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쳐오기 전에 이미 할리우드를 뒤집었다. 그러나 억만장자 설립자 리드 헤이스팅스는 비상한 경영 스타일로 이 거대 기업을 전 세계 그 어느 기업보다 번창하게 만들고 있다.
전 세계를 즐겁게 만드는 책무를 도맡은 한 남자가 이날만큼은 아들이 어린 시절 쓰던 무미건조한 침실에서 컴퓨터 화면 앞에 혼자 앉아 있었다. 수수하기로 이름난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 Ir.) 넷플릭스 공동 설립자 겸 공동 CEO에게는 어떻게 보면 딱 맞는 환경이다. 넷플릭스의 글로벌 혁신가 군단은 가정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혁신했다. 할리우드는 사람의 사무실을 평가할 때 상패와 자랑거리가 얼마나 많은지를 보지만, 실리콘밸리의 침입자인 분석가 헤이스팅스는 거창한 장식보다 기능을 중시한다.넷플릭스는 현재 모든 기준에서 세계적인 수준으로 기능한다. 팬데믹의 해를 맞아 디즈니의 테마파크가 힘을 잃고, 워너브라더스의 블록버스터가 취소되고, AMC가 극장을 닫는 등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뒤집어지고 있지만 넷플릭스는 절정기를 맞이했다. 에미상에서 역대 최다인 160개 작품을 후보에 올리며 이 시상식을 오랜 기간 지배해왔던 HBO를 밀어냈고, 그 어떤 미디어 기업보다 더 많은 아카데미상을 받았다. 올해 상반기에만 2019년 전체 기록만큼이나 많은 신규 고객을 확보하며 도달 범위를 190개국 2억 명 구독자로 넓혔다. 이윤으로 치면 매출이 지난해 대비 25% 증가했으며, 수익은 두 배로 늘었고, 주가는 50% 상승했다. 거의 모든 시장이 기존 수치를 유지만이라도 하려고 발버둥을 치는 이 시국에 말이다. 최근 시가총액은 2133억 달러(253조1657억원)에 달한다.이 모든 수치는 이용자의 취향을 깊이 이해하고 콘텐트를 제공하는, 할리우드와 실리콘밸리의 완벽한 결합에서 비롯된다. 헤이스팅스는 “우리는 사람들이 말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 보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경쟁사보다 더 잘 만들고자 한다”고 포브스에 말했다.이를 잘 아는 경쟁사들은 넷플릭스에 대적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급성장 중인 디즈니의 디즈니+, 워너미디어의 HBO맥스, NBC유니버셜의 신규 서비스 피콕 등이 그렇다. “사람들은 이 업계에서 항상 경쟁이 치열했다는 사실을 종종 잊습니다. 아마존은 우리와 똑같이 2007년에 스트리밍을 시작했죠. 우린 13년째 아마존과 경쟁 중인 겁니다.” 헤이스팅스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러나 아마존에서 스트리밍은 프라임 회원을 유치하기 위한 미끼상품에 가까웠다. 제프 베이조스는 엔터테인먼트를 늘 곁다리로 취급했다. 한편 할리우드는 콘텐트의 보고와 노하우를 갖추고 있지만 자아도취와 허영을 바탕으로 세워진 기업들이라 넷플릭스의 성공 요인은 따라 할 수 없다. 칼같이 냉정하고 투명한 문화와 지속적이고 빠른 혁신이 결합된 기업문화 말이다.엔터테인먼트 업계가 한 세대 만에 가장 파괴적인 시기를 맞이한 오늘날 이 현실은 한층 뚜렷해졌다. 순자산 50억 달러를 보유해 포브스 400대 부자 가운데 132위에 오른 헤이스팅스는 이 순간을 지난 20년 동안 준비해왔다. 현재 59세인 헤이스팅스가 지금 하고 있는 일, IT업계의 기준에서도 범상치 않은 기업문화를 활용하는 방식은 우리가 향후 20년 동안 뭘 보면서 웃고, 슬퍼할지를 결정할 것이다.