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천재들의 재능에 빛을 더해주는 아티스트가 있다. 유튜브 판 [영재발굴단]으로 불리는 ‘같이헨리’ 프로젝트는 헨리와 음악 영재들의 컬래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피아니스트, 파워 유튜버, 광고 대세남, 글로벌 영화배우, 작곡가, 아이돌, 예능인, 틱톡 킹, 무대 장인, 만능 엔터테이너.’ 모두 한 사람에게 붙는 수식어다. 바로 헨리(31, Henry Lau)다. 아버지는 홍콩, 어머니는 대만이 고향인 이민 2세대로, 캐나다에서 나고 자라 한국에서 10년 넘게 활동 중인 글로벌 아티스트다.헨리가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뮤지션으로 알려진 게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그가 다시 전성기를 맞은 이유는 또 있다. 코로나19로 확산된 다양한 온라인 콘텐트에서 헨리의 음악은 새로운 ‘장르’로 탄생했다. 그동안 헨리가 한국 예능 프로그램 [나혼자 산다], [진짜 사나이] 등에서 해맑고 엉뚱한 이미지로 즐거움을 줬다면, 최근 종영한 JTBC [비긴어게인 코리아]에서는 클래식과 팝, 가요를 넘나드는 팔색조 아티스트의 면모를 과시했다. 피아노, 바이올린뿐 아니라 루프스테이션까지 활용하며 ‘버스킹의 새 역사를 쓴 예술가’로 자리매김했다.요즘 유튜브와 SNS까지 종횡무진하며 헨리는 크리에이터로서 입지를 다시금 굳히고 있다. 한국, 중국, 미국 등을 배경으로 한 헨리의 글로벌 콘텐트는 국가뿐 아니라 예능, 교양, 클래식, K팝 등 장르까지 가볍게 넘나든다.8월 14일 서울 중구 중앙일보 스튜디오에서 만난 헨리는 “행복을 전하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며 “요즘 코로나로 나 또한 팬들과 직접 만나기 쉽지 않아서 고민하다가 유튜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됐다”고 말했다.지난 3월 개설한 헨리의 개인 유튜브 채널 ‘헨리more헨리’는 5개월 만에 구독자 100만 명을 눈앞에 두고 있고, ‘음악 천재’ 헨리와 ‘음악 영재’들의 협연 프로젝트인 ‘같이헨리’는 시작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같이헨리’는 헨리가 음악 영재들과 협업해 예능 형태로 재미있게 풀어낸 점이 인기 요소다. 10세 전후의 어린 영재들에게 본인을 ‘헨리 삼촌’이라 칭하며 눈높이에 맞춰주고, 이들 연주에 극찬을 아끼지 않으며 수준 높은 컬래버 연주를 선보인다. 취지는 SBS 교양 프로그램 [영재발굴단]과 흡사해 보이지만, 음악 영재로 살아온 헨리가 이들을 직접 찾아가 협연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돼 있다.피아노 신동 박지찬(11), 바이올린 천재 설요은(9), 꼬마 피아니스트 신서율(10), 기타 실력자 송시현(14), 팝핀 댄서 조우준(8), 가야금 능력자 박고은(15), 첼로 천재 박진우(12), 키즈 보컬 윤이섭(11) 등 시리즈마다 화제를 모았다. 랩 천재로 등장한 펭수(10)와의 컬래버도 화제였다. 특히 영재들과 함께하는 영상 속 합주는 불과 10분 남짓 연습한 결과로는 믿기지 않을 만큼 수준이 높다.헨리가 이들을 섭외하는 방식은 “직접 콘텐트를 찾아보며 만나고 싶은 친구들을 찾아가는 것”이다. 헨리는 “제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음악을 향한 아이들의 꿈을 실현해주는 것이었다”며 “시청자들에게는 음악에 대해 친근한 생각을 심어준 프로그램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린 친구들이라 함께 연주하는 데 부담이 없는지 묻자 바로 고개를 젓는다. “저 원래 아이들을 좋아했어요. 제 생각엔 아이들도 저를 좀 좋아하는 것 같아요.(웃음) 장난치고 친해지면 오히려 연주에 시너지 효과가 나요. 저야말로 신선한 자극을 받고 있어요. 촬영을 할수록 그런 생각은 들어요. 재능 있는 이 친구들의 빛나는 진가를 더 많은 사람이 알아봐주면 좋겠다는 생각.”
