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아 비건타이거 대표가 패션 & 뷰티 분야의 차세대 파워리더로 선정됐다. 양 대표는 국내 최초의 비건 패션 브랜드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패션업계의 퍼스트 무버다. “비건타이거를 통해 전 세계인에게 비건을 즐기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녹아들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그의 의미 있는 행보를 조명해봤다.
▎비건타이거의 패셔너블한 의상을 입고 포즈를 취한 양윤아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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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일, 서울 삼성동 섬유센터에서는 한국패션산업협회가 주관한 대한민국패션대상 시상식이 열렸다. 대한민국패션대상은 국내 패션산업 발전에 공헌한 패션업계 종사자들의 노고를 격려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패션산업 유공자 포상과 신진 디자이너 오디션 시상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코리아패션대상, 패션봉제산업인상, K패션오디션 3개 행사로 구성됐다.손문국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와 정구호 피큘리어인투이션 대표를 비롯해 패션업계 유명 인사들이 수상자로 대거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인물은 단연 양윤아(39) 비건타이거 대표였다. 글로벌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를 발굴·육성하는 K패션오디션에서 473대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대상(대통령상)과 인기상을 동시에 거머쥔 양 대표는 국내 최초의 비건 패션 브랜드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주인공이다.지난 1월 14일, 포브스코리아 2월호 표지 촬영 후 진행한 인터뷰에서 양 대표는 “K패션오디션 수상에 이어 포브스코리아 파워리더로 선정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비건 패션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앞으로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지난해 K패션오디션 수상에 이어 포브스코리아 파워리더 선정까지 올해는 정말 좋은 일만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웃음) 2년 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코트리(COTERIE) 트레이드 쇼에 참가했을 때 포브스 본지에 저희 브랜드에 대한 기사가 실린 적이 있어요. 당시 전 세계 기업인들에게 포브스가 미치는 영향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런 포브스에서 아직은 여러모로 부족한 저를 높이 평가해주셔서 무척 감사하고 영광스럽게 생각해요. 지금보다 더욱 열심히 노력하라는 격려로 받아들이고 앞으로 지속가능한 패션 생태계를 위해 매진할 계획입니다.”
윤리적 소비 지향하는 착한 브랜드
▎지난해 2월 미국 뉴욕패션위크 무대에 오른 비건타이거. / 사진:비건타이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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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대표가 지난 2015년 설립한 비건타이거는 브랜드명 그대로 ‘비건(VEGAN)’ 콘셉트를 표방하는 패션 브랜드다. ‘크루얼티 프리(CRUELTY FREE)’라는 슬로건 아래, 동물을 학대해서 만든 소재를 철저히 배제한다. 모피는 물론 가죽, 실크, 양털, 오리털, 거위털, 앙고라 등 생명을 착취해서 생산된 소재는 전혀 사용하지 않으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비동물성 소재로 옷을 만든다. 또 수익금 일부를 동물 보호 단체에 기부하며 윤리적인 소비 사이클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국제패션연구진흥원에서 패션디자인 과정을 거친 평범한 패션디자이너였던 양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고양이를 키우게 되면서 착취당하는 동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비건 패션브랜드를 창업하게 된 계기”라며 “그동안 동물들에게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누구나 멋지게 입을 수 있는 스타일리시한 옷을 선보이고자 했던 노력들이 이제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어린 시절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고 뭔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바로 도전하는 스타일이에요. 비건타이거란 이름도 사실은 친구가 제게 붙여준 별명인데요. 평소 성격이 불같은 저를 보고 ‘채식하는 호랑이’ 같다고 말한 데서 비롯됐죠.(웃음) 디자이너들이 보통 자신의 이름이나 별명을 브랜드명으로 삼는 경우가 많은데 제가 하려는 사업과 꼭 맞는 이름이란 생각이 들어 사용하게 됐어요. 제가 동물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건 2011년 AI가 발생했을 때였어요. 뉴스에서 오리와 닭이 생매장당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했죠. 당시 남성복을 만들고 있었는데 문득 동물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동물 보호 단체에서 3년간 상담사로 일했어요. 자연스럽게 학대받는 동물들에 대한 사연을 접할 수 있었고, 패션 분야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죠. 간혹 ‘국내에서 오리털이나 울이 들어가지 않는 옷을 구할 수 없느냐’는 문의를 받기도 했는데 당시만 해도 한국에는 비건 패션 브랜드가 없었어요. 이후 비건 패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만나 자료를 수집하고, 그렇게 9개월 정도 준비해서 비건타이거를 론칭하게 됐어요.”양 대표는 비건 패션의 성패는 소재에 달려 있다고 확신했다. 동물성 소재를 쓰지 않기 위해 원단 시장을 돌며 남보다 더 많이 발품을 팔고 더 꼼꼼히 들여다봤다. 성분 분석표를 하나하나 살피고 원단 테스트를 위해 전문 기관의 문을 두드렸다. 이 과정에서 동물성 소재가 섞여 있는 것이 발견돼 의상 제작 발표회가 연기되는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덕분에 비건타이거는 인조모피, 인조가죽, 재생 폴리에스터, 레이온, 리넨, 면, 큐프라, 모달 같은 비동물성 소재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인조모피는 최고급만 고집한다. 기존 동물성 제품을 구매하던 소비자들도 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최상급 퀄리티를 유지한다.매 시즌 전체적인 디자인 콘셉트를 결정할 때도 양 대표는 브랜드 탄생 의도에 걸맞은 의미 있는 메시지 전달에 우선순위를 둔다. 해마다 여름이면 동물관광산업으로 인해 착취당하는 동물들의 해방을 염원하는 ‘BORN TO BE WILD’라는 주제의 캡슐 컬렉션을 진행하고, ‘ANIMAL SKIN IS NOT FABRIC’이나 ‘MY FUR IS NOT YOURS’ 같은 강한 슬로건을 내세우기도 한다.“사업 초기부터 저는 트렌드에 민감한 일반 소비자들이 입어도 손색없는 멋스러운 디자인의 옷을 만들고 싶었어요. 작년 F/W 시즌에 선보인 컬렉션 제목이 ‘모피농장의 유령들’인데요. 흔히 우리가 사랑하는 동물들이 죽으면 무지개 다리를 건너거나 별이 된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모피농장에서 고통스럽게 죽은 동물들은 어디로 갈까. 편하게 별이 될 수 있을까. 이런 메시지를 디자인에 담아 많은 사람과 나누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바로 그런 메시지가 제 디자인에서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죠.”