헤이스팅스가 2020년의 고난 속에서도 놀랍도록 편안해 보이는 이유는 넷플릭스가 위기를 거치며 단련됐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2001년 사업 초기 넷플릭스는 닷컴 거품이 꺼진 여파로 자금이 말라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9·11 사태가 터졌다. 그 끔찍한 해가 끝나갈 무렵 헤이스팅스는 전체 직원 중 3분의 1을 해고해야 했다.이를 위해 헤이스팅스와 패티 맥코드 넷플릭스 최고 인재책임자는 가장 유능한 인재를 파악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런 인재는 ‘남길 사람(keepers)’이라고 불렀다. 고통스러운 해고의 날이 다가오자 헤이스팅스는 안절부절못했다. 남은 사람의 사기가 곤두박질치고 더 높아진 업무 강도 때문에 힘들어질까 봐 걱정됐다.결과는 오히려 그 반대였다. 능력이 떨어지는 직원들을 정리하자 사무실에 활력이 돌았다. 헤이스팅스는 “열정과 에너지, 아이디어가 넘쳤다”고 말했다. 그는 그 고통스러운 해고가 “깨달음의 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직원의 동기부여와 리더십에 대한 생각을 뒤바꿔놓은 사건이었다. 오늘날 넷플릭스 방식이라 불리는 기업문화의 초석이 놓이는 순간이었다. 빌 휴렛과 데이비드 패커드가 차고에서 성공 신화를 이루며 만들어낸 실리콘밸리의 선구적 경영법인 HP 방식의 인터넷 버전 후계자라 할 만하다.넷플릭스 방식은 정예 인재 명단을 구축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자신의 새 책 『규칙이 없다는 규칙(No Rules Rules)』에서 헤이스팅스는 넷플릭스의 기업문화를 프로 스포츠 구단에 빗댔다. 서로 협력하며 끌어주지만 더 나은 회사를 위해 팀원이 버려져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계속 우승하려면 끊임없이 우수 인재를 영입해야 한다.넷플릭스의 경영에서 이 원칙은 어떻게 구현될까? 우선 알맞은 인재를 뽑기 위해 막대한 돈을 쓴다. 이 관행은 2003년 넷플릭스가 코딩 역량이 동료들보다 압도적으로 뛰어난 ‘록스타’ 인재를 두고 구글, 애플, 잠시 뒤 합류한 페이스북과 경쟁을 벌이면서 시작됐다. 넷플릭스는 할리우드의 주요 인사들에게도 돈을 아끼지 않았다. 그 대상은 맷 터넬(할리우드의 점심 식사 자리에서 SF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의 미완성 초고를 소개받았다)처럼 인맥이 뛰어난 부류부터 숀다 라임스, 코언 형제, 마틴 스코세이지 같은 선구적 창작자들까지 다양했다. 그렇게 투입된 돈은 스트리밍을 후미진 뒷방에서 창작자들의 낙원으로 만들었고, 그 결과 [하우스 오브카드]나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같은 넷플릭스의 초기 히트작이 탄생했다. 세간의 관심이 뒤따랐다.“초기에 스튜디오 환경을 답답해하는 반항적 친구들을 끌어들일 수 있었습니다. 안 그랬으면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단계까지 나아가지 못했겠죠.” 맥코드가 말했다. “저희는 그냥 돈을 많이 줬습니다. ‘어처구니없어 보이는 것 압니다. 아마 매니저도, 주차 공간도 주어지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돈을 많이 드리면 어떨까요?’”그 돈은 깔끔하게 전달됐다. 넷플릭스는 급여를 전부 본봉으로 지급한다. 그중 원하는 만큼을 스톡옵션으로 받을 수 있다. 넷플릭스는 보너스를 믿지 않는다. 헤이스팅스는 보너스가 잘못된 데 보상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헤이스팅스는 “그렇게 사람을 평가하려다가 사고가 난다”며 “우리도 직원을 평가하기는 하지만 목표를 세세하게 관리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당연한 귀결이다. 