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K 브랜드는 어디서 나왔을까? 

 

어제 오늘 모든 미디어와 SNS에 영화 [기생충]과 봉준호 감독의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영어권 영화제에서 최초로 한국 소재, 한국 배우, 한국 감독이 한국어로 수상 소감을 얘기했으니 얼마나 뿌듯하고 자랑스러웠을까. 수상 소감 중에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말은 강력했고,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식상한 말이 스쳐 지나갔다.

디자이너나 브랜더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국다운 것’은 참 많이도 묻고 따지지만 답 없는 소재였다. 한국다운 브랜드와 디자인이란 전통 문양, 한글, 한옥, 인사동에서 볼 법한 것들을 주로 떠올리는 것 같았다. 나는 사실 한때 일본의 오모테나시(일본 특유의 극진한 환대 정신) 태도가 대접받는 듯한 좋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 같아서 우리 매장에서도 두 손으로든 트레이에 현금을 받고 영수증을 고이 접어 트레이에 다시 건네보려 했었다. 주는 한국 사람도 받는 한국 사람도 좀 어색해해서 일주일도 안 돼 그만두었다.

외국에서 친구들이 오면 좋아하는 노포나 백반집에 데려가는데 밑반찬(영어로는 사이드 디시)을 더 달라면 더 주는 것을 보고 다들 놀라워했다. 심지어 나갈 때 자판기 커피도 공짜다. 먹는 물, 물티슈도 돈 내는 나라도 있는데 이거 완전 밑지고 퍼주는 문화다. 나는 그게 ‘한국다운 것’, 정(情) 같은 거라고 생각했다. 이것은 영어로 표현이 안 된다. 그런 것 중에 한(恨)과 흥(興)도 있다. (흥은 싸이가 제대로 보여줬었지.) 아마 외국인들은 처음 보는 감정과 문화일 게다. 영어로 표현이 안 되는 정! 흥! 한! 이 세 가지가 한국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좋아했던 무인양품의 회장님을 뵌 적이 있다. 로우로우를 설명하고 우린 물건 살 사람보다 산 사람이 훨씬 중요하며 그래서 무엇들을 하고 있다고 하니 이것은 한국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거라고 하셨다. 내 이야기에 감동을 받으셨는지 후에 무인양품 본사 직원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발표도 했었다. 우리의 생각을 수출한 시간이었다.

몇 년 전에 국감에서 국회의원이 무슨 양념치킨이 한식이냐며 고추장 바르면 다 한식이냐며 농수산물유통공사에 크게 호통쳤던 영상이 떠오른다. 그가 생각하는 한식은 임금님 수라상에 올라가는 불고기, 떡갈비 같은 것이었나 보다.


햄버거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을 때 미국의 맛이라서 먹었나? 저렴한 가격에 한 손에 쥐고 쉽고 빠르게 끼니 때울 수 있는 패스트푸드였기 때문에 좋아했던 거 아닐까? 뭔가 패스트한 그 문화가 신기하고 좋았던 거 아닐까? 지금 한국이 제일 잘하거나 한국에만 있는 것이 가장 한국적인 것이다. 멀리서 찾지 말자. 가장 소중하고 강력한 것은 가까이에 있다.

- 이의현 로우로우 대표

202003호 (2020.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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