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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은 살아 있다] 노시철 인터로조 대표 

독자기술로 해외 틈새시장 뚫었다 

인터로조는 경쟁이 치열한 세계 콘택트렌즈 시장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한 기업이다. 영업이익률이 24%에 달할 정도로 부가가치가 높은 기업으로 성장한 비결은 뭘까.

▎기술집약형 제조사 인터로조는 해외 매출과 영업익이 높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인터로조는 2000년에 설립된 콘택트렌즈 제조업체다. 진입장벽이 높은 콘택즈렌즈 시장에서 기술력과 수익성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19년 기준 매출 926억원, 영업이익 226억원을 기록했다. 해외 매출 비중이 67%에 달하고, 영업이익률도 24.4%다. 콘택트렌즈는 각막에 직접 접촉하기 때문에 의료기기로 분류된다. 제조ㆍ판매를 하려면 엄격한 안전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신규업체 진입이 어려운 이유다. 하지만 생산비용 중 원재료 비중이 낮아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다. 생산시설 투자가 끝나고 매출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인터로조를 이끌고 있는 노시철 대표는 상사에서 해외영업을 하다가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1979년 서강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대우실업에서 해외영업 업무를 담당하다가 1987년 두류실업을 설립해 주방용품 무역을 중개했다. 그러다가 한 중소기업이 노사문제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연구진이 갈 곳을 찾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노 대표가 이들과 의기투합해 설립한 기업이 인터로조다. 초기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적극적인 기술개발과 해외시장 개척으로 10년 만인 2010년 코스닥 상장사로 성장했다. 노 대표는 상장일을 그의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고 말한다. 인터로조는 포브스아시아에서 선정한 ‘10억 달러 미만 200대 아시아 기업(Asia’s 200 Under a Billion) 2017’에 선정되기도 했다.

인터로조는 지속적으로 영업이익 20%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데 그 비결은 무엇인가.

우선 산업적 특성이다. 콘택트렌즈 제조업은 매우 기술집약적이고 진입장벽도 높다. 렌즈 제조에는 복합기술이 요구되고 제조과정에 변수가 많아 난도가 높다. 글로벌 브랜드 톱 4사가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인터로조의 품질력은 세계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다음으로 끊임없는 제조혁신이다. 일반적으로 제조업에서는 인건비 비중이 높다. 인건비 상승 부담은 어쩔 수 없지만 제품원가에서 인건비 비중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공정개선, 품질관리, 수율 향상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해외 매출을 늘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가격이 아닌 품질에 집중해야 한다. 경쟁력 있는 마케팅 판매전략을 갖고 있는가를 보고 해외 파트너를 선정한다. 좋은 거래선을 유지하고 확대하는 전략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매출 성장을 이뤘고 이를 통해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할 수 있었다. 회사의 규모가 작을 때는 영업이익이 30%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25% 선이다. 올해는 26%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매년 1~2%씩 높여 30% 이익률을 재현하는 것이 목표다.

그동안 기술개발을 어떻게 해왔는가.

제조업에서는 연구개발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터로조는 2000년 설립 당시부터 기술을 중시했다. 당시 국내에는 렌즈 제조 기술자가 많지 않았다. 사업 초기에는 기술자에게 회사 지분의 상당 부분을 무상 제공했고 지속적으로 박사급 우수인력을 영입해왔다. 산업 특성상 원료·물질 연구가 절실했다. 더불어 제조 기획, 관리, 총괄 등의 분야에서도 국내 대기업의 베테랑급 인재들을 영입했다. 연구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고유한 우리 기술을 축적해왔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려면 우리 기술만으로는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래서 해외기술자에게 정기적으로 컨설팅을 받으며 선진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콘택트렌즈 기술은 현재 미국, 독일이 앞서 있다.

인터로조는 지난 5년간 38개 특허·실용신안을 등록했다. 매출액 대비 R&D 비용도 2018년 5% 대로 계속 늘려왔다. 어떤 개발과 특허에 중점을 두고 있는가.

