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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 패션 시장의 리더들] 정예슬 오아이스튜디오 대표 

K패션 선도하는 글로벌 브랜드를 꿈꾸다 

스트리트 패션 업계가 주목하는 차세대 리더를 만났다. 정예슬 오아이스튜디오 대표는 특유의 키치 감성을 풀어낸 디자인으로 Z세대를 사로잡은 여성 기업가다. “오아이오아이를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는 그에게 창업 계기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서울 성수동의 오아이스튜디오 본사에서 만난 정예슬 대표. 특유의 키치 감성을 풀어낸 브랜드로 국내외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스트리트 패션 업계의 차세대 리더다.
# 2017년 영국 런던의 패션 명소 톱숍(TOPSHOP) 입점, 온라인 편집숍 무신사 베스트 디렉터 부문 수상, 2018년 롯데·신라면세점 온라인 입점, 서울패션페스티벌 참가, 무신사 베스트 시즌 콘셉트 부문 수상, 2019년 포브스 아시아의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리더 30인 선정, 어패럴 뉴스 스트리트 캐주얼 부문 베스트 브랜드 선정, 패션인사이트 올해의 베스트 브랜드 선정, 2020년 신세계 면세점 오프라인 입점.

20대 여성을 타깃으로 유니크한 감성의 컬렉션을 전개하고 있는 ‘오아이오아이컬렉션(구 오아이오아이)’과 1020세대를 겨냥한 유니섹스 세컨드 브랜드 ‘5252 바이 오아이오아이’를 운영하고 있는 정예슬(30) 오아이스튜디오 대표가 이뤄낸 성과들이다.

오아이오아이는 지난 2011년 당시 스물두 살의 정 대표가 자본금 100만원으로 시작한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다. 대기업 패션 브랜드에선 찾아볼 수 없는 디자이너 브랜드만의 독특한 콘셉트와 감성이 담긴 제품들로 단숨에 1020 세대들이 열광하는 핫한 브랜드로 떠올랐다. 특히 20대 여성 마니아들의 열렬한 지지를 등에 업고 창업 6년 만에 매출 92억원을 기록했으며, 2018년 192억원, 2019년 227억원을 넘어 올해 300억원 매출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또 지난 2017년에는 게스와 캘빈클라인, 타미힐피거 같은 세계적인 글로벌 패션 브랜드를 비롯해 유명 SPA 브랜드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영국 런던의 톱숍에 당당히 입점하며 전 세계가 주목하는 K패션 차세대 리더로서 입지를 넓혀나가고 있다.

지난 9월 28일 서울 성수동의 오아이스튜디오 본사에서 만난 정 대표는 “대학 입시를 앞두고 산업디자인에 꽂혀 서울산업대학교(현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 입학했지만 유년 시절부터 꿈 꿔온 패션 디자이너의 길을 포기할 수 없었다”며 “나만의 철학과 정체성이 담긴 브랜드를 만들어보고자 사업을 시작했다”고 창업 계기를 밝혔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사업을 시작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을 것 같은데.

사실 어릴 때 꿈은 패션 디자인 관련 일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 산업디자인을 전공으로 선택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진로와 정체성에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별다른 계획 없이 무작정 휴학했고,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오자는 생각에 1년 동안 어학연수를 겸한 여행을 했다. 영국과 아일랜드를 돌면서 예술 분야의 자유분방한 친구들을 만났는데, 틀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는 그들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때 받은 긍정적인 자극들은 지금까지 정해진 길로만 걸어왔던 내 삶의 방식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됐고, 패션 쪽으로 방향을 틀게 한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창업이 생각만큼 쉽진 않았을 것 같다.

한국에 돌아와 어렵게 부모님을 설득하고 학업까지 포기했지만 막상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때 경험 반 재미 반 시작했던 것이 의류 리폼이었다. 옷이나 가방, 모자 같은 무지 제품을 사다가 순간순간 떠오르는 영감대로 옷을 고쳐 블로그에서 팔기 시작했다. 운 좋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시 유행하던 스트리트 웹진에 내가 디자인한 옷이 실렸고, 순식간에 입소문이 퍼지며 유명해졌다. 그렇게 블로그에서 소량으로 판매하며 모은 종잣돈 100만원으로 만든 브랜드가 바로 2011년 11월 론칭한 오아이오아이다.