▎헨리 유튜브 채널 ‘헨리more헨리’의 ‘같이헨리’ 프로젝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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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한 대답을 했지만 사실 헨리는 이미 음악 ‘엘리트 코스’를 걸어온 뮤지션이다. 6세에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접한 헨리는 각종 음악 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고 미국 버클리 음대에서 공부했다. 2008년 1500 대 1을 뚫고 SM엔터테인먼트 오디션에 합격해 슈퍼주니어-M으로 데뷔했고 2년 전 몬스터엔터테인먼트로 이적했다. 소속사 대표는 형 클린턴 라우다.어린 시절의 헨리를 물었다. “많은 사람 앞에서 퍼포먼스 하는 것을 좋아하고 장난끼 많은 활기찬 꼬마였다”는 답이 돌아왔다.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에게 감동해 바이올린에 몰두했던 꼬마는 마이클 잭슨 춤을 보고 무대를 꿈꿨고 비의 퍼포먼스를 보며 가수의 꿈을 굳혔다고 했다.헨리는 그걸 ‘재능’ 덕분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음악을 시작하고 꾸준히 배움의 기회를 가진 것은 부모님의 교육 철학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형과 여동생 모두 음악을 배웠고, 부모님도 늘 노래와 피아노를 가까이하셨어요. 그저 음악과 함께 사는 게 당연한 환경에서 자란 거죠.”그는 “음악하면서 책임감과 절제력, 유연한 사고와 풍부한 감성을 기를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음악과 함께한 좋고 나쁜 모든 시간이 지금의 ‘헨리’를 있게 했다”고 말했다.헨리는 이미 ‘선한 영향력’이라는 키워드를 평정한 바 있다. 최근 맥주 브랜드 ‘버드와이저’ 광고에서 그가 SNS에서 보인 ‘집콕 디제잉’으로 광고계의 호평을 받았다. 평론가들은 입을 모아 헨리 이미지를 ‘호감형’, ‘밝은 에너지’, ‘선한 영향력’ 등으로 꼽으며 모델과 코로나19의 ‘집콕’ 메시지가 맞아떨어진다고 평가했다.어린이와도 인연이 깊어 보인다. 지난 5월 스타 투표 웹서비스 아이돌픽(idolpick)에서 ‘어린이날 맞이, 선한 영향력 대표 아티스트’ 1위를 차지했다. 헨리는 세이브더칠드런 홍보대사로서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아이들과 가정을 돕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소외계층을 포함한 아동청소년 오케스트라 교육지원 사업 ‘꿈의 오케스트라’ 10주년을 맞아 헨리를 홍보대사로 위촉하기도 했다. 그는 네이버 모바일 콘서트 ‘NOW FEST ’에 참여해 출연료 전액을 기부하는 등 나눔도 실천했다.‘같이헨리’ 콘텐트의 인기는 어린 천재들의 재능 때문만은 아니다. 헨리의 즉흥 연주가 또 하나의 볼거리다. 기타 선율에 헨리는 종이컵으로 박자를 치거나, 4분의 3박자 반주나 가야금 음색에 빠르게 바이올린으로 화음을 채운다.음악에 풍미를 더하는 컬래버레이션은 헨리의 ‘전매 특허’ 영역과 다름없다. 버스킹 프로그램 JTBC [비긴어게인]에서 선보인 헨리의 퍼포먼스는 시즌을 거듭하며 조회수 기록을 매번 갈아치웠다. 특히 [비긴어게인 코리아]의 드라이브 인 버스킹에서 루프스테이션(반복 재생되는 구간에 소리를 쌓는 기계)을 활용해 비트박스, 드럼, 바이올린, 피아노, 보컬까지 완벽히 소화한 ‘Young blood’는 조회수 346만 회를 기록했다. 또 포항제철소에서 드릴, 물통, 드럼통을 활용한 ‘Believer’는 영화 같은 장면으로 업로드 한 달 만에 조회수 339만 회를 돌파했다. 