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ement

Home>포브스>Management

김환영 대기자의 ‘CEO의 서재를 위한 비즈니스 고전’(13) 

로버트 그린 『인간 본성의 법칙』 

인간은 불완전하면서 복잡한 존재다. 비이성적·공격적·근시안적·강박적·방어적·자아도취적·과대망상적·모순적 등 인간의 성향을 묘사한 표현은 무수히 많다. 하지만 감정을 극복하고, 공감 능력을 키우고, 목표를 발견하려고 노력하면 이상적인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로버트 그린은 이상적인 인간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사진:로버트 그린
인생살이를 하다 보면 별의별 사람들을 다 만난다. ‘부처님 가운데 토막’ 같은 사람, 성자·성인·천사 같은 사람, ‘많이 이상한 사람’, 사기꾼···. 나를 조종(manipulation)하려고 드는 사람과도 조우하게 된다. (조종자가 반드시 나쁜 사람은 아니다. 나를 위해 나를 조종하려고 하는 부모님이나 스승님이 있다.)

인간 군상(群像)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조언, 가능하면 대가의 조언을 얻을 필요가 있다. 예컨대 ‘마키아벨리의 환생’이라 불리는 로버트 그린(Robert Greene)이 있다. 그린은 마키아벨리에 빙의한 듯한 책들을 썼다. 전 세계에서 수백만 부를 팔았다.

마키아벨리(1469~1527)는 ‘근대 정치학의 아버지’라 불리지만 평판은 좋지 않다. 냉혹한 정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분석했기 때문이다. 삶의 현실에 대해 쓴 그린의 책들도 ‘나 이 책 읽었어’, ‘책 내용을 실천하고 있어’라고 자랑하는 책들은 아니다. 몰래 보는 책에 가깝다. 왠지 비도덕(非道德·immoral) 혹은 무도덕(無道德·amoral)하다는 선입견이 있다.

『인간 본성의 법칙(The Laws of Human Nature)』(2018)에 대해서도 ‘뭔가 불편하다’는 독자들이 있다. 있는 그대로의 인간을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인간 일반(humans in general)’뿐만 아니라 ‘특히 나 자신(me in particular)’의 그리 아름답지 않은 모습과 직면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린은 출세작인 『권력의 법칙(48 Laws of Power)』(1998) 이후, 『유혹의 기술(The Art of Seduction)』(2001), 『전쟁의 기술(The 33 Strategies of War)』(2006), 『50번째 법칙(The 50th Law)』(2009), 『마스터리의 법칙(Mastery)』(2012),『인간 본성의 법칙』을 내놓았다.

최근작인 『인간 본성의 법칙』은 인간 행동의 모든 측면을 18가지 법칙과 대처법으로 정리했다. 그는 ‘분류의 천재’다. 사람을 유형별로 나눈 다음, 유형을 탈피할 원칙과 전략을 제시하는 탁월한 재주가 있다. 예컨대 전작 『유혹의 기술』은 유혹의 과정을 24단계로 세분화하고 유혹자(seducer)를 9개 유형으로 나누었다.

우리는 제 한 몸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서 남의 일에 참견하고 남들을 바꾸고 싶어 한다. 오지랖이 넓다. ‘참견질’을 할 때 우리 모두 나름 기준이 있다. 인류는 ‘생각과 경험을 통해 기준과 법칙을 만드는 동물’이다.

그린은 『인간 본성의 법칙』을 읽은 독자들이 인간조건에 대한 “더 고요하고 더 전략적인 관찰자(a calmer and more strategic observer)”가 되리라고 자신한다. 그린은 같은 이야기를 새 책이 나올 때마다 매번 반복한다. 하지만 그린에 한번 중독되면 그의 책들을 계속 사게 되고 계속 읽게 된다.

