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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0달러 선에 머물던 주가가 팬데믹을 지난 2020년 중반기에도 70~8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스타벅스에 대한 시장 기대가 여전히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타벅스 성장의 주요 요인이 글로벌 커피 시장의 동반 확장 및 콜드브루(Cold Brew) 음료의 영향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가 스타벅스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시애틀 출신의 이 커피 회사를 커피 업계 부동의 1위로 만들어주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들의 디지털 성공 전략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커피 머신에 IoT 칩 심어 데이터 확보
스타벅스는 전 세계 요식업 체인에서 온라인 주문과 결제, 디지털 리워드 시스템을 글로벌 스케일로 가장 먼저 도입한 회사다. 2018년 기준 스타벅스의 결제 시스템은 미국 전체 모바일 결제 시스템의 12%를 차지했다. 모바일 시장에서만큼은 애플페이나 삼성페이 혹은 구글페이보다 더 많이 사용된 결제 시스템으로 기록됐다. 또 미국 내 스타벅스의 2020년 예상 모바일 결제 시스템 사용 고객 수는 2800만 명에 육박한다.
스타벅스는 이를 더 확대하기 위해 사람들이 자사 앱을 더 많이 활용할 이유를 제공해준다. 스타벅스 모바일 앱에서 구매하는 고객에게 다양한 프로모션 혜택을 줄 뿐 아니라, 사이렌 오더 같은 간편 주문·결제 기능으로 고객에게 편리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 앱의 지속적 사용률을 높이는 전략이다. 이러한 지속적인 투자와 관리로 스타벅스 측에 따르면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온라인 오더 도입 이후 매상이 20%가량 늘었다고 한다. 성장세도 매년 높아지고 있다. 스타벅스 앱 사용자에게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스타벅스가 자체 처리하고 분석함으로써 앱을 사용할 때마다 발생하는 수많은 고객 데이터 수집과 활용이 가능해졌다.
스타벅스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루기 위해 단편적인 접근이 아닌 하나의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하는 형태로 접근한다. 그 변화의 밑바탕에는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의 활용이 자리하고 있다. 자체 데이터 센터를 건립하는 대신 클라우드 기반 인프라스트럭처 서비스(IaaS: Infrastructure As A Service)로 데이터 기반을 전환하고 있다. 매장에 들어가는 모든 커피 기계에 커피 추출 관련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IoT(Internet of Thing) 칩을 이식함으로써 커피머신도 사물인터넷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스타벅스에서 만들어내는 모든 커피의 실시간 추출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함으로써 최고의 고객 응대가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지역과 계절에 따라, 심지어는 손님에 따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더해 스타벅스는 판매시점 정보관리(POS; Point of Sales) 시스템을 포함한 통합 디지털 시스템을 파트너사에 솔루션으로 제공함으로써 생태계 확장과 상생을 도모한다. 스타벅스 직영 매장이 아니더라도, 스타벅스가 구축한 디지털 솔루션의 장점을 함께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스타벅스는 디지털 솔루션을 통해 오프라인 매장의 다양한 변화를 모색한다. 2019년에는 현장에서 직접 주문이 불가능하고 스타벅스 앱에서만 주문과 픽업이 가능한 ‘모바일 픽업 온리 스토어’를 뉴욕 팬스테이션 근처에 처음으로 열었다. 매장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고 매대에 진열된 상품도 없지만, 앱에서 주문한 상품을 빠르고 편하게 가져갈 수 있도록 효과적인 형태로 매장을 구성했다. 이미 대중화된 온라인 사이렌 오더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한 형태의 매장이다. 유동인구가 많고, 땅값이 비싼 지역에서 굳이 많은 좌석을 둘 수 있는 큰 규모의 오프라인 공간에 투자하지 않고, 고객 응대 질을 높이고 주문 효율과 회전율을 극대화한 전략이다.
또 2014년 처음 문 연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Reserve Roastery)는 고급화 전략을 추구하는 스타벅스의 상위 브랜드다. 일반 매장보다 더 맛 좋고 귀한 커피 메뉴를 제공할 뿐 아니라 칵테일 메뉴 혹은 식사 등 커피를 넘어선 영역의 실험도 함께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이곳을 통해 발전된 메뉴를 손님에게 대접할 때마다 스타벅스가 구축해놓은 데이터 시스템에는 고객과 메뉴에 대한 모든 정보가 쌓이게 된다. 리저브 로스터리라는 고급 브랜드를 통한 스타벅스 브랜드의 전체적인 이미지 상승뿐 아니라 제품 영역 확장을 위한 교두보로 활용하는 것이다. 스타벅스의 모든 매장이 뉴욕 팬 스테이션 매장처럼 픽업 형태로 바뀌거나 리저브 로스터리처럼 고급 매장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오프라인 매장은 디지털의 힘을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더욱 진화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쟁 커피 회사뿐 아니라 맥도날드나 세븐일레븐같이 매출에서 커피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유사 업종들까지 온라인 오더와 리워드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경쟁에 빠르게 동참하고 있다. 던킨도너츠 같은 기업도 새 시대에 맞게 거듭나기 위해 사명을 던킨(Dunkin)으로 바꾸고 커피를 중심으로 한 사업 확장과 디지털 시스템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앱을 통한 오더, 키오스크를 통한 대면 접촉 제한, O2O 배달 연계 같은 디지털 솔루션은 이제 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이 아닌 기본 전제조건이 됐다.
멈추지 않는 디지털 혁신의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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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비즈니스의 중심이 유통에서 데이터로 옮겨진 만큼 어떤 기업이 고객을 더 유심히 관찰하고 이해할 수 있는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하는지, 또 그것을 바탕으로 어떤 솔루션을 내는지가 앞으로 커피 시장의 승부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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