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ement

Home>포브스>Management

손정의, 마지막에 미소 지을까 

 

위워크 사태와 코로나19 사이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1000억 달러 규모 비전펀드는 거의 무가치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 3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투자자였던 손 회장에겐 다른 자산도 있다. 성공한 경험, 그리고 계획이다.
검은색 SUV 문이 요란스럽게 닫히면서 손정의(일본 명: 마사요시 손) 소프트뱅크 회장과 수행단이 미국 최고의 해산물 음식점 르버나딘의 은밀한 비밀 공간으로 숨어들어갔다. 손 회장은 양복 위에 걸친 잿빛 유니클로 다운재킷 때문에 쉽게 눈에 띄었다.

‘마사’라는 별칭으로 알려진 손 회장은 3월 초 이날 미드타운 맨해튼의 세계 최대 자산 관리자 20명과 회합을 가졌다. 손 회장은 서류가방 대신 들고 다니는 화려한 토트백을 건네며 대형 삼각 테이블의 한쪽 한가운데 빈 의자에 앉았다. 그 전날 더 큰 투자자 집단과도 만났던 손 회장은 이날 아침 모임을 ‘기업공개 전 회담’이라고 칭하며 자산 규모가 수조 달러에 달하는 청중을 한자리에 모았다. 그중에는 손 회장 옆에 앉은 블랙록의 래리 핑크도 있었다.

“사람들은 소프트뱅크가 고전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계속 성장하고 있습니다.” 손 회장은 참석자들에게 말했다. “과거는 생각하지 마십시오.”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소프트뱅크의 1000억 달러 비전펀드는 전 세계에 가장 속속들이 알려진 펀드다. 좋은 의미에서 말이다. 지난 3년 동안 손 회장은 눈이 핑핑 돌 정도로 많은 대형 베팅(정확하게는 88건)을 막대한 밸류에이션으로 감행했다. 일은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비전펀드가 후반부에 후원한 우버는 수억 달러 손실을 남겼다. 또 소프트뱅크는 2017년부터 100억 달러 이상을 쏟아부은 위워크에서 설립자 애덤 뉴먼이 자기 이익만 챙겨서 빠져나가고 IPO 계획이 취소된 이래로 그 뒤치다꺼리를 하고 있다. “힘든 시기”라고 손 회장은 인정했다. 전날 손 회장은 포브스 기자와 만나 좀 더 길게 설명했다. “저희는 위워크에 너무 많은 밸류에이션을 지불했고 그 기업가를 지나치게 믿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새 경영진과 계획을 바탕으로 위워크가 전환점을 마련하고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위워크 사태에서 얻은 교훈

반전을 시도하는 손 회장은 과거를 다시 불러냈다. 특히 손 회장 자신의 경력 사상 최대 거래이자 소프트뱅크의 꽃이었던 알리바바 투자를 말이다. 손 회장이 알리바바에 써줬던 2000만 달러 수표의 가치는 현재 1200억 달러가 넘는다. 손 회장은 자리에 모인 투자자들에게 “알리바바는 첫 10년 동안 매출이 거의 0이었다”며 “그러나 한 번 매출을 내기 시작하자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손 회장은 20분짜리 발표에서 자신의 포트폴리오 기업 가운데 9개를 거론했다. 손 회장은 “이 기업들은 오늘날 다른 누구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며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여러분이 보고 느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 포트폴리오에는 틱톡의 소유 기업 바이트댄스나 한국 전자상거래 선두 기업 쿠팡 등 제법 괜찮은 기업들이 포함돼 있다.

