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펠러 주니어가 세운 뉴욕 록펠러센터 앞에는 그가 남긴 일생의 신념이 기념비에 새겨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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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전 세계 경제와 ICT 산업 발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위대한 경영자다. 가히 세계를 움직이는 리더로 손색이 없다. 그를 더욱 위대한 인물의 반열에 올려놓은 건 경영 성과뿐이 아니다. 인류를 위한 기여에서도 빌 게이츠와 부인 멜린다 게이츠의 선행은 전 세계 부자들과 오피니언 리더들의 존경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다.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걸쳐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에서 실행해 온 프로젝트들은 막대한 규모(금액)뿐만 아니라 그 내용도 인류를 위하여 참으로 더없이 훌륭한 일들이다. 저개발국 전염병 방지를 위한 백신 개발과 전달, 산모와 어린이 건강관리, 영양상담, 물과 위생 관리 등 전 지구적 사업들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글로벌 성장과 기회를 위한 정책 수립과 홍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선행을 이어가고 있다. 향후 20년 동안은 기후 위기와 성평등에 역점을 두어 일할 계획이라고 한다.한편 필자는 ‘아주복지재단’과 ‘경농장학재단’ 이사회의 일원으로 10년 이상 함께 참여하고 있다.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두 기업의 노력을 이사회에서 보고 받을 때면 코끝이 찡해지는 감동을 느끼곤 한다.
재벌 2세보다 자선사업가로 살다간 록펠러 주니어
▎뉴욕 맨해튼 록펠러센터를 마주보는 장소에는 커다란 기념비가 있다. 록펠러 주니어(John D. Rockefeller Jr.)의 “나는 믿습니다(I believe)”로 시작하는 문장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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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은 과거 주재원으로 5년간 살았던 곳이다. 얼마 전 뉴욕 명소인 록펠러센터 앞을 찾았다. 센터 앞 기념비에 적힌 록펠러의 글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매년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 맨해튼 한복판에 자리 잡은 록펠러센터 앞에는 멋진 아이스스케이트장이 문을 열고, 세계에서 가장 큰 크리스마스트리가 점등된다. 낭만적인 스케이트장을 내려다보는 자리엔 웅장한 록펠러센터를 마주 보며 커다란 기념비가 놓여 있다. 존 D. 록펠러 주니어(John D. Rockefeller Jr.)의 글이다. “I believe(나는 믿습니다)”로 시작하는 10개 문장이 새겨져 있다.만국기가 펄럭이는 이곳은 현지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온 수많은 방문객이 찾는 명소다. 하지만 대부분 스케이팅이나 크리스마스트리에 관심을 둘 뿐, 기념비에 새긴 글귀는 유심히 보지 않는 것 같다. 필자도 여러 번 이곳을 찾았지만 기념비를 눈여겨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돌판에 새긴 문구들을 카메라로 찍어 정독하고 번역도 해보았다. 그 결과 사기업과 공기업, 국가 경영에 이르기까지 모든 리더의 마음가짐에 관해 음미해볼 좋은 가치를 갖고 있는 문장들임을 새로 알게 됐다.세계적인 부호인 록펠러가(家)에서 창업주의 외아들로 태어나 거대한 유산을 상속받은 록펠러 주니어(1874~1960)는 뉴욕 맨해튼에 록펠러센터를 건립했다. 그는 록펠러 가문의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은 후손이고 뛰어난 사업·투자가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록펠러 주니어는 자선사업가로 더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세계적인 재벌가 2세로서 대학을 설립했고, 유엔본부 부지와 미국 국립공원 부지 등을 제공했다. 또 미술관과 박물관에 기부하는 등 사회, 교육, 문화 전반에 걸쳐 막대한 자선사업에 힘을 쏟은 인물이다. 그가 세운 록펠러센터 앞 기념비에 새긴 이야기를 읽으며 상상의 대화를 나눠보았다.
선행은 존경·화합·신뢰 사회의 마중물
▎록펠러센터는 1987년 미국의 국립역사랜드마크(National Historic Landmark)로 지정되었다. 뒤편 길 건너 건물은 5번가의 유명한 ‘Saks Fifth Avenue’ 백화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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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펠러: 나는 개인에게는 말로 표현하지 못할 최고의 가치가 있으며, 각 개인은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믿습니다.
이강호: ‘나는 누구인가(Who am I)’라는 인간의 존재에 관한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개인은 최고의 가치를 지니고 태어나고, 자존감을 갖고 자유와 행복을 추구하는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록펠러: 나는 모든 권리에는 책임이, 모든 기회에는 의무가, 모든 소유에는 책무가 따른다고 믿습니다.
