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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동학개미 운동은 경제 전환기 이끌 혁명!” 

코로나19의 폐해는 역설적으로 사회 곳곳의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온 계기가 됐다. 투자와 자본시장 활성화를 부르짖어온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의 목소리에 새삼 힘이 실리는 이유다.

“이건 혁명입니다. 전 정말 혁명이라고 봐요.” 주식 투자 전도사로 통하는 존리(한국명 이정복)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의 목소리에는 이제 막 터널을 벗어난 희망이나 안도 같은 감정이 담긴 듯했다. ‘동학개미 운동’이라 불리는 주식 투자 열풍을 우려하는 이도 많지만, 이 대표는 개미들의 봉기를 “대한민국의 전환기를 상징하는 장면”이라고 단언했다. 지난 2014년, 자본시장 종주국인 미국 월가를 떠나 모국을 찾은 이래 “자가용 팔고 사교육비 끊어 주식투자하라”고 부르짖었던 그의 지론이 실현되는 형국이기에 요즘 느끼는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30년 전 스커더스티븐스앤드클라크 자산운용의 회의가 기억납니다. 당시 월가에선 이미 일본의 미래를 굉장히 어둡게 봤어요. 변화를 두려워하고, 다양성을 존중하지 못하는 모습 때문이었죠. 특히 자산을 부동산에만 쏟아붓고, 그도 아니면 벽장 속에 돈을 가둬두는 모습이 절망적으로 보였습니다. 한국은 안타깝게도 일본의 이런 모습을 맹렬히 추종해왔죠.”

미국 생활을 접고 25년 만에 돌아온 한국은 부동산 ‘몰빵’과 사교육 만능주의, 이에 더해 ‘주식에 투자하면 망한다’는 일본의 행태를 고스란히 따라가고 있었다. 이 대표는 ‘잃어버린 30년’이라는, 눈에 빤히 보이는 망조를 따르는 모습에 실망과 좌절을 넘어 분노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의 집무실에 대한민국 전도가 걸려 있고, 하루에 두 번 이상 전국을 돌며 투자 강연에 나서는 이유다.

“아버지가 ‘주식 투자하지 말라’는 말을 유언으로 남기는 나라가 진정한 자본주의 사회일까요? 한국과 일본이 전 세계 선진국 중 금융문맹 1, 2등을 다투는 게 현실입니다. 강연 때마다 이런 이야기를 처음 듣는다는 분이 90%가 넘어요. 하지만 요즘 ‘돈이 일하게 하는 방법’을 알고 싶다는 분들이 엄청 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혁명이라는 거죠.”

수익률이나 유망주 같은 도박판 용어에 기대지 말고 주주, 즉 기업의 진짜 주인이 되라고 역설하는 투자 구루에게 금융문맹 퇴치에 팔을 걷어부친 이유를 물었다.

‘존봉준’이란 별명을 얻었다. 올해 투자 열풍을 어떻게 보나.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지만,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겪은 고통이 결정타라 본다. 고통이 없으면 변하지 않는다. 아무리 주식 얘기를 해도 그런가 보다 했던 이들이, 직접적으로 생계의 고통을 겪으면서 돈이라는 게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 거다. 우리 삶에 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환기해주는 계기였다고 할까.

‘학원비 쓰지 마라’, ‘자가용 팔아라’ 등 재테크 철학이 유명하다. 전국 강연까지 나섰는데.

사명감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거창하고, 그저 투자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뉴스를 보면 기성세대가 젊은이들에게 미안하다는 소식뿐이다. 도대체 뭐가 미안한가? 좌절감은 또 다른 좌절을 낳을 뿐이다. 자본주의는 원래 출발부터 공평하지 못한 제도다. 다만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희망의 출발이 돼야 한다. 20~30세대는 돈이 없는 게 당연하다. 그러면 돈을 어떻게 버는지 알려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좋은 대학 나와 연봉 많으면 좋은 거 아닌가.

한국 사회는 시험 만능이자 과잉이다. 사교육, 일류대, 심지어 공무원시험이 부자를 만들어주나? 잘못된 방향에 모든 에너지를 소비한다. 그러니 더 가난해진다. 더욱이 21세기에는 엉뚱한 생각을 하고 에너지와 호기심이 넘치고 도덕성이 높은 사람이 부자 되기 더 쉽다. 공부 잘해서 부자 된 사람 한 명도 없다. 한국은 대중교통 천국이다. 부자 되고 싶다면서 왜 자가용 끌고, 1만원짜리 커피에 턱턱 돈을 쓰나. 우리 회사에도 차 없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화가 난다.