『인간 본성의 법칙』의 목표는 우리를 ‘착각’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어떤 성자는 ‘우리가 자유라는 관념으로부터 자유롭게 되는 것이 진정한 자유다’라고 말할 것이다.) 그린에 따르면 우리는 우리의 행동이 이성적·의식적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우리 행동은 감정적·무의식적이라는 것이다. 이성이 지배하는 인간 행동은 상상 속에 존재할 뿐이다. 그린은 우리가 감정의 노예이며 진정으로 이성적인 사람은 정말 희귀하다고 주장한다. 이 사실은 특히 16~18세기 계몽주의 이후, 인간의 이성을 강조해온 서구인들에게 불편한 진실이다.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다. 그래서 착시는 일상적이다. 흔히 ‘다테마에(建前)와 혼네(本音)’라는 말을 인용하며 일본 사람들이 겉과 속이 다르다고 말한다. 한국인도 미국인도 마찬가지다. 포장지를 뜯고 보면 우리의 감정적·무의식적인 모습이 드러난다.


▎『인간 본성의 법칙』 한글판 표지
『인간 본성의 법칙』을 한 단락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인간은 비이성적·공격적·근시안적·강박적·방어적·자아도취적·과대망상적·모순적·부정적·억압적·동조적·기만적·양면적 존재다. 하지만 감정을 극복하고, 공감 능력을 키우고, 목표를 발견하고, 태도를 바꾸고, 고정관념을 깨고, 죽음이라는 현실을 직시하면 더 나은 사람, 이상적인 사람이 되어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저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그린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상적인 인간에 대한 비전을 품고 있다. 이상적인 인간은 자기 자신을 편안하게 느끼는 사람이다. 그는 천사인 척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다. 또 모든 것을 아는 척, 남들보다 우월한 척도 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결점과 연약함을 편안하게 대하는 사람이다.”

어떻게 하면 이상적인 인간이 될 수 있을까. 우리에게 어두운 면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이를 ‘역이용’하자는 것이 그린의 주장이다. 예컨대 모든 사람은 나르시시스트다. ‘내적인 독백(internal monologue)’에 빠져 있다. 그린은 독백을 그만두고 세상과 대화하기 시작하면 ‘건강한 나르시시즘(healthy narcissism)’으로 전환하는 게 가능하다고 역설한다. 모든 사람에게는 ‘더 낮은 자아(lower self)’와 ‘더 높은 자아(higher self)’가 있는데, 인간 조건의 현실과 직면하면 우리 모두 ‘더 높은 자아’가 군림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 ‘더 높은 자아’란 무엇일까. 이성이 지배하는 자아가 아닐까.

사람들은 보통 자신에게 관대하고 타인에게 엄격하다. 자신에게 엄격하고 타인에게 관대한 사람은 성인이다. 세상 사람을 ‘아주 나쁜 사람’, ‘나쁜 사람’, ‘좋은 사람’, ‘아주 좋은 사람’으로 나누는 것이 가능하다면, 우리는 자신을 ‘좋은 사람’이나 ‘아주 좋은 사람’ 범주에 집어넣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 속담에 “성인도 제 그름을 모른다”고 했다. 성인도 자칫 방심하면 올바름에서 벗어난다. 올바름과 그름의 잣대는 보통 사람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필요하다. 로버트 그린은 ‘그들은 왜 그렇게 행동할까’뿐만 아니라 ‘나는 왜 이렇게 행동할까’를 묻는다.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인간 본성의 법칙』은 나름, 자신과 타인 모두를 같은 잣대로 평가할 기준을 제시한다.

나와 그를 평가할 때 등장하는 중요한 질문 중 하나는 ‘무엇이 정상인가’이다. 예컨대 ‘감사하는 것’과 ‘감사하지 않는 것’ 중에 무엇이 정상인가.

감사의 문제에 대해 공동번역 루가의 복음서(17: 11~19)는 이렇게 기록했다.

