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랜드로버 올뉴디펜더110 

도심에도 어울리는 야생 오프로더 

1948년에 ‘랜드로버’라는 모델명으로 등장해 이후 ‘디펜더’로 변경된 이 모델은 지난 70년간 판매된, 역사가 꽤 긴 본격 오프로더다. 지난해 9월 1일 국내 출시된 올뉴디펜더110은 랜드로버의 인기 모델 레인지로버, 디스커버리와 함께 3대장 중 하나다.

‘장난감 같은 외형에 육중한 덩치.’ 랜드로버 올뉴디펜더110의 첫인상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디펜더 모델을 쉽게 볼 수 없었지만 역사를 자랑하는 모델인 만큼 해외 많은 이에게는 랜드로버의 기원이자 거친 험로를 힘차게 달리는 구형 모델에 대한 향수가 있다. 하지만 올뉴디펜더110은 산악 지형보다는 레고로 만든 도시에 어울릴 법한 매끈하고 부드러운 선으로 다듬어져 과거 모델을 아는 이는 “저 모델이 디펜더가 맞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고급차 수집광이라 할 수 있는 지인은 이 모델을 보자마자 큰 덩치에 반해 ‘넥스트 카’로 정했다. 3022mm에 달하는 긴 휠베이스 덕분에 실내가 넓고 편안하다.

하지만 높은 차체를 기반으로 사각형 휠 아치(바퀴를 둘러싼 차체 부분), 어프로치 앵글(경사 진입 시 앞부분이 지면에 접촉하지 않는 각도)과 디파처 앵글(경사 진입 시 뒷부분이 접촉하지 않는 각도)은 디펜더의 태생이 험로를 달리는 오프로더임을 말해준다.


시승을 시작한 서울 도심에서는 ‘오프로더라면 역시 거칠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의외로 부드러운 승차감을 보였다. 고강성 알루미늄 모노코크 보디가 부드럽게 설정된 에어 서스펜션, 비교적 편평률(타이어의 단면 폭에 대한 높이의 비율)이 높은 타이어와 조합된 덕분이다. 시승 기간 동안 오프로드를 달려보지는 않았지만 대신 약 왕복 500km에 이르는 장거리 주행으로 올뉴디펜더110의 면면을 체감해봤다.

“역사상 가장 견고한 차체”


우선 가파른 경사로에서 액셀을 최대로 밟아 가속력을 살펴봤다. 이때 올뉴디펜더110을 시승하면서 가장 인상적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순간 가속 시 몸이 시트로 내리꽂히는 느낌은 고급 스포츠카에서나 맛보는 짜릿함이었다. 의외였다.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인제니움 2.0리터 4기통 디젤 엔진의 강력한 240마력 출력과 최대 토크 43.9kg.m에 탄력받은 질주를 만끽할 수 있었다. 특히 알루미늄 재질의 저마찰 엔진 설계로 진동을 효과적으로 줄여주어 디젤엔진임에도 실내에서 거친 자동차의 숨결은 느낄 수 없었다. 올뉴디펜더110을 시승 중 운전자로서 추가적으로 얻는 재미가 많은 이의 시선이었다. 올뉴디펜더110은 국내에서는 매우 유니크한 모델 중 하나로, 도로를 달릴 때 옆 차선에서 달리는 차의 젊은이들이 이 모델을 보기 위해 창문을 내리고 엄지를 들어 리스펙을 표현하기도 했다. 오너라면 분명 기분 좋은 경험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꼭 짚고 싶은 점이 내구성이다. 시승만으로는 테스트해볼 수 없었지만 랜드로버가 올뉴디펜더만을 위해 개발한 알루미늄 D7x 플랫폼은 어떠한 충격에서도 운전자를 보호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다. 심지어 로켓포를 맞더라도 버텨낼 수 있을 듯한 장갑차의 느낌도 올뉴디펜더110에 일부 있다. 랜드로버는 “D7x 아키텍처의 경량 알루미늄 모노코크 구조가 역사상 가장 견고한 차체”라며 “기존 보디-온-프레임 방식의 차체 설계보다 3배 더 견고하다”고 설명한다.

-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

202104호 (202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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