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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환이 만난 혁신 기업가(17) 최재호 드라마앤컴퍼니 대표 

명함관리 앱에서 한국의 링크드인으로 

정리=김민수 기자 kim.minsu2@joins.com·사진 지미연 객원기자
2013년 명함 앱 ‘리멤버’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 지난해 300만 명에 달하는 직장인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한 드라마앤컴퍼니가 종합 HR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 2017년 네이버 자회사로 편입돼 두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실탄을 확보한 이후, 한국의 링크드인을 만들기 위한 행보에 나서고 있다.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이 최재호 드라마앤컴퍼니 대표를 만났다

▎최재호 드라마앤컴퍼니 대표.
의류 관련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다가 왜 명함 사업에 뛰어들었나.

컨설팅 회사에 몸담고 있을 때 미국 직장인들이 모두 링크드인을 쓰고 있는 것에 주목했다. 영어권에서는 링크드인을 쓰지 않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 정도로 보편화되어 있는데 한국에선 잘 안 됐다. 오픈된 공간에 내 이력을 올려놓고 이직을 시도한다는 발상이 아시아권에서는 잘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대체재로 명함에 주목했다. 명함으로 사용자를 먼저 확보한 뒤에 아시아판 링크드인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번거로워하는 명함 관리 솔루션으로 창업하게 됐다.

카이스트 전자공학과 출신인데 초기 사업 형태는 ‘리멤버’ 앱에 명함 정보를 수기로 입력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왜 OCR(문자인식 기술)을 적용하지 않았나.

‘리멤버’가 나오기 전에도 명함을 스캔해 관리하는 앱이 많았다. 당시 OCR 기술이 부족하다 보니 인식 오류가 잦았고 사용자들이 잘못 인식된 부분을 일일이 수정해야 했다. 전자공학을 전공했으니 OCR 기술을 더 파볼까 고민했지만, 당시 해당 서비스를 만드신 분이 OCR 기술 관련 박사 출신이었다. 다른 방법을 고민하던 차에 수기 입력을 떠올렸다. 비서가 대신 명함을 입력해 관리해주기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는 지인의 말에서 힌트를 얻었다. 그때부터 고객들의 명함을 우리가 대신 입력해 관리하기 시작했다. 명함을 보낼 시간이 없다는 사용자들을 직접 찾아가는 방문수거도 했다. 지금은 2억 장 이상 명함 데이터베이스가 축적됐고, OCR 기술로 대부분 자동 입력된다.


▎김익환 한세실업 대표(왼쪽)과 최재호 대표가 명함을 주고받고 있다.
지난해 7월 ‘리멤버 커리어’ 서비스를 출시하며 헤드헌팅 시장에 진출했다. 링크드인과 차별점은 무엇인가.

링크드인은 오픈된 플랫폼이다. 내 이력서와 구직활동이 만천하에 공개된다. 링크드인에 경력을 자세히 쓰면 직장 동료나 상사가 볼 수 있고, 프로필을 업데이트하면 알림(푸시)도 간다. (링크드인은 2016년 마이크로소프트가 262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에 비해 리멤버 커리어는 굉장히 폐쇄적이다. 회원 정보가 채용 담당자들에게만 승인 기반으로 공개된다. 특히 본인이 소속된 회사 인사팀에는 내 정보가 노출되지 않는다. 구직활동이 자유로울 수 없는 한국 조직 내 심리적 불편함을 최대한 잘 매니징하는 데 집중해 서비스 출시 1년 만에 70만 명이 넘는 인재풀을 확보할 수 있었다.

사람인 등 기존 HR플랫폼과는 어떻게 다른가.

타깃이 다르다. 사람인은 구직활동을 하는 취준생, 신입사원이 많고 경력직 풀은 20만 명 정도 규모로 작다. 반면 리멤버 커리어에 등록된 인재는 과장~부장급이 중심이다. 리멤버에 등록한 사용자 300만 명을 기반으로 링크드인이 간과한 부분을 집중 공략한 결과물이 리멤버 커리어다.

리멤버 커리어와 결이 다르지만 블라인드 같은 서비스도 직장인들의 정보 교환 및 소통 창구가 되고 있다.

블라인드가 직장인들의 해우소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면, 리멤버 커리어는 게시판의 3분의 2가 업무와 관련된 Q&A다. 나머지는 커리어 상담, 네트워킹, 산업 동향에 대한 토론이 주를 이룬다.

드라마앤컴퍼니의 키워드는 ‘공유’


리멤버 커리어의 직급 분포 현황을 설명해달라.

사용자들의 직급은 대표 20%, 임원 20%, 팀장·부장 20%, 과장·차장 20%, 사원·대리 20%로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특이점은 연차가 늘수록 명함 관리 니즈가 커지기 때문에 리멤버 커리어에 등록된 대기업 임원만 4000명이 넘는다. 국내 대기업 임원 3명 중에 2명이 가입해 있다고 보면 된다.