3월 초였던 그 회의에 쿠팡은 원격으로 참석하고 있었다. 아시아에서 발생한 코로나19 때문이다. 손 회장을 비롯해 그 자리에 모인 거물들은 곧 닥쳐올 팬데믹에 진지하게 대응하지 않는 듯했다. 위워크에 대한 손 회장의 짐작만 해도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잘못됐다. 위워크의 부채로 판단해보면 소프트뱅크의 위워크 지분은 0에 가까우며, 기껏해야 몇 푼이나 건지면 다행인 정도다. 비전펀드 전체로 보면 후반부 단계에서 공유경제, 운송, 여행, 부동산 등에 높은 밸류에이션으로 투자했는데 이런 부문들 역시 마찬가지로 고난을 겪을 듯하다. 그 회의가 있은 지 2주 뒤 소프트뱅크 주식은 기업 가치보다 73%나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상황이 빠르게 바뀌어서 만약 비전펀드가 완전히 운영을 중단한다면 소프트뱅크 주식이 상승할 수도 있다. 손 회장이 최근 기존 입장을 누그러뜨리고 오랜 기간 반대해왔던 소프트뱅크 지분 매각(알리바바 지분도 일부 포함될 전망이다)을 통한 410억 달러 규모 자사주 매입에 동의하자 투자자들은 반색했다.

주가는 곧장 반등했다. 또 소프트뱅크는 두 번째 비전펀드부터는 신규 투자에 좀 더 신중해질 것이라고 밝혀 환호를 받았다. 오랜 기간 손 회장의 신임을 받아온 고토 요시미쓰 소프트뱅크 최고재무책임자는 “이런 상황에서는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손 회장도 시장을 잘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토는 손 회장보다도 언론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다.

비전펀드는 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투자 기관이기도 했다. 비전펀드의 거침없는 거래는 소프트뱅크가 이미 상당한 블루칩 자산을 보유 중이라는 사실을 대중의 뇌리에서 사라지게 했고, 비전펀드의 돈 70% 정도가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부다비 같은 국부 펀드와 애플이나 퀄컴 같은 실리콘밸리 대기업에서 나온다는 사실도 좀처럼 드러나지 않게 만들었다.

소프트뱅크는 여전히 영국 칩 제조업체 암홀딩스와 일본 무선 통신업체 스프린트를 소유하고 있으며 4월 중에 T모바일과 합병할 계획이다. 알리바바와 2018년 기업공개를 한 일본 통신업자 소프트뱅크 코퍼레이션에도 여전히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소프트뱅크에는 손 회장도 건재하다. 20년 전 야후와 E트레이드로 큰 이득을 봤던 손 회장만큼 닷컴 버블에 잘 올라탔던 사람도 없고, 그만큼 많은 손해를 본 사람도 없다. 정확히 말하면 소프트뱅크 시가총액의 99%다. 부는 사라졌지만 비전은 흐트러짐이 없었고, 손 회장은 다시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현재 손 회장의 순자산은 166억 달러다. 손 회장은 “인터넷 초기에는 나도 똑같이 비판받았다. 지금보다 그때가 더 심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전술적으로는 후회가 남죠”라며 “하지만 전략적으로는 변함이 없습니다. 비전도 마찬가지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손 회장은 대부분의 시간을 일본에서 보내지만 실리콘밸리 우드사이드에 800㎡ 규모 맨션을 소유하고 있다. 래리 엘리슨의 집 바로 아래다. 손 회장이 2012년 이 집을 추정가 1억1800만 달러로 사들였을 때, 이 집은 미국에서 가장 비싼 집이었다.

뉴욕 모임 직후 손 회장은 여러 포트폴리오 기업과 함께 신규 사업자 두 명을 초대했다. 지난 2월 소프트뱅크가 주도한 투자 라운드에서 1억6500만 달러 투자를 받은 혈액검사 스타트업 카리우스와 소프트뱅크가 현금으로 2억 달러를 투자한 샌프란시스코 소재 디지털 약국 알토 파머시다.

알토 파마시의 마티유 가마슈-아셀린은 “손 회장의 말을 들으면 ‘잠깐만, 지금 뭐라고 한 거지?’ 싶은 심정이 된다.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좀 더 들어보면 ‘아, 내가 완전히 상황을 잘못 바라보고 있었구나. 어떻게 내 관점을 바꿀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손 회장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꾸게 해준다”고 말했다.

