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People

Home>포브스>CEO&People

성호준 골프전문기자의 골프·비즈니스·피플 

부드러운데 강한 미스터리 샤프트 

요즘 골프장에 핫핑크색 샤프트가 자주 보인다. 국내 샤프트 전문회사인 ㈜두미나의 오토파워 샤프트다. 샤프트라면 일본의 그라파이트 디자인이나 후지쿠라, 미국의 트루템퍼를 최고로 쳤는데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두미나 박건율 회장과 정두나 대표.
인터뷰를 하고 있는 중에도 해외에서 주문 메일이 왔다. PGA(미국 프로골프) 투어에서 뛰는 매트 쿠차(미국, 세계랭킹 29위)와 유러피언 투어에서 활약하는 장타자 개빈 그린(싱가포르)의 코치인 크리스 오코넬에게서다. 그는 “쿠차의 볼 속도가 시속 5마일 정도 늘어난다면 정말 의미 있는 발전이 될 것 같다. 두 선수가 오토플렉스 샤프트를 장착하기를 희망한다”고 썼다.

골프용품업계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은 싸구려라는 인식이 많았다. 두미나의 오토플렉스는 샤프트 하나에 95만원이다. 할인도 없다. 그래도 손님이 몰린다. 큰 회사 회장님들도 여러 번 다녀갔단다. 인터넷 골프용품 중고시장에서 오토파워의 가격은 신제품 대비 가장 비싼 축에 든다. 아마 최고수들이 참가하는 미드 아마추어 대회에서 유행하기도 했다.

정두나(62) 대표는 “지은희·신지은·신지애 등이 제 발로 찾아왔고 우리 샤프트로 우승했다”고 했다. 오토파워 샤프트로 이름을 알린 이 회사에서 올해 내놓은 오토플렉스(Auto Flex)는 더 화제다. 골퍼의 스윙에 맞게 자동(Auto)으로 강도(Flex)가 맞춰진다는 샤프트다.

이 샤프트는 이상하다. 너무 가볍고, 너무나 부드럽다. 스윙스 피드가 빠른 골퍼는 딱딱하고 무거운 샤프트를 써야 하는 것이 상식이었다. 부드럽고 가벼운 샤프트는 그 스피드를 감당할 수 없다고 여겨졌다. 오토플렉스는 기존 샤프트보다 10~20g가량 가벼워졌다. 물건을 사러 온 골퍼들은 “이렇게 낭창거리는 샤프트로 어떻게 치느냐”고 갸웃하곤 하는데 실제 쳐보고는 멀리 간다며 신기해한다.

샤프트 하나의 사용 범위가 넓은 것도 의아하다. 오토플렉스는 샤프트 종류가 6가지뿐이다. 정 대표는 “아마추어 골퍼는 아침, 저녁 몸 컨디션이 달라 특정 스윙에 최적화된 샤프트를 쓰는 게 맞지 않다. 그래서 샤프트의 사용 폭이 넓은, 다양한 컨디션에 맞는 샤프트를 기획했다”고 했다. 한 용품사의 기술팀장은 “사람마다 눌러 치거나 올려 치는 등 스윙에 차이가 있는데 샤프트가 이를 다 받아준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래서 피팅업계에서는 이 샤프트를 반신반의했다. 두미나 측이 기술을 정확히 설명하지 않아서, 혹은 못해서 더 그랬다. 정 대표는 물론, 기술을 담당하는 박건율(61) 회장도 공학 전공자가 아니다. 다른 업체에서 노하우를 참고할 수 있다고 생각해 특허도 안 낸다.

그러니 오토플렉스는 미스터리다. 상식에서 벗어난 이 샤프트에 대한 소식은 해외로도 흘러나갔다. 미국의 골프용품 전문 뉴스 사이트에 소개됐고, 오타쿠들이 모이는 미국 용품 커뮤니티에서도 화제가 됐다.

캐나다인들이 운영하는 TXG(Tour Experience Golf)는 골프용품을 리뷰하는 유튜브 채널이다. 가장 객관적인 평가를 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도 이 샤프트를 테스트했다. ‘(미스터리한) 오토플렉스 샤프트//370+야드 드라이브’라는 제목으로다. 실험을 한 유튜버 매티 부는 장타자다. 300야드를 넘긴다.

동영상에서 진행자들은 처음에는 오토플렉스를 매우 회의적으로 봤다. “스피드가 빠른 골퍼의 샤프트는 분당진동수(CPM)가 높아야 한다. 오토플렉스는 가장 무거운 제품이 50g대에 불과하다. 가볍고 편하고 쉬우면서도 거리도 더 내고 정확성도 높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막상 쳐보자 태도가 달라졌다. “볼 스피드가 시속 5마일이 늘었다. 내가 쳐본 샷 중 가장 멀리 갔다. 이게 반복되는 걸 보면 확실히 뭔가 있다”고 했다. 계속 쳐보면서 실망도 나왔다. “연속으로 치니 타이밍이 흐트러지는 느낌이다. 속도 증가를 위해 정확성을 포기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결론은 이렇다.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는 건 분명한데 그게 뭐라고 콕 찍어서 얘기할 수는 없다.” 그들도 미스터리를 풀지 못했다. 그래도 성능은 숫자로 나왔다. 오토플렉스로는 평균 볼 속도 시속 178.1마일에 캐리 거리 334야드였다. 원래 치던 샤프트로 쳤을 때는 시속 173.8마일에 315야드였다. 오토플렉스는 기존 샤프트에 비해 볼 속도 4.3마일, 캐리 거리가 19야드 길다. 댓글들은 이 숫자에 놀라움을 표했다.