본인이 생각하는 혁신의 정의가 있다면.

최고의 ‘페인킬러(pain killer)’를 만드는 것. 기존 솔루션으로 풀 수 없던 사용자의 니즈를 새로운 솔루션으로 풀어내는 것. 고객이 필요한 걸 만들어 만족하게 하면 그게 혁신이라 생각한다. 아이디어의 참신성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행동력이다.

직원 채용 시 중시하는 부분이 있다면.

문제해결 역량, 우리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 이유, 집념과 의지, 훌륭한 팀플레이어인지 본다. 채용 전에 미리 과제를 주고 가져온 결과물로 토론 면접을 실시한다. 우리는 지원자의 전 직장, 출신 학교, 경험치에는 관심이 없다. 해본 일이라도 못할 수 있고, 경험이 없어도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답이 없는 문제를 놓고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해결 방식을 본다.

팀 간 협업 방식 등 어떻게 일하는지 궁금하다.

직원 80명이 태스크포스(TF) 단위로 일한다. 조직 전체가 하나의 팀이라는 ‘원 팀’ 관점을 중요시한다. 한 해 목표를 공유하고 모두 함께 가설 검증을 반복하는 조직이라 할 수 있다.

TF팀별로 개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 이외에 독특한 기업문화가 있다면.

무엇이든 공유하는 조직. 우리는 ‘공유’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조직이다.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또 서로 조화롭게 일할 수 있으려면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비전은 물론이고 현재 뭐가 잘되고, 뭐가 잘 안 되고 있는지 공유하면 자율적으로 일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 얼라인먼트(Alignment)가 잘돼야 자율(Autonomy)이 동작할 수 있는데 얼라인먼트의 핵심은 공유다.

회사 기밀이 유출되는 일은 없나.

아직 기밀이랄 게 없는 규모인 것 같다.(웃음) 회사의 잠재력을 믿고 따라와준 직원들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보답해야겠다는 마음이 크다.

해외 진출 계획이 있다면 공유해달라.

한국과 일본에서 먼저 제대로 해볼 생각이다. 일본 시장만 놓고 보더라도 규모가 한국 10배 정도 되기 때문에 작지 않다.

회사의 5년 뒤 목표는 무엇인가.

궁극적으로 종합 비즈니스 포털이 되고 싶다. 인맥 관리, 커리어 관리, 네트워킹, 다양한 교류 등 직장인들이 쓰는 필수 앱으로 필요한 인재도 찾고 정보도 찾을 수 있는 만능 플랫폼을 만들고자 한다.

향후 구체적인 서비스 출시 계획을 알려달라.

리멤버 커리어, 리멤버 커뮤니티에 이어 전문가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또 ‘긱 이코노미’에 대응하기 위한 범HR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풀타임 고용보다는 파트타임 고용이 보편화될 채용 시장에서 기업과 인재를 매칭해주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드라마앤컴퍼니만의 마케팅 전략이 있다면.

채용 시장의 본질은 ‘매칭’이다. 구직자는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회사와 포지션을 찾고, 기업은 최소한의 노력과 비용으로 인재를 찾고 있다. 리멤버 커리어에는 다른 포털에 없는 핵심 인재들이 모여 있고, 1만여개의 기업과 헤드헌터가 이 플랫폼에서 사람을 찾고 있다. 이게 강점이다. 내부적으로는 매칭을 고도화하기 위해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회사 경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고객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빨리 ‘딜리버리’하는 것 이외에는 다 중요하지 않다. 이런 관점으로 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팀이기주의나 개인 이기주의가 없는 회사가 된 것 같다. 고객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최고의 솔루션으로 최대한 빨리 선보이는 일에 몰입하고 있다.

이 사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모두 돈을 벌기 위해 회사에 다니지만, 결국 우리가 만든 서비스의 가치에서 돈이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돈은 가치에서 나오고,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사람이다. 창업 이후 회사를 운영하면서 이 시장의 가치를 더 크게 느끼고 있다. 취업과 이직은 우리 인생에서 중요한 이벤트 중 하나다. 어디에서 누구와 일하느냐는 정말 중요하다. 자신에게 잘 맞는 포지션, 직무, 회사를 만났을 때 개인의 만족도와 퍼포먼스는 완전히 달라진다. 개개인에게 맞는 최고의 날개를 달아주는 일을 하고 있다는 보람이 크다.


※ 김익환은… 노동력 위주의 제조업인 한세실업에 IT를 접목해 성과를 내고 있는 혁신 CEO다. 한세드림, 한세엠케이, FRJ 등 패션 자회사들의 경영에 직접 참여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끌며 지난해 1조9224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갖고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2007호 (2020.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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