학벌 차이라는 현실의 벽이 존재하지 않나.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과 부자 되는 것은 전혀 관계가 없다. 일류 대학 가서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건 돈 조금 더 받는 월급쟁이가 되는 거다. 우리는 모든 게 공부와 연결돼 있다. 공부 못하고 대학 못 가면 좌절한다. 당장 학원 끊고, 그 돈을 아이들을 위한 펀드에 넣어라. 그걸로 아이가 나중에 창업하거나 하고 싶은 일 하면 부자 될 확률이 훨씬 커진다. 박스에서 나와라. 자신의 일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 레이스에서 뛰쳐나와라. 그러면 진짜 행복한 세계가 열린다. 남들 다 하는 선착순 레이스에서 빠져야 한다. 어차피 순위 안에 들기도 어려운데 왜 뛰나?

그럼 미국은 어떤가.

미국의 부를 주도하는 건 바로 유태인이다. 이들은 공부 대신 어릴 때부터 엄마와 함께 도서관을 찾아 책을 읽고 스포츠를 즐긴다. 아이가 공부를 좋아하면 공부를 시키고, 그게 아니면 좋아하고 잘하는 다른 길을 찾는다. 무엇보다 어릴 때부터 투자, 즉 돈에 대해 가르친다. 경제관념이 머릿속에 뿌리박히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유치원 때부터 학원에 물들어 있던 아이는 대학 졸업해서 직장생활 할 때까지 평생을 ‘옆에 아이 이기라’는 말을 듣는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개성과 장점이 다 사라진다. 공부 잘하는 나쁜 사람 되기 딱 좋다. 안타까운 마음에 다시 말하지만, 사교육비는 쓰레기통에 버리는 돈이다. 그걸로 10~20년 투자해라. 학원비를 투자비로 바꿔라. 금융문맹은 심각한 전염병이다. 주부들끼리 모여서 부동산 얘기 하지 마라. 대신 자녀들과 함께 투자클럽을 만들어라. ‘어느 학원, 어느 선생님이 좋다’며 모이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다.

‘주식은 위험하다, 한국은 역시 부동산이다’는 말도 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게 주식이 부동산보다 훨씬 수익률이 높다는 사실이다. 앞으로도 그렇다. 부동산이 엄청 올랐다고 착각하는데, 통계를 보면 지난 30년간 주가 상승률이 부동산 수익률을 압도한다. 부동산의 결정적 문제는 일하는 가치 창출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거다. 일본이 그렇게 망해가고 있다. 반면 기업, 즉 주식에 투자하면 그 자본을 바탕으로 기업이 끊임없이 이윤을 창출한다. 신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그게 곧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지방에 다녀보면 이미 빈 아파트가 수두룩하다. 서울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 왜 돈을 집이나 땅에 깔고 앉아 있나? 집이 있어야 안정되고 자식들 시집 장가도 보낸다는 건 지극히 감정적인 이야기다. 금융지식이 제로라서 그렇다.

장기투자 하면 다 오케이인가.

개인투자자에겐 펀드를 권한다. 주식을 한 번도 안 해본 ‘주린이’에겐 더욱 그렇다. 퇴직연금으로 주식에 투자해라. 연금저축 펀드라는 좋은 제도가 있다. 몇 개월 수익률 보고 빠져나오지 말고, 월급의 10~20%를 장기로 묻어둬라. 아이한테 한 달에 100만원 쓴다고 서울대 가나? 서울대 간다고 달라지나? 하루에 1만원이라도 투자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자가용 팔아 버스 타고, 커피 한잔 먹지 않으면 된다. 저축은 답이 아니다. 주식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한국의 높은 노인빈곤율과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가 바로 가난 때문이란 걸 직시해야 한다.

돈이 일하게 한다는 건 구체적으로 무얼 말하나.