스타에 합당한 돈을 받는 이 스타들은 계속 스타에 걸맞은 실적을 내야 한다. 넷플릭스는 지난 성취에 안주하는 인재를 참아주지 않는다. “적당한 실적을 내면 넉넉한 퇴직금을 받게 될 것이다.” 헤이스팅스와 맥코드가 넷플릭스의 문화에 대해 쓴 129쪽짜리 프레젠테이션 자료의 한 구절이다. 10년 전 널리 공유됐던 이 자료는 지금도 넷플릭스 웹사이트에 남아 있다.“저희는 이걸 올림픽 팀에서 탈락한 것에 비유합니다. 아주 실망스럽겠죠. 일생을 바쳐 훈련했는데 탈락하면 정말 가슴이 아플 겁니다.” 헤이스팅스는 말했다. “하지만 아쉬울 건 없어요. 도전하는 용기는 있는 거니까요.”스포츠에 계속 빗대면, 서로의 뛰어난 역량을 믿고 의지하는 이 정예 선수들은 자신들의 경기에 대해 공개적으로 소통한다. 어떤 면에서는 레이 달리오가 널리 알린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잔혹한 투명성 원칙과 비슷하다. 이 원칙이 누구에게나 맞는 건 아니다. 전 고위 임원 한 명은 넷플릭스의 직장 문화가 “공포의 문화”라며 “모든 사람이 항상 서로를 주시한다. 그래야 보상을 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례 평가 절차인 ‘360’에서는 저녁 식사 시간에 작은 그룹 단위로 모여서 건설적인 피드백을 주고받는다.익명을 요청한 이 전 임원은 “각각이 모든 사람 앞에서 실시간으로 그 사람에 대한 피드백을 준다”며 “테이블에서 돌아가면서 몇 시간씩 진행한다. 사람들은 울음을 터뜨리지만 ‘고맙다. 덕분에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된다’고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헤이스팅스의 입장에서 360 평가는 필수적인 요소다. 넷플릭스 방식의 또 한 가지 요소인 막대한 자율성 때문이다. 마치 스타들의 세세한 경기 내용을 지시하기 보다 경기 계획 전체를 실행하여 대회에서 우승하는 코치처럼 헤이스팅스는 직원들에게 회사의 이익을 위해 자유롭게 행동할 것을 권장한다.이 또한 때로는 당황스러운 상황을 연출한다. 넷플릭스의 공동 CEO인 테드 서랜도스는 넷플릭스가 스트리밍을 시작하기 전에 헤이스팅스와 커피를 마시며 나눴던 대화를 들려줬다. 당시 최고콘텐트책임자였던 서랜도스는 영화 [에일리언] 신작을 60장 주문할지, 600장 주문할지 고민 중이었다. 서랜도스는 헤이스팅스에게 몇 장이나 주문할지 가볍게 물었고, 헤이스팅스는 말했다. “별로 인기 없을 것 같은데요. 조금만 주문하세요.”한 달 만에 이 영화의 수요는 급증했고, 넷플릭스에선 물량이 금세 동나고 말았다. 헤이스팅스는 서랜도스에게 왜 DVD를 더 주문하지 않았는지 물었다. “조금만 주문하라면서요!” 서랜도스가 항의했다. 헤이스팅스는 그 즉시 말을 자르며 선언했다. “제가 우리 회사를 절벽으로 몰고 가게 내버려두면 안 되죠!”서랜도스는 “그 말을 듣고 크게 배웠다”고 돌이키며 “의사결정을 내리는 권력에는 책임이 따른다. 리드는 그 사실을 항상 되새기면서 직원의 성공과 실패를 직원 자신의 몫으로 삼게 한다”고 말했다.헤이스팅스는 “보통 기업은 효율을 높이고 오류를 줄이는 방향으로 조직되지만, 그러면 경직된다”며 “우리는 창조적인 기업이다. 유연성을 중심으로 조직하고 혼돈을 견뎌내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헤이스팅스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집안 내력을 지니고 있다. 외고조할아버지인 알프레드 리 루미스는 1929년에 임박한 주식시장 붕괴를 예측한 월스트리트의 거물이었다. 이후 과학으로 눈을 돌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엔리코 페르미, 어니스트 로런스 등 뛰어난 학자들에게 자금을 지원했다. 헤이스팅스는 보스턴의 부유한 교외 지역에서 자랐다. 헤이스팅스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각각 보스턴대, 웰즐리대에 재학 중일 때 만났다. 헤이스팅스는 사립학교를 거쳐 보든 칼리지로 진학했고, 이후 스탠퍼드에서 컴퓨터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런 다음 스와질랜드의 평화지원단에서 2년 동안 고등학생들을 가르쳤다.
