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화성 개척의 꿈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사고를 쳤다. 그의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유인우주선 발사에 성공한 것. 심지어 발사체 회수도 가능하다. 미국 나사를 비롯해 주요국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우주개발 역사에 한 민간기업이 획을 긋는 순간이었다. 동시에 전 세계 스타트업 업계에 그가 쏘아 올린 ‘공’은 파란을 일으켰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의 민간기업 스페이스X가 지난 5월 30일 미항공우주국 소속 우주비행사 2명을 크루 드래곤 유인우주선에 태워 우주로 쏘아 올렸다. 미국 땅에서 유인우주선이 발사된 것은 9년 만이다. 우주선 내 외부, 우주복도 세련미를 더했다. 영화 [어벤져스] 제작사 마블 의상팀이 디자인과 제작에 참여해 복잡했던 우주선 내부를 싹 바꿨고, 둔해 보였던 우주복마저 영화 속 주인공처럼 멋지게 디자인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발사체를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곤이 궤도에 진입하면서 발사용 로켓은 회수돼 또 다른 임무에 사용할 수 있다.

한 민간기업이 우주개발 역사에 학 획을 긋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천재 머스크조차 이런 성공에 앞서 숱한 실패를 경험한 쓰라린 기억을 안고 있다. 실제로 2000년 페이팔 이사회는 그가 신혼여행차 호주로 가던 중 머스크를 CEO 자리에서 해고했다. 하지만 이 일은 머스크가 스페이스X를 설립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마침내 2002년 6월 우주 운송비를 절감하고 화성의 식민지화를 실현하겠다는 목표로 스페이스X가 탄생했다. 처음 세 번의 발사가 실패해 많은 투자자가 머스크를 원망했고, 파산 위기까지 내몰렸지만 머스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스페이스X가 첫 로켓을 발사하기 몇 년 전인 2003년, 희대의 테슬라모터스가 탄생했다. 화석연료로부터 인류를 해방하겠다며 값싸고 효율적인 전기자동차 생산을 목표로 하는 테슬라모터스는 이제 시가총액 300조원이 넘는 기업이 됐다. 하지만 이 회사가 처음 내놓은 고성능 로드스터형 전기차는 비쌌고, 느려터진 생산에 폐업 위기에 내몰린 적이 있다.

머스크가 앞으로 하겠다는 비전엔 화성 이주 계획, 지하 고속철도, 인간 뇌에 이식 가능한 인공지능 장치 등이 포함돼 있다. 전기차가 그랬듯, 우주선이 그랬듯, 실체 없이는 누구도 믿기 힘들 것 같다. 하지만 머스크는 (누구나 쉽게 동의할 수밖에 없지만) 미래지향적 가치를 추구한다. 결과가 충분히 중요하다면 큰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한국 투자회사로는 최초로 선보엔젤파트너스의 싱가포르 법인인 선보 파트너스가 싱가포르의 인공위성 제작 스타트업 누스페이스(NUSPACE)에 투자할 수 있었던 계기 또한 이러한 실패에 대한 믿음에 있다.


2021년 1분기 누스페이스가 두 번째로 쏘아 올리는 위성인 NuX-1큐빗은 스페이스X의 팰컨 9 로켓에 탑재한 후 궤도에 올릴 예정이다. 이를 위해 마치 페이팔 마피아가 그랬던 것처럼 한국과 싱가포르 양국의 강점과 인재를 활용해 고정적이고 경직된 조직구조에서 벗어나 프로젝트 중심으로 소형 및 나노 위성 플랫폼 시장에서 선구자가 되고자 한다.

- 최영찬 선보엔젤파트너스 공동대표

202009호 (2020.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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