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People

Home>포브스>CEO&People

션 벤토(Shawn Vento) KIS 제주 국제학교 총교장 

교육의 진정한 ‘실험 정신’ 

미국 서부의 교육 모델을 적용한 KIS 제주는 서부 개척 역사를 닮아 거침없이 성장했다. 졸업생들의 세계 명문대 진학은 물론, 하버드대학교 총동창회에서도 3년 연속 우수 학교로 이름을 올리며 10년 만에 명문 기숙학교로 자리 잡은 KIS 제주의 정신은 ‘자기 주도적 탐구’라고 할 수 있다.

10년 전 영어교육도시가 제주에 들어설 때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경제 규모나 인구 등이 열세인 제주 지역에서 교육 경쟁력부터 수요가 뒷받침될지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었다. 서귀포시의 황량한 벌판이었던 이곳은 구색을 갖춘 신도시로 변모했다. 주변 거주지 환경도 안정적으로 바뀌었다. 무엇보다 대학 입시 등 교육 성과가 두드러지며 영어교육도시는 명문학교의 명당으로 자리 잡았다.

학생 1000명이 재학 중인 미국 기숙학교 KIS 제주(한국국제학교 제주캠퍼스)는 영어교육도시에 처음 설립된 학교이다. KIS 제주는 WASC(미국서부교육연합회)와 한국 교육부 승인을 받은 학교로, 미국과 한국의 고등학교 졸업장을 모두 취득할 수 있다.

자매 학교인 KIS 판교와 서울 캠퍼스의 성공적인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KIS 제주는 2016년 첫 졸업생 52명을 배출했다. “이들은 의사, 변호사, 엔지니어, 사업가, 인도주의자, 음악가 등이 되기 위해 성장하고 있다”며 “가끔 본교에 오면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 없다”고 션 벤토 KIS 제주 총교장이 말했다.

졸업생들은 대부분 명문대에 진학했다. 코넬대, 시카고대, 존스홉킨스대, 뉴욕대, 노스웨스턴대, UC 계열 대학과 같은 미국대학을 비롯해 케임브리지대, 홍콩과기대, 싱가포르국립대, 런던정치경제대, 브리티시컬럼비아대, 토론토대 등 아시아와 유럽의 유명 대학교에도 이름을 올렸다.

학교 이름도 덩달아 알려졌다. 하버드대학교 총동창회에서는 해마다 전 세계 2000여 개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우수 학교와 학생을 선정한다. KIS 제주는 2017년 이후 3년 연속 우수 학교로 이름을 올렸다. “많은 KIS 제주 학생이 최우수 학생(Harvard Prize Book Award Winner)으로 선발됐다”고 벤토 총교장이 자랑스럽게 덧붙였다.

제주도내 유일 AP Capstone과정


▎지난 12월 GEC Business Competition에서 중등 학생들이 상을 받고 있다. / 사진:KIS 제주, 김현동 기자
지난 1월 KIS 제주를 찾았다. 비교적 한산한 학교 건물 내부에는 알록달록한 작품이 가득했다. 유치부, 초등부 학생들이 만든 작품이라고 했다. 교실 안팎에 모든 학생의 작품을 빠짐없이 걸어두었다. 매해 발간하는 졸업앨범은 초등·중등·고등부 전교생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만드는 잡지다. 수준급 편집 실력과 기발한 기획이 웃음을 자아낸다. 창의력을 키워주는 실험실은 공을 많이 들인 흔적이 엿보인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다양한 실험과 공구 작업을 할 수 있다. KIS 제주는 과학, 기술, 미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을 크게 할애했다. 벤토 총교장은 “실험 실습 위주의 커리큘럼은 ‘탐구하며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는’ 우리의 비전과 맞닿아 있다”라고 설명했다.

