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 홈 트레이닝 관련 산업은 절정기를 누리고 있다. 피트니스클럽 ‘고투피트니스’를 운영하는 앤앤컴퍼니도 홈 트레이닝 스타트업 ‘건강한친구들’을 인수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고투피트니스는 피트니스 업계에서 온라인·오프라인을 결합하는 최초의 시도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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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수많은 피트니스클럽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전국에 52개 피트니스클럽 ‘고투피트니스’를 운영 중인 앤앤컴퍼니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9월 7일, 구진완(43) 앤앤컴퍼니 대표를 만나기 위해 ‘고투SUB’ 반포역점을 찾았는데,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휴관 중인 상태였다. 구 대표에 따르면 7월 오픈한 반포역점은 휴관을 반복한 탓에 정상 영업을 제대로 한 날이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럼에도 구 대표는 만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코로나19로 타격이 많지 않느냐”고 묻자 “피트니스클럽은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신사업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어 괜찮다”고 대답했다. 지난해 앤앤컴퍼니가 인수한 홈트 스타트업 ‘건강한친구들’ 이야기다.건강한친구들은 에어로빅 국가대표였던 안진필 대표가 2016년 설립한 홈트 콘텐트 제작 회사다. 요가, 헬스, 스트레칭 등 종목별로 강의 영상을 찍어 웹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에서 제공한다. 한마디로 ‘모바일 퍼스널 트레이닝(PT)’ 서비스다. 강의는 1회성이 아닌 시리즈물로 제공하며 가격은 15만~18만원대다. 한 번 구매하면 평생 소장할 수 있다. 현재까지 7000개가 넘는 강의 콘텐트를 보유하고 있다. 구 대표는 “코로나19로 홈트 수요가 증가한 덕분에 건강한친구들도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라며 “지난해 건강한친구들을 10억원대에 인수했는데 1년이 지난 지금 120억원에 근접한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들어 건강한친구들의 성과지표는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전년 1분기 대비 올 1분기 매출은 354.8% 증가했고, 회원 수는 244.9% 증가했다.
피트니스 업계 넷플릭스가 목표
▎스마트 밴드를 운동기구에 입력하면 그날의 미션이 화면에 표시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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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친구들을 인수한 지난해는 주 52시간 근무제 등으로 운동 인구가 늘어 고투피트니스가 한창 잘되고 있었죠. 그럼에도 온라인 플랫폼과 손잡을 생각을 한 건 이제 막 운동에 재미를 붙인 회원들이 시공간 제약 없이 운동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습니다. 처음 계획은 고투피트니스 지점들에 강의 영상을 영업시간 내내 틀어두고 회원들이 원하는 시간에 방문해 개인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었죠. 그런데 코로나19가 터졌고 회원들이 센터에 오기 힘들어진 겁니다. 그래서 집에서라도 운동 열심히 하시라고 회원들에게 무료로 강의 영상을 제공했어요. 나름의 홍보 효과가 났고 홈트족 사이에서 이슈가 되며 회원이 13만 명까지 늘었습니다. 인수할 때보다 2.5배 이상 증가한 수치예요.”현재 앤앤컴퍼니는 실시간 단체 운동(LIVE GX), 주문형 비디오 단체 운동(VOD GX) 서비스 등도 준비 중이다. 강의를 영상으로 대체하면 코로나19로 운영 손실이 큰 피트니스클럽의 인건비를 절감하고 추가 수익도 올릴 수 있다고 구 대표가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영상은 강사 평균 인건비의 20% 수준으로 제작할 수 있다”며 “우리는 YG엔터테인먼트 댄서 출신인 GX 강사와 라이브 영상 콘텐트를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추가 수익은 커머스 비즈니스로 얻고 있다. 최근 앤앤컴퍼니는 건강한친구들 사이트에서 강의와 운동기구를 패키지 상품으로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했는데, 첫 타자부터 대박을 터뜨렸다. 필라테스 기구를 단순화한 ‘보드30’이란 기구로 론칭한지 3주 만에 1500개가 팔려 나갔다. 구 대표는 “필라테스 기구가 워낙 고가인 데다 공간을 많이 차지해 운동하려면 반드시 센터에 방문해야만 한다”며 “보드30은 요가매트보다 작지만 필라테스 동작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어 ‘신통한’ 홈트 기구로 급부상했다”고 설명했다. 다음 타자로는 코로나19로 시가총액 130억원대 홈트 기업으로 성장한 미국 펠로톤사의 사이클과 사이클 강의 영상을 준비 중이다.구매한 영상을 볼 수 있는 채널도 다각화 중이다. 최근엔 KT와 제휴를 맺어 구매한 콘텐트를 TV로도 볼 수 있도록 했다.“인공지능 스피커 기가지니에 ‘고투’, ‘고투홈트’라고 말하면 TV에서 강의가 플레이됩니다. 계정만 있다면 원하는 곳에서 운동을 할 수 있는 것이죠. 넷플릭스가 한 ID당 계정 3~4개를 부여하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고투피트니스는 업계에서 ‘이단아’, ‘게임체인저’로 통한다. 업계 최초로 투자금을 유치하고, 퍼스널트레이너(PT)를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등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고투피트니스의 파격적인 행보는 1호점을 오픈하던 2010년부터였다. 