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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아우스빌둥’에서 배운다] 만트럭버스코리아 

상용차 지원자 급증… “투자 아끼지 않겠다” 

아우스빌둥의 본래 목적은 ‘인재 채용’이다. 프로그램이 끝나도 오랜 기간 브랜드 전문 정비사로 성장하는 게 가장 큰 성과다. 아우스빌둥 예비 트레이니의 만트럭버스코리아 지원율이 부쩍 올랐다.

▎안치순(38) 트레이너가 이건민(20, 2기) 트레이니에게 트랙터 TGX 28-480의 캐빈을 열고 부품을 설명해주고 있다. / 사진:신입섭, 기자, 사진 만트럭버스코리아
지난해 아우스빌둥 면접장.

“상용차와 승용차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다음 그림 중 가장 자신 있는 부품을 말해보라.”

“이곳에 와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당시 면접자 이건민(20, 2기) 트레이니는 떨지 않고 차분히 답했다. 경기도 용인에 자리한 만트럭버스코리아(MAN Truck & Bus Korea, 이하 만트럭) 본사 직영 정비센터에서 열린 아우스빌둥 면접은 ‘입사면접’과 흡사했다. 서류, 인성, 면접으로 이뤄지는 아우스빌둥 전형에서 브랜드별 면접은 기업 입장에서 중요한 절차다. 아우스빌둥의 목적이 인재 채용의 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김치현(47) 만트럭버스코리아 용인서비스센터 이사는 “직무 관련성과 인성을 위주로 (면접을) 본다”며 “상용차 정비 분야에서는 고령화가 심해서 젊은 인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아우스빌둥 도입 이후 인재 채용 효과를 톡톡히 본 회사는 만트럭이다. 그동안 트럭, 버스 등 상용차 정비 분야는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었다. 인지도도 승용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데다, 부품 장비가 워낙 커서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선입견 때문이다.

이런 편견을 떨어내고자 2018년 만트럭은 아우스빌둥 후발 주자로 뛰어들었다. 상용차 분야로는 국내에서 처음이다. 김치현 이사는 “자동차 업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다 보니 젊고 유능한 정비 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았다”며 “아울러 정비업계에 고령화가 심해지고 있어 아우스빌둥 제도를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1기 14명을 시작으로 올해 3기에는 19명이 합류할 예정이다.

아우스빌둥 1기 이후 지원자는 매년 느는 추세다. 얼마 전 치른 2020년 면접 전형에서도 처음보다 약 8배 늘어난 지원자가 몰렸다. 김치현 이사는 “상용차 서비스 센터는 대부분 지방 등 외곽에 있어 지원을 많이 꺼렸는데 아우스빌둥은 회사 차원에서 기숙사를 제공하고 학교에 다닐 때도 재정적으로 지원한 것도 지원자가 늘어난 요인이다”고 말한다.

만트럭은 특히 젊은 층에 보여지는 대외적인 이미지를 크게 쇄신했다. 아우스빌둥 채용 홍보를 위해 교육기관을 찾아다니며 만트럭을 알릴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김치현 만트럭버스코리아 용인서비스센터 이사. / 사진:신입섭, 기자, 사진 만트럭버스코리아
만트럭은 폭스바겐 그룹 산하의 상용차 제조회사로 260년 역사와 기술력을 자랑한다. 밴, 트럭, 버스 등 중량 3~44톤에 이르는 상용차 라인업을 확보했고 산업용 엔진, 산업 장비, 해양선박엔진 등도 함께 생산한다. 한국에는 2001년 설립돼, 2014년부터 수입 상용차 브랜드 2위 자리로 부상한 강소기업이다.

특히 학생들의 흥미를 끄는 이야기는 MAN의 업적인 디젤엔진 발명이다. 1897년 루돌프 디젤 박사와 함께 세계 최초로 디젤엔진을 선보였고 디젤이 사망한 후에도 연구를 잇던 MAN은 최초로 직분사 디젤엔진을 개발, 상용차에 적용해 디젤엔진의 선두 두자로 자리매김했다.