크게 원료 개발과 제조기술 영역이다. 콘택트렌즈는 원료에 따라 수분 함유 등의 차이가 크다. 하이드로겔 렌즈 제작을 위해 지속적으로 원료를 개발해야 한다. 또 시력에 맞게 렌즈가 정밀하게 구현돼야 하는 만큼 렌즈의 정밀제조공법도 고도화해야 한다. 즉, 연구개발은 신규물질 적용, 코팅방법 등 품질 향상에 집중돼 있다. 더불어 제조공정 개선과 관련된 특허도 상당수다. 현재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8%며 지난 2005년 본사 외 별도의 연구소를 광교에 설립했다. 이곳에서는 의료 및 진단용 스마트렌즈를 연구개발하고 있다.

인터로조의 해외 매출 비중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현황은.


2019년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이 67%다. 이를 70~80%대로 확대할 것이다. 내수 시장 규모는 한정적이다. 글로벌 브랜드가 각축을 벌이고 있고 중소업체도 경쟁하고 있다. 국내에서 점유율 30%, 매출 800억원이 인터로조가 할 수 있는 최대치라고 본다. 인터로조의 매출 목표는 수년 내 2000억원에서 3000억원까지 보고 있다. 빠른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콘택트렌즈 소비력이 큰 나라를 집중적으로 공략할 것이다. 인터로조의 주요 해외시장은 현재 일본, 유럽이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중국, 미국 시장이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중국에 현지 판매법인을 설립했고 온라인판매, 안경점, PB 등 다양하게 판매 채널을 늘리고 있다. 특히 미국은 가장 비중이 큰 핵심 시장이지만 아직 진출이 미진하다. 현재는 한 달 사용렌즈와 컬러렌즈 매출이 발생하지만 원데이렌즈 기술을 확보해야 미국에서 주요 유통 파트너를 확보할 수 있다. 현재 인터로조는 원데이렌즈 원료를 지난 10년 동안 노력해 최근 개발했고 검증도 마쳤다. 양산화를 준비하고 있으며 2021년 FDA 승인을 완료하면 2022년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콘택트렌즈 시장은 이미 글로벌 브랜드가 지배하고 있고 해외 시장 진출도 문턱이 높았을 텐데 어떻게 시장을 개척해왔는가.

지난 20년 동안 꾸준히 노력해온 만큼 해외시장 개척은 어려움이 없다고 본다. 인터로조는 각국의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글로벌 브랜드들은 장기 착용 렌즈에서 벗어나 원데이렌즈 등 단기 착용 렌즈 시장에 주력했다. 선진국 소비형으로 원데이렌즈가 편리성, 위생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 착용 렌즈 시장은 여전히 존재했고 우리는 이 시장에 집중했다. 이런 가운데 서클·컬러렌즈가 유행하면서 아시아에서 갑자기 시장이 열렸다. 우리는 기술적으로 특화했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이 부문에서 전 세계 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우리는 세계 최고 공급능력을 갖고 있다. 메이저 브랜드들이 주력했던 영역이 아니었기에 가능했다. 전반적인 세계 렌즈시장에서 아큐브, 알콘, 쿠퍼비전, 바슈롬 등 4개 브랜드 다음으로 한국의 인터로조가 평판, 기술력, 품질 부문에서 5~6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외 일본 제조사 2곳, 대만 제조사 2~3곳이 경쟁하고 있다.

제조업에도 디지털 전환 및 첨단기술 도입이 화두다. 현재 진행 중인 디지털 전환 목표가 있다면.

이제까지 성장과 제조혁신 외에는 신경 쓰지 못했다. 하지만 기업규모가 커지다 보니 전사적 혁신이 필요하다. 그래서 2020년을 디지털 전환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최근 RPA(로봇프로세스자동화), 챗봇, 스마트공장 등의 도입을 진행하고 있다. 주요 목적은 직원들의 단순반복적 업무를 줄이고 스마트 생산체제를 확보하는 것이다.

한국 제조업 발전을 위해 제언한다면.

중소기업이 높은 수준의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데는 인력의 한계가 분명히 있다. 정부는 산학협력 등으로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의미가 있으려면 연구 내용을 제품에 적용하는 수준에 이르러야 한다. 아쉽게도 현실은 기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 되는 산학협력 연구과제가 많다. 성공의 의미를 논문, 특허 개수가 아니라 실질적인 시장 결과물에 두어야 한다. 그러려면 연구과제는 기업이 주도해야 한다. 정부가 신경 썼으면 하는 부분이다.

-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202003호 (2020.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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