헤이스팅스의 출발점1991년 헤이스팅스는 첫 회사인 퓨어 소프트웨어를 설립했다. 소프트웨어 품질 측정 프로그램을 전문으로 개발하는 기업이었다. 당시 헤이스팅스는 지칠 때까지 코딩을 하고 사무실 바닥에서 자는 ‘괴짜 중의 괴짜’였다. 맥코드는 “내가 아침에 출근해서 ‘바닥에서 잘 거면 이 좀 닦고 수염에 낀 먼지 좀 털어라’고 말하곤 했다”고 말했다. 맥코드는 넷플릭스에서 헤이스팅스를 도와 기업문화를 정립하기 전부터 퓨어에서 그와 함께 일했다.맥코드는 기업가인 헤이스팅스가 리더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어느 날 밤 맥코드는 사무실에서 헤이스팅스와 마주쳤는데, 헤이스팅스는 다음 날 회의에서 할 말을 준비하지 않고 컴퓨터 앞에 앉아 버그를 수정하고 있었다. “세상에, 헤이스팅스. 사람들이 당신을 따르게 하려면 이끌어야죠.” 당시 맥코드가 헤이스팅스에게 한 말이다. “그런 다음 제가 문을 쾅 닫았죠. 다음 날 헤이스팅스가 발표를 했는데 기립 박수를 받았어요. 자신에게 리더 자질이 있다는 걸 몰랐던 거죠. 자신의 소명은 일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임을 깨달은 거예요.”퓨어 소프트웨어는 1995년 기업공개를 하고 1996년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매사추세츠주의 기업 아트리아 소프트웨어에 인수됐다. 그런 다음 조사 업체 피치북에서 7억 달러 정도 규모라고 평가한 거래를 통해 래셔널 소프트웨어로 넘어갔다. 큰 성공이었지만 결혼 생활에 위기가 찾아왔다. 갈등을 회피하는 편이었던 헤이스팅스는 부부 상담을 받으면서 속내를 털어놓는 방법을 배웠고, 솔직함을 넷플릭스 문화의 초석으로 삼았다. 헤이스팅스는 “사람들은 진실을 두려워하지만, 진실은 그렇게 나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전해지는 얘기에 따르면 헤이스팅스는 비디오 대여점에서 [아폴로 13]을 대여했다가 연체료로 40달러를 지불하면서 깨달음을 얻었다. “연체료가 없다면 어떨까?” 헤이스팅스는 곰곰이 생각했고, 그러다가 넷플릭스를 떠올렸다.“좋은 이야기죠.” 넷플릭스를 공동 설립한 마크 랜돌프가 말했다. 랜돌프는 퓨어에서 헤이스팅스와 함께 일했다. “그리고 넷플릭스는 좋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기업이고요.”넷플릭스의 기원은 그보다 더 복잡하다. 헤이스팅스와 랜돌프가 산타크루즈 마운틴스에서 퓨어 본사가 있는 캘리포니아 서니베일로 함께 출퇴근하면서 수없이 가졌던 브레인스토밍 끝에 탄생했다.1997년 설립된 넷플릭스는 블록버스터와 같은 오프라인 대여 매장과 달리 우편으로 전달되는 빨간 봉투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DVD를 팔면서 돈을 벌었다고 랜돌프는 말했다. 이 초기 스타트업은 필연적으로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와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그 대신 넷플릭스는 1999년 구독 모델로 전환했다. 고객은 반납 일자나 연체료 걱정 없이 영화 3편을 한 번에 대여할 수 있었다. 