고투피트니스는 2010년 8월 ‘새마을휘트니스’란 이름으로 서울 신대방동에 1호점(보라매점)을 오픈했다. 당시 30대 중반이던 구 대표는 발레학원, 명함 디자인 등 여러 사업에 실패한 후 방황하고 있었다. 이미 신용불량자의 삶까지 경험한 상태였다. 구 대표는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로 헬스장 관리를 하고 있었는데 피트니스 산업의 미래가 밝아 보였다”며 “이번이 마지막이란 각오로 ‘새마을 휘트니스’란 이름의 피트니스클럽을 차렸다”고 회상했다.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가성비’였다. 당시 피트니스클럽을 이용할 수 있는 최저 가격이 한 달에 5만원대였는데 구 대표는 2만원대로 절반 넘게 낮춰버렸다. 주변에서 ‘다 같이 죽자는 거냐’고 원성이 높았다. 하지만 피트니스 산업의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의 업체들을 벤치마킹한 결과, 월 20달러 정도로도 운영을 잘해내고 있었기 때문에 그 가격으로 꿋꿋이 버텼다. 또 회원권이 있는 사람이면 어느 지점에서나 문을 열어줬다. 새마을휘트니스는 입소문을 탔고, 2017년 30호점까지 오픈하며 사세를 확장할 수 있었다.이후 구 대표는 ‘투자금 유치’라는 또 다른 파격 행보를 선보였다. 구 대표는 “해외에는 매출이 조 단위를 넘어서는 피트니스클럽이 많은데 우리나라에는 기업형 피트니스클럽이 없더라”며 “안정적으로 자금지원을 받아 우리나라 최초의 기업형 피트니스클럽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구 대표는 세계적으로 헬스가 활황이라는 점, 우리나라의 헬스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 등을 내세워 투자자들을 설득했고 결국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보광창투에서 20억원,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에서 20억원, 알펜루트자산운용사에서 200억원 등 총 252억원의 펀딩을 받아냈다. 구 대표는 투자금으로 수도권 외 지역에도 지점을 오픈했고, 현재까지 총 52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이름도 좀 더 세련된 ‘고투피트니스’로 바꿨다. 최근엔 직영점 중 20여 개를 가맹점으로 전환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구 대표는 “직원들을 지점의 실제 주인으로 만들어 주인의식을 심어주고, 그들과 함께 고투피트니스란 브랜드를 성장시키고 싶어 시작한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무인 피트니스클럽으로 코로나19 대비
▎건강한친구들 모바일 화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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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 구 대표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코로나19 유행 전부터 온라인 예배를 시작했던 교회들은 이미 영상 콘텐트를 제작하는 기획력, 기술력이 쌓여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도 어려움 없이 비대면 예배를 드립니다. 고투피트니스도 항상 새로운 것을 준비하고 시도하고자 합니다. 그러면 어떤 난관이 닥쳐도 남들보다 앞설 수 있지 않을까요.”두 달 전 오픈한 ‘고투SUB’ 반포역점도 업계에선 새로운 시도로 꼽히는데, 이 또한 코로나19 특수를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고투SUB는 국내 최초로 역사 안에 자리한 피트니스클럽으로 무인점포를 지향한다. 체크인부터 운동기구 이용, 체크아웃까지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실제 반포역점을 둘러봤더니 구비된 운동기구, 보디 측정기구, 부대시설 등 모두 최첨단 IT기술이 접목돼 있었다. 특히 모든 운동기구엔 모니터가 달려 있는데 사용자의 ‘스마트 밴드’를 통해 운동 데이터를 전송받아 그날의 운동량, 운동 강도 등을 표시해준다고 한다. 모니터가 트레이너 역할을 대신하는 셈이다.“그뿐만 아니라 회원 수를 500명 이내로 제한해 쾌적한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른 지점은 2000명대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적은 셈이죠. 비대면 시대에 맞게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운동할 수 있어요. 단, 회원권은 월 8만원대로 다소 비싸게 책정했습니다.”구 대표가 구상하고 있는 다음 모델은 ‘고투 어반(GOTO URBAN)’이다. 말 그대로 1층에 피트니스클럽을 오픈하는 것이다. 주로 지하층이나 높은 층에 위치하던 피트니스클럽을 1층으로 내려 지나가다 언제든 들를 수 있도록 편리함을 더하는 게 포인트다. 구 대표는 “고투 어반은 일반적인 피트니스클럽과 달리 레스토랑·카페와 혼합해 꾸밀 예정”이라며 “코로나19로 잠시 보류 중이지만 건강식 브랜드 ‘스윗밸런스’와 컬래버레이션해 꾸민 지점을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이 외에도 구 대표는 인터뷰 내내 다양한 아이디어와 포부를 쏟아냈다.“구상하고 있는 사업 모델 중 하나가 빅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커머스입니다. 운동하는 횟수, 몸의 변화 등을 면밀히 체크하다가 필요한 순간에 맞춤형 제품을 추천하는 식입니다. 또 전국에 고투피트니스 지점을 2000개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회원은 500만 명이 훌쩍 넘겠죠. 이들을 활용해 다양한 사업을 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행복하네요.”-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사진 김경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