KIS 제주가 성과를 낳은 원동력은 무엇일까. 벤토 총교장은 차별화된 커리큘럼을 먼저 꼽았다. KIS 제주가 채택한 AP(Advanced Placement) 과정은 대학 수준의 강의를 고등학교 재학 중에 수강해 대학에서 학점을 인정받게 하는 제도다. 벤토 교장은 “AP 과정으로 많은 대학 기관이 학생들에게 학점을 부여할 수 있고 우수한 학생들에게는 진학 과정에서 우위를 갖도록 할 수 있다”며 “우리는 학생들의 흥미와 수학 능력, 미래 전공 계획에 따라 수준 높은 다양한 과목을 수강할 수 있도록 총 26개 AP 과목을 수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KIS Jeju 고등학생과 교사. / 사진:KIS 제주, 김현동 기자
무엇보다 심화 교육과정인 AP Capstone 과정을 운영하는 곳은 도내 국제학교 중 KIS 제주가 유일하다. 이 과정에서는 학생들이 대학생 수준으로 직접 연구하고 논문을 작성하는 방식도 접할 수 있다. 실제로 AP Capstone 과정을 마친 졸업생들의 성과는 두드러졌다. KIS 제주 AP Capstone 과정에서 획득한 평균 점수는 해외 평균을 넘어섰다. 션 벤토 총교장의 설명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학생들은 한국 평균을 상회하는 학습 능력을 보였고, 2020년 전체 학생의 97%가 최고에 가까운 AP 성적을 받았다. “AP Capstone 과정을 수강한 졸업생들의 후기 중에는 독립적인 연구로 능동적으로 기회를 모색하고 문제에 대한 답을 찾는 학자가 될 수 있었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경쟁보다는 동기부여를 중시하는 문화도 KIS 제주의 철학이다. “KIS 제주에는 시험은 있지만 석차는 없습니다.” 벤토 총교장은 “학생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은 시험이 아니다”라며 “학기마다 치르는 시험은 학습 이해도를 평가하는 것이지, 경쟁심을 유발하려고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크리에이티브 랩실은 학생들이 공구를 활용해 직접 가공물을 제작할 수 있도록 만든 실습실이다. / 사진:KIS 제주, 김현동 기자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서로 이기기 위해 경쟁하는 수업이 아니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합니다.” ‘학교는 배움공동체’라고 정의한 벤토 총교장은 방과 후 활동이 협력하는 태도를 키워준다고 말했다. “학교는 인지, 사회, 정서, 신체 학습 모두 중요하기 때문에 병행 교육을 해야 합니다. 학교는 매일 더 나아지기 위해 협력하는 곳이기에 학생 주도적인 다양한 방과 후 동아리 활동은 매우 중요해요.”

예를 들어, KIS 제주 고등학교 과정에서는 토요일마다 다양한 활동이 열린다. 지역사회 초등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거나 멘토링을 해주는 International Key Club, 사실과 통계분석을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전 지구 발전을 도모하는 Gap minder Club Korea, GEC 내 처음으로 진행한 90여 개 팀 비즈니스 대회 DECA club, 지역적·국제적 행사를 주최하여 상을 받은 Model United Nations 팀이 있다. 특히 지난 몇 년간 STEAM(과학, 기술, 공학, 예술, 수학) 프로그램에 로보틱스, 디자인 싱킹 왕 등 선택적 과학 과목이 추가되면서 로보틱스(Robotics) 클럽은 세계적 수준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2020년 본교 중학교 로보틱스 팀 하나가 한국 VEX 로보틱스 선수권 대회에서 3위를 차지했다”고 자랑한 벤토 총교장은 “새로운 관심사를 탐색하고, 열정을 찾으려면 정답을 쥐여주는 게 아니라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를 둘러싼 천혜의 자연환경은 KIS 제주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벤토 총교장은 “한라산과 제주 남쪽 바다의 환경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학생들은 주말에 곶자왈을 산책하고 바다에서 스노클링을 한다. 스킨스쿠버, 승마 등 다양한 활동은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을 깃들게 한다”고 말했다. 7년간 KIS 제주를 이끌어온 벤토 총교장이 가장 만족스러워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코로나19로 미래 교육의 형태가 변할 것인가에 관해서 묻자, 그는 자세를 고쳐 앉으며 “이 질문은 해답만큼이나 중요하다”며 설명을 이었다. “학생들이 갖춰야 할 핵심 역량은 커뮤니케이션, 협업, 책임감, 본인 및 타인에 대한 존중, 혁신, 비판적인 사고 등인데 오히려 팬데믹으로 이 역량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수업 덕분에 학생들은 ‘스스로 배우는 것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온라인 수업 중에도 교사들이 고려해야 할 대부분의 요소는 대면수업과 동일하게 유지합니다.”

마지막으로 션 벤토 KIS 제주 총교장은 “학생들이 진정한 학습자로 거듭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대 교육의 진정한 목표는 학생들 스스로 ‘어떻게 하면 가장 잘 배울 수 있는지’,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파악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학습 욕구를 지원하기 진정한 학습은 새로운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덧붙였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진정한 학습자로 성장할 수 있을까요?” 일단 ‘부딪히고 봐야 한다’는 실험 정신은 10년간 역량 있는 졸업생을 배출한 KIS 제주의 자신감이기도 하다.


- 제주=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사진 김현동 기자

202103호 (2021.02.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