매번 창의적인 무대 인기에 힘입어 JTBC는 헨리의 [방구석 콘서트]도 준비했다. 냉장고 문 여는 소리, 싱크대 물 따르는 소리 등을 루프스테이션에 입혀 색다른 음악 세계를 보여줬다. 그 외에도 헨리는 소주병, 라면봉지, 와인잔, 시계 소리까지 세상의 온갖 소리를 활용해 본인만의 ‘오케스트라’를 만들어낸다.헨리에게 다룰 줄 아는 악기 수를 묻자, 열 손가락이 모자란다며 “손가락 좀 빌려달라”고 장난을 친다. 그는 “바이올린과 피아노, 기타의 원리를 미리 익힌 덕에 비슷한 류의 악기는 대부분 만질 수 있다”며 “원래 악기 욕심도 많아서 새로운 악기를 보면 연주하고 싶은 욕구도 크다”고 했다.일반 사람들이 상상하기 힘든 독창적인 무대 영감은 어디에서 얻을까? “실생활이요.” 헨리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스스로를 “추진력이 있는 사람”으로 표현한 그는 “갑자기 영감이 떠오르면 바로 녹음을 하는데, 평소에도 ‘(음악뿐 아니라)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떠오르는 대로 시도한다”고 말했다. 평소에도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을 좋아하냐고 물었다. “새로운 시도에 대범한 편이기도 하고, ‘한계’라기보다 항상 ‘더 나은(Better)’ 걸 추구해요.” 우문현답이다.
천재보다는 노력형지난해 [안녕 베일리]로 할리우드에서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른 그를 영화계에서도 반긴다. 최근 게임을 모티브로 한 헨리 주연 중국 영화 [정도(征途, Double World)]가 글로벌 흥행에 성공하며 기염을 토했다. 7월 말 중국 영화 최초로 전 세계 동시 개봉한 지 이틀 만에 세계 최대 스트리밍 플랫폼 넷플릭스에서 ‘오늘 한국의 TOP 10 영화’ 2위로 올라섰고, 중국 스트리밍 플랫폼 iQIYI에서는 개봉 3일 만에 4262만 위안(약 73억원)의 기록을 달성했다. 대만,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그리스 등에서 모두 5위권 안에 들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헨리의 충성 팬덤(fandom)과 코로나19로 영화가 OTT 서비스로 이동하며 벌어진 현상이다. 헨리는 [정도]에서 자신의 뿌리를 찾아 무술 대회에 참가하는, 천진하고 따뜻한 ‘동일룡’이라는 배역을 맡았다. 영화 OST 에도 직접 참여했다.외국인으로서 한국에서 활동하며 힘든 시기가 없었냐고 묻자 제법 의젓한 답을 내놨다. “사람마다 각자의 드라마가 있다고 생각해요. 감사하게도 좋은 기회들도 있었고, 가끔 저만의 굴곡도 있었지만, 지금은 만족하며 살고 있어요.”늘 음악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는 헨리는 “나는 천재라기보다는 노력하는 쪽”이라고 강조하며 “그런 노력으로 최선을 다한 무대는 누군가의 ‘행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꽉 찬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음악 연습은 밤을 새서라도 한다. 매일 보컬 트레이닝도 한다. 인터뷰가 있던 날도 음악 작업을 하다 이틀 밤을 꼬박 새우고 나왔다고 했다. 헨리가 음악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늘 일관되고 간결하다. “Be happy(행복하세요).” 헨리가 밝게 웃었다.
▶ 유튜브 인터뷰 동영상 보러가기-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사진 김현동 기자·스타일리스트 권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