손 회장을 만나는 것은 야심이 있는 IT 기업가들에게 훌륭한 통과의례로 여겨져왔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세상에 선보였을 때 손 회장은 잡스를 일본으로 초대해서 3년 동안 일본 내 독점 유통권을 확보했다.

일본에서 태어나 한국계라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유명한 손 회장은 유학을 위해 캘리포니아로 이주했다. 처음에는 영어를 전혀 못 했지만 대학 준비 시험을 통과하고 결국에는 UC버클리로 편입해서 1980년 졸업했다. 일본으로 돌아갈 당시 손 회장은 이미 전자 번역기 사업을 샤프에 매각하고 아케이드 게임기를 수출해서 1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벌어들인 상태였다. 이듬해 손 회장은 ‘소프트웨어 은행’이라는 설계에 따라 기업을 설립했다. 소프트뱅크였다.

소프트뱅크의 과거와 미래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를 판매하고 컴퓨터 잡지와 무역박람회를 운영하며 분골쇄신하던 손 회장은 1996년 미국으로 화려하게 돌아왔다. IT 전문 출판사 지프데이비스를 인수하고 당시 최고 기록이던 1억800만 달러를 들여 야후라는 신생 인터넷 기업의 지분 41%를 인수했다. 소프트뱅크는 수십억 달러를 닷컴에 쏟아붓고 E-트레이드 같은 큰 성공을 거두는가 하면 칩 제조업체 킹스턴 테크놀로지로 수십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손실을 보기도 했다. 버블이 절정에 달했던 3일 동안은 자신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었다고 손 회장은 주장한다. 마침내 버블이 터졌던 2002년 소프트뱅크는 시가총액 99%를 잃고 1800억 달러에서 20억 달러짜리 기업이 됐다.

돈을 잃은 건 손 회장뿐만이 아니었다. 오늘날 비전펀드와 마찬가지로 고위 임원 상당수가 자산을 소프트뱅크 주식에 넣었던 것이다. 당시 소프트뱅크의 미국 투자를 관리했던 론 피셔 부회장은 “우리는 손 회장과 테이블에 둘러앉아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피셔에 따르면 그럼에도 거의 모든 임원이 손 회장과 “몇 년 동안 고난을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피셔는 “손 회장은 사람들과 교감하는 힘을 가졌다”며 “자신의 잘못을 파악하는 부분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자신을 낮추면서 겸손할 줄 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다음 10년 동안 소프트뱅크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데 힘을 쏟았다. 첫 단계는 인내였다. 손 회장은 한 가지 투자에 끈질기게 매달렸다. 손 회장은 “알리바바의 미래에 나만큼 낙관적인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알리바바 경영진보다 내가 더했다”며 “똑같은 일이 반복되리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아주 복잡한 레버리지 거래로 손 회장은 보다폰 일본 사업부와 스프린트넥스텔, 영국 반도체칩 제조업체 암 홀딩스를 인수했다. 소프트뱅크 또한 ‘클래시 오브 클랜’을 개발한 모바일 게임 개발사 슈퍼셀 지분을 성공적으로 인수했다. 연간 약 40억 달러 규모로 스타트업 투자도 계속했다. 그러던 2017년 손 회장은 다시 크게 한 건을 실행하기로 마음먹었다. 손 회장은 “지난 20년 동안 인터넷은 광고와 유통산업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 두 업계뿐이었다”며 “AI의 힘은 다른 모든 산업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을 오래 알고 지낸 라지브 미스라는 세계 최대 민간 IT투자 펀드인 비전펀드의 진두지휘를 맡았다. 논란은 있지만 뛰어난 은행가인 미스라는 2000년대 도이체방크에서 손 회장이 구제금융을 받고 복잡한 금융 거래를 해결하도록 도왔다. 최근 미스라는 자신의 동료를 상대로 사찰 및 비방 캠페인을 전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미스라는 이 혐의를 부인했다.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저는 숨기는 게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 일은 없었어요. 신께 맹세코 아닙니다. 신의 은총이 우리와 함께하기를… (비전펀드의) 규모가 문제입니다. 제가 비전펀드에 투자하는 사람이 아니었더라면 그런 말을 하는 사람도 없었겠죠.”

