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는 아우스빌둥 외에도 별도의 사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벤츠는 수입사와 판매사 임직원은 물론, 대학생까지 교육의 기회를 넓혔다
▎김나정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 트레이닝 아카데미 총괄 상무는 “벤츠가 ‘독일식’ 교육에서 축적한 전문적인 노하우를 아우스빌둥 트레이니에게 전수하겠다”고 말했다. /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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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는 국내 수입차업계에서 가장 폭넓은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고등학교 졸업생은 독일식 일·학습 병행 프로그램인 ‘아우스빌둥’ ▶수입사와 판매사 임직원은 자동차 정비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인 ‘메르세데스-벤츠 AMT(Auto Mechatronics Traineeship)’ ▶대학생은 ‘메르세데스-벤츠 모바일 아카데미’ 같은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벤츠가 이렇게 정비 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다임러 AG 창업자 중 한 명인 고틀리프 다임러의 영향이 크다. 엔지니어였던 그는 독일 아우스빌둥의 최초 수혜자로 알려져 있다. 19세기 일·학습 병행 교육을 체계화한 페르디난트 폰 슈타인바이스 박사의 재정 후원을 받은 다임러는 대학을 마치고 현장 경험을 위해 간 영국에서도 무사히 엔지니어 견습을 마칠 수 있었다. 다임러가 카를 벤츠와 함께 내연기관의 선구자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이다.벤츠가 정비교육 중심에 아우스빌둥을 두는 이유다. 2017년 3월 벤츠는 BMW코리아, 한독상공회의소와 손잡고 한국에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같은 해 9월 1기를 시작으로 지난해 3기까지 트레이니 100여 명, 트레이너 40여 명을 배출했고, 이들은 현재 각 딜러사에 소속돼 전문 정비사로 활약하고 있다.아우스빌둥 교육과정은 총 3년간 현장근무 70%(24개월), 이론수업 30%(12개월)로 구성돼 있다. 대부분의 시간을 현장에서 근무하며 보낼 정도로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건 제조사, 브랜드를 막론한다. 각기 다른 딜러사에 채용된 이들은 소속 정비센터에서 현장근무를 하는데, 이들을 가르치는 전문 테크니션들이 트레이너로서 아우스빌둥 트레이니들을 가르치게 된다.최고의 현장기술을 보유한 트레이너들은 벤츠의 특화된 교육으로 양성한 정비 전문가들이다. ‘메르세데스-벤츠 트레이닝 아카데미’도 정비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일환으로 탄생했다. 2015년 벤츠는 총사업비 250억원 규모로 경기도 용인시에 국내 수입차업계에서는 최대 규모의 단독 교육 시설을 설립했다. 독일, 프랑스에 이어 세 번째이자 아시아에선 최초다.특히 AMT는 수입사와 판매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독일 벤츠사 교육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벤츠에서 일한다면 누구나 기술 장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다.
수입차업계에서 ‘자동차 정비의 MBA’로 불리는 벤츠 AMT는 교육생이 되는 것도 어렵지만, 모든 교육과정을 마치고 수료증을 받는 것도 쉽지 않을 정도로 까다롭다. 이론교육과 실습을 병행한 16개월간의 교육을 마치면 벤츠의 첨단 정비기술을 익힐 수 있다. 국내에서는 아우스빌둥보다 10년 정도 앞선 2006년에 1기생을 받았고, 지금까지 전문 테크니션 200여 명을 배출했다.
▎메르세데스-벤츠 트레이닝 아카데미 센터. /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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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T 과정을 마치면 벤츠가 공인하는 유지보수 테크니션(CMT) 자격을 얻는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용답서비스센터에서 만난 김나정(44) 트레이닝 아카데미 총괄 상무는 “전체 벤츠 정비센터 테크니션의 20%가 AMT 출신인데 정비 전문가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고, 실제 정비 성과도 매우 뛰어나다”며 “AMT 출신은 벤츠의 브랜드 철학을 가장 잘 이해해 현장에서 아우스빌둥 프로그램 교육생들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벤츠는 자체 교육 프로그램들이 아우스빌둥과 함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가도록 노력한다. 김 상무는 “벤츠는 아우스빌둥과 자체 교육 프로그램의 원활한 연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아우스빌둥 커리큘럼에 벤츠의 전문 테크니션들의 차별화된 노하우가 전수될 수 있도록 교육기관, 정부부처 등과 네트워크를 굳건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학습일지는 커리큘럼의 내용들이 드러나는 기록이다. 벤츠 교육생이라면 누구나 그날 배운 내용을 레코드북(학습일지)에 작성한다. 어떤 주제였는지, 학습했던 내용은 무엇이었는지 등을 500자 분량으로 꼼꼼하게 기록하도록 교육받는다. 트레이너는 교육생의 학습일지를 일·주간 단위로 확인하고, 아우스빌둥 규정과 레슨플랜(아우스빌둥 계획서) 내용이 다 전수되었는지 현장 모니터링 평가에 활용한다. 아우스빌둥 평가시험에 응시하려면 학습일지 작성은 필수다. 일지를 작성하는 건 벤츠의 기술 노하우를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과정의 일환이고, 교육생에겐 큰 자산이 된다.아우스빌둥 커리큘럼은 학교에도 적용된다. 협력 교육기관인 영남이공대 자동차학과 한승철 교수는 “기존 대학수업과 달리 토론-발표-롤플레이 등 다양한 자기주도학습 방법을 익힌 아우스빌둥 교육생들의 의지가 남달랐고, 출석률도 항상 100%를 유지했다”며 “교재 제작에도 직접 참여시켜 정비 과정을 스스로 머릿속에 그릴 수 있게 도왔고, 접해보지 못한 차량을 정비할 때는 구동 원리로 접근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하는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이 매우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군 제대한 트레이니 재교육아우스빌둥 도입이 순조로웠던 것만 아니다. 초기 교육생의 경우 ‘군복무’ 문제가 불거졌다. 지금은 군입대 전 고졸자를 대상으로 모집한다. 현장근무 6개월 뒤 대학에 진학하고, 군복무를 마치고 현장에 복귀하는 식이다. 독일 현지 커리큘럼과 가장 엇나가는 부분이 ‘군복무’다. 김 상무는 “기업 입장에서도 교육생의 군입대로 2년이나 되는 공백을 어떻게 할지 고민이 많았다”며 “다행히 병무청의 협조로 입대하는 교육생들은 취업특기병으로 인정돼 ‘차량정비병’으로 복무하면서 현장 교육의 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벤츠는 제대 후에도 이들을 챙긴다. 다시 벤츠 조직에 적응할 수 있도록 속성용 브랜드 기술교육과정을 마련했다. 올 6월에 복직한 1기 트레이니들이 대상이다.벤츠는 앞으로 교육 커리큘럼을 더 정교화해나갈 계획이다. 김나정 메르세데스-벤츠 트레이닝 아카데미 총괄 상무는 “1기 아우스빌둥 트레이니들이 (제대 후) 두 번째 현장근무를 시작했다”며 “앞으로 벤츠가 다임러 그룹의 ‘독일식’ 도제 교육에서 축적해온 노하우를 벤츠의 아우스빌둥 트레이니들에게 전수해 성과를 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사진 김현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