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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에서 세금 포탈까지 

 

누구나 세금은 부담스럽다. 어쩔 수 없이 내야겠지만 할 수만 있다면 줄이고 싶다. 하지만 절세를 하려다 세금 포탈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그런 줄도 모르고 진행하다 징역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 미묘한 경계를 정리해봤다.

중세 시대, 국가가 건물의 창문 개수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자 사람들은 세금을 적게 내려고 너도나도 창문을 없앴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연말이 다가오자 세금을 적게 낼 수 있다며 연금 가입을 권유하는 사례, 내년부터 거주요건이 강화되어 1주택자의 경우에도 양도소득세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며 올해 안에 아파트를 처분하려는 사례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에도 ‘다운계약서’, ‘가공 거래’, ‘차명주식’ 등의 방법으로 세금을 적게 내려다가 적발돼 국세청 및 검찰 등으로부터 철퇴를 맞았다는 기사도 종종 눈에 띈다. 이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한 납세의무자의 노력과 세금을 부과하기 위한 국가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창문 있으면서 없는 척하면 ‘탈세’

누구나 세금을 적게 내고 싶어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창문을 없애는 것은 괜찮지만 창문이 있으면서 없는 척하는 것은 안 된다. 절세는 괜찮지만 절세에 그치지 않고 세금을 포탈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위험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절세고, 어디서부터가 세금 포탈인가?

절세란 법이 정한 바에 따라 합법적 수단으로 조세부담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연말에 연금에 가입하고 소득세를 적게 내는 것처럼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세금을 적게 내는 것이 절세다. 반면, 세금 포탈은 다운계약서 작성과 같이 법이 정한 바를 벗어나 부정한 수단으로 조세부담을 줄이는 위법한 행위를 말한다. 세금 포탈의 경우 국가가 납부하지 않은 세금을 다시 거두면서 가산세라는 행정상 제재를 가하는 것에 더해 징역형 및 벌금형의 형사상 제재까지 가한다는 점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 물론 절세와 세금 포탈 사이에는 납부하지 않은 세금을 다시 거두면서 가산세라는 행정상 제재까지만 가하고 형사상 제재는 가하지 않는 영역도 존재한다.

재산 은닉하거나 장부 조작하면 탈세

그렇다면 어떤 경우가 세금 포탈에 해당될까? 법에서는 우리가 흔히 들어봤을 법한 행위들을 부정행위의 유형으로 열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중으로 장부를 작성하는 경우, 장부 및 증빙을 거짓으로 작성하는 경우, 장부와 기록을 파기하는 경우, 재산을 은닉하거나 소득·수익·행위·거래를 조작하거나 은폐하는 경우, 고의적으로 장부를 작성하지 않거나 비치하지 않는 경우 등 그 유형도 다양하다. 앞서 말한 다운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은 거짓 문서 작성에 속하고, 가공 거래는 장부를 거짓 기장하는 경우에 속할 수 있다. 차명주식은 소득·수익·행위·거래를 조작하거나 은폐하는 경우에 해당할 수 있다. 이러한 행위 없이 단순히 세금을 신고하지 않거나 적게 신고한 경우라면 납부하지 않은 세금과 가산세만 내면 된다.

징역형은 물론 벌금형도 부과

세금 포탈에 해당하면 원래 납부했어야 할 세금은 물론 일반적인 가산세와 비교해 4배 상당의 가산세를 납부해야 한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징역형은 물론 벌금형도 함께 부과될 수 있다. 특히 연간 세금 포탈 세액이 5억원 이상인 경우 조세범처벌법이 아니라 특정범죄가 중처벌등에관한법률이 적용되어 징역형에 더해 2배 이상~5배 이하의 벌금형이 필요적으로 병과된다. 언론 기사에서 징역형에 더해 벌금 몇백억원이 부과된 사례를 흔히 접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제재임이 분명하다. 특히 최근 거래 및 증여 등의 규모가 증가하면서 연간 세액이 5억원 이상인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거래 및 증여를 할 때는 각별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상속, 증여 등에는 반드시 세금 문제가 따라오게 되고, 할 수만 있다면 누구나 세금을 적게 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행동부터 취하는 것은 곤란하다. 필자가 일을 하다 보면 주변에서 ‘이렇게 하면 세금을 얼마 줄일 수 있다’, ‘저렇게 하면 세금을 얼마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만 듣고, ‘설마 별다른 문제가 있겠어?’, ‘남들도 다 하는데…’라는 생각에 눈앞의 이익만 좇다가 나중에 세금 포탈이 문제가 되어 후회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당시에 정말 조금만 검토했더라도 이렇게까지 문제가 커지지 않을 수 있었는데…’라고 생각하게 되는 사건도 종종 있다. 종국적으로는 세금 포탈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그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고통받는 경우도 더러 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옛말을 떠올리게 한다. 사전 검토가 중요한 이유다.

최근 일부 연예인들의 경우 탈세에 연루되는 것이 두려워 비용 처리를 하지 않는 것도 모자라 있는 장부조차 활용하지 않고 세법에서 인정해주는 일정 비율(‘기준경비율’)만 비용으로 처리하면서 원래 납부해야 하는 세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이에 더해 장부 미작성에 따른 가산세까지 내고 있다는 기사를 접했다. 웃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연예인들이야 이미지로 먹고사는 직업이다 보니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은 납부해야 할 세금은 납부하고, 납부하지 않을 세금은 납부하지 않으면 된다. 증여나 상속을 할 때 계획한 절세 방법이 맞는지, 혹시 세금 포탈에 해당하는 것은 아닌지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 김정현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202001호 (2019.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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