이보다 더 효과적이지만 큰 위험을 수반하는 미끼도 있었다. 헤이스팅스는 한 달 무료 구독으로 이용자를 끌어들였다. 랜돌프는 블록버스터 CEO 존 안티오코에게 넷플릭스를 5000만 달러에 인수하라고 제안하기 위해 헤이스팅스와 함께 댈러스로 날아갔던 때를 기억한다. 60억 달러 규모 가정용 엔터테인먼트 대기업의 수장은 제안을 단박에 거절했다. ‘그들이 우리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없으면서 우리가 제시할 것이 뭐가 있었을까.’ 헤이스팅스는 돌이켰다.2001년 이후 넷플릭스는 점차 성장하기 시작했고, 2002년에는 기업공개를 해 8250만 달러를 유치하며 견실한 사업체가 됐다. 구독자들은 넷플릭스의 광범위한 소장 목록에서 DVD를 선택할 수 있었다.그러다가 2007년 브로드밴드의 확산으로 스트리밍이라는 기회가 열렸다. 자신이 블록버스터에 했던 것을 그 누구도 넷플릭스에 하지 못하게 하려고 헤이스팅스는 현금을 쓸어 담으면서 기존 DVD 구독자에게 무료로 제공될 자원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운명적인 순간이었다. 넷플릭스의 낡은 비즈니스는 거의 무한한 선택지를 제공했지만 재고의 한계와 배송 시간을 극복할 수는 없었다. 스트리밍은 이런 문제를 즉시 해결해줬지만 넷플릭스는 할리우드의 TV 계약에서 나오는 콘텐트의 폭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헤이스팅스는 난생처음으로 사람들의 취향을 이해하고 그들의 입맛에 맞는 제안을 해야 했다.닐 헌트 전 넷플릭스 최고제품책임자는 “사람들이 넷플릭스를 보려고 TV 앞에 앉을 때 우리에게는 딱 몇 분, 어쩌면 30초 정도 시선을 사로잡을 기회가 주어진다”고 말했다. 헌트는 2000명으로 구성된 팀을 이끌고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나섰다. 기업문화에 따라 대체로 독자적으로 일했다.넷플릭스는 주문형 서비스에 요금을 청구하는 방법도 고안해야 했다. DVD를 구매하듯이 스트리밍 콘텐트 라이선스를 구매하느라 막대한 돈을 쓰기 시작했기에 더 그랬다.
코로나19를 기회로일부 스튜디오 고위 임원들은 넷플릭스를 경쟁자로 여기지 않았다. 제프 뷰크 타임워너 CEO는 2010년 한 인터뷰에서 “그건 알바니아 군대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격이 아닌가”라며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지금도 그때를 잊지 않기 위해 ‘알바니아 군대’라는 인식표를 목에 걸고 다닌다는 헤이스팅스는 “비판이 이어졌던 2010년에서 2015년까지 (뷰크는) 인터넷은 멍청하고 가격은 형편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뷰크가 현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고 말했다.할리우드가 똑똑해지기 시작할 무렵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시리즈를 위한 자금 유치를 개시하고 있었다. 2011년 서랜도스가 1억 달러를 베팅한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정치 스릴러 [하우스 오브 카드]가 시작이었다. 당시 CBS에서 최고디지털책임자를 맡고 있던 노련한 인터넷 기업가 짐 랜존 틴더 CEO는 “당시 일각에서는 그 콘텐트에 돈을 너무 많이 쓴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넷플릭스는 거기에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과 자신들이 만들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코로나19 팬데믹은 넷플릭스의 혁신 문화에 적절한 도전 과제를 제시했다. 