 것은 내가 해결하며 매일 아침 송아지, 래브라도 리트리버와 1시간 산책하기’ 등이 있다.

202001호 (2019.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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