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만의 일이다. 수소(H²)에 쏟아진 시장의 관심 말이다. 수소에너지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유럽에서 제1차 세계대전 이후부터였다. 수소로 달리는 친환경차도 1930년대에 등장했다. 독일 엔지니어인 루돌프 에렌이 트럭, 버스, 잠수함의 내연기관을 화석연료와 수소를 병용할 수 있는 엔진을 개발했다. 1970년에는 미국 제너럴모터스가 ‘수소경제’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했고, 1973년 석유파동이 터지면서 화석연료를 대신할 ‘무언가’로 수소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다.그로부터 40년이 더 지난 후 ‘수소’는 체면을 구겼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의 폭로로 시작된 니콜라 수소연료전지 트럭 사건(?) 탓이다. 제2의 테슬라로 불리던 니콜라의 수소 트럭은 사실 언덕에서 굴린 것이 전부였고, 스스로 움직일 만한 수소 동력은 아직 개발하지 못했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시장이 수소와 연을 끊은 건 아니다. 수소 충전 없이 수소전지로 전기를 만드는 FCEV(Fuel Cell Electric Vehicle)에 쏠리는 관심만 봐도 그렇다.실제 ‘탄소 없는 사회’ 실현도 앞당겨지고 있다.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수소를 생산·공급하는 일도 중요한 산업이 됐다. 수소 수요는 1975년 이후 3배 이상 성장했다. 글로벌 컨설팅사 매킨지에 따르면 2050년에는 전 세계 수소 소비량이 약 5억4600만t(톤)으로 늘어난다. 전 세계 에너지의 18%를 수소가 차지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수소의 생산·운송을 비롯해 관련 장비 생산 인프라가 구축되면 관련 세계시장의 가치만 2조5000억 달러에 달하고, 관련 일자리도 약 3000만 개 이상 생겨난다는 게 매킨지의 생각이다.니콜라의 담대한(?) 시도 덕분에 수소연료는 더 주목받고 있다. 수소가 더 대중적으로 쓰이려면 생산, 저장, 운반,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 충전소나 고효율 연료전지, 수소 운송선박 같은 인프라 구축도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