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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제조 강자들의 비결제조업 위기를 정면 돌파하는 기업의 저력은 어디서 나올까. 세부 업종은 다르지만 지속가능한 성장을 실현한 제조기업들의 배경을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분모를 찾아낼 수 있다. 첫째, 활발한 글로벌 진출이다. 저출산과 저성장 등 수축사회에 들어선 내수 시장에선 더는 성장과 혁신을 이루기 어렵다. 최근 3년 평균영업이익률이 21.4%에 달하는 슈피겐코리아가 대표적이다. 스마트폰 케이스, 액정 보호 필름 등 모바일 액세서리 전문기업인 슈피겐코리아의 최근 5년간(2014~2018년) 누적 매출 중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89.3%에 달한다. ‘슈피겐’이라는 브랜드가 국내보다 미국에서 이름을 날린 결과다. 이 밖에 고영테크놀러지와 뷰웍스, 인터로조 등도 해외 매출 비중이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80%에 이른다.둘째, 경쟁사를 압도하는 기술력이다. 제조업 부흥을 이끌고 있는 기업 중에는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월드 베스트’ 기업이 많다. 반도체 생산용 검사기 전문업체인 고영테크놀러지는 3차원 납 도포 검사기 부문에서 세계 1등이다. 지난 2002년 자본금 10억원으로 창업한 후 1년여의 연구개발 끝에 세계 최초로 3차원 납 도포 검사장비를 출시했다. 2016~2018년 3년간 평균영업이익률 21.8%를 기록한 고영테크놀러지는 반도체 경기가 꺾인 지난해(3분기 기준)에도 영업이익률 19.9%를 이어나가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3년 평균 영업이익률 50.2%라는 대기록을 세운 메디톡스도 보툴리눔톡신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는 강자다. 정현호 대표는 미생물과 분자·세포생물학 권위자로 지난 2006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보툴리눔톡신 제제 ‘메디톡신’을 개발하는 데 성공해 업계 최강자로 우뚝 섰다.엑스레이 영상장비로 유명한 뷰웍스는 의료영상 처리, 광학신호 처리, 이미지 센서 등 디지털 영상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한다. 세계 최초로 AED(Automatic Exposure Detection) 기술 상용화 성공 등 차별화된 연구개발(R&D)로 디지털 디텍터, 산업용 카메라, 바이오 영상 시스템 분야에서 글로벌 전문 기업의 입지를 확보했다.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반도체 전 공정 장비 기업인 유진테크는 2018년 R&D 투자총액이 486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2202억원) 대비 R&D 투자 비중이 22.1%에 이른다. 유진테크의 3년간 평균영업이익률은 29.2%,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론 32.5%를 기록했다. 반도체 경기 불황에도 공격적인 R&D 투자를 바탕으로 내실 다지기에 성공했다.셋째, 남들이 하지 않는 독자적 영역을 택해 시장을 선점했다. 솔브레인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제조에 필수인 식각액과 세정액 등 다양한 화학재료를 생산하고 있다. 창립 초기인 1980년대 말 무역상사로 시작한 솔브레인은 1990년대 들어 R&D를 전담하는 중앙연구소를 세워 첨단소재 생산에 매진해왔다. 특히 일본 스텔라와 모리타에 의존하던 고순도 불산액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30여 년에 이르는 IT 소재 개발 능력을 인정받았다.
반도체·바이오·K뷰티가 한국 제조업 중심셀트리온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파이오니어다. 산업공학을 전공한 후 대기업에서 재무 전문가 경력을 쌓은 서정진 회장은 바이오산업이 유망하다는 판단 하나로 사업에 뛰어들어 세계 최초로 바이오시밀러를 생산하는 기적을 써냈다. 3년 평균영업이익률 47.6%를 기록한 셀트리온은 R&D 투자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2018년 한 해에만 2890억원을 R&D에 쏟아부었다. 매출액 대비 R&D 투자총액 비중은 2014년 41.1%를 비롯해 2018년에도 29.4%에 달했다.최근 3년간 평균영업이익률 15% 이상을 달성한 제조업 강자들을 살펴보면 현재 우리 경제·산업을 든든히 받치고 있는 주력 업종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지난해 들어 단가 하락으로 고전했지만,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여전히 제조업 성장을 이끄는 일등 공신이다. 전체 61사 중 제조장비와 소재 등 반도체 관련 업종은 14개사, 전체의 22.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디스플레이 관련 업종도 5개사가 이름을 올렸다.반도체에 이어 비중이 큰 업종은 바이오·제약이다. 모두 11개사가 영업이익률 15% 이상을 기록했다. 헬스케어 업종으로 분류한 3개사를 더하면 14개사로 반도체 업종을 바짝 뒤쫓고 있다. 바이오·헬스 산업은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에서도 한국의 새로운 주력산업으로 육성할 핵심으로 지목됐다. 정부는 2018년 기준 30조8000억원 수준인 바이오·헬스산업의 실질부가가치를 2030년까지 63조원 규모로 키울 방침이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16위에 머문 바이오·헬스 업종의 부가가치 순위도 9위로 수직 상승해 한국의 10대 주력업종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경제 한류 주역인 ‘K뷰티’의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전체 61개사 중 화장품 제조사 4곳이 영업이익률 15% 이상을 기록해 한국 산업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