“예수께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는 길에 사마리아와 갈릴래아 사이를 지나가시게 되었다. 어떤 마을에 들어가시다가 나병환자 열 사람을 만났다. 그들은 멀찍이 서서 ‘예수 선생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하고 크게 소리쳤다. 예수께서는 그들을 보시고 ‘가서 사제들에게 너희의 몸을 보여라.’ 하셨다. 그들이 사제들에게 가는 동안에 그들의 몸이 깨끗해졌다. 그들 중 한 사람은 자기 병이 나은 것을 보고 큰소리로 하느님을 찬양하면서 예수께 돌아와 그 발 앞에 엎드려 감사를 드렸다. 그는 사마리아 사람이었다. 이것을 보시고 예수께서는 ‘몸이 깨끗해진 사람은 열 사람이 아니었느냐? 그런데 아홉은 어디 갔느냐? 하느님께 찬양을 드리러 돌아온 사람은 이 이방인 한 사람밖에 없단 말이냐!’ 하시면서 그에게 ‘일어나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 하고 말씀하셨다.”

다수와 소수를 정상·비정상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예수에게 감사하러 간 사마리아 사람은 비정상이었다. 감사하지 않은 9명이 정상이다. 감사하는 사람은 사마리아 사람처럼 이 세상의 ‘이방인’이다.

한번 뒤집어 생각해볼 수도 있다. 내게 뭔가를 감사하는 소수 중에는 감사할 줄 아는 착한 사람도 있지만, 내게 뭔가 앞으로도 기대하기 때문에 감사하는 사람도 있다. 내게 감사하지 않는 사람이 정상이다. 오히려 내게 감사하는 사람을 주의할 필요도 있다. 내게 감사하는 사람은 나를 조종하려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린은 우리에게 ‘나쁜 놈’이 되라는 게 아니다. 그의 대선배인 마키아벨리도 같은 입장일 것이다. 나를 조종하려는 사람들을 포함해 악의가 있는 사람들에게 당하지 말라는 것이다. ‘유독성이 있는(toxic)’ 사람은 피하라는 뜻이다. 『인간 본성의 법칙』이 설파하는 것은 공격술이 아니라 방어술이다. 그린이 말하는 방어술의 요체는 무엇일까. 관찰하는 것이다. 관찰에 대해 그린은 이렇게 말한다.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지표는 시간을 두고 관찰했을 때 보이는 상대의 행동이다. 상대가 아무리 지난번 경험에서 큰 교훈을 얻고 그동안 딴 사람이 됐다고 말하더라도 상대는 틀림없이 앞으로도 같은 행동, 같은 의사결정을 반복할 것이다. 바로 그런 의사결정이 그들의 성격을 보여준다. 상대에게서 조금이라도 눈에 띄는 행동이 있으면 반드시 주목해야 한다. 스트레스가 너무 많으면 갑자기 사라져버린다거나, 중요한 일을 완수하지 못한다거나, 도전을 받으면 갑자기 호전적으로 돌변한다거나, 아니면 반대로 책임을 부여받았을 때 능력을 잘 발휘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 점을 염두에 둔 상태에서 상대의 과거를 조사해보라. 지금 생각해보니 상대가 과거에도 이 패턴에 맞는 행동을 하지는 않았는가? 상대가 지금 하는 일도 유심히 한번 들여다보라.”


▎콜롬비아 인디오 원주민이 예식에서 사용하는 마스크. 『인간 본성의 법칙』의 저자인 로버트 그린은 우리 모두 ‘이성’이라는 마스크를 쓰고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 본성의 법칙』 자체가 오랜 관찰의 산물이다. 그린은 ‘인간 관찰자’다. 그의 방법론은 역사학·철학과 관찰과 사색을 접목한다. 저자 그린은 ‘대중화하는 사람(popularizer)’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역사학·철학의 성과를 쉽게 정리해 우리가 접하는 매일의 고민을 쉽게 마주할 수 있게 해준다.

