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빌 바스 AWS 기술 담당 부사장 인터뷰 

AWS가 ‘양자컴퓨팅’에 주력하는 까닭 

지난해 12월 AWS가 양자컴퓨팅 시장에 뛰어들었다. 전통을 자랑하는 IBM과 빛의 속도로 결과물을 쏟아내는 구글, AWS를 겨냥한 마이크로소프트까지 긴장했다. 양자컴퓨터의 출현도 놀라운데 AWS는 벌써 기업고객이 양자컴퓨팅을 활용하는 방법을 논하고 있다. 빌 바스 AWS 부사장에게 좀 더 얘기를 들어봤다.

▎빌 바스 AWS 기술담당 부사장은 “AWS 3대 전략은 양자컴퓨터를 기업에서 어떻게 활용할지 기업, 연구원, 학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는 장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사진:AWS
아마존이 ‘양자컴퓨팅’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12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아마존웹서비스(AWS) 리인벤트(re:Invent) 2019 행사 개막 전날 깜짝 발표했다. 물론 미국 거대 IT 기업 대다수가 뛰어든 상황이었기에 다들 AWS가 곧 진출할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아마존은 항상 ‘고객우선주의’를 외치기에 AWS의 진출엔 뭔가 확실한 ‘유인’이 있을 거란 추측에 세간의 관심이 더 쏠렸다.

AWS가 ‘양자컴퓨터’란 말보다 ‘양자컴퓨팅’이란 단어를 내세우는 이유가 사실 핵심이다. AWS는 자체적으로 양자컴퓨터를 개발하지 않는다. 즉, AWS는 자사 데이터센터에 양자컴퓨터를 구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직접 개발하고, 관련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IBM, 구글과는 방향을 달리하는 셈이다. 대신 리게티(Riggetti), 아이온큐(IonQ), 디웨이브(D-wave) 같은 세계적인 양자컴퓨터 기업과 협력하는 방법을 택했다. 양자컴퓨터 기업들의 연구소와 데이터센터에 있는 양자컴퓨터를 AWS 클라우드 인프라에서 연결할 계획이다.

동시에 3대 이니셔티브(계획 또는 전략)도 공개했다. 3대 전략은 ▶아마존 브라켓 ▶AWS 양자컴퓨팅 센터 설립 ▶아마존 양자 솔루션 랩이다. 3대 이니셔티브 역시 ‘협력’을 가장 핵심축에 두고 있다.

지난달 리인벤트 행사장에서 만난 빌 바스 AWS 기술담당 부사장은 “AWS 3대 전략은 양자컴퓨터를 기업에서 어떻게 활용할지 기업, 연구원, 학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는 장을 마련할 것”이라며 “최근 몇 년간 양자공학 분야에서 실제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 비즈니스에 양자컴퓨팅을 어떻게 활용할지 궁금해하는 기업고객도 상당히 늘어났다”고 말했다.


AWS가 뛰어든 확실한 이유는 역시 ‘고객’인 셈이다. 실제 최근 수년간 개념만 있던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업체가 속속 등장하면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어디에 써야 하냐는 물음과 함께 ‘상용화’ 논란은 여전하다. 그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바스 부사장은 “양자컴퓨팅 분야는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며 “단기간에 양자컴퓨팅이 산업에 활용되긴 어렵고, 기업 고객들이 도입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다. 애플리케이션 개발엔 몇 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고객 요청이 늘어 AWS도 이제는 뛰어들어야 할 시점이라 본 듯했다. 바스 부사장도 “이제 고객들이 관련 기술을 활용할 계획을 구체화해야 하는 시점임은 분명하다”고 맞장구쳤다.

AWS는 기술 고도화보단 활용법에 관심을 두었다. 그는 3대 전략에 그 활용법을 찾는 밑그림이 담겨 있다고 했다. 먼저 아마존 브라켓 얘기로 시작한 바스 부사장은 “리게티, 아이온큐, 디웨이브 등 세계적으로 알려진 양자하드웨어 제공업체의 컴퓨터를 한데 모은 곳이 브라켓”이라며 “이곳에서 연구자와 개발자들이 여러 가지 실험을 할 수 있고, 회사마다 다른 양자 하드웨어와 알고리즘 기술의 특징을 활용해 기존 컴퓨터 솔루션과 융합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 구성도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양자컴퓨팅 센터다. AWS 본사 말고도 캘리포니아 공대에 별도의 센터를 짓기로 했다. 사실 자체적으로 양자컴퓨터를 개발하진 않는다고 했지만, 양자컴퓨팅은 강력한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한 기술 혁신이 필요한 분야다. AWS는 수년간 양자 과학 분야에서 연구개발을 해온 캘리포니아 공대를 지원하는 쪽으로 기술개발에 발을 담그기로 했다. 바스 부사장은 “혁신은 AWS의 DNA로 개발 체계가 다를 뿐”이라며 “마치 기업들이 AWS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블록을 빌딩(서비스 조합)하듯 기술을 개발할 때도 여러 빌더를 분산된 자율적 개발팀으로 규정하고 고객과 클라우드상에서 함께 연구하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2012년 출범한 AWS가 불과 6년 만에 200여 가지가 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 비결이기도 하다.

바스 부사장은 아마존 양자 솔루션 랩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기업들과 아마존 양자컴퓨팅 전문가, 관련 기술·컨설팅 파트너를 연결해 실제 기업 내부에서 양자컴퓨팅 활용 가능성을 타진하고, 실제적 활용 방안을 모색할 연구실”이라며 “이곳에서 아마존의 양자컴퓨팅 전문가, 기술·컨설팅 파트너사가 머리를 맞대면 양자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물론 그는 미래에 어떤 상품을 내놓을지 구체적인 개발 로드맵은 밝히지 않았다. 아직 진행 단계라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의구심도 품는다. AWS의 양자컴퓨팅 진출 발표가 선언적 의미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말이다. 엄밀히 말해 이니셔티브란 말 자체가 성과를 거뒀다는 얘기가 아니라 이제 제대로 시작해보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AWS가 글로벌 기업의 무수히 많은 데이터를 품은 대단위 생태계 플랫폼이란 점에선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이니셔티브라는 평가도 있다. 빌 바스 부사장도 이에 동의하며 이렇게 말했다.

“AWS가 여지껏 빌더임을 자처한 적이 없다. 고객의 경험과 고충을 살펴보고 그것을 이해하면서 리인벤트(재발명)할 수 있었다. 양자컴퓨팅 기술의 도래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시작’을 알리는 이정표다. 우리가 그간 성공적으로 만든 서비스 중 하루 만에 출시해서 하루 만에 안착한 서비스는 없다. 양자컴퓨팅이 앞으로 고객과 풀어갈 문제라는 것을 천명한 것이다.”

- 라스베이거스(미국)=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202002호 (2020.01.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