▎록펠러센터의 스케이트장과 세계 최대 크리스마스트리 간판. 만국기 아래 수많은 관광객들을 파노라마 사진에 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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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호: 개인 그리고 공공조직이나 사조직을 막론하고 권리를 행사할 때 반드시 책임이 따릅니다. 그것은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으로, 동양에선 ‘염치(廉恥)’라 부릅니다. 즉, 권리만 주장하고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부끄러운 후진성이며, 권리를 주장하는 만큼 그에 응당한 책임을 지는 선진적 철학을 가져야 합니다. 경제적 수익이나 정치적 권력을 위한 기회에는 의무가 따르며, 권력이나 재력을 막론하고 모든 소유에는 책무가 따른다고 굳게 믿습니다.
록펠러: 나는 법을 위해 인간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법은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믿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국민을 위한 공복이 되어야 하며 국민을 지배하는 주인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강호: 국민이 납부한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는 ‘국민을 위해서만’ 할 일을 해야 하며, 법을 이용하여 국민 위에 군림해서는 안 됩니다.
록펠러: 나는 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 노동의 존엄성을 믿으며, 이 세계는 사람에게 생계수단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스스로 삶을 살아가기 위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강호: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노동의 가치는 숭고하며, 일자리 창출은 리더의 가장 보람 있는 노동이 될 것입니다.
록펠러: 나는 절약이 질서정연한 삶에 필수적이며, 이 절약 정신은 정부, 사업 또는 개인에게 있어 건전한 재무구조의 가장 중요한 필요요건이라고 믿습니다.
이강호: 낭비하지 않는 절약 정신은 개인과 나라를 부유하게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에너지 낭비와 버려지는 음식만 줄여도 자동차 수출에서 얻는 수익을 훨씬 더 초과하는 부를 창출할 것입니다. 유럽에서 얻은 교훈은 전 국민과 정부가 낭비를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록펠러: 나는 진실과 정의가 지속적인 사회질서의 근본이라고 믿습니다.
이강호: 지난 30년 동안 덴마크와 깊은 인연을 맺으며 그 사회에는 진실과 정의가 근본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덴마크가 항상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로 꼽히는 이유입니다. 진실과 정의가 바로서면 리더들이 존경받고 정직한 신뢰 사회가 구현되어 행복한 나라가 될 것입니다. 아니면 사회는 혼란하고 불신이 팽배하여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록펠러: 나는 약속의 신성함을 믿습니다. 사람의 말은 증서와 같이 확실해야 하며, 약속은 부나 권력 또는 지위에 의함이 아닌 최고의 가치입니다.
이강호: 변호사가 잘 작성한 수십 페이지의 두꺼운 계약서보다, 말 한마디의 약속이라도 반드시 지키는 사람의 무게가 훨씬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록펠러: 나는 유용한 봉사를 하는 것이 인류의 공통된 의무이며, 이는 희생이라는 정화(淨化)의 불에서 이기심의 찌꺼기를 사라지게 하고 인간 영혼의 위대함을 자유롭게 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강호: 의미 있는 봉사는 자신과 가족과 사회를 가장 행복하고 보람되게 해줄 것입니다.
록펠러: 나는 항상 지혜로우며 모두를 사랑하고 거룩하신 하나님을 믿으며, 개인의 가장 높은 성취와 가장 큰 행복, 가장 큰 유용성은 그분의 뜻과 조화를 이루어 사는 데서 찾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강호: 모든 종교가 사람이 살아갈 방향과 기준, 평안함을 제공한다고 생각합니다.
록펠러: 나는 사랑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것이라고 믿습니다. 사랑만이 증오를 극복할 수 있고, 사랑은 그 어떠한 힘이나 권력도 이길 수 있습니다.
이강호: 불신, 분열, 반목, 갈등, 불화의 벽을 사랑과 믿음이 넘치는 사회로 승화해 나아가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 리더들의 선행이 사회의 행복과 희망, 발전에 큰 디딤돌이 되길 소망합니다. 선행은 존경·화합·신뢰 사회가 되기 위한 마중물입니다.
※ 이강호 회장은… PMG, 프런티어 코리아 회장. 덴마크에서 창립한 세계 최대 펌프제조기업 그런포스의 한국법인 CEO 등 37년간 글로벌 기업의 CEO로 활동해왔다. 2014년 PI 인성경영 및 HR 컨설팅 회사인 PMG를 창립했다. 연세대학교와 동국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했고, 다수 기업체, 2세 경영자 및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경영과 리더십 코칭을 하고 있다. 은탑산업훈장과 덴마크왕실훈장을 수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