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언택트 시대, 나들목 상권의 재발견 

 

2010년을 넘어서며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하던 백화점 업계는 정체기를 겪었다. 반면 쇼핑몰은 ‘새로운 체류 공간’이라는 가치를 내세워 차별화에 성공하며 성장 가도를 달렸다.
쇼핑몰의 성장은 온라인 시장이 성장하면서 전성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초대형 쇼핑몰을 지으려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땅값과 건축 원가를 맞추기 위해 높은 평당 매출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초대형 규모를 지향해야만 했다. 물론 초기에는 이 같은 전략이 꽤나 성공적이었지만 온라인 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유통 3사의 오프라인 쇼핑몰 출점 경쟁으로 인해 시장은 포화 상태에 접어들며 위기의 전조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에 코로나19가 발병하며 많은 것이 바뀌기 시작했다. 이제는 완전 종식은 쉽지 않을 것이란 암울한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쇠락해가던 가두 상권은 되레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메가스트럭처의 대형 복합상업시설들은 매출 회복이 더딘 모양새다.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공간과 장소에 대한 취향이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단어 중에 ‘나들목’이 있다. 영어로 말하면 인터체인지, 즉 길목이라는 뜻이다. 기존의 가두 상권은 주로 오랜 시간을 들여 형성해온 명동이나 강남역과 같은 로드 상권을 지칭하고 의미했다. 물론 지금도 가두 상권의 중요성은 여전하지만 이들 역시 메가스트럭처 쇼핑몰처럼 예전 같은 집중도와 수요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되레 한적한 나들목 상권이 선전하고 있다. 예전의 나들목 상권이라면 도심지의 가두 상권과는 정반대의 성격으로 대규모 음식점이나 의류 할인매장, 앙판장 등에 적합한 입지였다.

그러던 것이 최근의 사회적 거리두기와 맞물려 도심의 좁은 매장보다는 외곽에 자리해 밀집도가 낮은 대형 매장을 찾는 수요가 늘기 시작했다. 더불어 낮은 매출을 보였던 나들목 상권의 비주류 매장들의 위상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 더군다나 해외여행도 불가능해지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왕복 3시간 이내의 근교 여행지가 뜨기 시작하며 나들목 상권 부흥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F&B 업종을 중심으로 일부 패션 브랜드는 이미 나들목 상권의 매출이 기존 메인 가두 상권의 매출을 넘어서는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온라인 소비에 대한 집중도가 가속화되고 있고, 공간·장소에 대한 관점 역시 주거지와 인접한 외곽의 나들목 상권에 대한 새로운 수요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는 궁극적으로는 도시의 구조를 바꾸는 단초를 제공할 것이며 또다시 우리네 삶의 모습은 바뀌어나가리라 생각한다. 이제는 코로나 이전으로의 회귀가 아닌, 앞으로의 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촉각을 세우고 공간 소비의 방향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기회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 손창현 OTD 코퍼레이션 대표

202009호 (2020.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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