미스라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공공투자펀드가 이끄는 투자자들을 기록적인 1000억 달러 펀드에 가입시키고 손 회장이 꿈꾸는 AI 신세계의 떠오르는 시장 지배자들에게 1억 달러가 넘는 돈을 들이며 지분 매입에 나섰다. 투자 기업 가운데는 암 연구업체 가던트 헬스처럼 명확하게 IT와 연관된 기업도 있지만, 그보다는 인도 상거래 기업 플립카트, 차량 호출 앱 우버, 업무용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슬랙 등 손 회장이 AI 인터페이스와 자율주행차의 시대에 필요해질 것이라고 상상하는 도구가 많다.

손 회장은 “20년 전 사람들은 아마존이 인터넷 기업이 아니라 유통 기업일 뿐이라고 생각했다”며 “아직 AI가 조금밖에 도입되지 않은 오늘날 사람들은 이 기업들을 그저 운송 기업이나 부동산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위워크 사태를 겪은 소프트뱅크는 새 스타트업 투자를 줄이겠다고 발표하기 전부터 기업들에 빠른 성장보다 수익에 초점을 맞추고 정리해고를 고려할 것을 제안했다. 손 회장은 지난 2월 실적 발표에서 “도움의 손길은 없다”고 못박았지만 미스라는 비전펀드가 유망한 포트폴리오 기업에 투자할 자금 200억 달러를 비축해 두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자금이 말라가는 기업을 돕기 위해 추가로 10억 달러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 회장은 “다음 2년 동안은 아주 적은 금액을 투자하겠다”며 “우리에게 최적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행보에 쏠린 눈

사랑의 매는 이미 시작됐다. 소프트뱅크는 뉴먼을 비롯한 초기 위워크 투자자들과 직원들의 위워크 주식을 30억 달러어치 매입하겠다던 약속을 철회했다. 소비자 직판 유통업체 브랜들리스에 현금 지급을 중단했으며 이후 브랜들리스는 문을 닫았다. 부동산 유니콘 컴패스나 소기업 대출업체 캐비지 같은 기업은 최근 일시해고와 정리해고를 택했다. 또 소프트뱅크는 인공위성 인터넷 스타트업 원웹에 20억 달러를 투자하고도 이 기업이 파산 신청하는 것을 막지 않았다. 더 많은 기업이 빠르게 사라질 전망이다. 손 회장은 “15개는 파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그래도 괜찮다고” 덧붙였다. 그만큼 15개 기업이 대박을 내는 한 말이다. 한 소프트뱅크 관계자는 펀드가 1500억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으면 유한책임 파트너에게 원금과 7% 연수익을 지불하고도 약간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제 자원은 승기를 잡은 기업에만 돌아갈 것이다.

스타트업 유니콘을 연구하는 일야 스트레불라이프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소프트뱅크에는 문제가 하나 있다. 규모가 너무 방대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평균 발행 수표가 4억 달러가 넘는 비전펀드의 투자 프로필이나 위워크, 우버처럼 수십억 달러까지 치솟는 포지션을 고려해보면 이 펀드는 IT 업계에서도 무방비한 부문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너무 많은 돈을 지원하면 스타트업들이 돈을 언제나 더 쓸 수 있다고 믿게 되기 때문에 방만한 경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성장과 지출이 모두 높은 기업에 이제 속도를 늦추고 현금을 모으라고 지시해도 이런 기업의 경영팀은 태세를 빠르게 전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소프트뱅크는 이 생태계의 구세주가 아니라 질병이라고 생각한다”고 불펜 캐피털의 파트너인 던칸 데이비슨이 말했다. 데이비슨은 소프트뱅크도 3억 달러를 투자했던 주문형 반려견 산책 앱 웨그에 초기 투자했지만 결국 손해를 보고 지분을 되팔았다.