비건 문화 알리는 패션 전도사
▎지난해 1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지속가능 패션쇼 ‘WSM 화이트’에 선보인 비건타이거 부스. / 사진:비건타이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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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비건 문화를 선도하는 패션 디자이너’라고 정의하는 양 대표는 사업 초기부터 비건 패션을 알리기 위한 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2016년 5월 첫 번째 비건 페스티벌 개최 이후 현재 일곱 차례 행사를 진행했다. 비건타이거가 한정으로 제작한 제품을 비롯해 채식 먹거리와 업사이클링 제품, 친환경 화장품 등을 소개하는 부스들이 주를 이룬다.“동물 보호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지인들과 함께 처음 행사를 기획하게 됐어요. 비건 빵 같은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도 참여하고, 저처럼 옷을 만들어 내놓는 사람도 있죠. 각자가 원하는 스타일로 참여하다 보니 부스가 70개나 되더군요. 첫 행사에 500명 정도 참가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1800명이나 올 정도로 반응이 괜찮았어요. 지금은 1만5000명 이상이 참가하는 제법 큰 행사가 됐지만 작년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열지 못해 아쉬웠죠.”하지만 비건 페스티벌은 비건타이거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대중에게 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SNS에서 조금씩 입소문을 타면서 유명 연예인들의 협찬 요청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을 비롯해 방송인 전현무, 가수 선미와 블랙핑크 로제, 배우 이민정, 모델 장윤주 등이 비건타이거의 옷을 입으면서 브랜드 인지도가 더욱 높아졌다. 덕분에 지난해 1월에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지속가능 패션쇼인 ‘WSM 화이트’에 초청을 받았고, 2월에는 국내 비건 패션 브랜드 최초로 뉴욕패션위크 무대에 오르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현재 비건타이거는 무신사와 더블유컨셉 같은 온라인 편집숍을 비롯해 에비뉴엘 롯데월드타워점의 디자이너 셀렉숍 테이스트 5.1, AK플라자 분당점의 디자이너 셀렉숍 2.3.0, DDP 디자인 장터의 SEF 셀렉숍, 커먼그라운드 셀렉숍 등에 입점해 있다. 또 미국 뉴욕의 스리앤와이(3NY)와 캘리포니아의 피스톨앤루시(PISTOL & LUCY), 프랑스 파리의 로미오 쇼룸 등에서도 만날 수 있다.“비건타이거라는 브랜드가 세상에 나온 지도 벌써 6년이란 세월이 흘렀네요. 제 궁극적인 목표는 10년 안에 비건타이거를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것입니다. ‘제2의 스텔라 매카트니’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세계적인 가수이자 비건 활동가인 폴 매카트니의 딸로도 잘 알려진 스텔라 매카트니는 친환경과 지속가능을 추구하는 영국의 디자이너 브랜드이기도 하죠. 비건타이거를 통해 전 세계인이 동물과 환경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합니다.”
※ 파워리더 선정 이렇게 했습니다패션 & 뷰티 분야의 2030 유망주는 2020년 12월 28일부터 올해 1월 7일까지 약 2주에 걸쳐 심사위원 8명의 도움을 받아 선정했다. 심사위원은 패션 및 뷰티업계 CEO와 관계자, 패션 매거진 편집장 등으로 구성했다. 각 심사위원이 최대 8명의 유망주를 추천했고, 이 과정을 거쳐 총 35명이 후보자로 올랐다. 이 중 가장 많이 중복 추천을 받은 순으로 올해의 유망주를 선정했다.
심사위원: 김소연 에스팀그룹 총괄대표, 김유미 스타일조선 편집장, 김은하 아이스크리에이티브 대표, 송지오 송지오옴므 회장, 신희진 한국패션협회 사업부장, 윤반석 서울스토어 대표, 채은미 엘르 팀장, 하영수 인트렌드 팀장(가나다순)-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사진 김현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