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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인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1) 

코로나에 쓰러진 지구 디지털이 구원의 열쇠 될까 

경제 위기는 나라마다 달리 작용하지만, 바이러스는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세계가 그물망처럼 얽힌 현대사회에선 어느 한 곳의 변동성이 국제사회 전체에 파장을 미친다. 지금 우리 앞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처방전이 놓여 있다.

▎캐나다의 인공지능 스타트업은 이미 2019년 말에 대규모 전염병 확산을 경고했다.
‘태풍이 강한 나무를 구분해준다’는 말이 있다. 태풍이 강할수록 뿌리가 약하거나 곁가지가 많은 나무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뜻이다. 세계는 역사상 유례없는 금융 및 실물경제 위기를 맞이했고, 전 세계 모든 정부와 기업은 지금의 위기에서 최대한 빨리 빠져나오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는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발 태풍이 지나간 자리를 치유하기 위해선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가 꽤 넓고 깊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정부와 기업의 실제 체력과 위기 대처 능력이 여실히 드러나는 현시점은 어찌 보면 옥석을 판가름하게 되는 시기일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는 정부, 기업, 민간 등 모든 부문의 변동성을 극대화했다. 변동성을 통제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유연함과 민첩한 대응이다. 이번 위기가 곧 종식된다 해도 경제적·사회적 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환경적 요인은 계속해서 나타날 수 있고, 이번 경우에서 잘 알 수 있듯 전 세계가 동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런 만큼 동시다발적으로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리스크를 권위적인 중앙집권형 조직이 처리하기에는 비효율적일 수 있다.

코로나 위기 해결할 디지털 열쇠는?

관리 측면뿐 아니라 생산 측면에서도 공급과 배급망의 다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타격을 받은 산업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지난 수십 년간 생산 경제 기반의 근대화를 성공하게 만들어준 사람 중심의 수직적 문화는 새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어떤 접근이 필요할 것인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개념은 지난 몇 년간 미국을 비롯해 한국 등 경제 선진국들의 큰 화두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 개념을 정확히 알고 사용하는 사람이나 조직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단순하게 웹사이트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원하는 기능과 업무를 보는 것을 전부라 여기는 듯하다. 하지만 이런 접근은 디지털 솔루션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혼동해 발생한 것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디지털의 힘으로 무언가를 바꾼다는 뜻인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다. 디지털적인 접근을 통해 ‘체질과 접근법’을 바꾸는 것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다. 이를 위해선 매니지먼트와 엔지니어링, 디자인의 삼박자가 잘 맞아야 한다. 이 세 가지 측면을 모두 고려해 전략을 짜고 실행에 옮겨야 올바른 디지털적 처방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지금과 같은 사회의 위기 상황에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가?

데이터 기반 시설·AI 활용 절대적


▎코로나19 사태 초기, 질병관리본부 1339 콜센터는 폭주하는 문의 전화로 인해 상담 인력 부족이 문제로 떠올랐다
전염병 전쟁 발발이라는 초유의 사태는 어느 국가, 어느 정부건 쉽지 않은 시험대에 오르게 만들었다. 전염병 예측과 초기 대응, 확산 후 감염자 관리,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대응까지 모든 국면에서 정부의 재빠른 대응이 관건이라 할 수 있다. 민첩한 대응을 가능하게 하려면 컨트롤타워가 모든 것을 하려 하기보단, 빠른 판단과 적용을 동시다발적으로 기하기 위해 협업할 수 있는 형태로 진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 기반 시설 확충과 인공지능기술 활용이 절대적이다.

비상사태에 선제적이라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일지 모르나, 앞으로는 이러한 비상사태에 선제적 대응이 필수 불가결할지 모른다. 이번 사태를 가장 먼저 예측한 캐나다의 인공지능 스타트업 ‘블루닷(BlueDot)’은 항공, 동식물 질병 데이터 등을 분석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보다 훨씬 앞선 2019년 12월 31일 이미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 전염병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음을 경고했다. 이는 여러 주요 관계 데이터를 꾸준히 모아 머신러닝을 통해 패턴의 분석과 예측의 정확도를 높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또 증상 관련 데이터들을 모아 어떤 환자에게 병상이 필요한지 혹은 인공호흡기가 필요할지를 결정하는 데 인공지능이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시스템도 현재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의료용 인공지능 기술 개발 회사인 ‘제이비언(jvion)’은 넘쳐나는 환자에 비해 부족한 병상 문제를 인공지능이 가장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증상이 더 심한 환자에게 효과적 치료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직접 인공지능 부서를 만들어 모든 예측을 도맡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처럼 발전된 기술을 지닌 연구기관과 스타트업에 제공할 수 있는 데이터 세트를 구축하고 가치 있는 데이터에 원활한 접근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의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하는 것은 바로 정부의 역할이다. 모든 사안에 대해 하나의 비대한 기관이나 중요한 사람이 일을 도맡기보다 효과적인 데이터 수집과 분산 처리가 가능한 연계형 조직으로 체질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