지난봄 뉴욕과 할리우드에서 영화와 TV 산업이 전면 중단되면서 넷플릭스의 글로벌 콘텐트 기계가 다시 불꽃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다른 여러 사무직 기업과 마찬가지로 거실과 침실, 부엌에서 회의가 재개되고 가상 작가실이 조직되었으며 애니메이터들은 원격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 직원들에게 원격 자율성은 아무런 어려움도 되지 않았다. 게다가 코로나19 검사와 추적이 적극적으로 시행된 국가인 아이슬란드와 한국에서는 콘텐트 제작이 비교적 빠르게 재개됐다. 헤이스팅스가 지난 10년 동안 글로벌 시장에 공을 들인 덕분이다.코로나19 여파로 HBO맥스의 [프렌즈] 특집 방송과 NBC유니버설 피콕의 도쿄 올림픽 등 경쟁사의 핵심 콘텐트가 사라지는 동안에도 넷플릭스는 문화적 시대정신을 관통한 콘텐트들을 순조롭게 내놓았다. 광적인 집착을 그린 [타이거 킹: 무법지대], 게임을 바탕으로 한 우스꽝스러운 리얼리티 쇼 [도전! 용암 위를 건너라], 크리스 헴스워스가 등장하는 [익스트랙션] 같은 액션물까지 다양하다.세상은 빠르게 변했다. 팬데믹 시작 이후 영화관이 부진을 겪고, 스포츠 경기가 최근까지 정지되고, 기존 방송과 케이블 TV에서 재방송만 계속되고 있을 때 넷플릭스는 미국과 캐나다에서만 한 달에 100만 구독자, 전 세계에서 200만 구독자를 추가로 확보했다. 많은 변화를 가속화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스트리밍이 영화 산업의 지배적 플랫폼으로 거듭나게 만들 것이다.파크 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브로드밴드가 설치된 미국 가정 56%에 도달한다. 넷플릭스가 이처럼 지배적인 가운데 디즈니가 디즈니+, ESPN+, 훌루 등 자사의 세 가지 서비스에서 도합 1억 구독자를 확보하며 열기를 더하고 있다. 밥 아이거 디즈니 CEO는 소비자 대상 서비스에 전력을 쏟으며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 등 강력한 엔터테인먼트 브랜드를 동원하여 구독자를 디즈니+로 끌어오고 있다. 넷플릭스처럼 될 수 있을 거라고 과감하게 자신하는 디즈니는 최근 브로드웨이의 인기 뮤지컬 [해밀튼]의 녹화 버전에 7500만 달러를 투자했다.헤이스팅스는 디즈니가 첫 5개월 동안 5000만 구독자를 유치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음을 인정했다. 넷플릭스가 이 수를 달성하는 데는 7년이 걸렸다. 한편 헤이스팅스는 넷플릭스가 다음 이정표에 도달하는 데 집중한다. 바로 2억 구독자를 넘기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 세계의 현지 콘텐트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 넷플릭스는 올해 말까지 인도에 4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그리고 인재들을 계속 평가하며 그들이 스스로 결정을 내리도록 독려해야 한다.헤이스팅스는 “나는 (넷플릭스 문화가) HBO나 디즈니보다 우리 직원들에게 훨씬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며 “저 회사들은 내부 절차가 너무 많아서 일 처리가 느리다”라고 말했다.- DAWN CHMIELEWSKI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포브스 코리아 온라인 서비스는 포브스 본사와의 저작권 계약상 해외 기사의 전문보기가 제공되지 않습니다.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