정 대표는 “유튜브 방송 이후 많게는 하루에 60개씩 주문이 들어오고, 여러 나라에서 총판을 해보고 싶다는 연락이 왔으니 본격적으로 수출도 하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정 대표는 또 “골프 스타아담 스콧 사무실에서 스콧은 이미 이 샤프트를 쓰고 있다며 아버지 것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일찍 개인 사업을 시작해서 20대부터 골프를 쳤다. 박세리가 우승할 즈음 실내 연습장을 만들어 분양하는 사업을 했다. 연습장에서 사람들이 어떤 골프 클럽이 좋냐고 물어봐 공부하기 시작했다. 2000년엔 용품 카탈로그 성격의 잡지 골프매니아를 창간했다. 이후 클럽피팅협회를 만들었다.

정두나 대표는 도자기공예과를 졸업했다. 1981년에 결혼했고 1990년쯤 도자기 공방을 냈다. 정 대표의 남편이 소유한 건물에 박 회장의 피팅협회 사무실이 들어간 것이 인연이 돼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됐다. 2007년 합작으로 미라이 스포츠를 시작했다. 4각 드라이버와 우드를 비롯해 풀세트, 가방까지 만드는 회사였다. 정 대표는 흙으로 헤드 몰드를 만들어주면서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정 대표의 남편은 2011년에 세상을 떴다. 회사도 그 즈음 부도가 났다. 박 회장은 “샤프트 납품업체에 투자했다가 사기를 당했다”고 했다.

정 대표는 “이전까지 백화점 VIP 손님이었고 은행에 개인 금고도 있었다. 그 재산을 골프채 사업을 하면서 다 날렸다”고 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아까웠다. 오기도 작용했다. 일본에서 한 샤프트 장인이 “한국에는 좋은 선수가 많은데 왜 괜찮은 클럽 메이커가 없냐. 한국 사람들의 냄비 속성 때문 아닌가”라는 얘기를 듣고서다.

금가루 포함, 모든 재료로 샤프트 실험


▎곤지암에 있는 두미나 샤프트 공장. 다른 업체와 달리 메이드 인 코리아를 강조한다.
2013년 샤프트 회사 두미나를 만들었다. 골프채에서 헤드와 그립은 기존 회사들의 힘이 막강했다. 샤프트는 아무나 못 만드는 데다 부가가치가 크며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봤다.

30년 된 숙련공들을 영입해 샤프트를 만들었다. 제품이 깔끔하지만 성능이 기존 제품과 큰 차이가 없었다. 후발 주자로, 메이드 인 코리아로 팔리려면 압도적인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봤다. 새로운 소재를 찾으러 다녔다.

박 회장은 “미친 짓을 다 해봤다. 금가루를 포함해 모든 재료를 넣어 실험을 했다”고 했다. 그래도 많은 연구원이 있는 대형 일본 샤프트 회사들을 이길 수 있을까. 박 회장은 “샤프트에는 아직 미지의 영역이 많다. 투입 재료로 인한 기댓값과 전혀 다른 제품이 나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같은 재료라도 어느 공장에서 만들었는지에 따라 물성이 다르다. 그래서 샤프트 제조는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 가장 많이 만들어본 사람이 가장 잘 안다. 수천 가지 샤프트를 만들어보면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는 제품의 레시피를 찾았다. 400여 개 패턴을 만들어놨으며 소재를 바꾸면 몇천 가지로 응용할 수 있다. 10년 동안은 매달 신제품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역시 레시피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세라믹기술원에서 함께 신소재를 만들어 독점 사용하며, 티타늄, 보륨 등을 첨가한 KHT(코리아 히든 테크놀로지) 등의 소재를 쓴다” 정도의 힌트만 줬다.

오토플렉스는 우연의 산물이다. 탄력이 강한 샤프트 여러 종류를 섞어서 만든, 부드럽고 쉬운 시니어용 무게 36g의 가벼운 제품이었다. 입소문이 나면서 일반 골퍼들이 원해 무게 44g, 51g, 54g 제품까지 나왔다. 의도와 달리 나온 일종의 돌연변이다. 박 회장은 “어쩌다 장타 선수가 쳐봤는데 똑바로 가더라. 그래서 나도 깜짝 놀랐다”고 했다.

지금은 궤도에 올랐지만 어려움도 많았다. 박 회장은 “우리를 괴롭힌 사람도, 믿어준 사람도 고맙다. 만약 2011년에 사기를 당하지 않았다면 우린 유통만 했을 거고 지금처럼 기술력을 가진 제조업체가 되지 못하고 사라졌을 것”이라면서 “항상 오늘이 즐겁다고 여기며 살아온 것이 어려움을 이겨낸 비결”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어려움을 함께한 동지다. 박 회장은 “콩 한 쪽도 반드시 나누는 것이 우리 원칙이다. 둘 중 한 사람이라도 욕심을 냈다면 그날로 회사가 파탄 났을 것”이라고 했다.

두미나는 창투사 몇 군데에서 투자 제의를 받았다고 한다. 서두르지는 않을 계획이다. 박 회장은 “회사가 유명해지면서 닥쳐 올 큰 파도에 대비할 수 있는 역량을 만들어야 한다. 불량 제품을 골라낼 시스템을 만들고 AS를 철저히 하는 등 퀄리티 컨트롤과 회사 이미지 관리에 역점을 두고 있다. 부정적이던 직원들의 태도도 ‘된다, 된다. 된다’로 바꿨다”고 했다.

두 사람은 “외국에서 우리 제품을 코리아 히든 테크놀로지라고 한다. 골프용품도 메이드 인 코리아 이미지가 좋아지고 있다. 한국 프로 골퍼들처럼 골프용품 산업도 세계 수준으로 높이는데 역할을 하고 싶다”고 기대했다.

- 성호준 중앙일보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images/sph164x220.jpg
202012호 (2020.11.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