브랜드명이 독특하다. 무슨 의미인가.


▎아침에 일어나 학교에 도착하기까지의 평범한 일상을 위트 있게 담아낸 디즈니 협업 컬렉션 ‘오아이오아이 스쿨 클럽’.
영국 여행 중에 만난 친구들이 나한테 ‘오이(oi)’라고 말했던 게 우연히 떠올랐다. 나중에 물어보니 ‘하이(hi)’라는 단어처럼 누군가에게 인사할 때 사용하는 영국식 은어 표현이라고 하더라. 발음하기도 편하고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아 브랜드 이름으로 결정했다. 그런데 하나만 쓰니 한글로 채소 이름 같아서 두 개를 붙여 쓰게 됐다.(웃음) 표기는 영어로 했는데 대부분의 사람이 ‘오이오이’ 아니면 ‘오아이오아이’라고 부르더라. 그래서 두 가지 모두 상표등록을 했다.

오아이오아이의 인기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한마디로 기성 브랜드에선 볼 수 없는 새로움과 자유로움이 아닐까 싶다. 오아이오아이는 하얀색 도화지 같은 브랜드다. 캐주얼이나 오피스룩 같은 특정 카테고리에 속하는 것을 거부한다.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은 유지하면서 매 시즌 새로운 콘셉트로 컬렉션을 전개하고 있다. 모든 제품을 직접 디자인하는 것도 우리만의 장점이다. 평범해 보이는 후드 티 한 장일지라도 소매는 물론 전면 로고 박음질이나 목줄의 두께까지 신경 써서 디자인한다.

오아이오아이를 롤 모델로 삼고 있는 후배 창업가들에게 조언한다면.

만약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다면 제일 중요한 부분이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최근 한 시즌 팔고 없어지고, 한 시즌 반짝했다가 사라지는 브랜드가 늘어나고 있다. 물론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분명히 있겠지만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패션업계에서 오랫동안 명맥을 이어가는 브랜드들을 보면 모두가 자신만의 정체성을 잘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대중의 기억 속에 오래 남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지금까지 나도 ‘WHY NOT?’이란 도전 정신으로 우리 브랜드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해왔고, 그 덕분에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정했다면 고집스럽게 밀고 가라는 충고를 해주고 싶다.

키치 감성으로 Z세대 녹인 차세대 패션 리더


▎‘당신 삶의 모든 순간(The every moment of your life)’이란 콘셉트 아래 지하철을 배경으로 풀어낸 5252 바이 오아이오아이의 2020 F/W 컬렉션.
현재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부분은 뭔가.

우선 비즈니스의 외연 확장을 위해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타 브랜드를 영입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3월 인수·합병한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어피스오브케이크(APIECE OF CAKE)가 대표적인 사례다. 곰돌이 마스코트를 모티브로 한 유니크 제품들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나름대로 두꺼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어피스오브케이크가 갖고 있는 잠재력과 오아이스튜디오의 성공 노하우를 잘 접목한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아울러 카테고리 확대도 꾀하고 있다. 기존 브랜드들이 캐주얼 의류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있지만 향후 액세서리나 신발, 화장품 등으로 영역을 더욱 넓혀나갈 계획이다.

해외 진출 상황도 설명해달라.

그동안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의 도약을 목표로 삼고 해외시장 개척에 많은 힘을 쏟아왔다. 그 덕분에 지난 2017년에는 영국 런던의 패션 쇼핑 명소 톱숍에 입점해 세계 유수의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가 하면 일본 오사카에 있는 한큐백화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진행해 일부 상품이 조기 품절될 정도로 열광적인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런 성과들을 바탕으로 현재 일본, 중국, 홍콩, 태국, 미국 등지의 온오프라인 플랫폼에 입점했으며, 앞으로 아시아는 물론 유럽의 다양한 나라로 영역을 확장해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더욱 공고히 해나갈 계획이다.

오아이오아이의 미래 비전이 궁금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브랜드로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K패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 브랜드의 성공이 단순히 매출 증가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브랜드가 K컬처를 대표하는 하나의 문화로서 전 세계인에게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사진 원동현 객원기자

202011호 (2020.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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