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파란을 일으켰다. IBM의 기업용 클라우드 서버에 들어가는 차세대 중앙처리장치(CPU)를 수탁 생산하면서 전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점유율 1위인 대만 TSMC를 제친 것. 게다가 3차원 적층 방식으로 7나노급 CPU 생산에 성공한 건 삼성전자뿐이다. 조만간 인텔 물량까지 차지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위기설도 한풀 꺾였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설계 역량이 뒤처진다는 평가에 반도체 설계·인공지능(AI)·소프트웨어 분야의 박사급 인력을 1000명 넘게 뽑겠다고 나섰다. 보유한 특허 8000건도 협력사 등 중소기업에 전수하고, 국내 부품 협력사와 설비 부품 공동 개발에 나선다. 소재, 부품, 장비, 설계, 솔루션 기술이 뒷받침돼야 반도체 공정의 고도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인재들의 생각도 달라졌다. 과거엔 반도체 인재들이 대기업 입사만 꿈꿨지만, 이젠 갈고닦은 연구개발 지식과 경력으로 창업하겠다는 이가 많아졌다. 창업 초기 ‘지뢰밭’에 비유되는 제조업에 발을 들였다는 이유로 투자 유치가 쉽지 않았지만, 미·중 반도체 전쟁이 격화될수록 이들의 존재감은 더 짙어진다. 엔비디아, 퀄컴도 기술력만 가진 스타트업으로 시작했으나 이젠 글로벌 반도체 거물이 되지 않았나.반도체 점접착소재를 개발하는 인랩, 반도체 설계자산(IP)으로 동영상 시장을 잡겠다는 블루닷, AI로 반도체 공정 불량 제로에 도전하는 RTM까지. 반도체 분야에 출사표를 던진 한국 스타트업을 만나봤다.-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