AI가 불러올 새로운 위기관리·접근법


▎지하철 역사에 설치된 열화상 카메라와 손소독제.
한국 질병관리본부가 국내 통신회사들과 카드사들의 API를 연계해 감염자와 의심자들의 동선을 빠른 시간에 확보하고 점검할 수 있는 디지털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적절한 디지털 솔루션 적용의 좋은 사례다. 다만 이를 체계화하여 언제든 빅데이터화하고, 발생한 사건의 사후 수습뿐 아니라 앞으로의 예측에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또 다른 개선적 접근법은, 사안과 상황의 경중에 따라 인간의 노동력에 대한 의존도를 대폭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전 지구적 위기가 국지적 극약 처방만으로 완화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기우제를 지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인간은 신이 아니지만, 신을 닮아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바로 지금 같은 상황에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되어야 하는 도구가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은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전지전능한 존재는 아니다. 대신 정해진 상황과 가이드라인이 있다면 우리가 원하는 바를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얻게 해주는 가성비 좋은 툴 같은 것이다. 한국의 질병 통제가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있지만, 초기 대응에서 아쉬웠던 부분 중 하나는 질병관리 긴급콜센터 이슈였다. 가파르게 늘어난 문의 전화로 인해 콜센터 인력 부족이 문제로 떠오른 것이다. 통화를 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불편이 야기되었고 정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비정규 인력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콜센터 전화로 얼마나 깊이 있는 양질의 정보를 사람들이 얻을 수 있을 것이냐는 점이다.

콜센터 직원들은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사람들을 안내하는 선별조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다. 아무리 경험 많은 상담원이라 해도 결국 질병 관리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다. 더욱이 갑자기 투입된 비정규 신규 인력의 경우 가이드 제시조차 쉽지 않을 수 있다.

쇄도하는 문의 전화의 양은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인력을 계속 충원해도 역부족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 사태가 새로운 국면으로 진행될 경우, 이들의 재교육도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다. 바로 이러한 환경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응대가 효과적일 수 있다.

긴급 상황일수록 대응 속도가 관건이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처음부터 만들 수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이미 존재하는 IT 인프라스트럭처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같은 회사들은 인공지능 어시스턴트를 통해 상황에 맞는 프로토콜 및 가이드를 정보가 필요한 사람에게 전화나 문자, 챗봇 같은 다양한 채널로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왔다. 이러한 디지털적 접근을 각국 정부와 기업이 연계해 빠르게 적용한다면, 초기 대응의 효율성을 대폭 높일 수 있을지 모른다.

온라인 보안엔 진정성 있게 접근해야

최근의 비자발적 환경 변화는 온라인 플랫폼 사용의 지속적 증가를 모든 측면에서 야기할 것이다. 현재의 인터넷망과 클라우드 서버 수준으로는 앞으로의 트래픽 증가를 감당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일례로 주식시장의 변동성 증가로 인해 금융 서비스들에 주문이 폭발적으로 몰리면서 80억 달러의 밸류에이션을 받은 미국의 금융 유니콘 기업 로빈후드(Robinhood)에서는 역대 최악의 낙폭을 기록한 한 주에 무려 이틀 동안이나 서버가 다운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리고 여러 클라우드 베이스 협업 툴에서도 비슷한 상황들이 최근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 연결망 인프라스트럭처 기술 확충이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해 국가 차원의 기간 투자도 발 빠르게 이루어져야 한다.

온라인 트래픽의 상승은 그것이 지닌 태생적 한계, 즉 온라인 보안 문제도 더욱 심각해질 수 있음을 암시한다. 국가 재난 상황 시 컨트롤타워에 온라인 테러가 감행된다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수 없는 문제다. 이런 차원에서 온라인 보안 문제는 정부 부처와 기업 모두 진정성 있게 접근해야 한다. 많은 자금을 투자해 전국에 도로망을 건설했다면 안전하게 유지 보수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현재 인류가 겪고 있는 불가역적 상황은 앞으로 능동적이든 수동적이든 모두의 삶의 모습을 바꾸어놓을 것이다. 그런데 이럴 때 어떤 조직과 사회가 더 현명한 방식으로 변화를 수용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결과에는 큰 차이가 생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앞서 말했듯 단순히 웹사이트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내거나 변화된 환경에 더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체질과 접근법’을 바꾸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제대로 적용한다면 위기를 기회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다.


※ 이상인 MS 디렉터는… 이상인 마이크로소프트(MS)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현재 미국의 디지털 디자인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한국인 디자이너로 꼽힌다. 딜로이트컨설팅 뉴욕스튜디오에서 디자인 디렉터로 일한 그는 현재 MS 클라우드+인공지능 부서에서 디자인 컨버전스 그룹을 이끌고 있다. MS 클라우드+인공지능 부서에 속해 있는 55개 서비스 프로덕트에 들어가는 모든 디자인 시스템을 만들고 관리하는 역할이다.




202005호 (2020.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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