영남이공대 1학년인 아우스빌둥 2기 이건민 트레이니도 “아우스빌둥 채용 설명회에서 상용차 만트럭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특히 만트럭의 기업 역사와 기술력을 알게 되니 꼭 현장에서 배우고 싶어졌다”며 지원 동기를 밝혔다.

함께 책도 내고 세미나도 열며 팀워크 배워


▎1908년 제작 된 만트럭 디젤 엔진. / 사진:신입섭, 기자, 사진 만트럭버스코리아
실제 만트럭 서비스센터는 승용차 정비센터 환경과 비교하면 사뭇 다르다. 흙이 잔뜩 묻은 대형 트랙터와 버스 등 입고되는 정비 차량만 매일 수십 대다. 특히 생업에 종사하는 상용차 운전자들은 한꺼번에 정비를 맡기는 경우가 많다. 많게는 10가지 넘는 부품을 일일이 수리하느라 반나절에서 하루는 꼬박 걸리는 치열한 생계 현장이다.

“상용차는 유압 원리인 승용차와 달리 공압(공기의 흐름) 시스템을 이해해야 해요. 차체가 무거운 만큼 부품 장비도 복잡합니다. 실제 업무를 하며 부품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정비3파트장 안치순(38) 트레이너는 업무 틈틈이 트레이니에게 질문한다. “이건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13년째 상용차 정비 테크니션으로 일하고 있는 그는 아우스빌둥 트레이니들이 현장에서 오래 근무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게 만트럭이 할 일이라며 트레이니마다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트레이너는 소크라테스식 수업으로 트레이니 수준을 높여가는 방식을 택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트레이니들의 기술 이해도가 높아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건민 트레이니는 “(트레이너의) 질문을 해결할 때까지 하루 정도 걸린다”며 “그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고 방법을 찾다 보면 다시는 잊어버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회사의 ‘투자’가 ‘애사심’으로 이어지려면 동기부여가 필요합니다.” 김치현 이사가 강조했다.

만트럭은 트레이니의 브랜드 충성을 높이는 방식에 주력했다. ‘팀워크’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상용차 관련 교과과정이나 전문서적이 전무한 점에도 주목해 김치현 이사는 아우스빌둥 마스터 트레이너, 트레이니 2명과 함께 책을 발간했다. 점검, 정비부터 응급처리 요령까지 트럭 정비에 관련한 내용을 망라했다. 트레이니들이 트레이닝 과정에서 기록으로 남긴 사진 자료를 모두 실었다. 김 이사는 “함께 책을 내면서 고생도 했지만 트레이니들은 자신이 학습한 내용이 책으로 나왔다며 매우 뿌듯해했다”며 “회사에 다니면서 스스로 자랑스럽고, 전문 테크니션으로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싶다”고 전했다.


▎신형 유로 6D 엔진을 장착한 만트럭 차량들. / 사진:신입섭, 기자, 사진 만트럭버스코리아
또 서비스센터 직원들끼리 작은 세미나도 열어 상용차 정비의 한 세션을 트레이니들에게 할애해 실습 자료를 발표하게 했다. 김 이사는 “이런 과정이 쌓이면 3년 뒤 정식 입사 때 업무 이해도나 애사심이 남다를 것이란 기대가 생긴다”고 말했다.

만트럭버스 측은 프로그램이 끝난 후 이들 트레이니가 2년 경력을 가진 사원들과 똑같은 기술 수준을 보유하도록 하는 게 목표다. 김치현 만트럭버스코리아 용인서비스센터 이사는 덧붙였다. “회사 입장에서는 학교에 있는 시간에도 월급을 주고 기숙사도 제공하는 등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 같지만, 실제로 현장근무를 가르친 6개월 뒤 숙련도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습니다. 앞으로 이 친구들이 몇년 후 회사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사진 신인섭 기자

202008호 (2020.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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