책의 마지막 장(章)은 “죽음 부정의 법칙: 우리의 공동 운명인 죽음을 명상하라”다. 저자에 따르면 그의 모든 책에서 마지막 장이 가장 중요하다. 그는 우리가 죽음을 직시할 것을 요구한다. 왜일까. 그린에 따르면 죽음에 대한 공포는 단지 죽음에 대한 공포로 끝나지 않는다. 죽음에 대한 공포는 우리 삶의 모든 측면을 오염시켜 결국 ‘삶에 대한 공포’를 낳는다.

그린의 모든 작품이 그렇듯이 전작 『유혹의 기술』은 정치나 비즈니스에 쓸모가 크다. 정치인은 유권자를, 기업은 소비자를 ‘유혹’해야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권말 부록은 ‘무엇이든 대중에게 파는 법’이다.

몇 년에 한 번씩 대작을 내는 그린은 어떤 사람일까. 일단 그는 호기심 많은 유대인이다. 5개 국어를 구사하고, 선불교를 공부한다. 그래서 그의 저작에는 불교 색채도 강하게 발견된다. 1959년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다른 ‘주이시 맘(Jewish mom)’처럼 자녀 교육에 극성스러웠다. 아들 책이 나오면 서점으로 달려가 좋은 자리에 책을 배치해달라고 요구했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와 매디슨 위스콘신대에서 고전학을 전공했다. 20대에는 뉴욕에서 에스콰이어 등 잡지 편집자로 일했다.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에는 할리우드에서 스토리 작가로 일했다. 편집자로 일할 때는 “당신처럼 글 못 쓰는 사람은 처음 봤다”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글을 쓰는 직종에 종사했으나 자신에게 딱 맞는 글의 유형을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전업 작가가 되기 전엔 건축 현장 노동자, 번역가 등 80여 개 일자리를 두루 거쳤다. 그가 80여 개 일자리에서 다양한 사람을 관찰했기에 이 책이 나올 수 있었다. 일반화의 오류인지 모르지만, 그린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약 70~80% 사람들이 적성에 안 맞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린은 대가가 되는 데 1만 시간의 몰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글 쓰는 사람의 경우에는 1만 시간 중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글의 장르를 발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목소리’를 찾아 성공한 다음에도 고생은 끝나지만, 좋은 글을 쓰기 위한 고심은 끝나지 않는다. 그린은 한번 집필에 들어가면 매일 10시간씩 글 쓰는 데 집중한다. 『마스터리의 법칙』에는 2만 시간을 투입했다.

방황하던 그린은 이탈리아에서 우연히 한 ‘귀인’을 만났다. 네덜란드 출신의 출판기획자였는데, 권력에 대한 책을 제안했다. 그린은 할리우드에서 일할 때 “눈 감으면 코 베어 간다”는 말이 그대로 들어맞는 현실과 부딪혔다. 자신이 나이브하다고 뼈저리게 느낀 그린은 권력의 문제를 놓고 고심했다. 고심의 결과가 『권력의 법칙』이다. 이를 시작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계속 집필해 부자가 됐다.

저자가 몸이 불편하기 때문에 『인간 본성의 법칙』이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될지도 모른다. 저자가 건강을 회복해 예컨대 ‘성공의 법칙’이나 ‘행복의 법칙’에 대해 쓸 수 있으면 좋겠다. 사실 ‘성공의 법칙’은 그린의 저작들에 이미 나와 있다. 『권력의 법칙』에서 그는 “절대 네 두목보다 더 밝게 빛나지 말라(Never outshine your master)”고 했다. 이 법칙만 잘 지켜도 조직 생활이 한결 편해질 것 같다.


※ 김환영은… 중앙일보플러스 대기자. 지은 책으로 『문학으로 사랑을 읽다』 『곁에 두고 읽는 인생 문장』 『CEO를 위한 인문학』 『대한민국을 말하다: 세계적 석학들과의 인터뷰 33선』 『마음고전』 『하루 10분, 세계사의 오리진을 말하다』 『세상이 주목한 책과 저자』가 있다. 서울대 외교학과와 스탠퍼드대(중남미학 석사, 정치학 박사)에서 공부했다.

202003호 (2020.02.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