비전펀드가 분명 최대 규모의 ‘성장주’ 플레이어이긴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소프트뱅크 자체는 가치주다. 지난 수년 동안 손 회장은 실적 발표 때마다 소프트뱅크 주가를 자산보다 낮게 평가하려는 애널리스트들과 말다툼을 벌였다. 시장 투자자들이 비전펀드의 가치를 0 미만으로 본다는 의미다. 소프트뱅크의 알리바바 지분 하나만 쳐도 소프트뱅크 시가총액보다 많다. 암홀딩스와 일본 무선 통신업체 스프린트는 덤이다.

스프린트 CEO를 지내고 현재 소프트뱅크 COO를 맡고 있는 마르셀로 클라우어는 “사람들이 계속 비전펀드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그 규모를 봐야 한다”며 “우리가 위워크에 투자한 금액 전부를 알리바바가 한 주만에 벌어다준다”고 말했다.

또 위워크다. 결국 그 값은 수십억 달러 손실이 됐다. 이 일로 ‘역투자의 천재’라는 손 회장의 이미지에는 마약에 손을 대는 다단계 장사꾼 뉴먼의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손 회장은 “항상 어렵다.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다. 대단해 보이는 기업가에게 끌리지만 그렇다고 그런 기업가가 항상 뛰어난 수익을 내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뉴스트리트 리서치의 애널리스트인 피에르 페레이구는 “시장은 위워크와 우버가 더 근본적인 문제의 시작일 뿐이라고 우려하고 있다”며 “‘미친’ 손 회장이 소프트뱅크 그룹을 마음껏 주무르면서 돈을 다 써버릴 때까지 똑같은 짓을 반복할까 봐 걱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페레이구와 다른 애널리스트들은 지난 3월 소프트뱅크가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자 희망을 얻었다. 그러나 무디스는 소프트뱅크 등급을 두 단계나 낮췄다.

최근 손 회장은 폴 싱어가 이끄는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를 포함한 투자자들과 회합을 가졌다. 소프트뱅크에 수십억 달러 포지션을 축적한 엘리엇은 무엇보다도 자사주 매입을 요구했다. 엘리엇의 요구 가운데는 심지어 소프트뱅크 그룹 전체를 상장 취소하자는 것도 있었다. 그러나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복잡한 규제 및 구조적 준수사항이 막대한 탓에 실행 가능한 방법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누가 봐도 분명한 것은 소프트뱅크, 심지어 비전펀드에서조차 최종 결정은 손 회장이 내린다는 것이다. 최대 주주인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를 통제하고 비전펀드 투자위원회의 위원 3명 가운데 한 명으로서 최종 거래 결정을 내릴 권한을 갖는다. 승패는 손 회장의 손에 달렸다. 손 회장은 과연 또 한 번의 극적 반전을 연출할 예술가일까, 아니면 주식을 낮게 평가받아 마땅할 거품 투기꾼일까?

손 회장은 최근 마치 석양을 향해 멀어져가는 영화 주인공 같은 이미지를 즐겨 제시한다. 손 회장은 “그림자를 보라”며 “불과 24시간 사이에도 키는 그대로지만 그림자 길이는 극적으로 바뀐다. 사람들은 그림자 길이를 보면서 겁에 질리거나 자만에 빠진다”고 말했다. 그림자를 바꾸는 것이 뜨는 해일지, 지는 해일지, 손 회장은 이제 몇 달 내에 알게 될 것이다.

※ 복잡한 비전

비전펀드와 거기에 넣은 300억 달러 투자금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제국 일부에 불과하다. 궁지에 몰린 펀드를 들여다보면 건강·배달 부문은 코로나19로 인해 혜택을 보겠지만 부동산·여행 부문은 손실을 면치 못할 것이다.

- ALEX KONRAD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포브스 코리아 온라인 서비스는 포브스 본사와의 저작권 계약상 해외 기사의 전문보기가 제공되지 않습니다.

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202005호 (2020.04.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