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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코노미’ 시대가 온다] 최인석 레페리 대표 

MZ세대 여성 지갑 여는 건 인플루언서 

잠재력 있는 뷰티 인플루언서를 발굴해 전문적으로 육성하는 기업이 있다. 1세대 뷰티 멀티채널네트워크(MCN)로 불리는 ‘레페리’다. 이들이 만든 콘텐트가 MZ세대 여성들의 화장품 소비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레페리는 뷰티 인플루언서 비즈니스 그룹입니다.” 7월 13일, 서울 강남의 레페리 사무실에서 만난 최인석(32) 대표는 회사의 정체성부터 명확히 정의했다. 사업 초기 뷰티 전문 MCN으로 출발했기에 업계에선 MCN 기업으로 이미지가 굳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 대표에 따르면 레페리는 회사에 소속된 인플루언서 280여 명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최근 시작한 커머스 사업이 대표적이다. 2018년 소속 인플루언서들과 자체 뷰티 브랜드 ‘슈레피’를 론칭했고, 올해 1월엔 국내 젠더 뉴트럴 색조 브랜드 ‘라카(LAKA)’에 15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몇 해 전부터 꾸준히 지적돼온 MCN 산업의 수익성·성장의 한계를 타개하기 위한 출구전략이기도 하다. 최 대표는 “MCN 산업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평가되는 이유는 대부분의 기업이 애드센스(구독자에게 광고 영상을 노출해 얻는 수익)에만 의존해 수익을 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레페리는 애드센스를 회사 수익에 포함하지 않는다. 부가적인 사업으로 얻은 수익만 매출로 계산한다. 최 대표는 “발생한 애드센스는 해당 인플루언서에게 100% 지급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레페리의 매출은 계속 상승 중이다. 2018년 연 매출 100억원대에 진입했고, 2019년엔 매출 165억원을 기록했다.

레페리는 외형적으로도 큰 성장을 이뤄냈다. 최 대표를 포함해 달랑 두 명이었던 직원은 90여 명으로 대폭 늘었고, 소속 인플루언서도 20명에서 280여 명까지 많아졌다. 최 대표는 “120만 명 구독자를 둔 ‘다또아’도 우리 소속”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다또아는 창업 초기부터 레페리와 함께해온 크리에이터다.

“대학생 때 파워 블로거로 활동한 덕에 뷰티 분야에서 활동하는 파워 블로거 친구가 많았죠. 군복무 중이었던 2010년, 유튜브가 막 태동하고 있었어요. 그때 든 생각이 ‘뷰티만큼 영상에 최적화된 콘텐트가 없겠다’ 였어요. 화장하는 모습만 보여 줘도 콘텐트가 되잖아요. 자막을 넣지 않아도 되니 해외 진출도 수월해 보였고요. 전역하자마자 이 친구들에게 유튜버로 전향해 같이 일해보자고 설득했고, 2013년 레페리를 차렸습니다.”

그로부터 7년 후. 레페리는 뷰티 MCN 업계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뷰티 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막강해졌다.

“지난달 우리 회사 소속 인플루언서 ‘김습습’씨가 ‘닥터디퍼런트’라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화장품 브랜드의 제품을 마케팅 차원에서 리뷰했습니다. 약 20분간 사용 후기를 전달하는 내용이었는데 이튿날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에 브랜드명이 랭크됐더라고요. 브랜드로부터 해당 제품이 일주일 만에 5만 개 이상 팔렸다는 소식을 듣고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하지만 유튜버를 통한 브랜드·제품 마케팅이 활발히 진행되고 유의미한 결과를 내기 시작한 건 최근 들어서다. 최 대표는 “3~4년 전만 해도 유튜버의 제품 홍보가 매출로 직결되는지 여부가 검증되지 않아 브랜드 측에선 선뜻 예산을 집행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최 대표는 마케팅 효과를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고, 직접 데이터를 뽑아보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유튜브에 올라온 수많은 뷰티 관련 콘텐트를 모두 분석하기로 했습니다. 어떤 브랜드가 자주 언급되는지, 어떤 방식의 콘텐트가 주로 소비되는지 등 얻을 수 있는 데이터가 많았어요. 현재 베트남에 ‘데이터 랩’을 두고 현지 인력을 동원해 국내 뷰티 콘텐트를 전부 분석합니다. 저흰 거기서 나온 데이터를 가공해 종목별로 숫자화합니다. BBPI(Beauty Brand Power Index)라고 부르죠. 이 지표를 토대로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합니다.”

이를테면 마케팅을 진행할 인플루언서를 선정할 때 활용한다. 헤라의 새로운 쿠션을 홍보할 경우, BBPI를 활용해 평소 이 제품을 즐겨 쓰고 리뷰해왔던 소속 인플루언서를 찾아 연결하는 것이다. 그래야 진정성 있고 유용한 콘텐트가 생산돼 효과가 높을 거란 생각에서다. 이는 또 다른 사업으로 이어진다.

“인플루언서가 브랜드와 협업해 추천했던 제품을 직접 유통하기도 합니다. 카카오톡 플러스 채널에 마켓을 만들어 판매하죠. 구독자들은 인플루언서에게 직접 구매한다는 데서 신뢰감을 얻습니다.”

레페리가 진행하는 모든 사업의 출발점이자 중심인 인플루언서. 레페리는 인플루언서를 어떻게 선발하고 육성하는 걸까.

“잘나가는 인플루언서를 영입하기보단 우리와 함께 커나갈 크리에이터를 선호합니다. 우리의 톤 앤 매너를 유지하기 위한 정책이죠. 인플루언서는 상시 모집하는데 최근엔 직접 길거리 캐스팅도 진행했어요.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콘텐트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건 회사에서 가르쳐주고 도와줍니다. 구독수 10만 명 정도 유치하면 어느 정도 반열에 올랐다고 할 수 있어요. 이때부턴 멘탈 관리도 들어갑니다. 얼굴이 알려지며 악성 댓글로 몸살을 앓기도 하거든요. 인플루언서 관리 팀을 만들어 주기적으로 고민을 들어주고 조언을 해주고 있습니다.”

최 대표는 레페리의 목표도 잊지 않고 밝혔다. “요즘 여성들은 뷰티뿐 아니라 건강·반려동물·인테리어 등에 많은 지출을 합니다. 레페리도 인플루언서의 일상을 공유하는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라이프스타일 콘텐트를 다뤄볼 예정입니다. 2년 내 상장하는 것도 저희 목표입니다.”

-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사진 이원근 객원기자

202008호 (2020.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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