한국에서 유니콘기업이 나오기 어려운 이유가 뭘까? 왜 한국에는 테슬라가 없나? 남들이 하는 것을 똑같이 따라가면 어느 정도는 한다는 안이함 때문이다. 특히 장기투자라는 건 정해진 기한이 없다. 특별히 팔 이유가 없으면 안 팔아야 한다. 매출과 경영진의 능력, 기업의 성장성과 펀더멘털이 기준이 돼야 한다. 그게 나와 맞지 않을 때 파는 것이다, 수익률이 아니라. 때로 6개월 만에 팔 때도 있고, 20년을 쥐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은퇴 후 내 노동력이 사라졌을 때 그 돈이 엄청나게 불어난 것을 보는 것, 그게 주식 투자다. 주식을 산다는 건 내가 그 회사와 동업자가 되는 것과 같다. 수익률 몇 푼 더 얻으려는 투자가 아니라, 함께 기업을 키워간다는 개념이다. 내가 투자한 돈으로 기업이 더 큰 일을 하는 것, 그게 바로 자본주의다.

펀더멘털을 통한 장기투자가 한국 실정에는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아마추어들 이야기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주식과 자본시장은 똑같다. 펀더멘털이란 건 결국 이 회사가 다른 회사보다 돈을 더 잘 버는지의 차이다. 경쟁자가 나오기 힘든 업종, 마켓 리더로서 가격을 결정하는 기업, 브랜드 경쟁력이나 기술력이 월등한 기업이 좋은 기업이다. 좋은 회사는 어디든 어떤 시절에든 다 있다. 다만 너무 짧은 타이밍 투자에만 열을 올리는 게 문제다. 마켓 타이밍을 맞추려는 사람은 투자자가 아니라 기술자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 장을 보고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는 소위 전문가가 많은데, 자본주의를 제대로 공부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기업의 미래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지만, 주가가 매일 어떻게 움직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고액자산가들의 투자는 어떤가.

크게 다를 게 없다. 우리 회사에도 초고액 자산가가 많다. 그런데 이들도 부동산 비중이 압도적이다. 굉장히 위험하다. 부동산 비중이 전체 자산의 30%를 넘으면 안 된다. 주식, 펀드, 사모펀드 쪽으로 유도하고 있다. 다만 근본은 같다. 좋은 기업에 오래 묻어두기, 즉 펀더멘털·장기투자다.

새로 펴낸 책 『존리의 금융문맹 탈출』이 베스트셀러다. 1980년 미국이 도입한 401 플랜과 금융 경쟁력을 풀이한 대목이 인상적이다.

한국의 퇴직연금은 주식 비중이 턱없이 낮다. 그러니 낮은 수익률이 당연하다. 미국은 주식 비중이 40~50%에 달한다. 우리는 자동차를 탔지만 액셀러레이터를 밟지 않은 셈이다. 돈이 일하게 해야지 왜 깔고 앉아 있나. 미국이 1980년 도입한 퇴직연금제도인 401 플랜은 미국이 일본에 빼앗긴 경쟁력을 되찾고, 금융산업에서 세계를 리드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근로자들이 소득 10%를 노후를 위해 투자하게 했다. 개인의 노후 준비는 물론 금융업과 새로운 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장기적 토양을 마련해준 제도다. 봉급의 10%가 꾸준히 자본시장으로 유입되면서 미국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낮아지고, 결과적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진 기업들이 꾸준히 탄생하게 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기를 앞당겼다지만, ‘박스피’나 ‘코리아디스카운트’ 같은 오명도 여전하다. 이유가 뭔가.

단적으로 연금저축펀드의 주식 투자 비중이 2%밖에 안 된다. 그만큼 자본 투자가 안 되고 있다는 뜻인데, 어떻게 증시가 활성화되겠나? 한국 기업의 주식은 이미 외국인이 50%를 쥐고 있다. 오히려 한국 사람이 주식을 안 사는 게 문제다. 물론 한국 기업 특유의 지배구조 리스크도 있지만, 이는 장기적으로는 결국 해결될 문제다. 우리 경제가 좋아지고 새로운 유니콘이 출현하려면 주식에 투자해야만 한다. 좋은 기업이 늘면 시총도 커지고, 한국 자본시장 자체가 탄탄해진다. 미국도 401 플랜 이전 대비 현재 지수가 25배 커졌다. 우리도 지금보다 10배만 커져도 지수가 2만5000에 달할 것이다. 한국이 자본시장 중심이자 투자 강국으로 변신하는 셈이다. 지금은 몇십억원 수준이 아니라 조 단위의 부자가 나오는 시대다. 돈 많이 버는 부자들이 많이 나와서 좋은 일에 이롭게 쓰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처럼 말이다. 어려운 게 아니다.

-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사진 이원근 객원기자

202012호 (2020.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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